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의 장편소설 ‘몽키 하우스’ 제3부 <4> 어떤 편지&꽃의 낭떠러지

미친 요정보다는 그래도 현실의 양공주가 더 낫다?

글/김영권(소설가) | 기사입력 2019/10/18 [10:24]

김영권의 장편소설 ‘몽키 하우스’ 제3부 <4> 어떤 편지&꽃의 낭떠러지

미친 요정보다는 그래도 현실의 양공주가 더 낫다?

글/김영권(소설가) | 입력 : 2019/10/18 [10:24]

여자들은 성병 검사실에서 규칙적으로 체크하고 주사를 맞고
자유시간엔 뜨개질을 하거나 끼리끼리 모여 미군 체험담 공개

 

‘저 여자들 어떤 존재인지 누군가가 당장 밝혀내긴 어려울 거야‘
정인의 계모는 갈보의 추악성을 아이 마음속에 주입하려는 야수

 

▲ 반평생을 몸 바쳐 외국군에 시달려 온 늙은 패랭이꽃들은 청춘을 잃어버린 채 밤거리를 방황하며 펨프(매춘 중개인)나 히빠리(최하급 위안부) 노릇을 하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얼어 죽거나 미군 범죄의 희생자가 되어 한 많은 생을 끝내곤 했다. <사진출처=Pixabay>    

 

미애는 낭독을 마치자 편지지를 곱게 접어 국제우편 봉투 속에 집어넣었다. 아마 그건 한두 번 되풀이된 건 아닐 터였다. 머나먼 꿈의 나라인 미국에서 또 다른 어떤 여자로부터 새 편지가 올 때까지 그건 무슨 신약성서처럼 계속 낭독될 터였다.


어떤 여자는 자기 삶의 목소리를 테이프에 녹음해서 보내오기도 했다. 블루문 클럽에 있을 때 청운은 맑고도 어딘지 애조 띤 여성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기지촌 여인들은 꿈을 이룬 이전 동료의 얘기를 들으며 흐뭇한 감동에 젖기도 하고 선망과 질투를 은근슬쩍 드러내기도 했다.


“아이구 참, 듣기야 좋지만서두… 이게 다 사실인지 쫌 의심스럽기도 하네….”


“엥, 그게 뭔 소리여?”


“왠지 침소봉대한 성싶은 구석이 보인단 말이지.”


“침소봉대는 웬 미국놈 × 빠는 소린겨? 겨우 간만에 미국 땅 가서 친정에 소식을 보내려다가 보면 좀 치장을 하는 게 정상이지, 뭘 미주알 고주알 따져? 일부러 불행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놓을 필욘 없잖아.”


“그래도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 희비 쌍곡선이 교차해야지만 재미가 있지 맨날 햇빛만 내리쬐면 눈부셔서 얼마나 볼까 싶어.”


“이게 영화야? 드라마야? 실제 현실이잖아. 비극이나 불행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해.”


“그래, 그냥 한번 해본 소리일 뿐야.”


“알어, 네 맘 아니까 됐어. 네 맘이나 내 맘이나 우리들 맘이 뭐 그리 차이가 있겠니….”


“호호, 동감이야.”

 

늙은 패랭이꽃 한 많은 생


몽키하우스에서는 모든 양공주들이 동등했다. 적어도 미군에게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성병균 보균자로서 같은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사실 기지촌 클럽 안팎을 놓고 보면 상류층, 중류층, 하류층의 차이가 있었다. 이른바 상류층은 공개적인 매춘을 하지 않고 미군과 계약 결혼 또는 동거를 해 살아가는 여자들이었다. 계급 높은 장교들과 사는 양색시들은 동두천 바닥에서 공작부인으로 행세할 수도 있었다.

 

여기엔 클럽 댄싱걸도 포함되었다. 그녀들은 대체로 호스티스와는 다른 존재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 설령 미군과 성매매를 하더라도 스스로 상대를 골랐다.


중류층은 클럽에서 호스티스라는 이름으로 일하는 양색시들로, 미군과 함께 술을 마셔 매상을 올려주고 이어 몸까지 제공하는 위안부였는데 그 수가 가장 많았다.


마지막으로 하류층은 인생의 막바지에 늙은 몸을 팔아 겨우 연명해 나가는 퇴기와 비슷한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론 미군을 유혹하기 어려워 썩 진한 화장을 하곤 싸구려 화대로 양키 녀석들을 꼬셨다. 대개 주색과 마약에 중독돼 가난하거나 취향이 괴상한 놈들이었다. 어쩌면 그들이 그녀들을 먹여 살렸다고 할 수 있을까, 혹은 쥐꼬리 같은 화대로 늙은 몸과 영혼을 괴롭혔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 퇴기들은 인간의 악마성을 마구 표출하기도 하는 일부 미군들의 무자비한 폭력 범죄 앞에 무방비로 방치돼 있었다. 반평생을 몸 바쳐 외국군에 시달려 온 늙은 패랭이꽃들은 청춘을 잃어버린 채 밤거리를 방황하며 펨프(매춘 중개인)나 히빠리(최하급 위안부) 노릇을 하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얼어 죽거나 미군 범죄의 희생자가 되어 한 많은 생을 끝내곤 했다.


상류층에서 하류층에 이르는 위안부 여자들이 맞대 놓고 계층 의식을 드러내는 건 아니었다. 만일 그랬다가는 모두의 눈총을 받고 따돌림을 당했다. 그렇긴 해도 은연중에 어떤 감정이나 기색이 드러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일까?


하지만 몽키하우스에 감금된 여자들은 어쨌든 모두가 비슷해 보였다.


수용소에서는 성병 검사실에 가서 규칙적으로 체크를 하고 주사를 맞았다. 한낮의 자유시간에 여자들은 뜨개질을 하거나 주간지를 읽거나 끼리끼리 모여 앉아 한 맺힌 신세 타령이나 미군 체험담을 늘어놓곤 했다.


‘저 여자들이 어떤 존재인지는 그 어떤 누군가가 당장 밝혀내긴 어려울 거야. 아마 본인들 스스로도… 언젠가 미군이 이 땅을 떠나거나, 한미 관계가 평등해져서… 한국인들 모두가 또렷이 현실을 알게 될 때까지는….’


청운은 여숙소의 방문을 닫은 후 어둑한 복도를 걸어 내려오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 미군 전용클럽들이 모여 있는 ‘아메리카 타운’과 기지촌 여성들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영화 ‘아메리카 타운’ 한 장면.    

 

꽃의 낭떠러지


청운은 밤늦게 잠들었다가 이른 새벽 산새 소리에 깨어나곤 했다.


겨울새들은 봄을 바라고 있겠지만 아직은 추운지 목청이 좀 떨렸다. 가끔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얼어 죽은 새도 보였다. 싸늘한 백설 위에 누운 새는 언뜻 꿈을 잃어버린 천사 같기도 했다. 짧은 삶 동안 푸른 하늘을 아마 인간보다 더 많이 보았을 새의 눈은 얇고 하얀 막으로 덮여 있었다. 마치 천상으로 날아간 자신의 영혼을 원망하는 듯싶기도 하고 축복하는 성싶기도 한 눈이었다.


청운은 그 작은 시체에 하얀 눈을 모아 무덤처럼 덮어주었다. 그러고는 건물 뒤꼍으로 가서 장작을 패어 차곡차곡 쌓았다.


문득 어떤 소리가 들려와 청운은 깜짝 놀랐다. 그건 청아했지만 새소리는 아니었다. 사람 목소리 같지 않은 탈속적인 점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무슨 초탈적인 귀신이나 정령 같진 않았고 그저 순진무구한 미지의 존재였다. 새울음 같던 그것은 점점 앳된 소녀의 속삭임으로 변해 갔다.


“파랑새~ 내 파랑새는 어디 갔나?…”


소녀는 작고 가냘픈 몸을 곧게 펴곤 고개를 들었다. 두 눈이 초롱초롱 반짝였다.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이것만은 변치 않을 거야. 내가 만일 공주라면 너덜너덜한 누더기를 걸쳤다고 해도 마음은 공주처럼 지닐 수 있어. 곱고 화려한 옷을 입는다면 공주처럼 행동하기가 한결 쉽겠지만, 아무도 몰라 줄 어려운 때에 늘 참다운 공주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훨씬 더 가치가 있을 거야.

 

음, 내가 만약 공주라면… 참된 공주는 혹시 자리에서 쫓겨나 비참해졌더라도… 자기보다 더 가난하고 비참한 백성을 만난다면 즉시 그들에게 가진 걸 나누어 주겠지. 언제나 자신보다 남들의 고통을 중히 여기고 베푸는 사람이 진짜 왕자고 공주야. 오, 하느님, 제 마음이 늘 참답고 또한 따스함을 지니도록 도우소서!…”


소녀는 간절한 목소리로 기도했다.


청운은 잠시 일손을 멈춘 채 고개를 돌렸다. 하얀 가운을 걸친 여자가 나비인 양 두 팔을 흔들며 팔랑팔랑 율동적으로 날아왔다.


“여기서 뭐해요? 운이 오빤 노예야?”


여자가 물었다. 청운은 대꾸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는 살포시 웃고 있었다. 갸름하고 하얀 얼굴에 아담스런 몸매였다. 새벽빛이 차츰 밝아와 그 큰 언제나 눈물이 어려 있는 눈을 비추자 무슨 보석처럼 한순간 신비스레 반짝였다.


“운아, 여기서 뭐 하니? 엄마가 보고 싶지 않았어?”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왜 멍하니 서 있니, 응?”


청운은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를 살짝 안았다. 그녀도 그를 꽉 껴안았다.


“아유, 내 귀염둥이… 엄마가 보고 싶은데 오지 않아 미웠니?”


“응.”


청운은 어린 여덟 살 때 서울역에 버려진 채 엄마를 기다리던 그 안타깝던 기억을 떠올리며 입속으로 작게 대꾸했다. 정답던 엄마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 가산을 교단에 헌납하곤 빈궁을 못 견딘 나머지 자식마저 차가운 객지에다 버렸던 것이었다.


“엄마가 이렇게 안아 주니 좋아?”


“으응….”


청운은 처음엔 애처로운 여자의 말에 대꾸하는 척 짐짓 연기를 했었는데 어느 새 감정이입이 돼 흐느끼고 말았다. 여자는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운을 품속에 따스하게 껴안고는 등을 살살 어루만져 주었다.


“아가, 아가….”


그녀는 작게 속삭였다. 청운의 턱 밑에 닿을락말락 한 아담한 체구인데도 그 순간만큼은 성모(聖母) 마리아의 기품이 느껴졌다.

 

열아홉 살 클럽 아가씨


그녀는 정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열아홉 살의 클럽 아가씨였다. 잘 울고 잘 웃는다는 사실만이 문제일 뿐 그 수용소의 요정 같은 존재였다. 그녀가 살짝 한 마디 걸면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도 얼결에 미소로 화답하고, 무언가에 원한 맺혀 악독한 욕설을 퍼붓던 여자들마저도 회한의 눈물을 찔끔거릴 정도였다.

 

하지만 삶의 악조건 속에 놓인 어느 누구도 그 요정을 부러워하진 않았다. 왜냐하면 정인은 반쯤 미친 듯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녀들은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는지도 몰랐다. 마음속의 풍경화에 숨어 있는, 미치고 싶고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상념이 변해 요정을 꿈꾼 건 아닐까? 그렇긴 해도 미친 요정보다는 현실의 양공주가 더 낫다고 자위하진 않았을까.

 

혹은 정인의 가여운 모습을 바라보는 그녀들은 자신의 신산스런 삶을 되새기면서 내심 울거나 웃으며 위안을 받진 않았을까. 또는 아마도 애처로운 요정을 가엾게 여김으로써 자기 마음을 높이고 정화시키고 밝게 하고픈 여심(女心)이 은근히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정인의 인생 여정은 사실과 달리 변화되거나 각색되고 있었다. 마치 요정의 내력을 빌려 자신들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극화시키듯… 하지만 허황되진 않고 자신들의 실화를 담고 있었다.


다만, 사정이 그렇다 보니 한 여자의 인생극 속에 서로 상충되는 점이 섞여 들기도 했다. 그 파란만장한 스토리는 이러했다.


정인은 충청도의 어느 작은 도시에서 태어났다. 도시라곤 해도 변두리라 시골과 별 다름이 없었다. 더구나 빈민들만 모여 사는 어두운 지역이었다.(그런 곳에서라도 태어난 게 좋을지, 아예 생겨나지 않는 게 좋을지는 판단하기 어려울 터였다. 아무튼 태어났으니 살아가야만 했으리라)


약간 정신박약 증상이 있었다. 혹은 공주 몽상(夢想)이 있었다고도 한다. 아버지는 뻥튀기 장수에 엄마는 변두리 다방 얼굴 마담이었다. 나이 차이가 열 살이나 났는데 둘 다 술 중독자에다가 노름을 즐겼다. 아버지가 아주 미남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둘은 꽤나 정다웠지만 외딸 정인이 두세 살쯤 된 무렵부터 생활고 등으로 인해 싸움이 잦았다.

 

한편 아버지가 자가용 운전수였고 엄마는 부잣집 사장의 막내딸이란 설도 있다. 누가 먼저 상대를 꾀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사랑의 도피 행각으로 부잣집 부모와 연이 끊어진 이후론 점차 가난해지고 말았다. 알코올 중독에 도박 성향까지 있는 그들의 둥지가 평온했을 리 없다.


정인은 늘 외로움과 불안에 떨며 자랐다. 대여섯 살 때 그 불안들은 하나의 거대한 공포로 변해 눈앞에 나타났다. 곤드레 만드레가 된 채 서로 할퀴고 때리며 싸우던 중 아빠가 무슨 짐승처럼 괴상스런 소리를 내지르며 엄마를 밀쳤다.

 

손톱을 세우고 달려들던 엄마는 마치 목에 용수철이 달린 인형마냥 머리를 세게 흔들더니 벽에 뒤통수를 박곤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눈동자가 허옇게 뒤집힌 채 입에 거품을 물곤 사지를 파르르 떨었다. 정인은 겁에 질린 눈으로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그 소녀의 눈동자는 크게 뜨여 있었지만 고정된 유리구슬처럼 더 이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어린 소녀의 기억은 먹칠된 필름보다 더 캄캄했다. 엄마는 대체 왜 갑자기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걸까? 그런 마음속의 물음은 영원한 비밀로 묻히고 말았다.


인생극의 새로운 막이 오르고 계모가 등장했다. 다른 사람에겐 ‘여우의 좋은 점을 지닌 현모양처’로 보였지만 적어도 정인에게는 악녀 역을 맡은 주연 여우였다. 때리고 할퀴고 말라깽이가 되도록 굶기는 게 아니라 지독한 욕설을 통해 어린 소녀의 영혼을 멍들게 만들었다.

 

개쌍년이니 멍텅구리니 미친 년이란 말보다는 “아가야, 똑똑히 따라서 해봐… 히히, 난 창녀야, 매춘부야, 양공주야… 빨리 해!”라는 미친 듯한 은근짜의 강요였다.


그런 말을 하는 계모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이 예전에 겪은 갈보의 추악성을 아이의 마음속에 주입하려는 야수의 얼굴이었다. 오래 묵은 화장독으로 인해 푸르스름한 낯가죽을 다시 진한 화장으로 가리고 입술엔 늘 빨간 루즈를 바르고 있었다. 그런 정신적인 세뇌와 영혼에 대한 폭력은 열 두세 살이 되어 초경을 치른 후론 훨씬 더 심해졌다.


“넌 할 수 있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구! 너 같은 반푼이… 반달이 오히려 매력적일 수도 있어. 제 잘났다고 뻐기는 년놈들은 젬병이야. 알았지? 넌 반푼이가 변신한 반달이야….”


그녀는 세뇌의 감옥에 갇혀 시시각각 괴로워하며 파르르 떨었다. 만일 그 무렵 의붓오빠가 집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아마 가출이나 자살을 감행했을지도 몰랐다.

 

의붓오빠는 계모의 친아들로 정인보다 다섯 살이 많았는데, 몇 년 전에 불쑥 가출했다가 돌아온 것이었다. 오빠는 코밑에 수염이 거무스름하게 돋고 오른쪽 눈가엔 전에 없던 흉터가 나 있었다.

 

계모와 달리 오빠는 정인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정인이 해죽 웃으며 다가가면 문득 싸늘히 돌아서 가 버렸다. 그래도 때론 머리카락을 다정스레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하얀 손을 꼭 잡아 주고 포근히 껴안아 주기도 했다.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 어린 눈망울로 말없이 오빠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 오빠의 메마른 입술이 눈가에 닿았을 때는 천국에 오른 듯했다.

 

그리고 예쁜 꽃이 달린 머리핀이나 일기장을 선물하기도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오빠는 책 한 권을 책상 위에 놓아두곤 집을 나가 다신 돌아오지 않았다. 채색된 삽화도 들어간 그 아담한 책을 보며 정인은 밤새도록 소리 죽여 흐느꼈다.

 

양갈보 주제에 백마 탄 왕자?


여기서부터 몽키하우스에 수감된 여자들의 얘기는 두 갈래로 나뉜다. 정인과 의붓오빠가 육체 접촉을 거쳐 성관계까지 나아갔는가, 정신적인 사랑에서 멈췄는가 하는 문제였다.

 

하지만 그녀가 늘 보물처럼 지니고 다니는 작은 자물통이 달린 일기장을 누군지 슬쩍 훔쳐봤으나, 이 의문에 대해서만큼은 아무런 언급이 없었으므로 여자들의 공상은 여러 갈래로 가지를 뻗었다.


“아마 했겠지. 그 나이 땐 마음보다 몸이 쪼금 더 먼저 움직이잖아. 사내놈이 훌훌 떠난 뒤 계집애가 그리워 울고 짰다면 뻔한 걸 뭐.”


“그래도 순정파였을 수도 있잖아. 예쁜 동화책을 몰래 선물로 두곤 밤안개를 헤치며 묵묵히 떠났으니 얼마나 멋져. 아, 내게도 그런 추억이 있었으면….”


“지랄허고 자빠졌네. 양갈보 생활 십 년에 아직도 백마 타고 올 왕자를 기다리고 있다니 꽤나 꼴사납다야. 명자 넌 순정만화를 너무 많이 봐서 탈이라니까.”


“호홋, 마약보다는 더 건전하지 뭘 그러니?”


“저 미친 년… 대체 언제 철이 들꼬?”


“세상이 추악해도 민들레는 핀단다. 노란 꽃도 귀엽지만, 무거운 씨앗을 매단 채 훨훨 날아오르는 하얀 날개를 보면 너무 경이로워. 난 순수한 영혼을 느껴. 더구나 걔들은 오누이 사인데….”


“오누이는 무슨 오누이래. 의붓 남매라곤 해도 따지고 보면 전혀 남남인걸. 그리구… 민들레 꽃씨가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게 꿈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야. 꽃씨들은 척박한 땅에 더 많은 씨를 뿌려 생존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거라구.”


“젊은 언니들, 보리밥 먹구 괜히 목청 높이 덜덜 말구 그냥 한숨 주무셔. 이런들 어떻구 저런들 어떡할 거야. 이미 양갈보가 돼 버렸는걸….”


“그래, 맞어. 그저 흘러가는 이야기일 뿐인데 너무 심각하면 재미도 콩맛도 없지롱….”


그렇게 해서 남매 간의 근친상간 의혹은 일단 흐지부지해지고 말았다.


고운 손때가 묻은 그 책엔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다.


<다음 호에도 ‘꽃의 낭떠러지’가 이어집니다>

zwrt 19/10/18 [17:10] 수정 삭제  
  여심(女心)이 어떤 마음인지 잘 모르겠네요 작가님, 굳이 여성을 집어넣으니 거북했어요. 물론 객관적으로 여성들의 생각이긴 하지만 굳이 한자까지 써가면서 강조하는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청운의 생각에 굳이 남자를 넣어가며 강조하지는 않으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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