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펀드 DLF·DLS에 7300억 묶였다!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8/23 [12:00]

깡통 펀드 DLF·DLS에 7300억 묶였다!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8/23 [12:00]

소비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불량 제품과 저질 서비스의 실태를 고발하는 ‘똑부러진’ 소비자들이 늘면서 기업들도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 이제 소비자 문제는 정부나 소비자 보호기관의 노력으로 그치던 단계를 넘어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소비자 정보제공 창구인  <컨슈머 리포트>까지 등장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정보로 무장하고,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나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본지에서도 독자들이 보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실용적인 소비자 정보와 자료를 전달하는 생활환경 감시 페이지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금감원 점검 결과 판매잔액 총 8224억…개인 투자자 비중 89%나
우리은행 4012억, 하나은행 3876억, 국민은행 262억, 유안타 50억
대규모 손실 가능성 제기되며 후진적인 국내 금융 시스템 민낯 노출

 

▲ 우리은행·하나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수천억 원의 손실이 우려되는 해외금리 연계 파행결합상품(DLF·DLS)을 총 8224억 원 어치나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깡통 펀드’ DLF·DLS 폭탄이 결국 팡 터졌다! 금융회사들이 수천억 원의 손실이 우려되는 해외금리 연계 파행결합상품(DLF·DLS)을 총 8224억 원 어치나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해당 상품에 가입한 고객 중 개인투자자 비중이 89%에 달해 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3000여 명의 투자금 7300억 원이 묶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상품 만기까지 현재의 금리 수준이 유지되면 투자자들이 입을 손실액은 455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 같은 사실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DLF·DLS 상품의 설계→제조→판매 전반에 대한 실태를 점검한 결과 드러났다.


금감원은 최근 문제가 불거진 DLF·DLS 상품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8월7일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주요 DLF·DLS 판매잔액은 총 8224억 원 수준이라고 8월19일 밝혔다.


회사별 판매규모는 우리은행(4012억 원), 하나은행(3876억 원), 국민은행(262억 원), 유안타증권(50억 원), 미래에셋대우증권(13억 원), NH증권(11억 원) 순으로 조사됐다.


형태별로 살펴보면 전체 판매잔액의 99.1%(8150억 원)가 은행에서 펀드(사모 DLF)로 판매됐으며 나머지(74억 원)는 증권회사에서 판매됐다.


고객별로는 개인 투자자의 투자 금액이 가장 높았다. 개인 투자자(3654명)이 투자한 금액은 7326억 원으로 전체 판매잔액의 89.1%를 차지하며, 법인(188개사)은 898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미국 CMS 금리 연계상품 판매잔액은 6958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 가운데 8월7일 기준 판매잔액 중 5973억 원(85.8%)가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만기까지 현재 금리 수준이 유지될 경우 예상 손실 금액은 -3354억 원으로 평균 예상손실률은 56.2%다.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연계상품 판매잔액은 1266억 원 수준이다. 이 상품의 경우 8월7일 기준 판매금액 전체가 손실구간에 이미 진입한 상태다. 현재 금리가 만기(9~11월)까지 유지 시 예상 손실 금액은 -1204억 원으로 평균 예상손실률은 95.1%에 달한다.


이로써 금융당국은 8월 중에 은행·증권사·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해당 파생결합상품의 제조·판매 등 실태파악을 위한 합동검사에 착수키로 했다. 상품 설계부터 판매에 이르게 된 전 과정을 점검하고 관련 내부통제시스템을 집중 점검한다. 이를 위해 해당 상품의 판매사(은행 등), 발행사(증권사), 운용사 등을 대상으로 관련 검사국이 연계해 이달 중 합동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불완전판매 관련 분쟁조정도 추진한다. 8월16일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파생결합상품 분쟁조정 신청건은 총 29건이다. 금감원은 분쟁조정 관련 민원 현장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현장조사 결과 등을 통해 불완전판매가 확인될 경우 법률 검토, 판례 및 분조례 등을 참고해 분쟁조정도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이 금융회사를 통해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됐다”며 “현 금리 수준이 유지된다는 전제 시 일부 상품의 경우 레버리지가 높아 만기시 손실률이 9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은 글로벌 경기하락 가능성, 미·중 무역분쟁, 홍콩시위 등으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금리, 환율, 유가 등을 기초로 한 파생결합상품 등 고위험 금융상품의 발행 및 판매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관련 상품을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초긴장’ 모드로 접어들었다. 해당 상품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후진적인 국내 금융 시스템이 다시 한번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상품을 3876억 원 어치나 팔며 우리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판매한 하나은행 내부에서는 “PB(프라이빗뱅커)들이 지난 4월부터 DLF 대책마련을 요구했다”는 폭로도 터져나왔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EB하나은행 지부(하나은행 노조)는 8월21일 DLF 판매와 관련, “지난 4월부터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경영진이 외면했다”며 “행장이 전면에 나서 사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하나은행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금리하락 추세의 심각함을 감지한 PB들이 지난 4월부터 관련 부서에 발행사의 매수청구권(콜옵션) 행사, 환매 수수료 감면 등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경영진은 안일하게 대응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금리연계 DLF 판매잔액은 약 3800억 원에 이른다는 것. 미국 국채 5년물 금리와 영국 CMS(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 7년물 금리 연계 DLS(파생결합증권)에 투자하는 형태로 만기 1년 또는 1년 6개월로 판매됐다. 판매액 중 일부는 현재 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하나은행 노조는 지난 6월 PB 면담과 포럼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담당 임원에 전달하고 직원 보호대책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나은행 노조는 “경영진은 중도 환매 수수료를 우대해 줄 경우 다른 고객 수익에 미치는 영향과 자본시장법 위배, 배임 우려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며 “사태 이후에도 노조, 행장, 판매영업점 지점장, 본부장이 함께 참여하는 회의 소집을 요구했지만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시 PB들은 고객들의 투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보고서도 자산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아연실색했다”며 “행장은 전면에 나서 현 사태를 해결하고 직원들이 받을 심적부담과 고통을 감안해 직원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듯 사태가 갈수록 심각하게 흘러가자 시민단체가 총대를 메고 손태승 우리은행장과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을 DLS·DLF 파문의 책임을 묻기 위해 검찰에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


금융소비자원은 8월22일 성명을 내고 “DLS 사태로 7000억 원 이상의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에도 금융당국의 늦장 조사로 인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증거인멸, 은닉과 대책의 시간을 갖게 하고 있다”면서 “금소원은 금감원의 무능한 감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손태승 우리은행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 등을 검찰에 형사고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소원 측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투자자들을 위한 피해보상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두 은행에서 판매한 DLF 상품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은행에 요구한 가입서류 발급을 미루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금소원 측은 “8월21일 하나은행 영업1부에 피해자의 가입서류 사본을 사전에 요청하고 피해자와 함께 방문해 상품가입서류를 받고자 했지만 약속한 서류조차 주지 않았다”면서 “금융당국도 이런 문제인식은 커녕 어떻게 책임회피를 할 것인가 궁리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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