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가사도우미 성폭행 진상

“음란물 본 후 눈 벌게져 주방으로…짐승처럼 보였다”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19/07/19 [14:17]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가사도우미 성폭행 진상

“음란물 본 후 눈 벌게져 주방으로…짐승처럼 보였다”

송경 기자 | 입력 : 2019/07/19 [14:17]

김준기(75)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고소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김 전 회장 사촌 동생이 가사도우미에게 최근까지 여러 번 합의를 시도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김 전 회장을 즉각 체포해 수사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까지 올라와 주목을 끌고 있다. ‘김준기 피소’ 사건을 다루고 있는 검찰은 미국에 체류 중인 김 전 회장의 소재를 파악해 지난해 10월 미국 수사당국에 강제추방을 요청했고, 미국 수사당국도 이를 받아들여 김 전 회장에 대한 강제추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때 재계순위 10위권을 넘보던 그룹을 키운 총수는 어쩌다가 여비서 성추행에 이어 가사도우미 성폭행 구설에 휘말리며 성(性) 도착증 의혹에 휩싸이는 신세가 됐을까. 

 


 

별장 가사도우미 A씨, 성폭행 혐의로 ‘김준기 고소장’ 제출
가사도우미 자녀라는 B씨 “김준기 즉각 체포해 수사” 국민청원
검찰, 미국에 강제추방 요청…김준기 측 “귀국해 수사 받겠다”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세인들의 입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김 전 회장 가사도우미였던 A씨가 지난해 1월 김 전 회장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고 7월15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이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세인들의 입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짐승처럼 보이는 회장님”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6년부터 약 1년간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김 전 회장 별장에서 일했다고 한다. A씨는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동안 김 전 회장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김 전 회장이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 용기를 내어 성폭행 관련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한다.


A씨는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성폭행 당시 상황에 대해 “(그날이) 주말이었는데 (김 전 회장이) 주방으로 들어오더라고요, 뭐하냐면서…또 (음란)비디오를 봤는지 눈이 벌겋고, 하여튼 제 느낌에는 그랬어요. 막 무슨 짐승처럼 보이는 거예요, 순간적으로”라고 증언하기도.


해당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피해자 조사는 마쳤으나, 피고소인 조사는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성폭행 피소 당시에는 김 전 회장이 이미 미국으로 떠난 뒤였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7월 지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는데, 출국 후 약 두 달 뒤 여비서 상습 추행 혐의가 불거졌고 이후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여비서 추행 의혹이 불거진 직후인 2017년 9월 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현재 경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한 여권 무효화 조치를 신청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신병 인도를 위한 적색수배를 내린 상태라고 전했다.


김 전 회장 측은 A씨의 ‘성폭행 의혹’ 제기에 대해 부인하면서도 김 전 회장의 사촌 동생이 직접 나서 최근까지 A씨에게 여러 번 합의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을 더하고 있다.


지난 7월16일 JTBC 보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의 사촌 동생인 김모씨가 지난 5월23일 가사도우미 A씨에게 보냈다는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는 것. 당시 김씨는 A씨에게 보상금을 주겠다며 여러 차례 편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었으며 집으로 찾아오기까지 했다고 한다.


김씨는 “아줌마 보세요”라는 말로 편지를 시작하며 “회장님께 국제전화로 상의 드렸더니 판사와 검사가 의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줄 수 있는 한 다 주라고 하셨다”고 했다고.


또한 김씨는 “회장님 변호사들이 공탁금을 걸고 무고와 손해배상으로 고소하면 아줌마는 돈 주고 변호사를 써야 할 것”이라고 겁을 주면서 “설사 회장님이 유죄가 된다고 해도 아줌마 수입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손해배상액이 1000만 원 내외(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도 했다.


A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김씨가 다섯 통의 편지를 보내고 집까지 직접 찾아오거나 수시로 전화해 압박감을 느꼈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제발 그를 법정에 세워주세요”


김 전 회장의 성폭행 피소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 뒤인 7월16일에는 자신을 성폭행당한 가사도우미의 자녀라고 주장하는 B씨가 김 전 회장을 즉각 체포해 수사해달라는 국민청원글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렸다.


B씨는 ‘김 전 회장의 성범죄 피해자 가족입니다. 제발 그를 법정에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에서 자신을 “성폭행 피해자의 자식”이라고 소개하며 “어머니는 이혼 후 자식 둘을 혼자 떠안게 된 뒤에 식당일을 전전하다가 가사도우미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B씨는 이어 “숙식을 해결하면서 월급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좋아하시던 어머니는 어느 순간 너무 힘들다는 말을 계속했다”며 “처음부터 김 전 회장이 노골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이후 어머니가 방에 있어도 음란물을 봤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B씨는 어머니가 모욕적인 언행을 들었다고도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어머니에게 ‘유부녀들이 제일 원하는 게 뭔지 알아? 강간당하는 걸 제일 원하는 거야’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결국 추행과 함께 수위를 거듭해가다 차마 제 손으로 적을 수 없는 일까지 저질렀다.”


B씨는 “어머니는 결국 그만두게 됐는데, 김 전 회장과 하수인들이 법을 모르는 어머니를 회유해 가사도우미로서 집 안에서 보고 들은 일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돈을 건넸다"고도 폭로했다.


이어 그는 “어머니가 1년 후 고소를 결심해 행동에 나섰지만 김 전 회장이 경찰 수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B씨는 “그는 막강한 재력을 이용해 여권이 무효화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황에서도 호의호식하며 지냈다. 경찰에서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며 김 전 회장을 적극적으로 체포해 줄 것을 촉구했다.


김 전 회장은 그보다 앞선 2017년 9월에도 30대 여성 비서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소인은 그해 2월부터 7월까지 김 전 회장이 자신의 신체 부위를 상습적으로 만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함께 스마트폰에 담긴 영상과 녹취록 등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이 여비서는 2014년 초부터 2017년 7월까지 동부그룹에서 근무했다.

 

김준기 “주치의 허락받으면 귀국”


김 전 회장의 성폭행·성추행 논란이 커져가자 경찰은 미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기로 했다. 경찰청 외사수사과는 김 전 회장에 대해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7월17일 밝혔다.


앞서 김 전 회장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가 발부된 상태이며 여권 또한 현재 일시적 무효화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처음에는 유효한 여권으로 미국에 들어간 이후 체류 기간만 연장하고 있어, 현재 그를 강제로 국내로 들여보내기는 어려운 상태라는 것이 경찰 측의 설명이다. 미국은 인터폴 적색 수배만으로는 검거 또는 송환이 불가능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김 전 회장 측이 제도상 허점을 이용해 미국에서의 체류를 이어가고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면서 연장 신청이 현지에서 거부될 수 있도록 국제공조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김 전 회장은 한국과 미국 사법당국이 압박을 조여오자 7월18일 변호인을 통해 “주치의의 허락을 받는 대로 귀국해 성실하게 조사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김 전 회장은 A씨와 합의해 성관계를 했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2017년 1월 해고를 당한 후 해고에 따른 생활비를 받았을 뿐 합의금을 받은 적이 없으며 추가로 거액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고소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반박을 폈다.


아울러 A씨가 이와 관련한 각서도 썼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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