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發 삭발 투쟁...아니 벌써! ‘약발’ 다 됐나?

황교안 머리 밀어 흔들리던 리더십 추스리고 한국당 지지율 올렸지만 ‘딱 거기까지!’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9/20 [14:50]

황교안發 삭발 투쟁...아니 벌써! ‘약발’ 다 됐나?

황교안 머리 밀어 흔들리던 리더십 추스리고 한국당 지지율 올렸지만 ‘딱 거기까지!’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9/20 [14:50]

자유한국당의 ‘릴레이 삭발’ 투쟁이 흔들리던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을 막고 지지율 반짝 상승 효과를 이끌었지만 일주일 만에 ‘약발’이 다했다는 지적이 여의도에서 잇따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재가’ 이후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을 촉구하는 자유한국당의 ‘삭발 릴레이’가 황 대표를 필두로 파도 타기를 하듯 전개됐지만 그 효과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는 것. 정치분석가들은 한국당 원내외 인사들의 삭발 투쟁이 오히려 향후 한국당에 덫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초여름 ‘황교안 사람’으로 통하던 신상진 자유한국당 혁신특위 위원장이 ‘한국당 현역의원 50% 이상 물갈이론’을 띄웠다가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인적 쇄신’ 이야기는 쏙 들어가고 말았다. 한국당이 잠잠한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공천혁신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시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쯤 되자 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당 내부에서조차 삭발 투쟁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황교안 대표의 삭발은 결기를 보여주는 투쟁인가, 구태정치의 재연인가?

 


 

황교안 ‘청와대 앞 삭발’ 이후 지지율 쑥↑…원내외 인사 삭발 릴레이
머리 민 다음날 황 대표 본인이 ‘삭발 희화화’…애써 쌓은 점수 까먹어


홍준표 뼈 때리며 “그러니 문재인 싫지만 한국당 더 싫다는 말 나오는 것”
‘조국 퇴진’ 목표 간데없고 삭발만 남아 자칫 한국당에 덫 될 것이란 지적

 

▲ 자유한국당의 ‘릴레이 삭발’ 투쟁이 흔들리던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을 막고 지지율 반짝 상승 효과를 이끌었지만 일주일 만에 ‘약발’이 다했다는 지적이 여의도에서 잇따르고 있다. <뉴시스>   

 

근엄하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머리를 박박 밀었다. 9월16일 오전 조국 법무부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며 ‘청와대 앞 삭발’을 예고했던 황 대표는 이날 오후 기어이 삭발을 강행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소속의원 50여 명과 당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굳은 표정으로 삭발을 했다. 

 

황교안 ‘청와대 앞 삭발’ 강행


황 대표는 삭발 후 발표문을 통해 “제1 야당 대표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에 항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과 조국의 사법 유린 폭거는 더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과 이 정권은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국민들의 분노와 저항을 짓밟고 독선과 오만의 폭주를 멈추지 않았다”며 “조국은 자신과 일가의 비리, 이 정권의 권력형 게이트를 돕기 위해 사법 농단을 서슴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을 싸잡아 비난했다.


황 대표는 또한 “문 대통령에게 경고한다. 더이상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면서 “조국에게 마지막 통첩을 보낸다.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와라. 내려와서 검찰의 수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황 대표가 머리를 민 이후 ‘삭발 릴레이’가 탄력을 받으면서 한국당 원내외 인사들의 자발적 삭발이 꼬리를 물었다.


9월19일에는 김석기·송석준·이만희·장석춘·최교일 의원이 머리를 박박 깎았고, 9월18일 국회 부의장인 이주영 의원과 5선 중진 심재철 의원, 막말 파문으로 한국당에서 제명된 바 있는 차명진 전 의원이 청와대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9월17일에는 강효상 의원·김문수 전 지사·송영선 전 의원이 한국당 삭발 대열에 동참했다.


이후 황 대표가 직접 나서서 머리를 밀면서 삭발 투쟁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황 대표의 삭발 이후 한국당의 지지율도 올라 더불어민주당과는 한 자릿수로 격차가 좁혀졌다.


tbs 의뢰로 9월16~18일 사흘간 만 19세 이상 성인 2007명(응답률 6.1%)을 대상으로 한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1.3%p 하락한 38.2%를 기록한 반면, 한국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2%p 오른 32.1%로 조사됐다.

 

황 대표가 머리를 밀던 9월16일 일간 집계 때는, 한국당 지지율이 36.1%까지 오르면서 일간 집계 최고치를 경신했다. 황 대표의 삭발 이후(16일 오후 5시)인 9월17일과 18일 일간집계에선 한국당 지지율이 각각 32.3%, 30.0%를 기록했다.


삭발 효과가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나자 한국당 인사들은 “삭발 카드는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한국당 소속 한 의원은 “제1 야당 대표 중 최초의 삭발이라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은 결단이라는 의미”라고 해석하면서 “현재 지도부의 과제인 보수 대통합을 위해서도 의지 있는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부분을 높이 산다. 고무된 당원들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고 귀띔했다고.


하지만 황 대표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면서 그 열기가 정점을 찍으면서 삭발 투쟁 자체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결기정치’를 보여주었다는 분석이 많지만 일각에선 ‘구태정치’라는 비판을 의식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었다.

 

삭발 희화화로 본전 까먹나?


황 대표가 ‘삭발 투쟁’을 강행한 지 사흘을 넘기면서 황 대표가 본인을 영화 <왕과 나>에서 삭발한 채 열연을 펼친 배우 율 브리너에 비유하고, 한국당 일부 인사가 삭발을 희화화하는 등 헛발질을 하자 시간이 흐를수록 삭발의 효과과 희석돼 ‘이렇게 나가다가는 본전도 찾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황 대표는 머리를 민 다음날인 9월17일 한국당 행사에서 청중들을 향해 “제 머리 시원하고 멋있죠”라고 물은 뒤 “옛날에 (영화배우) 율 브리너라는 분이 있었는데 누가 더 멋있나. 제가 머리가 있었으면 훨씬 더 멋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평소 ‘황교안 호위무사’로 활약하던 민경욱 의원은 황 대표의 ‘삭발 패러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이 멋진 사진에 어울리는 댓글 놀이나 한번 해볼까요”라고도 했다.


이처럼 한국당 인사들의 헛발질이 이어지고 ‘삭발의 약발’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직전 대표였던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나서서 ‘삭발 희화화’에 일침을 놓으며 황 대표의 뼈를 때렸다.


홍 전 대표는 9월18일 황교안 대표 삭발 패러디가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표가 비장한 결의를 하고 삭발까지 했는데 이를 희화화하고 게리 올드만, 율 브리너 운운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하다”고 지적하면서 “어찌 당이 이렇게 새털처럼 가벼운 처신을 하는가? 그러니 문재인도 싫지만 자유한국당은 더 싫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홍 전 대표는 이어 “이를 조롱하는 국민들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면서 “당 대표의 결의가 1회성 퍼포먼스가 안 되려면 비상 의원총회라도 열어서 당 대표의 결연한 의지를 뒷받침하는 비장한 후속 대책이나 빨리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전 대표는 이틀 전인 9월1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황 대표의 삭발 투쟁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이번처럼 제1 야당 대표의 결기를 계속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칭찬과 당부를 한 바 있다.


대안정치연대 소속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율 브리너 얘긴 하면 안 됐다”며 “이게 잘못하면 국회가 아니라 국회 조계사가 되게 생겼다”고 비아냥거렸다.

 

여당에선 ‘공천 의식한 삭발’


사정이 이쯤 되자 여당 인사들은 삭발을 강행한 한국당 원내외 인사들의 면면을 거론하며 ‘공천을 의식한 삭발’이라는 지적과 ‘삭발 피로도’를 꼬집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9월1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연 현안 브리핑을 통해 “삭발을 강행한 황 대표는 취임 후 인재영입에 실패하고, 수권정당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당내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고 꼬집으면서 “한국당 정치인들의 삭발과 단식은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를 무력화하고 내년 총선을 겨냥한 ‘총선행 급행열차표’라는 국민적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도 9월16일 황 대표의 청와대 앞 삭발에 대해 “그저 정쟁을 위한, 혹은 존재감 확인을 위한 삭발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투쟁의 이름을 붙인 삭발은 부조리에 맞서 분투하다 그 뜻을 못다 이룬 사람들이 끝내 선택하는 절박한 심정의 발로”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 대변인은 또한 “황 대표에게는 국회라는 공간에서 일하고 투쟁할 권한이 있다”며 “그러나 한국당은 이미 합의된 20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 첫 일정마저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일하는 국회의 모습”이라며 “민생을 챙기라는 국민의 쓴 소리에는 눈과 귀를 닫고, 장외투쟁과 단식, 이제 삭발까지 이어지는 정쟁을 반길 국민은 없다”며 황 대표를 비판했다.

 

‘삭발 투쟁’이 덫 될 수도


정치분석가들 사이에서도 ‘삭발 투쟁’이 황 대표가 머리를 밀던 날 정점을 찍은 뒤 변곡점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왔다. 황 대표와 한국당 원내외 인사들의 삭발 투쟁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반짝 효과’는 있었겠지만 출구를 찾지 않은 채 ‘삭발 릴레이’를 이어갈 경우 ‘조국 퇴진’ 목표는 사라지고 나중에는 삭발 자체만 남아 향후 한국당에 덫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한국당 내부에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한 중진의원은 “이슈 몰이에서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이상 계속해서 삭발만 줄을 이어 한다는 것이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카드를 현재 소진할 필요는 없고 앞으로도 삭발 등을 해야 할 상황은 계속해서 있을 것이라고 본다. 아껴둘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한국당이 ‘삭발의 굴레’에 갇힐수록 정책 행보로 대안정당 면모를 부각하려던 황 대표의 전략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공천·정당 혁신안을 마련하며 쇄신 행보에 나선 것과 달리 한국당은 지난 초여름 ‘현역의원 50% 이상 물갈이론’ 말만 꺼내놓고 지금은 정쟁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


이를 의식한 듯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당을 향해 “소모적 정쟁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면서 ‘일하는 국회’를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일정에 합의한 것을 고리로 '일하는 국회'를 부각하며 산적한 민생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해찬 대표는 “조국 논란에 국민은 피로감을 느낀다”면서 한국당의 소모적 행동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9월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임명이 완료돼 일하고 있는데, 여전히 계속되는 조 장관과 가족에 대한 논란은 국민에게 피로감을 주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하면서 “야당은 이러한 논란을 정쟁 수단으로 삼아 국회를 공전시키고 있다. 이러한 소모적 행동은 국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검찰은 최선을 다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하고 법무부는 오랜 숙원인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국회는 민생 법안과 예산안을 처리하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제 할 일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9월20일자 조간신문 지면에 한국당 원내외 인사 20여 명이 동참한 '삭발 릴레이'의 약발이 다했다는 논조의 기사가 여럿 등장하자 박맹우 사무총장은 '삭발 자제령'을 내려 눈길을 끌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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