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vs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내전’ 점입가경

‘CEO 대화’ 하루 만에 비방전…최악의 전쟁 치닫나?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9/20 [14:20]

LG화학 vs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내전’ 점입가경

‘CEO 대화’ 하루 만에 비방전…최악의 전쟁 치닫나?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9/20 [14:20]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으로 갈등이 커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송사가 5개월이 지나도록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16일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대화 테이블에 마주앉았지만 입장 차이는 여전했다. 정부의 중재 노력으로 두 회사 CEO가 회동을 했지만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데 그친 것. 배터리 기술유출 문제를 두고 촉발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국내외 소송전은 형사고소에 이은 경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신학철 부회장 vs 김준 총괄사장 만났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
형사고소 이어 경찰 압수수색까지…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넌 듯

 

▲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으로 갈등이 커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송사가 5개월이 지나도록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뉴시스>    

 

전기차 배터리 기술유출 혐의를 놓고 LG화학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경찰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서 다양한 분석을 낳고 있다.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한때 대화 테이블로 나와 잠깐 조성됐던 화해 국면은 하루 만에 싸늘하게 식고 말았다. 두 회사 CEO 만남 직후 곧바로 이어진 경찰의 압수수색으로 빠르게 경색되고 있다. 이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서로의 입장을 담은 참고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는 등 원색적인 비방을 이어가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전날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눴다며 CEO 첫 회동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두 회사의 소송전은 난타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인다.

 

CEO 회동 다음날 상호 비방전


9월1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팀이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SK이노베이션 본사와 대전 대덕기술원에 수사관을 보내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는 것.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날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본사 차원의 수사가 아닌 이직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제소하고, 5월 초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한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서울지방경찰청에 형사고소했다.


LG화학은 경찰의 압수수색 직후 입장문을 발표하고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형사고소 사실을 공개했다.


LG화학은 “경찰에서 SK이노베이션과 관련해 구체적이고 상당한 범죄 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한 결과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고, 그에 대해 검찰 및 법원에서도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비정상적인 채용행위를 통해 산업기밀 및 영업비밀을 부정 취득했다며 정황을 상세히 알렸다. 겉으로는 채용면접 형식을 취했으나 자사의 영업비밀 관련 내용 발표와 질의응답을 통해 영업비밀 탈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절차였다는 주장이다.


채용 과정에서 경쟁사의 입사 지원자들은 LG화학의 배터리 제조 기술의 최적 조건, 설비사진 등을 상세히 기재했으며,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수 백여 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열람, 다운로드 및 프린트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LG화학 측에 따르면 전직자 A씨는 이직 전 사내메신저를 통해 동료에게 “나랑 (SK이노베이션의)선행개발에 가서 여기(LG화학) 적용된 것을 소개시켜주면서 2~3년 꿀 빨다가” 등의 말로 동반이직을 권유했고,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서 하는 거 다 따라 하려고 하는데”라는 언급도 있었다는 것.


LG화학은 “여러 자료 및 정황들에 비추어 보면, 이번 사안은 경쟁사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국가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불법적으로 취득한 사건으로 보인다”며 “경쟁사는 선도업체인 LG화학의 영업비밀을 활용해 공격적인 수주활동을 벌이며 공정 시장 질서의 근간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이어 “LG화학은 이번 수사를 통해 경쟁사의 위법한 불공정 행위가 명백히 밝혀져 업계에서 사라지는 계기가 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가 배터리 산업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인력을 부당하게 채용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LG화학 측의 지원자가 워낙 많았다고 부연하며 공정한 기회 제공을 위해 100% 공개채용의 원칙을 지켰다고 재차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헤드헌터를 통해 특정인력을 타깃으로 삼아 채용한 인원은 1명도 없다. 공정한 기회 제공과 그를 위한 100% 공개채용 원칙 아래 진행됐다”며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해 온 LG화학 자동차 배터리 분야 출신 중에서 대리·과장급이 95%”라고 반박했다.


이 회사는 이어 “LG화학에서 채용해 간 경력직원이 100여명이라고 하는데, 이는 SK의 배터리 사업 경력사원 모집에 지원한 LG화학 출신 전체의 10%대에 불과하다”며 “SK이노베이션이 2016년부터 진행해 온 경력사원 채용에 LG화학 출신 지원자들의 규모는 실로 엄청나다. 이직을 희망하는 직원들의 입장을 먼저 헤아려 보길 바란다”고 일침을 놓았다.

 

SK이노베이션은 그러면서도 “배터리 사업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LG화학의 인력을 채용한 것은 사실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라도 배터리 전문인력을 공동으로 육성하자”고 제안했다.

 

배터리 분쟁 대체 어디까지?


앞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최고경영자(CEO)가 9월16일 처음으로 만나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두 CEO는 이날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헤어졌지만 대회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었다.


두 회사에 따르면 LG화학 신학철 부회장과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은 9월16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는 것. 당초 동석할 가능성이 제기됐던 산업부 관계자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LG화학 측은 신학철 부회장과 김준 총괄사장 회동 이후 공식입장을 통해 “두 회사 CEO는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려운 점 양해 바란다"며 "첫 만남이 있기까지 산업부의 노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뒤이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도 “두 회사 CEO가 만나서 의견을 나눴다”며 “만남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으로도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소송에 성실하게 대응하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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