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자신의 저서에서 “지난 몇 년 사이 한국 경제는 정체되어 있지만 한반도는 5년 후 아시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지만 북한의 개방으로 풍부한 자원과 값싼 노동력이 한국으로 흘러들어와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고 말한다. 전쟁 가능성을 우려했던 전 세계의 자금이 한반도의 평화를 계기로 한국으로 흘러들어오고, 한국의 재벌 기업들을 필두로 북한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 선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이유다.
또 북한에서도 기업가가 탄생하고 주변 강대국들의 기업가와 자본이 한반도로 유입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짐 로저스는 현재 선진국의 경제는 정체 무드에 빠져 있지만, 한국과 북한은 앞으로 2020~2022년을 기점으로 다른 나라만큼 불황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북한의 두 자릿수 성장을 예측한다.
2015년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전 재산을 투자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던 그는 지금 딸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싱가포르에 살고 있지만 그것만 아니면 북한으로 이사할지도 모른다고 말할 정도로 북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강한 믿음을 드러낸다. 그만큼 북한과 한국은 중대한 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는 것.
조지 소로스가 이사 가고 싶은 곳이라는 북한은 여전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북한은 어디로 가고 있으며, 북한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2018년 식료품 수입 늘고 곡물가격 안정세 유지…식생활에는 큰 타격 없어
김정은 정권 '국산화 정책' 힘입어 북한산 의류 비중 전년보다 18.9% 증가
TV(88.8%), 전기밥솥(69.09%). 휴대전화(61.2%) 등 고가 자산의 비중도 급증
▲ 2019년 3월 평양의 한 실내수영장에서 결혼을 앞둔 한 쌍의 남녀가 결혼사진 야외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출처=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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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초순 서울대학교 평화통일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북한 사회변동과 주민의식’ 관련 세미나는 북한사회와 북한사람들의 현재 모습을 비교적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였다.
특히 통일연구원 소속 정은미 연구원이 ‘북한 의식주 생활 변화와 정보화’를 주제로 북한사람들의 휴대전화·컴퓨터 보유 실태, 한 달 지출내역, 남한 물건 사용경험, 사교육, 일상의 고민 등에 관한 조사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의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진행한 정 연구원은 “경제 제재, 식량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북한사람들의 식생활 위기 시그널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2018년 곡물, 밀가루, 식료품 수입 증가와 시장 곡물가격 안정세 유지로 식생활에 큰 타격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또한 “올해 조사에서는 북한사람들의 동물성단백질 섭취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지만, 2019년 북한 전역에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영향으로 내년 조사에서는 고기 섭취율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세계농업기구(FAO)는 최근 보고서에서 가뭄과 이상기후로 인한 곡물생산 저조로 2019년 1100만 명(북한 전체 인구의 40%)이 식량불안에 처할 수 있으므로 모니터링과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김정은 정권에서 강조하고 있는 국산화 정책의 결과가 주민생활 변화에 나타나, 국산(북한산) 의류의 비중이 2015년 3.6%에서 2019년 18.9%로 빠르게 늘었다”고 전했으며 “가구(家口) 보유자산(살림집 내구재)의 경우 저소득 개도국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과 달리 저가 자산보다는 고가 자산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이 발표한 북한의 의식주 실태와 변화를 내용을 좀더 자세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식생활 실태
2015년 이후부터 2019년까지 하루 세 끼 이상의 식사를 했다는 응답률은 87.9%로 식생활이 비교적 안정적인 추세를 보였다. 반대로 같은 시기 결식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 자료(2018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의하면, 2018년 농림어업 생산량이 전년 대비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식량가격 안정과 식료품 수입 증가로 식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식으로 ‘거의 입쌀’을 먹었다는 응답률은 지난해 45.3%에서 2019년 69.0%로,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은미 연구원은 “이는 쌀 시장가격 안정과 소득 증가 등으로 식생활의 질적 수준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동물성 단백질인 고기 섭취량도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일주일 한두 번 고기 섭취’ 응답률은 46.6%로, ‘거의 매일’ 섭취 응답률 15.5%와 합하면 62.1%로 상당한 변화를 보인다.
전반적인 식생활 평가를 보면, “가족 모두 충분한 양과 질의 식사를 했다”는 응답들이 지난 3년 동안 감소세를 보였으나, 2018년 26.4%에서 2019년 41.4%로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반면 식생활이 취약(‘가끔 부족’ ‘자주 부족’)했던 응답자는 10명 중 1명 정도로 비중이 적은 편이다.
▲의생활 실태
시장(장마당)의 비중이 2018년 90.8%에서 2019년 88.8%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는데(90.8%-88.8%), 이는 유통 부문의 다변화로 시장 비중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백화점 또는 외화상점 비중이 6.9%, 국영상점(직매점 포함) 비중은 3.4%로 나타났다.
지난 3년 동안 북한산 의복의 비중은 증가세(2017년 9.5%, 2018년 15.9%, 2019년 18.9%)가 뚜렷했지만, 중국산 의복의 비중은 2017년 86.5%, 2018년 82.9%, 2019년 73.0% 등 최근 3년간 감소 추세를 보여 대조적인 결과를 나타냈다.
정은미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에서 강조하고 있는 국산화 정책으로 소비품의 국산 비중이 점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남북통일농구경기에 참가한 농구단 선수들이 2019년 7월3일 평양 고려호텔에 도착한 가운데 호텔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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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생활 실태
아파트 거주자의 비중은 2018년 12.6%에서 2019년 28.4%로 크게 증가했으며, 반면 연립주택과 단독주택 거주자의 비중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주민들의 아파트 선호도는 상당히 높았으나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여 여전히 연립주택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살림집을 장만한 방법으로 ‘내 돈 주고 구매했다’는 응답이 2018년 39.3%에서 2019년 58.6%로 1년 사이에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적 거래에 의한 주택 마련의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북한의 ‘주택시장’이 활성화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살림집을 ‘직접 건축했다’는 응답은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는데(2018년 16.7%→2019년 5.2%), 이는 대북제재 강화로 인한 건축자재 수입이 감소한 무역환경의 변화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북한사람들은 살림집 안에 무엇을 들여놓고 살고 있을까.
살림집 내구재 보유 현황 조사결과 보유율이 높은 것은 TV(88.8%), CD플레이어(81.0%), 전기밥솥(69.09%). 휴대전화(61.2%). 집전화(56.9%). 자전거(52.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가구 내 자가발전체계(태양광+축전지)가 구축되면서 국가의 전력공급 부족에도 불구하고 전기제품 보유율이 높은 편이지만, 불안정한 전력공급과 상수도 인프라 낙후로 냉장고와 세탁기 보유율은 낮은 편이다.
유니세프와 북한 중앙통계국이 공동 조사한 ‘북한 다중지표군집조사(MICS)’ 결과와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IPUS) 조사결과를 비교했을 때 냉장고, 전기밥솥, 세탁기, CD플레이어, 휴대전화 보유 웅답률은 두 조사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자전거 보유 응답률은 MICS에서 더 높게, 오토바이 보유 응답률은 IPUS에서 데 높게 나타났다. 개인 이동수단이 자전거에서 오토바이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가축과 텃밭 보유 응답률은 MICS에서 더 높게 나타났고, 컴퓨터는 IPUS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 북한 평양 순안공항에 설치된 현금지급기 모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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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실태와 변화
휴대전화 보유 응답률은 62.9%로 MICS에서 조사된 66.4%와 근접한 수준이다. 휴대전화 사용 용도는 ‘장사 또는 사업일’이란 응답이 절반 이상(51.4%)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연령대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20대의 경우는 일상적 소통과 오락용 비중 높았지만, 40대 이상부터는 ‘장사 또는 사업일’ 용도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김정은 정권에서 현대화·정보화 정책이 강조되고 있지만 일반 주민들의 컴퓨터 이용 경험(웅답률 44.0%)은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으며, 연령이 낮을수록 컴퓨터 이용 경험들이 높고, 50대 이상의 경우는 매우 낮아 세대간 정보격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 컴퓨터 경험 응답률은 20대 44.9%, 30대 26.5%, 40대 24.5%, 50대 4.1%, 60대 이상 0%였다.
단속과 휴대에 용이한 노트북 자가 보유 중가로 컴퓨터 이용 장소는 공공기관(2.0%)보다는 본인 집의 비중이 84.3%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정보화, 전민과학기술 인재화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일반 북한주민들의 일상적 정보접근은 매우 낮은 수준임을 보여준다.
북한 정권은 국가방(광명)의 전국 네트워크 구축, 과학기술 전망을 거점으로 한 전국의 전자도서관 및 과학기술 보급실이 인트라넷에 연결되었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일반 주민들의 경우 인트라넷 실제 경험률은 6.9%에 불과했다.
또한 인트라넷 이용 장소의 대부분은 공공기관으로 정보화가 평양 및 대도시, 정부기관, 교육 및 연구기관, 특정 산업부문 등을 중심으로 불균형적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북한 경제변화로 문화변동 일어나 부유층 사람들 결혼 풍속도 급격히 변화
혼수품 손오공아(손전화기, 오토바이 (대학) 공부 뒷바라지, 아파트) 뜨고 있다
▲ 사진은 2015년 통일부 후원으로 진행된 북한 이탈 주민들의 합동 결혼식 장면.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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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경제와 소비생활
북한주민들의 월 지출내역을 살펴보면 식비가 43.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저개발 국가의 가구 소비·지출 구조를 보이고 있었다. 의류비, 문화비, 기타 비용(의료비·통신비·교통비 등)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하고 있어 소비생활이 다변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한 물건 사용경험 응답률은 지난 3년 동안 감소세를 보였으며, 2018년 41.4%에서 2019년 59.5%로 크게 중가한 것으로 나탔다. 이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세 차례의 남북점상회담 개최 등 남북관계가 활발해지면서 남한 상품에 대한 선호와 소비가 다시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남한 상품 중 의류의 비중이 67.6%로 가장 높고, 다음은 식료품, 잡화(신발·화장품·액세서리 등), 전자제품 순으로 응답률이 나타났다.
자녀의 개인강습(사교육) 경험률은 전년보다 크게 올라 32.7%로 조사됐다. 이는 조사 개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낸 것이다. 수학·물리·화학 등과 같은 교과목의 개인강습 응답률이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는 음악학·컴퓨터학·무용학·체육 순으로 나타났다.
일상의 고민에 대해 조사한 결과 ‘돈 버는 것’, 즉 소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었으나 2019년 조사에서는 전년 대비 11.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단속(손전화·탈북·마약·비사검열 등에 대한 보안원·보위부의 단속)에 대한 고민이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대북제재가 강화된 상황에서 밀수활동이 증가한 가운데 단속에 대한 부담감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에서는 뇌물이 일상화되어 의식적인 부담감이 높은 편은 아닌 듯 보이며, 조직 생활에 대한 응답률이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층별 주민생활 비교
탈북 직전 상황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주관적으로 자신이 속한 계층에 대해 상층 14.8%, 중층 60.9%, 하층 24.3% 순으로 답했다. 전년 대비 상층과 중층의 비중은 높아졌다. 2018년 조사에서는 상층 12.6%, 중층 55.2%, 하층 32.2% 순으로 답했다.
비공식 소득을 기준으로 고소득 구간(월 소득 100만 원 초과)에서 계층 간 격차가 크게 발생하는데, 월 비공식 소득 100만 원 초과 비중은 상층 35.3%, 중층 24.3%, 하층 14.3%로 나타났다. 직업은 소득 및 계층과 통계적으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 평양 광장에서 여자 대학생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행사에 참석한 모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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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별 의식주 생활 비교
계층 간 식생활의 양과 질 모두 확연한 차이가 발생하는데, 상층은 10명 중 6명 이상이 가족 모두 충분한 양과 다양한 음식을 섭취했다고 웅답했으나, 하층은 10명 중 4명이 먹을 것이 부족했다고 응답했다.
하층의 경우 연립주택 거주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아파트 거주 비중은 매우 낮게 나타났으며, 상층과 중층의 경우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요보다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여 소득 증가 추세에 비해 아파트 거주 비중은 급격히 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TV의 경우 계층과 상관없이 보유 응답률이 매우 높아 계층 변별력이 약했다. 개인 이동수단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자전거 역시 계층 간 보유율에 큰 차이가 없어 계층 변별력이 낮았다.
국제재산지수(IWI: International Wealth Index)에서 고가 자산(250달러 이상)으로 분류되는 냄장고, 세탁기, 손전화, 컴퓨터, 오토바이 등에서는 계층 간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시장 분배체계에서 주변부에 위치하는 하층의 자산력(또는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가축과 텃밭의 생산물은 대부분 농축산물로, 시장에서 교환가치가 공산품보다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중층과 하충의 보유 비율이 높더라도 경제적 지위 상승효과는 크지 않았다.
정은미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에서 강조하고 있는 ‘국산화’ 정책의 결과가 북한주민들의 생활에 나타났다”면서 “예를 들어, 북한산 의류 비중이 2015년 3.6%에서 2019년 18.9%로 빠르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또한 2018년 남북관계 개선 효과가 주민생활에 즉각적으로 나타나 남한 물건 사용 경험률이 2018년 41.4%에서 2019년 59.5%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의 경제변화로 문화변동이 일어나고 있으며, 북한 부유층의 결혼 풍속도가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예를 들어, 혼수품이 시대적 변화에 따라 ‘5장 6기’에서 손오공아(손전화기, 오토바이 (대학) 공부 뒷바라지, 아파트)로 변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 연구원은 “소득 격차로 북한주민들의 계층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고, 빈부격차, 도·농 간 불평등, 부패의증가가 향후 북한 발전의 주요 장애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