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공소장 변경’ 불허 재판부 결정 뭘 의미하나?

검찰 무리한 기소+모순된 주장…논란 부를 듯

옥성구(뉴시스 기자) | 기사입력 2019/12/13 [14:23]

‘정경심 공소장 변경’ 불허 재판부 결정 뭘 의미하나?

검찰 무리한 기소+모순된 주장…논란 부를 듯

옥성구(뉴시스 기자) | 입력 : 2019/12/13 [14:23]

법원, 변경 전·후 공범·일시·장소·범행방법 모두 다르다고 판단
수사기록 열람·복사 이뤄지지 못한 것 두고 검찰 강하게 질책

 

▲ 지난 9월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휴대폰으로 전송된 조국 딸의 동양대학교 표창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검찰이 신청한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법원은 또한 추가기소 사건에 대해 수사기록 열람·복사가 아직 이뤄지지 못한 것을 두고 검찰을 강하게 질책하며 정 교수의 보석 가능성도 언급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12월10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3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준비기일이기 때문에 정 교수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지난 11월27일 신청한 ‘사문서 위조’ 혐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불허했다.


변경 전·후 공소장을 직접 제시하며 비교한 재판부는 “죄명과 적용된 법조는 동일하고, 표창장 문안이나 기재 내용도 동일한 것은 맞다”면서도 ”이 사건 공범·일시·장소·범행 방법·행사 목적 모두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기존 공소장에 ‘2012년 9월7일 정 교수가 동양대에서 학교 총장의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고 적었지만, 이후 ‘2013년 6월경 정 교수가 자신의 주거지에서 컴퓨터를 통해 파일을 붙여 위조했다’는 취지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공소장 변경을 위해서는 기존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가능하다. 재판부는 검찰이 변경 신청한 공소사실이 기존 공소사실과 5가지 범주에서 모두 달라 동일성을 해하기 때문에 공소장 변경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공범·일시·장소·범행 방법·행사 목적 중 하나만 동일하면 동일성이 충분히 인정되지만, 다섯 가지 모두 중대하게 변경돼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기소한 것은 하나의 문건에 대해 위조했다는 하나의 사실”이라며 “그와 관련해 일시·장소 일부를 변경 신청한 것이다. 기존 판례에 비춰도 동일성이 인정되는데도 불구하고 공소장 변경을 허가 안 한 재판부의 결정은 저희가 보기에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추가 검토해 공소장 변경을 재신청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와 검찰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유지한다”고 밝히자 재판부는 “검찰 스스로 사실과 다르다고 해서 변경하는데 유지한다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검찰은 “다르다고 한 것이 아니다. 동일하다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이 재차 “저희는 (동일하다고) 그렇게 본다. 그래서 관련 증거를 제출하는 것”이라고 하자 재판부는 “저희 판단이 틀릴 수 있지만 검사님은 검찰 판단이 틀릴 수 있다고 생각 안했나“라고 지적하며 “재판부 지시에 따라 달라. 계속 그렇게 하면 퇴정을 요청하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아울러 검찰을 향해 “준비기일에서 제출하지 않은, 이미 확보된 중요 증거를 공판기일에서 뒤늦게 제출할 경우 증거목록에 채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9월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 나왔던 표창장 스캔 파일을 검찰이 확보하고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신속히 제출하라는 취지로 보인다. 검찰은 수사 당시 해당 파일의 확보 여부에 대해 법정에서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추가기소 사건의 수사기록 열람·등사가 완료되지 않은 것을 두고 검찰을 질책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추가기소 사건에 대한 정 교수 측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정 교수 측은 “입시비리 부분은 전혀 열람·등사를 못했고, 사모펀드 부분도 등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지난 11월11일 기소 후 26일부터 열람·등사를 시작했는데 자꾸 진행이 늦어지면 정 교수 측 방어권 보장을 위해 보석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이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고 답했으나 재판부는 다시 한 번 단호한 목소리로 “기소 한 달이 지났다. 아직 공판준비기일도 진행 못하면 어쩌나”라고 호통치듯 말했다.


재판부는 또한 “입시비리 등의 혐의는 사건이 방대하고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는 정범에 대한 기소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사모펀드 혐의부터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 교수의 변호인 측이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불허한 법원 판단에 대해 “당연한 결정”이라며 “이제 법원의 시간이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교수 측 변호를 맡은 김칠준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언론에 나온 것들은 검찰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었다”며 “이제 법원의 시간이 됐다. 양측이 법정에 내놓은 증거에 대해 적법한 조사를 거치면 이후 재판부가 판단하는 것이 인간이 만들어 낸 최선의 진실”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스스로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해놓고 변경 전 공소사실 그대로 유죄 입증을 하겠다는 것은 검찰의 모순된 주장”이라며 “이대로 주장을 이어갈 경우 법원에서는 증거가 없으니 무죄판결을 할 수밖에 없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아울러 “법원이 공소장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검찰이 법률이 아닌 정치적·정무적 판단 아래 서둘러 기소한 것이 끝내 법적으로 이렇게 귀결됐다. 비정상적 검찰권 행사의 한 단면을 이 재판을 통해 충분히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지난 9월6일 딸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사문서위조)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후 검찰은 지난 11월11일 14개 혐의를 추가해 정 교수를 구속기소했다. ▲자녀 입시비리 관련 업무방해 등 6개 혐의 ▲사모펀드 관련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신고·미공개정보이용) 등 4개 혐의 ▲검찰 수사 대비 증거인멸 교사 등 4개 혐의 등이다.


검찰이 변경하려는 공소사실이 기존 공소사실과 크게 달라 동일성을 해하는 경우이므로 법원이 공소장 변경은 불가하다고 본 것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향후 검찰이 공소를 취하할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기존 공소사실과 검찰이 변경하려는 공소사실 사이의 동일성 검증을 했고, 두 공소사실 간 공범·일시·장소·범행 방법·행사 목적이 모두 다르다고 판단했다. 공소장 변경을 위해서는 기존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가능하다.


두 공소사실이 다르다고 판단된 배경 중 우선 공범 관계에 대해 기존 공소장에는 ‘성명 불상자’로 돼 있지만, 변경 신청한 공소장에는 정 교수의 딸 조모씨로 기재됐다.


범행 일시도 기존 공소장에는 ‘2012년 9월7일’로 돼 있고, 변경 신청 공소장에는 ‘2013년 6월경’으로 돼 있다. 장소 역시 ‘동양대’와 ‘자신의 주거지’로 차이가 있다.


검찰은 기존 공소장에 정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한 방법에 대해 ‘컴퓨터로 표창장 문안 파일을 작성해 출력한 뒤 학교 총장의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고 봤다. 하지만 이후 ‘컴퓨터를 통해 아들의 상장을 스캔하고 캡처해 컬러 프린트로 출력한 뒤 파일을 붙여 위조했다’고 변경하고자 했다.


또 검찰은 위조된 표창장을 행사하려 한 목적에 대해 기존에는 ‘국내 유명대학에 진학하려는 목적’이라고 기재했지만, 변경 후에는 ‘서울대에 위조된 문서를 제출하려 했다’고 봤다. 사문서 위조 혐의의 경우 범행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고의성 외에도 위조한 문서를 행사하려 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재판부는 이같이 변경된 부분 모두의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추가 검토 후 공소장 변경을 재신청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기각될 경우 향후 ‘사문서 위조’ 재판은 기존 공소사실을 토대로 진행된다. 이 경우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거나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 판단이 나올 수 있다.


아울러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고 변경하고자 하는 공소사실을 토대로 다시 기소할 가능성도 있다. 법원이 이미 두 공소사실 간 동일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 경우 일단 처리된 사건은 다시 다루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면 재판부는 공소기각 결정을 내린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변경 여부를 판단하는 공소사실에서 일시와 장소가 가장 중요한데 법원에서 이미 동일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고 변경하고자 하는 공소사실로 기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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