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유니클로, 이번에는 ‘공짜 마케팅’ 논란

‘공짜 내복’ 미끼에 매장 북적…‘내복 거지’ 비난 봇물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11/22 [14:59]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유니클로, 이번에는 ‘공짜 마케팅’ 논란

‘공짜 내복’ 미끼에 매장 북적…‘내복 거지’ 비난 봇물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11/22 [14:59]

소비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불량 제품과 저질 서비스의 실태를 고발하는 ‘똑부러진’ 소비자들이 늘면서 기업들도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 이제 소비자 문제는 정부나 소비자 보호기관의 노력으로 그치던 단계를 넘어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소비자 정보제공 창구인  <컨슈머 리포트>까지 등장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정보로 무장하고,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나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본지에서도 독자들이 보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실용적인 소비자 정보와 자료를 전달하는 생활환경 감시 페이지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발열내의 10만 장 무료로 뿌리는 행사에 온·오프라인 북새통
공짜 이벤트에 혹하는 사람 늘자 “자존심은 지키자” 갑론을박

 

▲ 유니클로는 최근 ‘15주년 기념 겨울 감사제’를 내세워 파격적인 온오프라인 할인 행사를 벌였다. <뉴시스>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본사 임원이 불매운동을 비하했다는 논란, 위안부 피해자를 조롱하는 듯한 광고로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은 유니클로가 또다시 논란을 부르고 있다.

 

유니클로에서 제품을 구매하기만 하면 발열내의(히트텍) 한 벌을 주는 ‘공짜 마케팅’을 벌이자 한산하던 오프라인 매장과 공식 온라인몰은 오랜 만에 북적거렸다. 모처럼 품절 사태도 빚었지만 유니클로의 공격 마케팅을 바라보는 여론은 곱지 않다.


유니클로는 최근 ‘15주년 기념 겨울 감사제’를 내세워 파격적인 온오프라인 할인 행사를 벌였다. 지난 11월15일부터 21일까지 오프라인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빅히트 상품인 발열내의 10만 장을 선착순으로 무료 증정하는 ‘미끼’도 내걸었다.


구매금액에 상관없이 유니클로 제품을 단 한 가지만 사도 한 사람당 발열내의 한 장씩 제공한다는 마케팅은 소비자들을 홀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 7월 이후 반값 행사에도 오프라인 매장은 썰렁했지만, 11월 셋째 주 주말 유니클로의 주요 매장은 ‘공짜 히트텍’을 받으려는 소비자들로 붐볐다. 지난 몇 달간의 불매운동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반응은 뜨거웠다.


‘겨울 감사제’가 시작된 주말인 11월16~17일 유니클로 온오프라인에 고객이 대거 몰려드는 바람에 매장마다 준비했던 발열내의가 1시간 만에 동이 나는 등 ‘조기 매진’ 사례를 빚었다.


지난 11월19일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의 대표적인 유니클로 매장은 겨울 아이템 발열내의와 후리스를 사려는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몇 달 전 한산했던 분위기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지하와 1층에 마련된 계산대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장바구니 가득 의류를 채워 넣고 기다리는 손님도 제법 많았다.


지난 10월 진행된 15주년 감사제 ‘반값 할인’에도 8개사 카드 매출이 매출 60% 넘게 급감하자 유니클로가 빅히트 아이템을 사은품으로 주며 물량공세를 펴자 눈치를 보던 ‘샤이 소비자’들이 발길 돌리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사정이 이쯤 되자 지금 같은 상황에서 공짜 마케팅에 현혹돼 유니클로 매장을 찾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 트위터 등 SNS에는 유니클로 무료상품 미끼에 고객들이 몰리는 현상을 ‘내복 거지’ ‘영혼을 파는 행위’라며 비난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 홍보 전문가’로 알려진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1월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1월 셋째 주 주말 한 유니클로 매장 앞에 길게 늘어진 대기행렬의 사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서 교수는 “불매운동이 절대 강요될 수 없다. 개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도 “이런 상황을 두고 일본 우익과 언론에서 얼마나 비웃겠나. 아무쪼록 우리 모두 최소한의 자존심만은 지켰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서 교수는 “유니클로 일본 임원이 ‘한국 불매 운동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한국인 비하 발언을 했었다”며 “예전에는 전범기인 욱일기를 티셔츠에 새겨 판매하기도 했고 특히 최근 일본군 위안부를 조롱하는 광고를 제작해 큰 물의를 일으킨 회사”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이어 “이런 회사에서 공짜라고 나눠주는 내복을 꼭 받으러 가야만 하겠느냐”며 “이 상황을 두고 일본 우익과 언론에서는 또 얼마나 비웃고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는 11월18일 트위터에 유니클로 감사제 논란을 다룬 기사를 ‘링크’한 뒤 “‘조선인들은 공짜라면 오금을 못 편다’ ‘조선인들은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 먹는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대표적 ‘혐한’ 담론이었다”고 환기시키며 “유니클로의 한국인에 대한 이트텍 무료 배포는, ‘공격적 마케팅’이 아니라 ‘혐한 마케팅’입니다”라고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유니클로가 공짜 행사를 여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데 줄서서 구매하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했다”며 “불매운동은 잠깐 유행이었나 보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커뮤니티에는 “유니클로 방문자들 인생 값어치가 내복 한 장 수준이다”, “자존심의 가치가 그 정도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실제 고객이 늘었는지, 매출 회복으로 연결됐는지에 대해 유니클로 측은 구체적인 실적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이번 감사제와 관련해서는 “한국 진출 15주년과 맞물려 역대 가장 큰 규모”라고만 밝혔다.


한편 대대적인 할인공세에도 불구하고 유니클로의 매출 격감 추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삼성·신한·KB국민·현대 등 국내 8개 카드사로부터 제출받은 ‘신용카드 매출액 현황’ 가운데 유니클로의 지난 10월 매출액은 9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75억 원보다 67%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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