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영화 ‘해피엔드’

인간의 위선과 이중성에 대한 하네케 감독의 고찰

김수정 기자 | 기사입력 2019/06/28 [10:11]

이 한 편의 영화 ‘해피엔드’

인간의 위선과 이중성에 대한 하네케 감독의 고찰

김수정 기자 | 입력 : 2019/06/28 [10:11]

우아한 로랑家 사람들 통해 드러나는 위선과 이중성

 

▲ '해피엔드'는 영화 ‘로랑’ 가족들을 통해 인간의 위선과 이중성에 대해 고찰한 이야기로, 하네케 감독이 '아무르' 이후 5년 만에 선보인 신작이다.    

 

“사회에서 우리들은 지나칠 정도로 스스로에게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적대적인 것들은 전부 차단하고, 자신을 두렵게 만드는 모든 것들을 무시합니다. 우리는 사회 안에서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지만, 오직 개인적인 문제에만 집중할 뿐이죠. 이 나르시시즘적인 경향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소셜 미디어 또한 우리들의 일상이 되어 이에 일조하고 있죠. 이런 것들이 오늘날 제가 가장 주의 깊게 보고 있는 것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나이를 먹은 지금도, 여전히 인간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가 계속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인간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오스트리아 출신 영화 감독이자 각본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말이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2회 연속 수상한 거장 감독, 미카엘 하네케가 또 다른 충격을 안겨줄 영화로 돌아왔다.

 

제70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해피엔드>는 영화 ‘로랑’ 가족들을 통해 인간의 위선과 이중성에 대해 고찰한 이야기로, 하네케 감독이 <아무르> 이후 5년 만에 선보인 신작이다. 2012년 개봉해 국내 관객들의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던 <아무르>는 제65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며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작품이다.


하네케 감독은 <아무르>에서 사지가 마비된 아내를 간병하는 ‘조르주’를 통해 진정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져가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조르주’는 고결함을 지키고자 했던 그녀의 뜻을 따르기로 결심한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그가 선택한 것은 사랑이었다. 많은 관객들이 궁금해했을 <아무르>의 뒷이야기에 대해 하네케가 입을 열었다.


<아무르>의 이야기는 <해피엔드>의 ‘조르주’ 이야기로 이어진다. <해피엔드>의 ‘조르주’는 손녀 ‘에브’에게 자신이 아픈 아내를 간병하다 그녀를 질식시켜 죽였다는 고백을 한다. 하루빨리 죽음이 자신을 찾아오길 바라는 ‘조르주’는 차를 타고 나무를 들이받거나 미용사에게 총과 총알을 부탁하는 등 몇 번이고 자살을 시도한다.

 

<아무르>에서 ‘조르주’를 통해 진실한 사랑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하네케 감독은 <해피엔드>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인간의 본능과 위선에 접근한다.


<해피엔드>에서 하네케는 스냅챗,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새로운 소재들을 영화 속 곳곳에 배치하여 디지털 매체가 가진 특성이 현대인들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일상적인 폭력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고찰을 통해 영화를 만들어온 그가 <해피엔드>를 만들게 된 계기도 한 유투브 영상 때문이었다.

 

일본의 14살 소녀가 엄마를 죽이려 약을 몰래 먹인 것을 영상으로 찍어 온라인에 올린 것을 본 하네케는 <해피엔드>의 ‘에브’를 창조해냈다.


하네케는 예전부터 미디어를 영화 속 장치로 활용해왔다. 돼지 도살 장면을 반복해서 돌려보는 비디오광 소년이 등장하는 <베니의 비디오>부터, 스마트폰과 SNS를 소재로 삼은 <해피엔드>까지, 미디어가 발전함에 따라 자신의 세계관을 확장한 하네케 감독은 <해피엔드>를 통해 지금까지의 영화들을 집대성했다.


하네케 감독의 <해피엔드>에서는 ‘조르주’ 역의 장 루이 트린티냥 외에도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칸의 여왕이자 세계적 배우인 이자벨 위페르가 <아무르>에 이어 <해피엔드>에서도 ‘조르주’의 딸인 ‘앤’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위페르는 자신에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 <피아니스트>를 시작으로, <늑대의 시간>, <아무르>에서 하네케 감독과 호흡을 맞췄으며, <해피엔드>로 네 번째 협업을 하게 되었다.

 

위페르는 하네케 감독 영화의 특징으로 강렬한 ‘클로즈업’을 꼽는다. 그녀는 “하네케 감독은 클로즈업을 통해 가면을 벗은 인간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려 한다”며, “그의 진취적이고 진솔한 화법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누벨바그 시대의 스타였던 배우 장 루이 트린티냥은 제65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무르>에서 하네케와 처음으로 만났다.

 

이후 건강상의 이유로 은퇴를 선언했지만, 하네케 감독의 두 번째 제안에 흔쾌히 <해피엔드> 출연을 결정했다. <아무르>에 이어 두 번째 부녀 호흡을 맡게 된 트린티냥과 위페르의 연기 호흡도 기대 포인트다.


한편 <해피엔드>는 지난 6월20일 개봉한 후 연일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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