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새로 쓰는 古今疏通-이일경백(以一警百), 살일경백(殺一儆百)

규율 앞에선 지위 고하 없다는 사실 인식케 하라

글/이정랑(중국고전연구가) | 기사입력 2019/09/27 [11:07]

다시 읽고 새로 쓰는 古今疏通-이일경백(以一警百), 살일경백(殺一儆百)

규율 앞에선 지위 고하 없다는 사실 인식케 하라

글/이정랑(중국고전연구가) | 입력 : 2019/09/27 [11:07]

관리와 백성이 마음으로 납득하고 잘못 바로잡도록 이끌어
장수라면 선악과 상벌 명확히 가려 부하들에게 경고 내려야

 

▲ 사진은 영화 ‘삼국지: 명장 관우’ 한 장면.    

 

1. 이일경백, 살일경백


이일경백(以一警百), 살일경백(殺一儆百). 하나를 다스려 백을 다스린다.
<한서> ‘윤옹귀전(尹翁歸傳)’에 나오는 말이다.


옹귀(翁歸)는 동해지방을 잘 다스렸다. 그가 취한 방법은 ‘이일경백(以一警百)’으로 관리와 백성이 모두 마음으로 납득하는 가운데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도록 이끌었다.


규율이 없는 군대는 단 일격에 무너질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이일경백’은 장수가 선악을 분명히 가리고 상벌을 명확하게 함으로서 부하들에게 경고를 내리라는 것이지, 사람을 죽이는 방법에만 의존해 군기를 잡으라는 말이 아니다.


군기는 군대 응집력의 표현이다. 군기가 없으면 어떤 좋은 모략도 쓸모가 없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일경백’은 확실히 군을 다스리고 승리를 창출할 수 있는 모략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손자가 오나라 왕 합려가 아끼는 후궁을 죽여 규율을 잡은 것이나, 사마양저가 제나라 경공(景公)의 측근을 벤 것 등은 지휘자나 부하들 모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행동이었다.


손자와 사마양저는 둘 다 역사상 이름난 군사 전문가였는데, 두 사람의 공통점은 군을 엄하게 다스리고 법을 엄하게 집행했다는 점에 있다. 군기를 위반한 자는 법으로 다스려 ‘이일경백’의 효과를 충분히 살렸다.


오나라 왕이 서쪽으로 강국 초나라를 쳐부수고 북으로 제·진(晉)을 제압한 것이나 제나라 경공이 패배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와 극적으로 진(晉)·연을 제압하여 국토를 회복한 것은 이 두 군사 전문가가 군을 엄격하게 다스린 것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이일경백’은 일종의 수단이자 군을 다스리는 계략이기도 하다. 동서고금을 통해 성공한 군사가는 모두 이 계략의 작용을 중시했다. 고대 군사가들은 상부에 대해서는 무거운 벌로, 아랫사람에 대해서는 큰 상으로, 지위가 높은 자의 위법에 대해서는 군법으로 엄격하게 다스려 모든 병사들에게 규율 앞에서는 지위 고하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만들고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자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2. 시무법지상, 현무정지령


시무법지상(施無法之賞), 현무정지령(懸無政之令). 법에 없는 상을 주고 규정에 없는 명령을 내린다.


규정에 없는 파격적인 큰 상을 주고, 특별한 정령을 발표하여 군사들의 사기를 격려한다. 전군의 많은 군사들을 마치 한 사람 부리듯 움직인다.(<손자병법> ‘구지편’)


손자는 이 대목에서 주로 어떻게 병사를 통솔해 작전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용병을 잘하는 자는 전군을 마치 한 사람을 부리듯 해서 전투에 임하게 만든다고 한다. 전장의 상황과 정세가 급박하면 일치단결해서 분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쟁이라는 비상사태로 돌입하면 관례적인 포상 범위를 벗어난, 즉 법에서 벗어난 상도 주어야 하며 규정에서 벗어난 명령도 내려서 전 병사들로 하여금 위험을 무릅쓰고 전투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전군의 전투를 마치 한 사람이 전투하는 것처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군대든 상벌에 관한 규정에 없는 군대는 없다. 이에 관한 각종 정책들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 규정에 따라 상벌을 결정한다. 그러나 적진 깊숙이 들어가 결사적으로 싸워야 하는 경우라면, 병사들을 격려하고 자극하기 위해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에 근거하여 임기응변의 조치로 상벌과 명령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비상시에는 ‘규정에 없는 파격적인 큰 상을 주고 특별한 정령을 발표하여’ 삼군을 고무시켜 전투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옳기도 하거니와 필요하기도 하다. 병사들이 목숨을 무릅쓰고 필사적으로 전투에 임하는 것은 결코 죽음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큰 상을 기대하고 엄한 벌을 면하기 위해서다. 큰 상과 엄벌이라는 두 가지 항목은 용감하게 나아가 죽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고 비겁하게 물러나 목숨을 보전하는 것을 굴욕적인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 보증이다. 그것은 적을 격파하고 승리를 얻게 한다.


‘황석공삼략’ ‘상략’에 인용된 ‘군참’을 보면 “맛있는 미끼에 물고기가 몰리고, 큰 상에 목숨을 아끼지 않는 병사가 있게 마련”이라는 대목이 있다. ‘백전기법’ ‘상전(賞戰)’에서도 “큰 상이 따르면 반드시 용감한 병사가 나온다”고 했다. 이들 모두가 고대 전쟁이라는 조건하에서 일반 상식을 초월하는 상과 명령만이 승리를 이끌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한나라를 세운 고조 유방은 볼품없는 한신(韓信)을 대장으로 발탁했으며, 결점이 많은 진평(陳平)에게 큰 상을 내리고 그의 계략을 받아들여 막대한 자금으로 초나라 군신을 이간시키는 동안 자금의 지출을 결코 따지지 않았다. 한나라는 진과 초를 무너뜨리고 끝내는 천하를 손에 넣었다.


나폴레옹도 ‘규정에 없는 파격적인 큰 상을 주고 특별한 정령을 발표하여 병사를 격려하는’ 것을 중시하여 병사들의 공명 심리를 만족시켰다. 이러한 것들이 그가 여러 영웅들을 물리치고 일시에 전 유럽 위에 군림하면서 혁혁한 전공을 세우게 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쟁의 실례들은 전쟁이라는 비상시기에 ‘규정에 없는 파격적인 큰 상을 주고 특별한 정령을 발표하여 병사를 격려한다’고 한 손자의 책략이 앉아서 말로 할 수 있는 것일 뿐 아니라 일어서서 실행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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