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보수 대통합 제안 ‘우파 빅텐트’ 가능은 한가?

황교안 ‘러브콜’…유승민 ‘심쿵’…공화당 ‘냉랭’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11/11 [11:54]

황교안 보수 대통합 제안 ‘우파 빅텐트’ 가능은 한가?

황교안 ‘러브콜’…유승민 ‘심쿵’…공화당 ‘냉랭’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11/11 [11:54]

2020년 4월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수통합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제1 야당을 이끄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전격적으로 보수통합 카드를 꺼내면서 사그라들던 ‘한국당 빅텐트’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그동안 보수통합에 미지근한 태도를 취하던 황 대표는 ‘박찬주 영입 파동’으로 당 안팎에서 쇄신 요구가 쏟아지자 보수통합기구를 제안하며 위기 돌파에 나섰다.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당 간판을 포기할 수 있다”고도 했다. 논의의 첫 파트너인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일단 ‘심쿵’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또 다른 파트너인 우리공화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내쫓은 당과 무슨 통합”이냐며 “탄핵을 묻어버리자는 보수통합은 불의한 자들의 야합”이라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황교안 대표가 불편한 순간을 모면하려고 보수통합을 발표한 것”이라는 관전평을 내놨다. 사분오열된 보수 진영은 한 지붕 아래에서 다시 뭉칠 수 있을까?

 


 

황교안/잇따른 자충수로 지지율 빠지자 보수통합 카드 꺼내
유승민/‘통합 전제조건’ 수용 의사 밝히는 등 전향적인 자세
공화당/“탄핵 묻어버리자는 보수통합은 불의한 자들의 야합”

 

지지 부진하던 보수 야권 통합 논의에 다시 탄력이 붙었다. 보수 통합에 애매모호한 반응을 보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수통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도부의 잇따른 자충수로 한국당 지지율이 급락하자 황 대표도 급해졌다. 취임 250일이 넘도록 인적 쇄신에도, 보수 통합에도 미지근한 태도를 취하던 황 대표가 자세를 180도 바꾸어 ‘보수 대통합’이라는 애드벌룬을 띄웠다.

 

▲ 제1 야당을 이끄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전격적으로 보수통합 카드를 꺼내면서 사그라들던 '한국당 빅텐트'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사진출처=한국당>

 

황교안, 보수 대통합 애드벌룬


황 대표는 11월6일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요구해온 ‘통합의 3대 전제조건’ 전폭 수용 의사를 밝히는 등 보수통합과 관련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권의 독선·오만을 심판해 달라는 것이 10월3일 광장의 민심이었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 가치를 받드는 모든 분들과 정치적 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이어 “내년 총선 일정 등 감안할 때 통합 논의를 더이상 늦출 수 없다”며 “물밑에서 하던 논의를 본격화하고, 과정마다 국민 뜻을 받들어 반영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유 우파의 모든 뜻있는 분과 함께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통합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한다”며 “생각을 같이하는 정파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시민사회가 있다”며, 유승민 의원 등에게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날렸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유승민 의원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황 대표는 “헌법 가치를 공유하는 모든 세력과 통합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유승민 대표와 직간접적으로 소통을 해왔다”고 공개한 뒤 “앞으로도 논의 과정에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며 구애공세를 폈다.


황 대표는 유승민 의원이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탄핵 불문, 제3지대 대통합, 자유 우파 비전 재정립’에 대해서도 이전과는 확 달라진 반응을 보였다.


우선 “지난 탄핵 과정에서 보수가 분열되고, 정권을 내주고,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되면서 자유 우파 정치권 전체에 엄청난 정치적 상처가 생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감정의 골도 깊게 패였다”며 “하지만 탄핵에서 자유로운 분은 없다. 그 안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부정하는 우리공화당도 통합 대상인지 묻자 “헌법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함께 해야 한다”며 “그런 대의 아래 여러 가지 논의들을 소의라고 한다면 내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든 협의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비전 재정립’과 관련해선 “우리가 추진하는 통합은 과거로 돌아가는 통합이 아니라 미래로 향하는 통합이어야 한다”며 “과거는 교훈 삼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통합이 곧 혁신이 돼야 한다”고 혁신을 강조했다.


황 대표는 대통합을 위해서라면 ‘낮은 자세’도 가능하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제3지대 대통합’과 관련해 취재진이 ‘한국당 간판을 내리고 새로운 간판을 달 수 있느냐’고 묻자 “나라를 살리기 위한 대통합에 필요한 일이 있다면 폭넓게 뜻을 모아갈 것”이라고 답한 것.


또한 ‘통합 빅텐트를 치면 빅텐트의 대표를 할 생각이 없다던 종전 입장에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자 “어떤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통합을 이뤄갈지, 어떻게 국민들의 뜻에 맞는 자유민주세력의 통합을 이뤄갈 것인가가 목표이고 그를 위해 필요한 희생도 해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황 대표의 보수 대통합 기구 제안, 범야권 통합 논의 본격화 선언을 두고 그동안 통합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황 대표가 지지율 하락, ‘박찬주 영입 파문’ 등으로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르자 ‘대통합’ 카드를 서둘러 꺼내 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당내에서는 총선 승리를 위한 통합 요구가 계속돼 왔지만 황 대표는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통합 논의에는 미온적이었다. 그러던 황 대표가 다른 야권과 물밑접촉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부랴부랴 ‘대통합 카드’를 꺼낸 것은 그만큼 위기감을 느낀다는 증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첫 파트너 유승민 ‘긍정적’


황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논의의 첫 파트너인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이끄는 유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내가 제안한 보수 재건의 원칙을 받아들일 진정한 의지가 한국당에 있다면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출처=바른미래당>    


유 의원은 “저는 이미 보수 재건의 원칙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고 제안했다”며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보수를 근본적으로 재건하는 대화라면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황 대표와 사전소통이 있었느냐는 질문을 받자 “개혁적 중도보수 신당을 추진하겠다는 변혁의 계획과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그동안 저와 황교안 대표 사이에는 직접 대화는 없었고 몇몇 분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바는 있었습니다만 합의된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11월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변혁 비상의원회의에서도 전날 황 대표의 보수 통합 제안에 관해 언급했다. 그는 “보수 재건 세가지 원칙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거나 쉽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확실히 지켜진다면 다른 것은 따지지도 요구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보수 재건의 세 가지 원칙으로 밝혔던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는 제안을 재차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유 의원은 “탄핵의 강을 건너지 않고서는 보수가 제대로 통합할 수도, 화합할 수 없다. 탄핵의 강을 건너지 않고는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고 분명히 말해왔다”며 “보수의 앞으로 새로운 변화 방향은 제가 오래 주장해오던 개혁보수의 길로 나아가는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 보수가 한국당이든 변혁이든 낡은 집을 다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황교안 대표와 한국당이 내가 이야기한 세 가지 원칙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거나 쉽게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며 “이 세 가지 원칙만 확실히 지켜진다면 다른 것은 따지지도 요구하지도 않겠다”고도 했다.


유 의원은 끝으로 “그런 자세로 대화에 임할 것이며 한국당과 황 대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선거용 야합하기 위해 그냥 말로만 할 일이 아니란 점을 인식해주고 대화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파트너 공화당, 심드렁


황 대표는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뿐 아니라 우리공화당과 보수 시민사회 인사들까지 아우르는 보수 대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또 한 축의 통합 파트너인 우리공화당은 황 대표의 제안에 대해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우리공화당은 황 대표의 보수 대통합 제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내쫒은 당이 불법사기 탄핵에 대한 입장 정리를 하지 않는 채 무조건 자유우파 대통합이라는 허망한 말만 떠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우리공화당 구성원은 이날 성명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불법·조작·사기 탄핵으로 무너진 대한민국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체제 복구부터 하는 것이 첫 순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내쫓은 당으로,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통령을 역적 62명의 불법사기 탄핵으로 탄핵 당하게 했다”며 “급기야 1호 당원인 박근혜 대통령을 2017년 11월 3일 홍준표 대표 직권으로 제명시켜 이름을 당적에서 파내버린 당”이라고 비난했다.


인지연 우리공화당 대변인은 별도 논평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묻어버리면서 하자고 하는 보수통합 논의는 불의한 자들의 야합이요, 모래 위의 성일 뿐”이라며 “유승민 포함 탄핵 5적을 정리도 못하면서 무슨 통합을 말하는가”라고 핏대를 세웠다.

 

▲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


특히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는 ‘변혁’과의 통합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 향후 통합 논의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통합 범위, 가치노선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예고했다.


홍 대표는 11월7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전날 황 대표의 보수 대통합 제안에 관한 질문을 받자 “(당내에서) 압박감이 굉장히 컸던 것 같다”며 “누가 옆에서 조언했는지 모르겠지만 잘못 조언한 것 같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가 갑자기 외부에 어젠다를 만들어서 지금 당내에 이뤄지고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황 대표의 제안 시점에 대해 “당내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며 “황 대표로 총선을 치르는 게 되겠느냐 걱정하는 분들이 많고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 이른바 바른정당계에서 오신 분들이나 아니면 바른정당으로 나가 계신 분들을 아우르는 이른바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서 선거를 치러야 된다(라는 말들이 있다)”고도 했다.


이어 “황 대표 입지가 상당히 많이 좁아지고 있고 친황이라고 했던 사람들은 세력 있는 데 쫓아다니는데 익숙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황 대표가 어려울 때 도와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고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여러 가지 정치 지형상 그런 것들이 간파된다”고 했다.


보수 대통합 제안에 대해선 “보수 대통합에 찬성은 하지만 진짜 보수와 가짜 보수를 골라내야 된다”며 “이른바 말하는 보수 우파에선 탄핵을 찬성하는 찬탄파,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과의 일단 화해가 이뤄져야 한다. 아마 탄핵을 찬성한 사람들을 찬탄파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런 사람들과의 대화를 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전제들이 있고 우리가 넘어야 될 강이 있는데 그냥 약간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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