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불매운동 들불처럼 번지는 내막

한국에서 벌어 일본 송금…“우리가 봉이냐?”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7/19 [13:23]

유니클로 불매운동 들불처럼 번지는 내막

한국에서 벌어 일본 송금…“우리가 봉이냐?”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7/19 [13:23]

소비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불량 제품과 저질 서비스의 실태를 고발하는 ‘똑부러진’ 소비자들이 늘면서 기업들도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 이제 소비자 문제는 정부나 소비자 보호기관의 노력으로 그치던 단계를 넘어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소비자 정보제공 창구인  <컨슈머 리포트>까지 등장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정보로 무장하고,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나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본지에서도 독자들이 보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실용적인 소비자 정보와 자료를 전달하는 생활환경 감시 페이지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불매운동 비웃는 일본 CFO 발언 이후 반감 격화 매출 30% 뚝↓
파장 커지자 “앗, 뜨거~” 본사 차원의 입장문 내고 “대단히 죄송”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가 악화하면서 한국 소비자들일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가장 크게 맞은 곳은 한국에 진출한 일본의 패스트 패션(SPA) 브랜드 ‘유니클로’다. 이 브랜드의 7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적게는 30%, 많게는 5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SPA 브랜드의 절대 강자였던 유니클로 경영진이 한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과 관련해 “매출에 영향을 줄 만큼 오래 가진 않을 것”이라고 비웃어 기름을 들이부은 격이 되고 말았다.

 

▲ 한국 소비자들일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유니클로 일부 매장 앞에선 ‘불매운동’ 피켓을 든 소비자가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뉴시스>    


지난 7월1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유니클로 본사의 실적 결산 자리에서 나온 오카자키 다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발언이 한국 소비자를 우습게 본다는 폄훼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다. 한국에서 반일 감정이 더욱 거세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


당시 오카자키 CFO는 “불매운동이 매출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우리는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한국에 뿌리내린 것을 조용히 제공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 만큼 (불매운동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더 크게 번져나갔다. “한국인이 봉이냐” “유니클로 안 입어도 입을 옷 많다” 등과 같은 댓글이 이어졌다. 유니클로 매장은 주말에 가도 한산할 정도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매장 앞에선 ‘불매운동’ 피켓을 든 소비자가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국내 유니클로의 대주주인 롯데쇼핑은 주가가 최근 2주간 15%가량 하락하는 등 타격을 입기도 했다. 현재 유니클로의 지분 구조는 롯데쇼핑이 49%,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51%를 갖고 있다.


오카자키 CFO의 발언 이후 한국 소비자들은 유니클로의 국내 매출구조와 기부금 내역 등에 대해 파헤치기 시작했다.


실제로 유니클로 한국법인 ‘에프알엘코리아’의 최근 3년간 공시를 보면 이 회사의 배당은 해마다 급증세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시장에서 돈을 벌어 배당이라는 명목으로 일본으로 보내는 돈이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다.


에프알엘코리아의 2018년 배당규모는 610억 원으로 2017년 447억 원과 비교하면 36%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6년 275억 원에 비해서는 2배 넘게 늘어날 정도로 한국의 돈을 빨아들이고 있었던 것.


하지만 유니클로의 한국사회 기여도는 극히 미미했다. 수입은 늘어난 반면 2018년 에프알엘코리아의 기부금은 9억8963만 원으로 2017년 17억4660만 원, 2016년 13억7400만 원에 비해 쪼그라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이 SNS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한국이 봉이냐” “유니클로 안 입어도 입을 옷 만다” 등 유니클로 불매운동 1인 시위가 전국 곳곳의 매장으로 확대되기 시작했고, 그 여파로 실제 유니클로의 국내 매출이 평소보다 30% 가까이 줄었다는 통계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유니클로 측은 결국 문제의 발언이 나온 지 닷새 만에 사과문을 내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일본 본사가 즉시 사과에 나선 것은 그만큼 불매운동의 파장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니클로는 7월17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유니클로의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의 결산 발표 중 있었던 임원의 발언으로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시 발언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유니클로가 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고객들께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이며 이런 노력을 묵묵히 계속해 나가겠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유니클로가 한국에서 퇴출될 때까지 불매운동을 계속하겠다”며 결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유니클로 명동점은 물론 국내 곳곳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에 발길이 뚝 끊겼다. 한국 소비자들은 손님 없이 텅텅 빈 유니클로 매장의 인증샷을 올리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독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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