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대북 전략물자 밀수출? 일본 ‘음모론’ 점점 키우는 내막

불확실한 한국 보도 악용에…이낙연 “개탄스럽다”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7/12 [13:56]

한국이 대북 전략물자 밀수출? 일본 ‘음모론’ 점점 키우는 내막

불확실한 한국 보도 악용에…이낙연 “개탄스럽다”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7/12 [13:56]

일본 민영방송인 후지TV가 한국 국회의원으로부터 전략물자가 밀수출됐음을 보여주는 리스트를 전달 받았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전략물자는 대량 살상무기와 그 운반수단으로 전용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 소트프웨어를 의미한다. 후지TV가 7월10일 “한국에서 지난 4년간 무기로 전용 가능한 전략물자의 밀수출이 156차례나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하면서 전략물자 불법 수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방송 내용은 향후 한국과 일본의 무역전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파장을 커질 전망이다.

 


 

후지TV 제기 ‘밀수출 의혹’ 출처는 조원진 의원과 조선일보
빌미 제공 조원진 “두 달 전 보도 이용한 건 일본의 적반하장”


이낙연 “선거 때 거칠어지기 쉽다지만 그래도 일본은 선 지켜야”
하태경 “북한에 독가스 원료 불화수소 밀수출한 나라는 바로 일본”

 

일본의 극우매체 산케이 계열사인 후지TV가 <조선일보>의 지난 5월 기사를 토대로 한국에 수출한 불화가스의 북한 밀수출 의혹을 제기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후지TV는 7월10일 방송에서 해당 국회의원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이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전략물자 무허가 수출 적발 현황’을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져 후폭풍이 거세다. 

 

조원진·조선일보 빌미 제공?


노가미 고타로 내각관방 부장관은 후지TV 보도 직후인 7월10일 오전 정례기자회견에서 문제의 문건에 대해 언급했다.


먼저 후지TV 기자가 “한국 국회의원이 한국 정부로부터 입수한 리스트에는 무기전용 가능 전략물자가 밀수출된 사안이 4년간 156건으로 기재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리스트의 존재를 파악했느냐. 그중에는 이번 조치에 포함된 불화수소도 들어 있는데, 리스트의 존재가 판단에 영향을 미쳤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노가미 부장관은 “한국의 수출관리에 대해선 지금까지 말한 대로 적절한 유지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우려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안의 성질상 개별 사안에 답하는 것은 삼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후지TV가 입수했다는 문건은 지난 5월17일 <조선일보>가 보도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조선일보> 기사는 조원진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전략물자 무허가 수출 적발 현황’을 분석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적발한 156건은 ‘정부의 승인 없이 국내 업체가 생산해 불법 수출한 전략물자’로, 일본에서 수입한 반도체 소재 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 일본이 억지를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선일보>는 당시 기사에서 “대량 살상무기(WMD) 제조에 쓰일 수 있는 우리 전략물자가 제3국을 경유해 북한이나 이란 등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이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전략물자 무허가 수출 적발 현황’을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져 후폭풍이 거세다.    


빌미를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은 일본이 한국에 수출한 일본 전략물자의 북한 밀수출 트집을 잡는 것에 대해 “<조선일보> 기사가 벌써 두 달 전에 나갔는데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그걸 이용해서 경제 보복한다는 것은 대단히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7월11일 불교방송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일본은 사실 전략물자에 대한 밀반출 부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일본에서 자꾸 안보 위험론을 이야기하는데 오히려 일본이 전략물자 밀반출 내용을 먼저 발표하는 게 맞다. 한국 쪽에서 나가는 것은 아랍에미리트나 베트남 쪽으로 가는데 일본에서 도대체 그 물건들이 어디로 가는지 되레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일본의 의도는 적반하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지금 한국은 밀반출에 대한 사례를 발표하고 국회에서도 충분히 다루고 있는데, 일본 어디에도 밀반출 문제에 대해서 다루는 데가 없다. 자기들이 먼저 공개를 하고 자기들 밀반출 사례는 이렇게 있었다든지 투명성이 없는 것 아닌가. 이는 정치보복이라고 볼 수 있고, 아주 잘못된 행태다”라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도 “조 의원에게 제출한 전략물자 적발 상황은 일본에서 수입한 것이 아니라, 한국 기업들의 생산품”이라며 후지TV에서 제기한 전략물자 불법 수출 의혹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11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국내 일부 업체가 수출규제를 위반했지만 일본산 불화수소를 사용한 것이 아니다”라며 “불화수소 관련 무허가 수출 사례는 국제연합(UN) 안보리 결의 제재대상국이 아닌 아랍에미리트(UAE)와 베트남, 말레이시아로 관련 제품을 허가 없이 수출한 것을 우리 정부가 적발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일본은 선 지켜라”


이낙연 국무총리는 후지TV의 불화가스 북한 밀수출 의혹 제기에 대해 “어제오늘 보도에 따르면 국내의 불확실한 보도 또는 정치권의 유출에 의한 것이라는데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한 후 “일본은 선을 지키라”고 경고장을 날렸다.


이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북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불화수소를 수출한 적이 있느냐”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의 질문과 관련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 이낙연 국무총리는 7월11일 국회에서 “어제오늘 보도에 따르면 국내의 불확실한 보도 또는 정치권의 유출에 의한 것이라는데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한 후 “일본은 선을 지키라”고 경고장을 날렸다.  


이 총리는 “일부 기업에서 전략물자를 수출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적발했고, 조치를 취하거나 유엔제재위원회와 함께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이 이 같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우리에게 경제 제재를 가하는 데 대해서는 “근거도 없이 안보까지 관련지어 이번 경제보복을 정당화하는 건 우리가 유지해온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를 흔들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발언”이라고 지적하면서 “일본 측이 근거로 삼았던 자료가 국내의 불확실한 보도이거나 정치권의 유출에 의한 것이었다고 하는데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일본의 현안에 대한 반응으로 한국에서 반일 대응을 통한 맞대응이 악순환을 일으키는 건 몹시 불행한 일”이라며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지 않도록 일본 지도자와 한국 지도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거 때는 거칠어지기 쉽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선은 지켜야 한다”면서 “이것을 일본의 지도자들에게 제 우정을 담아 말씀드리고 싶다”고 쓴소리를 했다.


후지TV의 전략물자 관련 보도는 정치권도 뜨겁게 달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보도와 관련, “공개자료마저 경제보복 근거라며 왜곡시킨 아베 정권은 가짜뉴스 생산을 중단하라”고 일침을 날렸다.


이해식 대변인은 7월11일 오전 현안 서면 브리핑에서 “일본이 이미 투명하게 공개된 자료를 이용해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에 문제가 많다고 왜곡하며 경제보복의 근거라고 억지 주장에 나서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이 대변인은 “해당 자료는 우리공화당 조원진 의원이 정부 비판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제출받은 것이며 한국의 한 보수 언론이 보도해 이미 기사화됐던 것”이라면서 “이를 아베 정권과 일본 언론이 재인용해, 경제보복을 합리화하는 작품, 한일 보수 진영의 합작이 다분히 의심되는 작품으로 만들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또한 “우리나라는 전략물자 수출통제 선진국인 미국처럼 전략물자 관리를 법에 의거해 엄격하게 하고 있고 결과를 매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서 “보도된 자료는 정부가 무허가 전략물자 수출에 대한 현황과 정부의 적절한 처분을 공개한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이 대변인은 “이런 면에서 일본은 할 말이 없는 나라”라고 일침을 놓으면서 “일본은 해당 사안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고, 일부 적발 사례만을 선별적으로 공개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정부가 전략물자 수출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아베 정권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며, 적반하장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그는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 근거라는 그들의 주장은 허위조작 정보”라고 꼬집으면서 “아베 정권은 가짜뉴스 생산을 중단하라”고 핏대를 세웠다.

 

하태경 “일본이 불화수소 밀수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과거 일본이 불화수소 등 전략물자를 북한에 여러 차례 밀수출했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하 최고위원은 7월1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에서는 지난 1996~2013까지 30건 이상의 대북 밀수출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 의원이 일본 안전보장무역정센터(CISTEC)로부터 입수한 ‘부정수출 사건개요’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지난 1996~2013까지 30건 이상의 대북 밀수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하 의원은 이와 관련 “일본이 북한에 수출한 전략물자 중에는 핵개발이나 생화학무기에 사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가 포함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96년 오사카에 입항 중인 북한 선박에 불화수소와 불화수소산, 불화나트륨이 각각 50㎏씩 선적돼 북한으로 불법 수출된 사실이 일본 당국에 적발됐다. 불화수소(에칭가스)는 반도체 제조 등에 쓰이지만 사린 가스의 합성 원료로도 쓰일 수 있다.


하 의원은 “불화수소산 및 불화나트륩은 수출 규제 대상으로 살인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며 “북한에 긴급지원하는 쌀을 보내기 위한 북한 선박 선적을 이용한 부정 수출”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일본이 밀수출한 전략물자 중 3차원 측정기가 리비아 핵시설에서 발견된 사례도 있었다”고 전하면서 “핵개발 시설에 사용되는 3차원 측정기가 북한은 아니지만 말레이시아로 두 대가 수출됐는데, 그중 한 대가 2001년 11월 리비아 핵개발 관련시설에서 발견됐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허가를 받지 않고 싱가포르를 경유해 말레이시아로 갔다”고 말했다.


이 밖에 북한의 핵무기개발·생물무기에 이용될 우려가 높은 직류안정화전원, 주파수변환기, 동결건조기, 탱크로리 등이 북한에 밀수출돼 적발된 사실도 확인됐다. 대형 탱크로리가 북한으로 불법 수출되기 직전 적발되기도 했다.


하 의원은 또한 “주파수변환기는 2003년 8월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넘어갔다. 항공기에 적재해 중국을 경유해 북한에 불법 수출된 것이다. 핵무기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직류안정화 전원도  2003년 태국을 경유, 북한으로 불법 수출됐다. 동결건조기는 대만을 경유해 북한에 부정 수출됐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이 같은 대북(對北) 밀수출은 일본 현지 민간기업이 주로 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가 밀수출 기업의 설립과 운영에 관련되어 있는지, 불법 수출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 등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본 내에서 제기하는 한국의 대북 전략물자 밀수출설과 같은 음모론과 별개로 일본의 전략물자 대북 밀수출 사실이 확인된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하 의원은 “일본의 주장대로라면 셀프 블랙리스트 국가를 자인한 셈”이라고 비꼬면서 “어제 일본 방송에서는 한국이 전략물자, 특히 생화학무기·핵무기에 악용될 수 있는 수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한국이 부실 관리하는 게 아니다. 외국에 가도 회수했다고 한다. 일본이 블랙리스트 국가다. 일본에서 북한으로 위험한 전략물자가 밀수출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으로 전략물자가 새어나갈 수 있으니 수출규제한다고 하는 것은 완전히 가짜뉴스이고 일본 정부가 괴담을 사용하려는 것”이라며 “이런 가짜뉴스를 자기들의 경제제재, 수출제재를 정당화하려고 하면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결과가 나온다. 일본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 의원은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가고 있는데 일본이 이런 감정적 대응을 하면 안 된다. 감정적 대응은 정치 보복이다”라며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면 일본이 억지 논리를 펴지 말고 한국을 향한 부당한 수출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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