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략통 이철희 의원, ‘불출마’ 외침 파급력 분석

3류 정치판 민낯 고백…여의도 물갈이 기폭제 될까?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10/18 [14:46]

민주당 전략통 이철희 의원, ‘불출마’ 외침 파급력 분석

3류 정치판 민낯 고백…여의도 물갈이 기폭제 될까?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10/18 [14:46]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진 사퇴를 택하면서 석 달 가까이 이어지던 ‘조국 정국’이 끝나가고 있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조국 사태’의 주인공이 무대 뒤로 사라지고 없는데도 여전히 ‘조국 투쟁’을 외치고 있지만 여당은 급격히 ‘총선 모드’로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내년 4월15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총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는 ‘물갈이 드라이브’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정치평론가 출신 초선 이철희 의원은 지난 10월15일 민주당 출입 기자들에게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내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다”면서 내년 4월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의원의 ‘불출마’ 외침이 밀알이 되어 여권의 인적 쇄신과 세대교체의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부끄럽다…다음 총선 불출마”
의정활동 잘 하던 초선의원 선택 ‘진정성 강해’ 더욱 화제

 

국민들은 정치권에 염증…20대 의원 다수 자성하라는 지적
이철희 스타트로 현역 의원 불출마 잇따를 것이라는 분석도

 

▲ 정치평론가 출신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15일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다”면서 내년 4월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을 대비해 ‘물갈이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석 달간 이어진 ‘조국 정국’ 여파로 여당의 지지율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인적 쇄신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


4월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간의 정국 주도권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이철희 의원이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해 화제다. 국회에서 능동적인 의정활동을 하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던 이 의원의 ‘깜짝 선언’은 지지고 볶고 싸우는 데만 몰두하는 정치판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모습.

 

그의 공식 선언은 공천을 받기 어려워지자 마지못해 불출마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전의 정치인과 달리 ‘진정성이 있게’ 다가왔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수야당 일각에서 이합집산·합종연횡 움직임이 일고 있는 등 설·설·설이 난무하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어쨌든 제법 인기 있는 초선 의원인 그가 ‘불출마’의 스타트를 끊으면서 여권 세대교체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들 사이에서는 정치권에 염증을 느껴 20대 의원 다수가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이철희 의원’을 기점으로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잇따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철희 “정치가 부끄럽다”


이철희 의원은 10월15일 민주당 출입 기자들에게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내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다”면서 내년 4월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 국정감사에 이어 장외전까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여야의 끝없는 '난타전' 속에 조 전 장관이 전격 사퇴한 것이 이 의원의 불출마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해당 메시지에서 “의원 생활 하면서 많이 지쳤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며 “그래서 저는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메시지와 함께 보낸 입장문에서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와 자성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 의원은 “조국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조국 얘기로 하루를 마감하는 국면이 67일 만에 끝났다”며 “그동안 우리 정치,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다. 상대에 대한 막말과 선동만 있고, 숙의와 타협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만을 탓할 생각은 없다. 정치인 모두,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다. 당연히 저의 책임도 있다”며 “부끄럽고 창피하다. 허나 단언컨대, 이런 정치는 공동체의 해악”이라고도 했다.


그는 특히 10월14일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와 관련 “특정 인사에 대해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고 인격모독을 넘어 인격살인까지, 그야말로 죽고 죽이는 무한 정쟁의 소재가 된 지 오래”라며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는 결국 여야, 국민까지 모두를 패자로 만들 뿐”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우리의 민주주의는 정치의 상호부정, 검찰의 제도적 방종으로 망가지고 있다”며 “정치가 해답을 주기는커녕 문제가 돼버렸다. 정치인이 되레 정치를 죽이고, 정치 이슈를 사법으로 끌고 가 그 무능의 알리바이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검찰을 향해서도 “검찰은 가진 칼을 천지사방으로 마음껏 휘두른다. 제 눈의 들보는 외면하고 다른 이의 티끌엔 저승사자처럼 달려든다”며 “급기야 이제는 검찰이 정치적 이슈의 심판까지 자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저는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작정이다.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다”며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운 게 솔직한 고백이다. 처음 품었던 열정도 이미 소진됐다.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나서서 하는 게 옳은 길이라 판단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끝으로 “사족 하나, 조국 전 장관이 외롭지 않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에게 주어졌던 기대와 더불어 불만도 저는 수긍한다. 그가 성찰할 몫이 결코 적지 않다”며 “그러나 개인 욕심 때문에 그 숱한 모욕과 저주를 받으면서 버텨냈다고 보지 않는다. 검찰개혁의 마중물이 되기 위한 고통스런 인내였다고 믿는다. 검찰개혁은 꼭 성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의원은 이날 입장 발표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총선 불출마와 관련해 “오래 전부터 한 번만 하겠다고 생각하고 국회에 들어왔다”며 “주변에서 하도 출마 권유가 많아 고민도 해봤는데 (출마 결심이) 잘 안 되더라“고 했다.


그는 특히 “조국 국면이 시작되고 국감이 시작되면서 (불출마) 생각이 분명해졌다”고 털어놨다.


이 의원은 “이런 정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에너지도 다 소진돼 이쯤에서 물러나는 게 좋겠다”며 “조 전 장관을 혼자 보내기 짠한 마음도 있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조 전 장관이 책임질 일이 분명히 있지만 70일 가까이 저렇게 사람과 가족을 난도질할 일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비례의 원칙에도 안 맞고 과잉이다. 그런 점도 (불출마)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조국 사태로 오히려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많아진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국회의원으로서만 정치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저는 정치개혁을 위해 밖에서도 할 일이 있으면 할 것이다. 외면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대 국회의원 임기가) 아직 7개월이나 남았다”며 “(남은 임기 동안) 선거법과 국회법 등 정치 관계법을 바꿔서 좋은 정치가 이뤄지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철희發 여권 세대교체 불붙나?


정치평론가 출신으로 민주당 내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꼽히던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여당은 물론 여의도에도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재선 의원 출신으로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낸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1대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시작된 인적 쇄신 바람이 현역 의원들에게도 본격적으로 옮아 붙기 시작한 것.


이미 불출마를 공식화한 이해찬 대표를 필두로 내각에서는 나란히 4선인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청와대에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장관직을 받아들인 상태다. 원혜영 의원도 불출마 검토에 들어갔고, 초선인 김성수·서형수·제윤경 의원도 불출마를 결심하고 당에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초순 현역의원들에게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확인하기도 했다. 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추석 전 각 의원실에 보낸 공문을 통해 내년 총선 공천을 위한 20대 국회의원 최종평가 시행을 안내하면서 ‘차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거나 출마할 의사가 없는 국회의원은 객관적으로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철희 의원의 총선 불출마 공식 선언을 놓고 여의도에서는 현역 의원, 특히 중진들의 물갈이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를 중심으로 한 ‘중진 물갈이론’이 점차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철희 의원은 민주당 내 대폭 물갈이론에 대해 “제가 알기로는 지금 다선 의원 중에서도, 초선 의원 중에서도 불출마 결심을 하는 분들이 제법 있다”며 “제가 기폭제가 아니라 그런 분들이 많이 있다. (이해찬) 당대표도 그렇지 않은가.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고 귀띔했다.

 

김성식 “이철희, 정치 계속하시라”


이런 가운데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정치를 계속하시라”고 공개적으로 ‘불출마 만류’를 해 주목을 끌고 있다.

 

▲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정치를 계속하시라”고 공개적으로 ‘불출마 만류’를 해 주목을 끌고 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10월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철희 의원은 정치를 계속하라’고 부탁하는 글을 올리고 “이 의원이 ‘우리 정치가 한심하고 많이 부끄럽고 앞으로 바꿀 자신도 없다’고 한 말, ‘그래서 불출마 한다’는 말, 다 진심이라고 나는 믿는다. 나에게도 매일 아침 아슬아슬 목젖을 넘어오려는 말이었으니까”라고 공감을 표시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이 의원, 심정은 이해하지만 감정 비약, 논리 비약이다. 정치가 바뀌려면, 진영 논리에 갇힌 사람보다 성찰할 줄 아는 사람, 패거리에 휩쓸려 다니기보다 영혼이 자유롭고 나라의 길에 대해서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 정치판에 더 많아져야 한다”면서 “지금 정치가 부끄럽다고 그냥 도중하차하면 정치가 바뀌나? 부끄러워 몸서리치며 자기 탓도 거울에 비추어보는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은 정치판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일개 초선 의원으로서, 갈 데까지 간 이 무한정쟁의 정치판을 어떻게 곧바로 바꾸어낼 수 있나”라고 반문한 뒤, “그간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 정치를 좋게 만들자며 쌓아놓은 말빚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 출마하고 재선으로 선택받으면 더 잘해라. 이 의원의 말대로,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정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일도 함께 하시게”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출마하고 재선으로 선택받으면 더 잘하라”며 “이 의원의 말대로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정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일도 함께하라. 나는 이 의원과 생각이 다 같지 않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의원이 노는 꼴을 볼 수가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철희 의원은 이 같은 김 의원의 글에 대해 “김성식 의원과는 국회의원 되기 전부터 형·동생하면서 친한 사이다. 김 의원의 후배에 대한 사랑과 진심 어린 충고로 생각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불출마 결심은 여전하냐는 질문에 “출마 쪽으로 재고해달라는 문자가 많이 온다. 못난 놈한테 정치 더하라고 권유해주시는 분들의 마음도 참 고맙다”면서도 “그런데 오래 고민해서 어렵게 걸정한 것이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또 제가 찾아서 국회의원이 아니더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또한 “한두 명이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총선 때마다 대체로 40~50% 물갈이해서 새로운 신인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정치가 나아졌다는 평가는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며 “사람을 바꾸는 것만은 능사가 아니다. 저는 더 젊고 참신한 사람들이,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할 사람들이 더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구조와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그건 제가 의원이 아니더라도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일에는 저도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지 않나 싶다”면서 “구조와 제도를 바꾸는 건 국민의 힘으로 할 수밖에 없다. 내부에서는 기득권의 벽이 두꺼워 스스로 못 바꾼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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