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물갈이說’ 민주당 펄펄 끓는 내막

친문·86 그룹 불출마 러시…세대교체 힘 받나?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19/09/20 [14:24]

‘총선 물갈이說’ 민주당 펄펄 끓는 내막

친문·86 그룹 불출마 러시…세대교체 힘 받나?

송경 기자 | 입력 : 2019/09/20 [14:24]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조국 이슈’ 되살리기에 올인을 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은 세대교체 방아쇠를 미리 당겨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내년 총선까지 6개월 이상 남은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 안팎은 벌써부터 ‘총선 물갈이설’로 펄펄 끓고 있는 것. 일찌감치 ‘인적 쇄신’을 거론한 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자유한국당과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재선 의원 출신으로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낸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최근 소속 의원들에게 총선 불출마 의사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져 현역 물갈이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국당 ‘인적 쇄신’ 잠잠한 사이 민주당 세대교체 방아쇠 당겨
양정철·백원우·강기정·김수현 등 친문 인사 불출마 의사 공식화
‘86세대’ 중심으로 ‘중진 물갈이론’ 확산되자 여당 분위기 ‘펄펄’

 

▲ 이해찬 대표가 9월18일 오후 국회에서 진행된 정기국회 대비 의원 워크숍에 참석한 모습.    

 

9월17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비서관이 최근 각자 개별적으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나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당과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것.


양 원장의 경우 본인은 일찌감치 주변 인사들에게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얘기해 왔으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지역구인 서울 구로을 출마 요구가 당내에 있어 왔다. 올해 초 청와대를 나와 당에 복귀한 백 부원장 역시 경기 시흥갑 출마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양 원장과 백 부원장이 당이나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고 총선 승리에 헌신하고 싶다는 뜻에서 불출마 의사를 당청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괜한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당이 갈 수 있도록 선당후사(先黨後私)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철·백원우發 물갈이 신호탄


두 사람의 총선 불출마를 놓고 민주당 안팎에서는 현역 물갈이의 신호탄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측근인 두 사람이 내년 총선에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현역 물갈이의 명분을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

 

여기에는 지난 2016년 총선 당시에도 문 대통령이 양 원장을 비롯해 이호철 전 민정수석,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등 자신의 최측근들을 불출마시킨 뒤 현역 물갈이에 착수한 전례가 바탕이 되고 있다.


나아가 줄잡아 20~30명에 이르는 청와대 출신 출마 예정자들에게 청와대 출신이라고 해서 특혜는 없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광주 북구갑 출마가 거론됐던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도 총선에 출마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이 대표가 대구·경북(TK)  공천을 위해 영입인사 1호로 점찍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날 언론을 통해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9월 초 현역의원들에게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확인하기도 했다. 당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추석 전 각 의원실에 보낸 공문을 통해 내년 총선 공천을 위한 20대 국회의원 최종평가 시행을 안내하면서 ‘차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없거나 출마할 의사가 없는 국회의원은 객관적으로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와 내각의 중량감 있는 ‘친문재인(친문)’ 인사들이 총선 불출마를 직접 공식화하거나 불출마 의사가 있다는 설(說)이 돌면서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를 중심으로 한 ‘중진 물갈이론’이 점차 확산되는 모양새다.


앞서 9월18일 한 언론은 재선의 유은혜 부총리와 3선의 김현미 장관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결심하고 당 지도부와도 입장을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은 1962년생 동갑내기로 86세대를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이다.


이를 놓고 당내 주류인 86그룹 용퇴론이나 중진 물갈이론 등이 불거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출입기자들에게 이재정·이해식 대변인 명의로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도 “오늘 보도된 '유은혜·김현미 총선 불출마' 관련 기사는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당사자들도 거취 문제는 임면권자인 대통령의 뜻에 따르겠다며 불출마에 거리를 뒀다.


유 부총리는 이날 교육개혁 관련 정례 당정청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거취 문제는 임면권자 의사를 존중할 것이고 오늘 보도는 제 의사를 확인해서 나간 것이 아니다”라고 했고 김 장관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출마를 한다. 그러나 임면권자의 뜻에 따르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두 사람의 거취를 놓고 다른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다.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두 사람의 불출마설에 대해 “사실상 두 분 (불출마) 이야기가 다 맞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라며 “지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토부와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빠졌는데 그 과정에서 검토된 문제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식 대변인도 당의 공식입장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기 전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두 사람이 불출마 의사를 지도부에 전달했다는 보도가 맞냐는 질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며 “(김 장관 불출마는) 맞는 것 같은데 유 부총리는 가변성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김 장관 같은 경우는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비롯한 집값 잡기 정책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불출마쪽으로 기운 것 같다”며 “다만 재선인 유 부총리는 의정활동을 더 하고 싶은 의지도 있는데 인사권자가 결정하는 것이지 본인이 그만두겠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닌 상황에서 기사가 나와 버리니까 ‘NCND(긍정도 부정도 않음)’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따라 유 부총리와 김 장관이 적절한 타이밍에 직접 불출마 의사를 밝히려 했지만 본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언론보도가 나가면서 당이 수습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 외에도 이미 내각에서는 나란히 4선인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청와대에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장관직을 받아들인 상태다. 원혜영 의원도 불출마 검토에 들어갔고, 초선인 김성수·서형수·제윤경 의원도 불출마를 결심하고 당에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진 물갈이론’에 민주당 술렁


민주당 선출직공직평가위원회의 국회의원 최종평가 시행 등 공천 준비작업 과정에서 ‘586 중진 물갈이’ 보도가 언론에 흘러나오자 당 분위기는 삽시간에 뒤숭숭하게 변했다. 민주당 대변인들은 이 같은 언론보도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이해찬 대표는 물갈이론으로 민주당 안팎이 술렁거리자 “흔들리지 말라”며 수습에 나서기도.


이 대표는 9월18일 오후 국회에서 진행된 정기국회 대비 의원 워크숍에서 “이상한 뉴스들이 있는데 흔들리지 마시라”며 “당은 민주적이고 객관적으로 총선까지 잘 운영하겠다는 것을 의원님들께 약속 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물갈이설’을 “이상한 뉴스”라고 규정한 것도 당 기류가 심상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당도 정기국회에 대응하며 총선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태세를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시스템 공천'을 언급했다. 시스템 평가에 의한 '자연스러운 물갈이'는 본래 기조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당은 민주적이고 객관적으로 총선까지 (공천 시스템이) 잘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년 총선에 불출마할 것이라는 언론보도로 중진 물갈이론이 확산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


이날 이 대표가 주재한 최고위에서는 일부 최고위원으로부터 중진 물갈이론과 관련해 “벌써부터 이런 보도가 나오면 당이 혼란스러워지고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대표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불출마하라거나 출마하라고 권유한 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경선 원칙을 엄정하게 지킬 테니 걱정 안 해도 된다. 인위적 물갈이는 없다”고 다독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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