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새로 쓰는 古今疏通-욕금고종(欲擒故縱)

제갈량이 적을 일곱 번 놓아준 뜻은?

글/이정랑(고전연구가) | 기사입력 2019/11/01 [11:27]

다시 읽고 새로 쓰는 古今疏通-욕금고종(欲擒故縱)

제갈량이 적을 일곱 번 놓아준 뜻은?

글/이정랑(고전연구가) | 입력 : 2019/11/01 [11:27]

관료사회 내부투쟁에서 ‘잡지 않고 놓아주는’ 전략 효력 발휘
상대방 마비시키고자 멋대로 행동하도록 만든 후 나중에 처리

 

▲ 천하통일을 위한 열망으로 전쟁이 난무하던 춘추전국 시대. 노나라의 왕 ‘노정공’은 당대 최고의 책략가 ‘공자’를 등용해 무너져가는 왕권의 부활을 노린다. 사진은 영화 ‘공자 춘추전국 시대’ 한 장면.    

 

◆욕금고종(欲擒故縱)


욕금고종(欲擒故縱). 잡고 싶거든 놓아준다.


이 말의 어원은 ‘노자’와 ‘귀곡자(鬼谷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가려는 자 놓아주고, 놓아주었으면 가게 하라.(‘귀곡자’ ‘모편(謀篇)’.)
-무엇을 빼앗고 싶으면 주어야 한다.(‘노자’)


‘욕금고종’의 고사는 ‘한진춘추(漢晉春秋)’ ‘후주’에 보인다.


‘36계’에서는 ‘욕금고종’을 제16계에 두고 있는데 기력과 투지를 흩어버린 다음 붙잡아야 한다는 식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놓아준다’는 뜻의 ‘종(縱)’은 그냥 놓아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따라다니면서 느슨하게 만든다는 뜻을 포함한다.

 

‘도적을 구석에 몰되 너무 바짝 뒤쫓지는 말라’는 말도 이와 비슷하다. 뒤쫓지 않는다는 것은 따라다니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그저 바짝 다그치지 않는다는 것일 뿐이다.


제갈량의 ‘칠종칠금’은 놓아주고는 살금살금 뒤따라가는 것으로, 이리저리 몰고 다니면서 결국은 불모의 땅에까지 이르게 했다. 제갈량이 일곱 번 놓아준 뜻은 땅을 개척하자는 데 있었다. 그래서 맹획을 이용하여 여러 세력들을 복속시켰던 것이다. 이는 병법이라 할 수는 없다. 만약 전쟁이었더라면 잡았다가 놓아주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두 군대가 싸우는 중에 이 책략을 이용하고자 할 때는 적의 기세가 셀 때 일부러 약한 모습을 보여 적이 교만해져 사기가 해이해지고 경계심이 느슨해진 다음 틈을 타서 도모하는 것이다.

 

‘잡는다’는 뜻의 ‘금(擒)’은 목적이요, ‘종(縱)’은 수단이다. 수단은 목적을 위해 봉사한다. 따라서 ‘종’은 호랑이를 산으로 놓아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한 걸음 늦추어주는 것이다.


‘욕금고종’이 더욱 광범위하게 운용되는 분야는 역시 통치 활동에서다. 특히 과거 관료 사회의 내부 투쟁에서 더욱 그 효력을 발휘했다.

 

또 정치 영역에서도 적용되는데, 고의로 상대방을 마비시키고자 상대가 멋대로 행동하도록 만들고 나중에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 그것이다. 정나라 장공이 고의로 동생 공숙단(公叔段)을 종용해서 그를 극단으로까지 치닫게 한 다음 일거에 쳐부순 것도 ‘욕금고종’의 책략이라 볼 수 있다.

 

◆모구중립(謀求中立)


모구중립(謀求中立). 제3자로 하여금 중립을 지키게 한다.


외교 투쟁에서 승리하려면 제3자의 존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제3자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 적어도 제3자가 중립을 지키도록 만들어야 한다. 특히 제3자가 적 쪽으로 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제3자로 하여금 중립을 지키도록 한다’는 뜻의 ‘모구중립’은 외교 무대에서 적지 않은 의의를 가진다.


제3자를 친구로 만들거나 중립을 지키게 만든 전형적인 예를 살펴보자.


초나라가 제나라를 침공하려 하자, 믿고 있던 노나라가 초나라와 연합해 버렸다. 제나라 왕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때 장개(張?)가 나서 “제가 노나라로 하여금 중립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하고는 노나라 임금을 만났다.


“제나라 왕께서는 두려워하고 있는가?”


“그건 제가 알 바 아니지요. 온 것은 왕을 조문하러 온 것입니다.”


“조문이라니?”


“대왕의 계획이 잘못 짜졌기 때문입니다. 대왕은 이길 수 있는 나라와 가까이 하지 않고 질 나라와 연합했으니, 이게 웬일입니까?”


“그럼 당신은 제와 초, 어느 나라가 이기리라 보시오?”


“그것은 귀신도 모르지요”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나를 조문한단 말이오?”


“제와 초는 막상막하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노나라의 존재와는 상관없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노나라는 어째서 두 나라가 다 싸우고 난 다음에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는 것입니까?

 

초가 제를 이기고 나면 좋은 병사와 훌륭한 모사들이 많이 희생될 것이고, 제가 초를 이겨도 마찬가집니다. 바로 그때 노나라가 병사를 이끌고 제나라를 도와 초를 치는 것입니다.

 

그러면 비록 싸움이 끝나고 난 후에 베푸는 덕이라 해도 매우 클 수밖에 없습니다. 제나라도 그 은혜를 매우 크게 느낄 것입니다.”


노나라 왕은 그럴 듯하게 여겨 군대를 물렸다.


또 한 번은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 제나라는 중립국 송나라를 위협하여 송나라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였다.


한편 초나라는 송나라로 하여금 중립을 지키도록 하기 위해 특사를 보내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우리 초나라는 온건한 수단을 사용하다가 귀국의 지지를 잃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초나라는 제나라처럼 강경수단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다. 제나라는 위협적인 수단으로 귀국의 지지를 얻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초나라도 그렇게 하겠다.

 

다시 말해, 귀국이 중립 정책을 포기했기 때문에 초와 제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강경 수단을 취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귀국의 장래는 뻔하다. 만일 제나라가 이긴다 해도 귀국을 그대로 놔둘 리 없을 것이고, 또 진다면 작은 나라 송나라가 큰 나라 초나라를 공격한 결과가 될 것이니 그 영향은 모르긴 해도 상당히 오래갈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송나라는 중립 정책을 표방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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