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수처법 공개 반발 막후

‘공수처법’ 작동 두려워하는 이유 뭐길래?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12/27 [14:13]

검찰, 공수처법 공개 반발 막후

‘공수처법’ 작동 두려워하는 이유 뭐길래?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12/27 [14:13]

‘4+1 협의체’가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최종 수정안에 대해 검찰이 대놓고 반발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면서도 공수처법과 관련해서는 국회 합의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던 검찰은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공수처법 일부 조항에 대해 “중대한 독소조항”이라고 공식적으로 반발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대검찰청은 2019년 12월26일 입장문을 통해 “공수처는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으로 구성돼 고위 공직자 등의 중요사안에 대한 수사를 하는 단일한 반부패기구일 뿐”이라며 “전국 단위 검찰·경찰의 고위 공직자 수사 컨트롤타워나 상급기관이 아님에도 수사 착수단계부터 내용을 통보받는 것은 정부조직체계 원리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공직자 범죄’ 인지 즉시 수사처 통보 조항 문제 삼으며 반발
임은정 검사 “검찰의 몰골은 조직 이기주의 발로…보기 흉하다”

 

▲ ‘4+1 협의체’가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최종 수정안에 대해 검찰이 대놓고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12월26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이동하는 모습.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가 공수처 설치법에 대해 최종 합의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공수처법에 독소조항이 담겨 있다며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고, 범여권은 법안을 왜곡해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며 맞섰다.


검찰도 자유한국당과 궤를 같이하며 공수처 설치법 가운데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24조 2항에 문제가 있다며 대놓고 반발하고 있다.


대검은 “공수처가 검·경의 수사 착수 내용을 통보받아야 할 마땅한 이유가 없다”며 “공수처와 검찰, 경찰이 각자의 수사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 전 단계인 수사착수부터 검·경이 공수처에 사전보고하면 공수처가 입맛에 맞는 사건을 이첩받아가서 자체 수사 개시해 ‘과잉수사’를 하거나, 검·경의 엄정수사에 맡겨놓고 싶지 않은 사건을 가로채가서 ‘뭉개기 부실수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검은 “이는 수사의 신속성 효율성을 저해하며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국가 전체적인 반부패 수사역량을 저해할 우려가 높다”고 강조했다.


대검은 “검찰은 법무부나 청와대에도 수사착수를 사전보고하지 않는다”며 “대통령과 여당이 공수처장 내지 검사 임명에 관여하는 현 법안 구조에서 공수처에 대한 사건 통보는 수사검열일 뿐만 아니라 청와대, 여당 등과 수사정보 공유로 이어져 수사의 중립성 훼손 및 수사기밀 누설 등 위험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존 패스트트랙 법안의 중대한 내용을 변경하는 수정안으로 수정의 한계를 넘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조항은 사법개혁특벽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며 “이러한 과정은 그 중대성을 고려할 때 통상의 법안 개정 절차와 비교해보더라도 절차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검의 공식 입장 표명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검찰의 반발에 대해 “보기 흉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먼저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2019년 12월2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검이 공수처법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에 대해 “검찰의 몰골은 조직 이기주의의 발로에 불과하다”며 비판을 가했다.


임 검사는 ‘대검의 격앙’이란 문구가 들어간 기사를 링크 시킨 뒤 “검찰권 오남용으로 사법정의가 짓밟히고, 이로 인해 사회가 병들어 사람들이 고통 받을 때에는 검찰 내부에서 나오지 않던 반발과 이의제기가 검찰이 수술대에 오르자, 비로소 터져나오는 현실은 검찰 구성원으로서 너무도 민망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도 한심한 일”이라면서 “‘시일야방성대곡’을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검찰을 바로 세우기 위해, 검찰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 했다면, 오늘과 같은 비극은 없었을 테지요. 검찰 구성원이지만, 검찰 이외에 달리 원망할데를 찾지 못합니다. 제 탓이고, 우리 검찰 탓입니다”라고 개탄했다.


임 검사는 “검찰이 제대로 했으면, 왜 이 숱한 사람들이 검찰을 비판하며 공수처 도입을 요구하겠습니까?”라고 물은 뒤 “2002년 10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설치법 제정안이 국회 첫 발의되어 국회에서 논의된 세월만 20년이지요. 그 20년간 검찰은 국회와 사회를 향해 그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기소권과 영장청구권, 수사지휘권으로 여전히 농간을 부렸지요. BBK를 덮은 것도 검찰이고, 열심히 수사하여 홀연 기소한 것도 검찰이고, ‘김학의 사건’을 거듭 덮은 것도 검찰이고, 떠밀려 홀연 기소한 것도 검찰이지요”라고 그간 검찰 수사의 문제점에 대해 조목조목 거론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죄가 하늘에 닿을 지경이라 검찰을 없앤다 하더라도 할 말이 없는데, 검찰이 독점하던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을 조금 나누어 가지는 공수처를 만들며, ‘김학의 사건’처럼, 당초 무혐의했던 BBK 수사처럼 검찰이 봐주기 수사 후 수사 종결할까봐, 공수처가 본연의 고위 공직자 관련 수사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당연히 만들어야 할 조항을 ‘독소조항’이라고 흥분하는 검찰의 몰골은 조직이기주의의 발로에 불과하여 보기 흉하네요”라고 일갈했다.


임 검사는 “2009년 무렵이었나 제가 법무부에 있을 때, 그때도 공수처법안이 뜨거운 감자일 때라, 법무부 동료들과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당연히 선배들은 거품을 물며 반대했지요. 제가 그중 한 선배에게 물었어요. 선배는 공수처 생기면 갈 거냐고? 공수처가 옥상옥이자 독사과인 양 흥분하던 그 선배는 아무렇지 않게 생기면 갈 거라고 답하더라구요.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특수부’가 아니라 ‘형사부’와 ‘공판부’가 검찰의 뿌리이고 근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수처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저는 검찰에 남아 본연의 우리 일을 계속 할 생각이라, 공수처에는 고발장을 내고 고발인으로 더러 출석하는 정도로만 공수처와 인연이 맺을 각오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임 검사는 “검찰을 없앤다 하더라도 할 말이 없는데, 검찰과 경쟁관계에 있는 공수처를 만드는 정도로 검찰을 온전히 남겨준 것에 대해 너무도 감사드린다”면서 “우리 검찰이 검찰권을 바로 행사하여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날이 오면, 공수처는 결국 폐지될 테지요. 그날이 언제일지 아직 알 수 없으나, 열심히 가보겠습니다”라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한편 법무부 산하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용민 변호사 역시 12월26일 대검찰청의 공수처법 반발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비판을 가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이 ‘독소조항’이라며 반발한 이유에 대해 “공수처가 제대로 작동할 것이 두려워서”라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이 하고 싶은 사건은 키우고 하기 싫은 사건은 은폐했던 관행을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기관”이라며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견제수단으로서의 의미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인력과 조직 규모가 매우 작은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려면 검찰의 통보의무가 필요하다”며 대검 반발의 또 다른 이유로 “누군가에게 통보하고 그 결정에 따라야 하는 상황이 자존심 상한 것”이라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또한 “공수처법을 보면 청와대나 여권이 개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들도 언제든지 수사대상이 될 수 있고, 인사나 조직에 있어 여당과 야당이 대등하게 권한을 행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강조하며, 이를 알고도 검찰이 “매우 악의적으로 반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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