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시계 거꾸로 돌리는 슬로푸드, 느림의 건강학

“거칠지만 소박한 음식이 현대인의 몸을 살린다”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12/20 [11:34]

삶의 시계 거꾸로 돌리는 슬로푸드, 느림의 건강학

“거칠지만 소박한 음식이 현대인의 몸을 살린다”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12/20 [11:34]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농가주택에 살면서 직접 텃밭을 일구고, 각종 유기농 채소를 기르는 ‘농사짓는 교수’로 유명한 이원종 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는 “그 해답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 즉 우리 조상들이 즐겨먹던 음식인 슬로푸드를 통해 잃어버린 건강과 행복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연과 가까워질수록 병은 멀어지고, 자연과 멀어질수록 병은 가까워진다”고 설파하는 그는 우리 조상들이 오랫동안 먹어온 슬로푸드를 중심으로, 우리가 미처 몰랐던 슬로푸드의 숨겨진 비밀과 효과에 대해서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삶을 바꾸려면 음식을 바꿔라>(루이앤휴잇) <거친 음식이 사람을 살린다> <가난한 밥상> 등의 저서를 통해 삶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느림의 건강학, 이원종 교수의 슬로푸드 건강론을 소개한다.

 


 

부드럽게 정제된 것보다 거친 음식 가까이하는 게 최고 건강법
현대인은 배부른 영양실조…면역력 높이는 거친 음식으로 몸 살려

 

농약이나 화학비료 없이 거칠게 자란 식품이야말로 진정한 먹거리
껍질 제거 말고 먹어야…곡물의 영양분은 대부분 씨눈이나 겨층에

 

지역에서 난 토종식품이나 전통식품은 신선하고 영양가 파괴 적어
도라지·민들레·질경이·칡·쑥·산나물 등 자연에서 자란 야생식물 최고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은 과연 안전할까?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현대인들은 모두 배부른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 의학이 발전하고 몸에 좋다는 각종 음식이 철철 넘치는 요즘, 오히려 현대인들의 영양상태가 불균형하고 질병과 질환은 늘어만 가는 것은 왜일까? 뜻있는 이들은 맛있는 요리만 추구하는 ‘미각의 발달’이 몸에 필요한 영양섭취보다는 ‘혀’에만 좋은 영양을 섭취하게 해, 배부른 영양실조를 낳기 때문이라고 경고한다.


‘거친 음식 전도사’이자 ‘국내 식품영양학의 대가’로 통하는 이원종 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도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은 그 자체가 우리의 건강이자 미래”라고 강조한다.

 

삶을 바꾸는 거친 맛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은 과연 안전할까. 당신이 어떤 음식을 먹고 있는지 일주일 정도 노트에 직접 기록해 보라. 매일 먹는 과일과 채소가 화학비료나 농약으로 오염되어 있지는 않은지, 항생제·환경호르몬·살충제 등에 오염된 계란·우유·유제품·고기 등을 먹고 있지는 않은지, 소금이나 설탕·조미료·산화방지제·방부제 등 각종 인공 첨가물을 첨가해서 제조한 인스턴트식품이나 가공식품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아가 비타민·무기질·섬유소 등이 모두 제거된 흰쌀이나 휜 밀가루로 만든 부드러운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먹어야 할까?


농가주택에 살면서 직접 텃밭을 일구고, 각종 유기농 채소를 기르는 ‘농사짓는 교수’로 유명한 이원종 교수는 “환경오염과 나쁜 음식의 위협에서 벗어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부드럽게 정제된 음식보다 먹기 힘든 거친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 자연 환경 속에서 농약이나 화학비료의 도움을 받지 않고 거칠게 자란 식품이야말로 최고의 먹거리라고 할 만하다. <사진출처=Pixabay>    


“우리 속담에 ‘심는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식생활에서는 ‘먹는 대로 거둔다’는 말을 적용할 수 있다. 50년 전만 하더라도 가게 전체의 생활비 중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을 넘었다. 하지만 지금은 채 15%도 되지 않는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삶의 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최소한 20%는 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사교육비로 매달 수십 만  원씩 소비하는 가정은 많아도 질 좋은 식품을 구입하는 데 그만한 돈을 쓰는 가정은 거의 없는 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먹거리에 신경 쓰지 않으면 우리 몸은 결국 아프고 병들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열심히 고생해서 모은 재산을 병원비로 써야 할지도 모른다. 다행히 최근 들어 유기농 열풍이 불면서 농산물은 물론 각종 식품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부들 역시 건강한 먹거리와 유기농 식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거친 음식’의 놀라운 효과를 강단에서뿐만 아니라 직접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 교수는 “거친 음식은 비만과 질병을 치료하고 장수를 부르는 전통식으로 배부른 영양실조에 걸린 현대인의 몸을 살리고 각종 질환을 치료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거친 음식으로 온 가족의 건강을 지키라”고 귀띔한다.


“건강한 몸과 행복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얻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정답을 멀리서 찾으려고만 한다. 정답은 의외로 우리 가까이에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을 바꾸면 되기 때문이다…자연과 가까워질수록 병은 멀어진다. 반대로 자연과 멀어질수록 병은 가까워진다. 때문에 건강을 생각한다면 다소 거칠더라도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먹어야 한다.”

 

거친 음식이 왜 좋은가?


이 교수는 현대인의 식탁을 거친 음식으로 바꿀 수 있도록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거친 음식들도 소개하고 생활 속에서 ‘거친 음식 건강법’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가 말하는 거친 음식이란 첫 번째, 자연 환경 속에서 농약이나 화학비료의 도움을 받지 않고 거칠게 자란 식품을 말한다. 농작물은 원래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뿌리지 않더라도 스스로 자신을 병원균이나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물질을 생리활성 물질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물질들은 식물체자신도 보호하지만 우리 인간의  몸속에 들어오면 면역력을 증강시켜 질병에 잘 걸리지 않게도 해주고, 몸 안의 활성 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제 역할을 하여 암을 예방해 주기도 한다.

 

이러한 생리활성이 많이 들어 있는 거친 음식은 색이 진하고 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비타민 A·C·E 등이 많이 들어 있는 녹황색 채소나, 안토시아닌 적색 색소가 많이 들어 있는 적포도·검은콩, 유황화합물이 많이 들어 있는 마늘·양파·부추 등이 이러한 예라고 한다.


이 교수가 두 번째로 꼽는 거친 음식은 껍질을 제거하지 않은 식품이다. 비타민·무기질·섬유소 등 곡물의 영양분은 대부분 씨눈이나 겨층에 많이 들어 있다. 씨눈이 있어야만 싹이 튼다. 싹이 튼다는 것은 생명력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도정해서 씨눈이 제거되면 싹이 트지 않는다.


세 번째 거친 음식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토종식품이나 전통 식품을 말한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품은 그 지방의 기후, 토양, 풍토에 알맞은 식품으로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잘 맞는 특성이 있다. 또한 수확한 후에 가공하거나 보관하지 않고 바로 소비할 수 있어 신선하고 영양가의 파괴도 적다고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특히 “우리 조상들이 먹어왔던 도라지·민들레·질경이·칡·쑥·산나물처럼 자연 속에서 자란 야생식물도 거친 음식이고, 예로부터 먹어오던 간장·된장·고추장·김치 등 우리의 전통식품이야말로 훌륭한 거친 음식”이라고 귀띔한다.


“음식은 익히거나 구워서 먹을 때보다 날로 먹을 때 영양가가 훨씬 더 높다. 날로 먹게 되면 조리해서 먹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무기질과 비타민·엽록소·효소 등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팽이는 느릿느릿 기어가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이런 달팽이의 모습은 아무 생각 없이 어리석게 빨리빨리 행동하는 우리 인간들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이에 바쁘다는 핑계로 먹는 것마저도 빨리 먹어치우는 작금에 달팽이의 느린 행동을 한 번쯤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 이원종 교수는 “우리 조상들이 먹어왔던 도라지·민들레·질경이·칡·쑥·산나물처럼 자연 속에서 자란 야생식물이 바로 몸에 좋은 거친 음식”이라고 강조한다. <사진출처=Pixabay>    

 

슬로푸드 먹어야 하는 이유


“지방은 흡수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지방이 많은 식품을 저녁에 먹게 되면 6~8시간이 지난 뒤에야 동맥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때가 바로 새벽이다. 따라서 버터나 육류처럼 지방이 많은 식품의 경우 밤에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등푸른 생선을 먹는 것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자주 먹어야 도움이 될까. 일주일에 140~560g 정도 등푸른 생선을 섭취하면 심장 건강뿐만 아니라 퇴행성 안질환의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호주 시드니대학과 미국 하버드 의대를 통해 발표되었다. 따라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약 560g 정도의 생선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렇듯 이 교수는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먹거리에 대한 점검은 물론 왜 지금 슬로푸드를 먹어야 하는지, 슬로푸드가 우리의 건강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그런 점에서 그의 슬로푸드 건강론은 바른 먹거리에 대한 불감증이 만연하는 작금에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분명하게 되짚어주고 있다.


“자동차가 휘발유로만 움직일 수 없고 윤활유가 필요하듯, 우리 몸 역시 에너지만으로는 결코 유지할 수 없다. 이에 무기질과 비타민과 같은 윤활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제한 식품이나 가공식품에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은 많이 들어 있는 반면, 무기질과 비타민은 거의 들어 있지 않다. 따라서 정제하지 않은 음식으로부터 무기질과 비타민을 반드시 섭취해야만 한다.”


“비타민이 만병통치약이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꼭 필요한 적정량을 복용해야만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 식품의약청은 국민들에게 베타카로틴(비타민A)이 첨가된 주스나 영양제의 구매를 절제하라고 권고한 바 있으며, 영국 보건부 역시 비타민 B6을 하루 10g 이상 섭취하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다.”

 

▲ 우리 조상들이 예로부터 먹어오던 간장·된장·고추장·김치 등 전통식품이야말로 훌륭한 슬로푸드다. <사진출처=Pixabay>    

 

왜 유기농 식품일까?


아울러 이 교수는 가급적이면 자연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식품을 먹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화학비료나 농악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유기농 채소는 벌레 먹은 자국이 있다. 또 퇴비의 영향으로 인해 잎이 매우 두껍고 억센 편이다. 이른바 거친 채소다.

 

반면,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해 재배한 일반 채소는 보기에는 좋지만 잔류 농약으로 인해 문제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맛과 영양 역시 크게 떨어진다.

 

그 결과, 유기농 채소에 비해 생리활성물질이 다양하게 생성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영양소 역시 풍부하지 못하다. 이는 해충과 병균을 방지하기 위해 농약과 비료를 뿌린 나머지 안일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하게 되면 식물체는 더욱 허약해지게 된다. 그 결과, 농약 사용이 더욱 늘어나게 될 뿐만 아니라 땅에 유용한 미생물의 번식 역시 막아 땅을 죽게 만든다.”


몇 십 년 전만 해도 철에 따라 생산되는 과일이나 채소를 먹었다. 하지만 요즘은 비닐하우스에서 사시사철 생산되는 과일이나 채소를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 그렇다면 비닐하우스에서 속성으로 재배한 과일과 채소는 과연 안전할까.


“비닐하우스에서 속성으로 재배한 과일과 채소는 충분한 햇빛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연약할 뿐만 아니라 미량 영양소(단백질·탄수화물·지방을 제외하고 비타민·무기질·피토케미컬 등의 영양소)의 함량 역시 매우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옛날에는 휴경(부치던 땅을 농사짓지 않고 얼마 동안 묵히는 일)을 해서 땅을 충분히 쉬게 한 후 과일이나 채소를 재배했다. 그 결과, 신선하고 영양적으로도 우수한 과일과 채소를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비닐하우스를 통해 일 년 내내 과일과 채소를 재배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식물이 원하는 영양분이 고갈될 뿐만 아니라 땅 역시 쉴 틈이 없기 때문에 죽어갈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식물성 식품의 셀레늄과 같은 미량 영양소의 함량은 물론 동물성 식품의 셀레늄 함량 역시 땅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해서 재배하거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 채소나 야채, 과일보다는 자연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채소와 야채, 과일이 영양적인 면에서 훨씬 더 우수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같은 토마토라도 화학비료를 사용해서 제배한 것은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보다 비타민C 함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며, 시금치의 철분 역시 화학비료로 재배할 경우 1/3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는 것.


실제 이 교수가 대학 실험실에서 직접 분석해본 결과, 야생 더덕의 경우 인공으로 재배한 것보다 식이섬유 함량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야생에서 자란 산삼이 인공적으로 재배한 인삼보다 약효가 훨씬 더 뛰어난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

 

삶의 질과 느림의 건강학


시간에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느림’은 삶의 질에 대한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하지만 느긋함이 곧 게으름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의 식탁과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무조건 ‘빨리빨리’를 외치면서, 음식에서 마저 속도에 휩쓸리듯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스턴트식품이 등장하기 전 우리의 먹을거리는 모두 슬로푸드(slow-food)였다. 인공적인 가공이 아닌 자연 숙성이나 발효과정을 거친 것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산된 재료에 요리하는 사람의 정성이 깃들다 보니 먹는 사람들도 ‘삶의 여유’를 느꼈다. ‘음식이 곧 약’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불과 몇 십 년 사이 우리의 밥상은 180도 달라졌다.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가 넘치는 세상이 되고 만 것이다.


“한때 ‘1일 1식’ 또는 ‘간헐적 단식’이 열풍을 일으켰다. 이는 영양 과잉이 낳은 사회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1일 1식과 간헐적 단식은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아침을 먹지 않는 것이 우리 몸에 좋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이 먹는 사람보다 비만·고혈압·당뇨병·심장병 등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렇듯 아침식사는 신체적·정신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살을 빼려면 밥부터 바꿔야 한다. 흰쌀밥 대신 현미·보리·잡곡밥 등 인슐린을 적게 분비하는 음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먹어 오던 밥을 갑자기 바꿔 먹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므로 먹다가 도저히 먹을 수 없을 때는 멈춰도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채식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채식만 하게 되면 비타민 B12와 칼슘·아연 등이 부족한 나머지 자칫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때문에 성장기 아이들이나 임산부의 경우 채식만 하는 것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채식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식물성 식품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까. 이 교수는 “그 해답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즉, 조상들이 즐겨먹던 음식인 슬로푸드를 통해 잃어버린 건강과 행복을 되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로컬푸드 먹어야 하는 이유


“196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집에 텃밭이 있어서 먹거리를 자급자족했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먹기 편리한 가공식품들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경제 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식품제조 회사들이 점점 더 대형화되고, 다국적화되어 감에 따라 식품이 운반되는 거리 역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실례로, 현재 세계에서 거래되는 곡물의 70~80%는 미국의 두 개 식품회사에 의해 취급되고 있다. 식품을 전 세계로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가공하거나 냉장시켜 저장기간을 늘려야 한다. 특히 저장기간을 늘리려면 방부제의 사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수입 식품의 경우 장기간 대량 수송이 필요하기 때문에 농약이나 훈증제의 사용 역시 인정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는 밀 콩·옥수수 등은 거의 90%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고기류 역시 6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수입 식품들 중에는 유전자 조작이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콩·옥수수·면화 등의 상당량은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해 재배하는 경우가 많다. 가축 역시 대량으로 사육해서 공급하다 보니 광우병 구제역·조류독감·아프리카돼지열병 등에 감염된 고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이 교수는 “의심스러운 식품을 먹지 않기 위해서는 유통거리가 짧고, 지역 내에서 생산된 안전한 먹거리, 즉 로컬푸드를 먹으라”고 권유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것이다. ‘요즘처럼 과학기술이 발전한 시대에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품이 반드시 질과 영양적인 면에서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까?’


“지역에서 재배되는 재래품종은 그 지방의 기후와 풍토 그리고 그 지역 사람들의 기호 및 용도에 맞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서양 사람들은 콩을 기름을 짜는 용도로만 사용해왔기 때문에 지방의 함량이 높은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콩을 된장·간장·콩나물·두부용으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단백질 함량이 훨씬 더 높다.

 

그 결과, 영양적인 면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품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신선할 뿐만 아니라 영양가 역시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이는 생산된 직후에 가공하거나 냉장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먹는 것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인류가 오랫동안 먹어온 슬로푸드를 중심으로, 우리가 미처 몰랐었던 슬로푸드의 숨겨진 비밀과 효과에 대해서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최근 들어 친환경 식품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다. 가격 역시 내려가고 있는 추세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채소·과일·고기·계란·자연식품 등 먹거리 대부분을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하고 키운 식품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대형 슈퍼마켓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들어 유기농 식품업체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불황 속에서도 유기농 시장이 커지는 배경으로는 웰빙 열풍으로 인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 증대와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는 사회 구조적인 변화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소득 수준이 높고 건강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일수록 먹을 것만큼은 제대로 된 것을 먹자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2012년 4조 원에 머물렀던 유기농 시장이 2020년에는 7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농산물 시장의 20%에 가까운 수치다. 중국산 식품에 대한 불안감으로 친환경 식품을 찾는 경우도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멜라민 파동으로부터 시작해 불임을 유발할 수 있는 오이까지 중국산 불량식품 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일본발(發) 방사능 공포까지 겹쳐 친환경 식품을 찾는 사람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일반 농산물에 비해 유기농 식품의 경우 18~2배, 무농약 식품은 1.4~18배, 저농약 식품은 1.3배 정도 비싼 편이다. 이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식품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먹거리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면서 “가족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값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친환경 농산물을 먹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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