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쫓는 구마사제 ‘안 신부’ 역 맡아 3년 만에 스크린 복귀
부마자에게 쏟아붓고 싸우듯 ‘라틴어’ 질러대며 살벌한 열연
▲ 올해로 데뷔 62주년을 맞이한 배우 안성기.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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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데뷔 62주년을 맞이한 배우 안성기(67)가 여전한 연기 욕심을 드러냈다.
“영화 현장을 너무 사랑하다 보니 영화를 끊임없이 계속하고 싶은 염원이 있다. 캐릭터의 직업이 겹칠 수 있지만, 똑같은 캐릭터는 없는 것 같다. 새로운 사람(캐릭터)과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는 것은 마치 신나는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어떤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좋다. 나로서는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정도 했으니까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직업은 아닌 것 같다. 정해진 정년도 없지 않나. 자기 스스로 능력에 따라 오래도 할 수 있는 거니까. 좋아하는 영화를 오랫동안 하려면 내가 몸과 마음 둘 다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요즘 영화계의 흐름에 대해서는 아쉬워했다.
“영화가 오락적으로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내가 영화를 시작할 때는 영화를 통해서 사회를 발전시키려고 하는 작품이 굉장히 많았다. 주제도 무겁고 진지했다. 그래서 최근에 영화가 너무 오락적으로 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오래 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걸 거다.
예전에는 영화 ‘감상’이라고 했다. 이제는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주제에 대해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도 하고 그러는 분위기가 있었다. 지금은 ‘영화 보는 시간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너무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뤘으면 좋겠다.”
그는 운명처럼 영화배우가 됐다.
“어렸을 때 부모님 뜻도 아니고, 내 뜻도 아니고 그냥 운명적으로 시작이 됐다. 그러곤 그냥 흘러왔다. 그래서 특별히 어떤 감회를 느끼지는 않는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면서 매력적인 배우로서 오랫동안 할 수 있을 것인가가 내 마음 속에 많이 있다.”
영화 <사자>는, 그의 입장에서는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사자>에 출연하게 된 계기에 대해 “어린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기 위해서”라면서 “어린 친구들은 이제 나를 잘 모른다. 나이 든 사람한테 관심을 잘 주지도 않을 테니. <사자>를 통해 아직도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기대가 있다”고 했다.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는 영화관을 많이 못 열고, 관객과의 만남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더라. 거기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일단 큰 영화를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더 가지고, 관객과 더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새롭게 영화관에 편입된 어린 관객들과의 만남이 잘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눈도장을 찍어놔야 ‘아, 저 사람이 영화를 오래한 사람이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지 않겠는가.
몇 년간 젊은 친구들과의 만남이 영화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사자>를 통해서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안성기는 <사자>에서 악을 쫓는 구마 사제 ‘안 신부’ 역을 맡았다. 바티칸에서 온 구마사제다. 구마사제단 ‘아르마 루치스’ 소속으로, 한국에 숨어든 강력한 악의 검은 주교를 찾고 있다. 강한 신념과 의지로 모든 것을 걸고 임무에 나서는 인물이다. 구마 의식을 행하는 강렬한 카리스마부터 용후(박서준 분)의 멘토이자 아버지 같은 따뜻한 매력까지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속에서 격투기 챔피언으로 분한 박서준의 역할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서준이 몸으로 하는 액션을 선보였다면, 안성기는 살벌한 라틴어 액션을 선보였다.
“액션이 있지만, 나는 당하는 액션이라 본격 액션이라고는 할 수 없다. 우도환과 박서준의 긴 액션을 볼 때, ‘이 영화가 액션이 굉장히 많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액션 욕심이 난다. 늘 운동을 해왔다. 몸으로 하는 건 자신있다. <사냥>에서는 젊은 친구들도 못 당할 만큼 뛰었다.
그런데 <사자> 촬영 첫 날부터 무술감독이 당하는 역할이라고 해, 아쉽지만 욕심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안 신부’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건 결국 라틴어밖에 없더라.
그래서 라틴어를 주문처럼 외우는 게 아니라 부마자에게 쏟아붓듯이 싸우듯이 질러댄 거다. 그렇게 안 하고 조용하게 했으면 안 어울렸을 것 같다.”“내가 몸이 너무 좋아서 김주환 감독이 상체를 노출하는 신에서 좀 쭈그리라고 했다.
운동하는 게 습관이 됐다. 운동을 안 하는 날은 컨디션이 오히려 좋지 않다. 늘 웨이트 트레이닝(근육 발달을 통해 강한 체력을 기르기 위한 저항 훈련)을 하고, 빨리 걷고 뛴다. 1시간 정도 쉬지 않고 매일 한다. 다른 사람들 1시간30분 하는 양이 될 거다. 40대들 운동하는 것과 비슷하게 하는 것 같다.”
영화를 찍으면서 힘들었던 장면을 묻는 질문에는 “우도환씨가 까마귀 부리 같은 걸로 나를 찌르는 장면이 있었다. 꽤 아프더라. 목이 되게 많이 눌렸다. 애매하게 서로 봐주면 손해다. 그러고서 나중에 화면을 보면 (별로다) 조금 힘들어도 그 순간을 견디면 영화도 좋아지고 관객도 잘 볼 수 있다”며 프로페셔널의 면모를 드러냈다.
안성기는 영화에서 진지한 순간에 유머를 던지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안긴다. 평소에도 웃음을 좋아한다.
“애드리브도 있었고, 김주환 감독이랑 상의해서 시나리오에 없는 걸 현장에서 만든 적도 있다. 관객들이 생각보다 재밌는 반응을 하더라. 맥주 마시는 신도 웃음 포인트가 있는데, 그때 실제로 맥주를 마셨다. 눈까지 벌그레한 게 좋을 것 같아서 촬영 전에 두 잔 마시고, 얼굴을 벌겋게 하고 시작했다. 원래 장난치는 걸 좋아한다. 사람들이 미소 띠고 즐거워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영화가 오컬트, 엑소시즘의 요소를 갖고 있지만, 그는 “무서운 영화를 보지 못한다”고 했다.
“무서운 영화를 못 봐서 구마영화를 미리 보진 못했다. 그런 (무서운 장면들에 대한) 잔상이 오래 남는다. <괴인 드라큘라>라고 크리스토퍼 리가 나오는 영화가 있다. 12시가 되면 관 뚜껑을 열고 돌아다닌다. 어릴 때 그걸 보고 그 생각이 너무 나서 고생했다.
무서운 영화는 시사회도 잘 안 간다. 조진웅이 나오는 <해빙>도 무서웠다. 무서운 장면이 있으면 눈을 감거나 소리를 줄여 버린다. <사자>에는 직접 출연을 하고 영화 프레임 밖 상황을 보고 알아서 그런지 무서움이 없었다. 화면 밖에서 뭐가 뛰어들어오는 게 무섭지 않나.”
관객으로서는 감동적인 영화를 좋아한다며 <그린북>을 인상깊게 봤다고 했다. 따뜻한 감동이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고.
안성기는 영화를 ‘내 동네’라고 칭했다. TV 드라마에 출연할 의사가 없는지 묻자 “내 동네가 아닌 것 같다. 영화가 내 동네같고, 편안한 나의 집 같다. 그래서 드라마를 할 생각은 따로 없다”고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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