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의 장편소설 ‘몽키 하우스’ 제3부 <5> 꽃의 낭떠러지

창녀굴·기지촌 흘러간 그녀는 달러에 몸을 팔았다

글/김영권(소설가) | 기사입력 2019/10/25 [09:45]

김영권의 장편소설 ‘몽키 하우스’ 제3부 <5> 꽃의 낭떠러지

창녀굴·기지촌 흘러간 그녀는 달러에 몸을 팔았다

글/김영권(소설가) | 입력 : 2019/10/25 [09:45]

그녀의 사랑은 선을 벗어나고…오라비 떠나자 바다에 몸 던져
더 악랄해진 계모는 학대하던 별이를 창녀굴에 팔아넘겨 버렸다

 

아담한 정인은 영어 못 해도 인기…미군들 롤리타 콤플렉스 때문?
일본군 위안부는 양공주로 이름 바뀌었으며, 더 많은 아가씨 유입

 

▲ 첫사랑 소녀를 잊지 못하는 교수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영화 ‘로리타’ 한 장면.    

 

먼 이어도에는, 내리흐르기도 하고 치흐르기도 하는 바닷가 오두막에 한 가족이 살고 있었다. 아버지 강씨가 이어도의 아름다운 해변을 거닐다가 이씨 처녀의 눈에 들어 정분을 맺고 쌍둥이 남매를 낳으니 이들이 바로 오라비인 은우와 누이 별이였다.

 

세월이 흘러 부모는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바로 이 별이가 세상 아가씨들에게, 사랑해도 좋을 상대가 있고 결코 안 될 상대가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무슨 말이냐 하면 열댓 살이 된 처녀 별이가 제 오라비인 은우에게 품어서는 안 될 사랑의 마음을 품은 것이다.


처음에는 별이도 자기 마음에 깃들어 있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고는, 당연한 듯 여기고 오빠에게 다정하게 입을 맞추거나 그의 목을 팔로 감아 안거나 했다. 별이는 자신의 행동에 자연스럽지 못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꽤 오랫동안 남매간이라는 것을 기화로 제가 하는 짓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이러는 동안 오라비에 대한 별이의 사랑은 선을 벗어나고 있었다. 오빠를 만나야 할 때면 가장 아름다운 옷으로 차려 입거나 예쁘게 보이려고 턱없이 애쓰거나, 자기보다 예쁜 여자가 오빠 곁에 있으면 터무니없이 질투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별이는 제 느낌을 말로 나타내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별이의 욕망은 안으로 타들어갔다. 이윽고 별이는 남매라는 것을 나타내는 오라버니라는 호칭 대신에 ‘자기’라는 호칭을 더 즐겨 썼고, 은우가 자기를 누이라고 부르기보다 별이라고 불러주는 것을 좋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별이는 깨어 있을 때면 곧잘 부끄러울 만큼 탐욕스런 상상을 하곤 했다. 그러나 잠이 들면 그보다 더 부끄러운 꿈을 꾸었다. 그녀는 제 오라버니의 품에 안겨 잠자는 상상을 하고는 꿈속에서도 얼굴을 붉히는 것이었다. 어느 날 잠에서 깬 별이는 한동안 그대로 누운 채 꿈에서 경험한 것을 되새겨보다가는 속으로 푸념을 했다.

 

선을 벗어난 별이의 꿈


‘나같이 불쌍한 것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어째서 이런 꿈을 꾸는 것이며, 이 꿈이 뜻하는 바가 무엇일까? 다시는 이런 꿈을 꾸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그래, 내 오라버니가 심지어는 좋게 보지 않으려는 여자들의 눈에도 절세의 미남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나도 오라버닐 존경한다. 그래, 오라버니가 아니었더라면 사랑의 상대로 삼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나는 그의 누이이니 이 팔자가 사납구나! 아니야, 깨어서는 그분이 내 연인이 되는 상상을 할 수 없으니, 잠들어 꿈이야 좀 꾼들 어떠랴! 누가 내 꿈을 엿볼 것이며, 누가 꿈속에 누리는 기쁨을 탓하랴!

 

아, 오라버니여, 내가 만일에 이름을 바꾸어 오라버니와 혼인한다면 아버님의 좋은 며느리가 될 수 있을 텐데요. 또한 만일 오라버니가 나와 혼인한다면 아버님의 좋은 사위가 될 수 있을 텐데요.

 

아, 맞아, 우리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지. 아, 차라리 오라버니가 나보다 귀한 집안에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러나 그렇지 못하여 절세의 미남인 오라버니는 다른 여자를 아내로 맞아 아이들을 낳게 할 테지. 신께서 우리를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게 했다는 그 이유 때문에 나는 오라버니의 누이로 남아 있어야 할 테지. 우리가 나누어 가진 것이 우리를 남남으로 나눌 테지.

 

그런데 왜 나는 이런 아무 소용도 없는 꿈은 꾸는 것이지요? 아, 신이시여, 더 이상 이런 꿈은 꾸지 않게 하소서. 바라건대 이 금단의 욕망을 저에게서 떠나게 하소서. 떠나게 하지 못하신다면 금단의 욕망에 굴복하기 전에 저를 죽이소서. 죽어 관 속에 들면 제 오라비로 하여금 저의 볼에 입 맞추게 하소서.

 

내가 어떻게 이런 것을 다 하고 있지? 내가 왜 이런 소릴 하고 있는 것이지? 대체 내가 어쩌려는 것일까? 안 된다, 이런 부정한 생각은 안 된다. 내 사랑은, 오라비에 대한 누이의 사랑을 넘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오라버니가 먼저 나를 사랑했다면? 아마 나는 오라버니의 부정한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을 테지. 그렇다면… 나는 왜 먼저 호의를 보이면 안 되는가? 하지만 네 입으로 이 말을 고백할 수 있을까? 네가 오, 사랑이 나를 물러서지 못하게 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부끄러워서 말을 못한다면, 은밀하게 써서 뜻을 전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결심하고 보니 가슴속의 의혹도 말끔히 가시는 기분이었다. 별이는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 한 손으로 머리를 괴고 다시 중얼거렸다.


‘그래, 결정은 오라버니에게 맡기자. 나로서는 가슴을 태우는 이 격렬한 욕망을 고백하는 수밖에 없다. 아, 나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이 가슴을 태우는 불길은 대체 어떤 불길인가?’


별이는 편지의 사연을 상상하고는 떨리는 손으로 적을 준비를 했다. 연필을 들고 쓰다가는 망설이고 망설이다가는 또 쓰곤 했다. 쓰다가 잘못 쓰면 지워 다시 쓰고, 또 제가 쓴 것이 부끄러워져 연필을 놓기도 하고, 그래서는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다시 연필을 잡았다. 별이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자주 망설였다. 표정으로 보아 부끄러워하면서도 대담하게 쓰는 것 같았다.


‘그대를 사랑하는 사람이 그대의 행복을 기도하면서 이 글을 드립니다. 이런 기도를 드리는 사람은 그대가 주지 않는 한 이 행복을 누리지 못합니다. 이름을 밝히긴 참으로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그대에게 내 소원을 이루어줄 뜻이 없다면 이름을 알려고 하지 마셔요. 적어도, 내 기도가 이루어지기까지는 별이라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대로 인하여 내가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싶으시거든 내 창백한 뺨과 여윈 몸과 슬픔에 잠긴 표정, 늘 눈물이 고여 있는 이 눈을 보소서. 그대와 사랑을 이렇게 비는 나는 그대의 원수가 아니라, 그대와는 참으로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계집입니다.

 

이런 일이 있어도 좋을 것인가, 이것은 죄악이 아닌가… 이런 것을 따지는 일은 어른들에게나 맡겨놓아야 할 일인 줄 압니다. 우리 세대에 어울리는 사랑은 점잔빼는 사랑이 아닙니다. 만일 우리 마음에 거리끼는 것이 있다면, 이 달콤한 금단의 사랑을 남매라는 이름으로 가리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나는 사람들 앞에서도 그대와 자유로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며, 우리는 사람들 앞에서도 자유로이 포옹하고 입 맞출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을 고백하는 이 계집을 가엾게 여기소서. 사랑이 목말라 죽을 지경에 이르지 않았다면 이런 고백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사랑을 거절하면 나는 죽을 수밖에 없으리니, 죽은 내 묘비에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자의 이름으로 그대 이름이 새겨지는 일이 없게 하소서.’

 

오라버니 떠나자 “에잇~”


생각할수록 하릴없는 글귀를 가득히 쓴 별이는 더 이상 쓸 곳이 없자 마지막 인사는 종이 가장자리의 빈 데에다 썼다. 한참을 망설이던 별이는 이윽고 편지를 고이 접어 봉투 속에 넣었다.


봉투를 집어들려는 찰나 그것은 별이의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이 불길한 징조가 그녀를 불안하게 했다. 그러나 그런 징조에 마음 쓰지 않고 봉투를 오빠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한편 은우는 밤늦게 바다에서 돌아와 편지를 발견하곤 꺼내어 읽어 보았다. 은우의 낯빛이 살짝 붉어지더니 미간이 잔뜩 찌푸려지면서 안색은 창백해졌다.


“이게 도대체 뭐지? 흠, 별이가 마을의 어떤 녀석을 짝사랑하는가 보군. 그런데 왜 여기다 놔뒀을까? 흐흣, 나더러 전해 달라는 모양이구나. 그런데 대체 어떤 놈일까?”


은우는 일부러 크게 웃으며 말했다.


별이는 그제야 자기의 진심이 크게 조롱당한 것을 깨닫곤 해쓱한 낯빛으로 파르르 떨었다. 이윽고 제정신을 차린 그녀는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이렇게 조롱을 당해도 싸지! 어쩌자고 상처 난 가슴을 그에게 내보였던가! 어쩌자고 속으로 가만히 앓아야 할 가슴의 병을 이다지도 경솔하게 적어 보냈을까? 먼저, 내 속을 드러내고 거절당해도 민망하지 않을 방법으로 그의 의중을 떠보았어야 했던 것을… 돌이킬 수 없는 이 실수를 어쩔거나.

 

봉투를 집어들 때 내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진 것은, 내 사랑을 드러내지 말라는 계시였거늘… 내 희망도 그렇게 무참하게 깨어질 것을 미리 알리는 계시였던 것을… 편지를 보내는 날짜를 바꾸든지 계획 자체를 바꾸었어야 했다.

 

아니다, 아니다, 나는 편지를 보내는 대신 오라버니를 직접 만나 내 마음을 열어 보였어야 했다. 오라버니에게 내 눈물과 사랑이 담긴 얼굴을 보여주었더라면 난 편지가 전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뜻을 전할 수 있었을 텐데… 만약 오라버니가 내 뜻을 거절한다면 그의 목을 끌어안고, 내 애절한 뜻을 전하고 애걸할 수도 있었을 텐데….’


한편 누이인 별이가 쉽사리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 은우는 그냥 그대로 있다간 부끄러운 일을 당하리라고 생각하고는 고향을 떠나 먼 육지로 배를 타고 떠났다.

 

실성한 별이는 제 옷을 찢고 여윈 가슴을 치며 애통해했다. 제정신이 아니었던 별이는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오빠가 간 곳을 물었다. 하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절망한 별이는 집을 떠나 달아난 오라비를 찾으러 매일 바닷가를 돌아다녔다. 미친 듯이 오라비를 찾아다니던 별이는 나무가 드문드문 서 있는 산기슭에 쓰러지고 말았다. 긴 머리카락을 땅바닥에 늘어뜨리고 핼쑥한 뺨은 낙엽에 댄 채….


아무 말 없이 흐느끼며 눈물로 마른 풀을 적시고 가녀린 손가락의 손톱으로 딱딱한 흙을 긁어댔다. 어깨를 떨며 하염없이 울던 그녀는 마침내 일어나 바위 벼랑으로 기어오르더니 바닷속으로 몸을 던지고 말았다….

 

기지촌 ‘정인’이 된 별이


아무튼 그동안 방패막이가 되어 주던 오빠가 떠나 버리자 계모의 학대는 한층 더 악랄해졌다. 컴컴한 방안에 가두어 손발을 묶어둔 채 귀가 멍멍해질 정도로 시끄러운 미국 노래를 반복적으로 들려 주었다.

 

며칠 동안 전혀 밥은 주지 않고 쓰디쓴 커피와 짜디짠 소금물과 달디단 설탕물만 강제로 주입시키며 고문하는 맛을 즐겼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창녀굴에다 팔아넘겨 버린 것이었다.


그녀가 처음 간 곳은 인천 근처의 부평에 자리잡은 기지촌이었다. 그곳은 6·25 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미군들의 노고를 위안하기 위한 최초의 양색시촌인 셈이었다.

 

여느 여자들과 달리 화장도 거의 하지 않고 영어는 한마디도 모르는 벙어리였지만 정인은 미군들에게 인기가 꽤 좋았다. 혹시 미국인들이 롤리타 콤플렉스라고 부르는 이른바 소녀 성애 취향 때문은 아니었을까?


정인의 몸매는 보통 한국 여자보다 아담하고 가냘픈 편이라 미군들의 눈엔 어린 소녀로 보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정인뿐만 아니라 한국의 모든 여성들이 그들에겐 아담한 체구의 ‘소녀’로 여겨졌는지도 모른다.

 

모든 미군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아마 일부 양키 녀석들이 위험 지역인 한국에 지원한 이유 중엔 롤리타 콤플렉스를 자극받은 점도 없진 않았으리라. 실제로 몸집이 거대한 미군이 위안부 아가씨들의 어깨를 감싼 채 걸으며 희롱거리는 모습엔 그런 요소도 엿보였다.


1년여 후 정인은 클럽에서 알게 된 언니를 따라 서울 무교동의 한 살롱으로 옮겨갔다. 미군 클럽에 진 빚은 다 갚은 상태였으나 포주가 놓아주려 하지 않아 거의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무교동과 퇴계로의 밤거리는 화려하고 상큼했다.

 

하지만 미군 클럽에서와는 달리 정인은 별로 인기가 없었다. 살롱엔 탤런트처럼 세련미 넘치고 쭉쭉 빠진 팔등신 미녀들이 우글거렸고 한국 남자들은 대개 그런 미희들을 선호했다.

 

그 당시 한국엔 아직 롤리타 콤플렉스니 소녀 성애니 하는 말이 유행하지 않았다. 일부 성도착자나 정신병자가 그런 취향을 지녔는지는 몰라도 일반 남자들은 대체로 그런 짓을 범죄성을 떠나 혐오스러워할 정도였다.

 

▲ 미군 전용클럽들이 모여 있는 ‘아메리카 타운’과 기지촌 여성들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영화 ‘아메리카 타운’ 한 장면.    

 

미군 장교 따라 부산으로


그 무렵 전북 군산 지역에 박정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아메리카 타운이 건설되었다. 미성읍 산북리 일대의 1만여 평 옥토 위에 지어진 거대한 미군 전용 위락시설이었다. 당연히 수많은 위안부 여성이 필요했기 때문에 모집책들은 전국 각지의 직업소개소와 유흥가를 돌며 얼굴이 반반한 아가씨들을 뽑아 그곳으로 데려갔다.

 

일제 식민지 시대에 정신대란 이름으로 일본군 위안부를 징발해 가던 모습과 같은 건 아니었지만 비슷한 구석이 없잖아 있었다. 과연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물론 정인은 그런 걸 알 리 없었으되 그저 멋진 신천지 같은 시설에서 많은 돈을 벌게 된다는 말에 끌려 아메리카 타운으로 가게 되었다.


별천지라는 그곳은 실상 일종의 화려한 수용소였다. 미군에겐 환락의 천국일지 몰라도 위안부들에겐 지옥의 일부로 여겨질 수가 있었다. 외부와 차단된 높고 견고한 담벼락 안에는 마치 벌집 같은 주택단지가 수십 채 들어섰고, 30여 곳의 미군 클럽과 쇼핑센터, 오락실, 목욕탕, 미장원, 세탁소, 약방, 찻집, 작은 상점 따위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여자들은 클럽에서 미군을 유혹한 후 벌집처럼 다닥다닥 붙은 작은 방으로 데려가 달러에 몸을 팔았다. 그곳이 만일 신천지였다면 과연 무엇을 위한 신천지였을까? 지옥보다 더 악독한 이 세상, 몸이라도 양놈에게 팔아 제 잘난 척이나 하는 못난 조선놈들을 비웃어 주고, 지옥의 돈을 벌어 마지막으로 꿈꾸던 천국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었던 걸까?


하지만 지옥이란 뜻대로 되지 않는 불행이 도사린 곳이다. 세코날에 취해 억지로 술을 마시고 몸을 팔고 양좆을 빨아도 심신만 점점 피폐해질 뿐 돈은 낙엽처럼 날려 사라져 버렸다.

 

아메리카 타운은 정부의 후원을 받긴 했지만 주식회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청와대와 연줄이 깊은 어느 국회의원의 친구가 사장이고 그 아래 전무와 상무, 부장, 과장, 사원 등이 업무에 매진했다.

 

업무란 바로 위안부 여자들을 이용해 국가 지원사업을 하는 동시에 최대한 피를 빨아먹는 것이었다. 방값을 비롯해 전기료, 수도료, 난방비, 청소비뿐만 아니라 티브이, 비디오, 전축 사용료 따위를 턱없이 비싸게 매겨 눈물 젖은 돈을 뺏아갔다.


군산은 일제 식민지 시대부터 수탈을 당한 곳이었다. 품질 좋은 호남평야의 쌀을 일본으로 앗아 가기 위해 군산항에 수많은 대형 정미소를 지은 일제는 중국 침략을 위한 전진 기지로 군산 비행장을 건설했다.

 

마을 주민들은 고향땅에서 쫓겨나 외지로 떠났고, 강제 동원된 노동자들은 짐승처럼 혹사당하며 밤 늦게까지 활주로를 닦았다. 유곽이 들어서 어린 소녀들이 대륙으로 출격하는 일본군을 위안했다.

 

해방이 되자 한스런 그 자리에 곧장 미 공군기지가 들어섰다. 일본군 위안부는 양공주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더 많은 아가씨들이 자유라는 글자가 새겨진 목걸이를 걸치고 들어왔다. 하지만 과연 자유로운 존재로서 살게 됐을까? 국가 주권을 완전히 찾지 못한 반식민지에서는 자유도 반쯤밖에 허용되지 않았다. 절뚝발이나 반신불수처럼….


정인은 그곳에서 오래 있지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느 미군 장교를 만나 사귀다가 갑자기 부산 하야리아 부대로 따라가게 됐던 것이다. 그동안 그녀는 달러를 꽤 모았지만, 불쌍한 사람을 만나면 도와주고 업주에게 뜯기고 아는 언니들에게 빌려주곤 해서 거의 빈털터리 상태였다.

 

<다음 호에는 ‘슬픈 막달레나’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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