위례신도시 공공개발 업자인 SH공사는 땅장사로 2400억 원 챙겨
벌떼 입찰한 호반건설 페이퍼컴퍼니는 집장사로 3000억 수익 예상
막강한 공권력으로 정부와 공기업 불로소득 챙겨…행정소송 진행 중
▲ 경실련과 평화민주당은 12월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호반건설이 최근 진행 중인 경기 하남 위례신도시 공공택지 내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건축비를 부풀려 수천 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는 주장을 폈다. © 사진제공=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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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공능력평가 10위로 뛰어오르며 건설사 톱10 안에 진입한 호반건설이 최근 진행 중인 경기 하남 위례신도시 공공택지 내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건축비를 부풀려 수천 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실련에 따르면 호반건설이 ‘위례 호반써밋’ 분양가 부풀리기와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벌떼 입찰 등 집장사를 통해 3000억 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이 같은 사실은 경실련과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실이 12월26일부터 청약을 진행하는 위례신도시 A1-2블록과 A1-4블록의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고.
경실련 분석 결과,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사에게 매각한 공기업인 SH공사는 2400억 원을, 고분양가를 책정한 호반건설은 3000억 원의 수익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주택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급되는 공공택지 아파트가 공기업의 땅장사, 건설사의 집장사 그리고 9억 원을 마련할 수 있는 극히 소수 자산가와 투기꾼의 놀음판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경실련은 “똑같은 문제점이 예상되는 3기 신도시를 전면 중단하고, 공급방식을 전면 개혁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12월26일 진행된 A1-2, A1-4블록은 2016년 위례신도시 공동사업자인 SH공사가 민간 건설사에 매각한 토지다. 당시 SH공사는 평당 조성원가로 1130만 원(매입비 744만 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토지를 민간 업자에게 1950만 원에 되팔아, 서류상으로만 평당 820만 원, 총 2400억 원(A1-2·4블록 2.9만 평)의 수익을 거뒀다.
A1-2(689가구), A1-4블록(700가구)은 2016년 7월 SH공사가 공급한 토지. 건설사들이 입주자 모집 때 공개한 택지비는 분양 평당 1200만 원으로 용적률을 고려할 경우 토지 평당 2420만 원 꼴이다.
위례신도시는 남성대 골프장, 국군체육부대 등 국방부가 74%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시가보상 요구로 협상이 길어지다, 2011년 국무총리실 중재로 합의에 이르렀다.
LH공사가 공개한 위례신도시 조성원가는 용지 구입 744만 원에 조성공사비, 기반설치비, 관리비, 자본비 등이 포함된 조성원가는 평당 1130만 원.
감정평가사가 조사해 입찰이 진행된 공급가격은 1950만 원이다. 이는 주변의 토지시세 4천만 원에 비해 절반수준의 가격. 2016년 7월 주변 아파트 시세는 평당 2300만 원으로, 건축비를 제하고 용적률을 적용할 경우 토지시세는 약 3800만 원 수준이다.
이를 적용한 2만9000평의 당시 적정 시세는 1조 원. 그러나 2016년 SH공사가 공급한 토지가격은 A1-2(1만5000평) 2760억 원, A1-4(1만4000평) 2950억 원 등 총 5700억 원이다. 매각가격은 평당 1950만 원으로 조성원가보다 평당 800만 원이 비싸지만, 주변 시세 가격보다는 4000억 원이 낮은 헐값에 매각됐다.
경실련은 "조성원가와 매각가격 차액 2400억 원은 SH공사 토지판매 수익"이라면서 "만일 공공택지를 민간건설사에게 매각하지 않았다면 막대한 자산이 증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사들은 이 땅을 대지면적 기준으로 2420만 원, 분양면적 기준으로는 1200만 원에 소비자에게 분양했다.
호반건설은 계열사를 동원한 벌떼 입찰로 2블록 모두를 제비뽑기로 추첨받았다. 2필지 모두 실제 낙찰받은 계열사가 아니라 호반건설과 호반산업이 공급하고 있다.
위례 A1-2블록의 분양 승인된 건축비는 평균 1002만 원. A1-4블록은 1040만 원으로 전체 평균 1020만 원. 정부가 정한 법정 건축비는 2019년 9월 기준 651만 원. 이번에 공급되는 A1-2, A1-4블록의 경우 85㎡초과 중대형 평형으로 이보다는 기준금액이 더 높다. 평균 건축비는 평당 1020만 원이며, 직접공사비 541만 원, 간접공사비+가산비가 479만 원이다.
2011년 위례에서 공급된 A1-11블록의 경우 건축비가 588만 원으로 이번 분양한 호반 써밋 송파의 건축비는 2배 수준이다. 특히 경실련은 건축비에서도 간접비의 부풀림이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직접비는 A1-11블록 480만 원 대비 호반 써밋은 540만 원으로 평당 60만 원 높다. 그러나 간접비는 호반 써밋 (241만 원)이 A1-11(70만 원)의 3.4배이고, 가산비용은 6.4배(호반 써밋 238만 원 vs. A1-11 37만 원)에 이른다.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이 분양원가를 61개 항목으로 상세하게 공개했던 송파 장지지구에서 분양한 건축비는 400만 원이고, 이명박 정부 때 공급한 강남세곡 건축비는 550만 원. 강남권의 건축비와 같은 위례도 이명박정부 때는 590만 원. 따라서 호반써밋 건축비는 송파장지 대비 간접비는 7.5배, 가산비는 16배나 된다.
건축공사비는 건자재 생산업체(외국산 포함)에서 자재를 구입해 하청기업이 임시 고용하는 일당을 받는 일용직 노동자(임금이 낮은 외국인 노동자가 절반 이상)가 구매한 자재를 조립하는 비용. 간접비용은 설계와 감리 등 직접 공사비용 이외의 비용이고, 가산비용은 내용을 알 수 없음. 국토부가 2007년 분양가상한제 도입 때 함께 도입한 기본형 건축비가 이처럼 깜깜이 공개로 공사비 부풀리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경실련은 "건설사들의 분양가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서는 분양가격심사위원들이 주택업자가 제출한 분양가 승인요청 내역을 세밀히 검증해야 한다"면서 "또한 공사에 간접적으로 투입되는 설계비용과 감리비용 등의 가산비용을 승인권자가 철저하게 검토하고 상세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세금으로 짓는 공공분양 아파트조차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경실련은 2019년 현재 SH공사와 LH공사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분양가 검증에 꼭 필요한 자료인, 정부가 산정한 설계내역과 건설업자와 계약한 도급내역‧하청내역 등의 공개도 요구하고 있다.
그간 정동영 의원실과 경실련이 입수한 SH공사‧LH공사의 자료를 토대로 한 적정 건축비는 평당 450만 원 수준. 호반써밋의 경우 중대형 평형으로 부가가치세 등을 고려해 평당 500만 원을 적정건축비로 보고 수익을 추정하고 있다.
경실련은 특히 공정한 입찰질서를 무너뜨리는 호반건설의 벌떼 투찰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당초 SH공사가 실시한 공공택지 입찰에 A1-2블록은 200개 업체가, A1-4블록은 199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
제비뽑기 방식을 통해 A1-2와 A1-4를 낙찰받은 업체는 각각 베르디움하우징(주)과 ㈜호반건설주택. 2개 업체 모두 호반 계열사임. 최근 조사 결과, 호반 계열사들은 일명 벌떼투찰로 가장 많은 공공택지를 낙찰 받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2019년 8월 경실련이 ‘LH공사 공동주택용지 건별 입찰 참여업체 및 당첨업체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소수의 건설사들이 공공택지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시공능력이 없는 수십 개의 계열사를 동원해 30%에 달하는 공공택지를 낙찰 받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공공택지를 가장 많이 가져간 건설사는 중흥·호반·반도·우미·제일 건설 순으로, 이들 5개 건설사가 가져간 필지는 전체 473개 중 142개, 30%에 달한다. 면적기준으로는 전체 618만 평 중 196만 평, 32%이며, 금액으로는 총 10조5700억 원이다.
주식회사 호반건설주택은 주식회사 호반건설의 계열사이며, 베르디움하우징 주식회사는 호반건설산업 주식회사에 2017년 12월 흡수 합병됐다. 호반건설산업 역시 호반건설의 계열사다.
위례신도시 A1-2와 A1-4블록 아파트를 실제 분양하고 시공하는 곳은 호반건설로, 경실련은 자회사를 동원해 택지를 확보한 후 합병 등을 통해 호반건설로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실련은 이와 관련해 “자회사를 동원해 택지를 확보한 후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라고 비판하면서 “호반건설은 건축비를 평당 1000만 원까지 부풀려 건축비에서만 3000억 원의 수익을 가져갔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1000만 원의 호반건설 건축비 중 간접비와 가산비가 480만 원으로 절반을 차지하는데, 과거 위례에서 공급된 A1-11블록은 107만 원에 불과해 370만 원이 높은 것이다. 그러나 직접공사비는 단 60만 원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경실련은 “실제 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는 큰 차이가 없지만 부풀리기 쉬운 간접비와 가산비를 부풀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땅을 강제 수용해 공급되는 공공택지와 아파트가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안정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SH공사와 호반건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경실련은 “신도시개발 사업시행자인 SH공사는 국민이 위임한 3대 특권, 즉 △토지강제수용권한 △토지용도변경권한 △토지독점개발권한 등을 이용하여 국민의 땅을 확보했고 서민주거 안정을 꾀한다는 미명 하에 수도권의 허파인 그린벨트까지 훼손했다”면서 “이렇게 개발한 소중한 토지자산을 국가가 보유하지 않고, 제비뽑기방식 추첨입찰로 민간주택업자에 되팔았다. 강제수용한 조성원가보다 수천억 원 비싸게 되팔았지만, 민간업자는 주변시세 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공택지를 확보했다. 이렇게 확보한 공공택지에서 민간업자는 건축비를 부풀려 수천억 원 ‘로또’를 챙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실련은 또한 “민간업자는 제비뽑기식 낙찰방식의 허점을 파고들어, 공공택지를 낙찰받기 위해 수십 개의 위장 계열사를 동원해 공정한 입찰 질서를 파괴했고 헐값에 공공택지를 낙찰받은 후 분양가를 부풀려 국민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면서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적정가격에 분양되어 주변 집값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와야 하지만 바가지 분양가로 인해 주변 집값을 자극하며 집값을 폭등시키는 부작용만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2005년 이후 추진 된 2기 신도시 10여 개 수도권 사업은 모두 실패했다. 제2의 강남을 만들고 1000만 원대 강남 아파트 값을 800만 원대로 낮추겠다며 추진했던 판교신도시도 실패했다”고 꼬집으면서 “2009년 추진한 이명박 정부의 150만호 보금자리주택 역시 초기 3년은 나름 효과가 있었으나, 박근혜 정부가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여 공공택지는 토건업자의 먹잇감이 되었다”고 힐난했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역시 과거 정부와 다르지 않다”고 현 정부와도 각을 세우면서 “지난 주 청약이 진행된 강남구 수서희망타운은 공공분양아파트이지만 지난 정부 때에 비해 2배가 높은 분양가를 책정해 공기업만 막대한 이윤을 가져가게 됐다. 이번 위례신도시에 분양하는 아파트 또한 국민의 주거안정에 기여하기는커녕 공기업과 주택업자를 위한 도박 상품으로 변질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경실련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기 신도시 전면중단, 강제 수용한 토지의 민간매각 금지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