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만 원 중국산 코트, 130만 원 디자이너 코트 둔갑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6/21 [11:25]

27만 원 중국산 코트, 130만 원 디자이너 코트 둔갑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6/21 [11:25]

소비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불량 제품과 저질 서비스의 실태를 고발하는 ‘똑부러진’ 소비자들이 늘면서 기업들도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 이제 소비자 문제는 정부나 소비자 보호기관의 노력으로 그치던 단계를 넘어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소비자 정보제공 창구인  <컨슈머 리포트>까지 등장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정보로 무장하고,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나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본지에서도 독자들이 보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실용적인 소비자 정보와 자료를 전달하는 생활환경 감시 페이지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동대문표 의류 ‘라벨 바꿔치기’로 2년간 7억 원어치나 판매
1만 원짜리 티셔츠, 대형 백화점 12곳에서 6만~7만 원 받아

 

동대문에서 구입한 중국산 옷에 허위 라벨을 붙여 국산으로 속인 채 백화점에서 비싼 값에 팔아온 중견 의류 디자이너가 세관에 적발됐다. 유명 백화점에 입점한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고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하는 소비자의 성향을 악용하다 딱 걸린 것.


관세청 부산본부세관은 중국산 저가 의류 약 7000점을 라벨을 바꾸는 이른바 ‘라벨 갈이’ 수법으로 국산 제품으로 둔갑시켜 전국 대형 백화점에서 7억 원어치를 팔아온 혐의로 중견 디자이너 A씨를 검거해 검찰에 송치하고 과징금 4400만 원을 부과했다고 6월19일 밝혔다. A씨는 대외무역법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 동대문에서 구입한 중국산 옷에 허위 라벨을 붙여 국산으로 속인 채 백화점에서 비싼 값에 팔아온 중견 의류 디자이너가 세관에 적발됐다. <사진제공=관세청>    


자신의 이름으로 된 의류 브랜드를 갖고 있는 A씨의 범행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발생했다. A씨는 서울·부산·대구·대전 등 전국 대형 백화점 12곳에 직영매장이나 가판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중견 디자이너다. A씨는 장사가 너무 잘돼 자체 생산 의류만으로는 공급 물량을 맞출 수 없게 되자, 중국산 의류를 직접 수입하거나 동대문 시장에서 매입했다. 이후 본인 소유의 봉제공장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 표시를 제거하고 ‘메이드 인 코리아’로 원산지를 바꿔치기 하며 일명 ‘라벨 갈이’를 했다.


중국산이 국산으로, 일반 의류가 디자이너 의류로 탈바꿈하면서 가격대도 껑충 뛰었다. 가짜 라벨을 단 옷은 전국의 대형 백화점 12곳에서 팔렸다. A씨는 동대문시장에서 1만 원대에 매입한 중국산 티셔츠를 백화점에서는 6만~7만 원대에 판매했다. 수입 가격이 27만 원짜리인 중국산 코트는 4.8배나 부풀려 130만 원에 팔았다.


부산본부세관은 A씨가 지난 3월까지 2년간 이 같은 수법으로 저급의 중국산 의류 6946벌을 유통시킨 것으로 확인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시가 약 7억 원의 폭리를 취했다.


세관 적발 이후에도 부산의 한 의류 창고에는 A씨가 팔던 옷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티셔츠와 블라우스의 안쪽을 뒤집었을 때 상표에 ‘메이드 인 차이나’로 표시돼 있었다.


부산본부세관은 “이번 사건은 백화점 판매물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높다는 점을 악용한 일종의 사기극”이라며 전국 매장에 출고된 의류를 전량 회수하고, 원산지 표시를 시정하도록 명령했다. 또한 A씨에게는 이미 판매된 질 낮은 의류 6627벌에 대해 과징금 4400만 원을 부과했다.


한편 관세청은 이처럼 수입 물품이 국내에서 국산으로 조작되는 사례가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주로 라벨 갈이는 수입 국가에서 이뤄졌으나, 최근 통관과정에서 적발되는 사례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백화점 관계자들이 입점 업체 판매 물품의 원산지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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