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대신 김치·와인…태광그룹 공정위 '철퇴'

총수일가 소유 회사 휘슬링락CC·메르뱅 동원 김치·와인 140억원어치 강제로 임직원 떠안겨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6/17 [15:23]

월급 대신 김치·와인…태광그룹 공정위 '철퇴'

총수일가 소유 회사 휘슬링락CC·메르뱅 동원 김치·와인 140억원어치 강제로 임직원 떠안겨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6/17 [15:23]

김치·와인 대량구매 하도록 전 계열사 지시한 혐의로 이호진 전 회장과 태광 경영진 고발

▲ 총수 일가 회사에서 판매하는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에 고가로 강매한 태광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철퇴를 맞았다. 사진은 태광그룹 사옥.     © 사진출처=태광


총수 일가 회사에서 판매하는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에 고가로 강매한 태광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이하 공정위)에 적발돼 철퇴를 맞았다. 140억 원어치의 김치 등을 강제로 떠안은 계열사들은 직원들의 집으로 월급 대신 김치를 배송하거나 복지기금으로 회계처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태광그룹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가진 이 회사가 만들어 판 김치는 시중에 팔리는 일반 김치보다 2~3배 비쌌지만 식품위생법 기준도 지키지 않은 불량 김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태광소속 19개 계열사가 휘슬링락CC(티시스)로부터 김치를 고가에 구매하고, 메르뱅으로부터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대규모로 와인을 구매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218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경영진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617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호진 전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경영기획실을 통해 그룹 경영을 사실상 통괄하는 구조 하에서, 전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일가 소유 회사인 휘슬링락CC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하여 생산한 김치를 고가(19만 원, 10kg)에 무려 512, 955000억 원어치 구매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메르뱅으로부터 대량의 와인(46억 원)을 아무런 합리적 고려나 비교과정 없이 구매토록 한 사실도 밝혀졌다.

 

공정위는 이러한 부당이익 제공 행위로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편법적 경영권 승계 등 경제력 집중 우려가 현실화되고, 골프장·와인유통 시장에서의 경쟁까지 저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지적했다.

 

                                             <휘슬링락CC와 티시스의 연도별 당기순이익>   (단위 억 원)

 

구분

2011

2012

2013

휘슬링락CC

124.4

 

167.6

 

71

티시스

5.3

 

125.3

 

 

 

태광그룹의 법 위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렇다.

 

 

먼저 김치를 판매한 휘슬링락CC2011년 개장 이후 계속된 영업부진에 따라 지속적인 당기순손실을 기록해온 회사다.

휘슬링락CC는 동림관광개발(총수일가 100% 소유)이 설립한 고급 회원제 골프장으로, 건설과정에서 태광그룹 산하의 9개 계열사들이 골프장 건설자금을 선납 예치하여 부당지원한 행위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 448000만 원을 부과(2011629)받은 바 있다.

 

20135월 휘슬링락CC가 총수일가 100% 소유회사인 티시스에 합병되어 사업부로 편입되면서 티시스 전체의 실적까지 악화시키는 상황을 초래했다. 티시스는 SI·부동산관리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주력기업인 태광산업 주식 11.22%를 보유하는 등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었다.

 

다수의 총수일가 회사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김기유는 이호진 전 회장의 지시·관여 아래 티시스의 실적 개선을 위해 201312월 휘슬링락CC로 하여금 김치를 제조하여 계열사에 고가로 판매하기로 계획했다.

 

 

이에 따라 휘슬링락CC20144월 강원도 홍천군 소재 영농조합에 김치 제조를 위탁하여 알타리무김치와 배추김치를 대량 생산했다.

 

휘슬링락CC는 김치 제조·판매와 관련한 식품위생법에 따른 시설기준(36), 영업등록(37), 설비위생인증(48) 등을 준수하지 않아 춘천시로부터 과태료 및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실무책임자는 형사고발되어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기유는 20145월 그룹 경영기획실이 설치되자 실장으로 재직하면서 각 계열사에 김치단가(19만 원, 10kg)를 결정하고 구매수량까지 할당하여 구매를 지시했다. 임직원 수를 기초로 판촉수요까지 합하여 각 계열사에 구매량을 할당하고, 각 계열사는 부서별로 다시 할당했던 것이다.

 

한편 계열사들은 휘슬링락CC 김치를 회사비용(직원 복리후생비, 판촉비)으로 구매하여 직원들에게 급여명목으로 지급했다. 특히 태광산업·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들은 김치구매 비용이 회사손익에 반영되지 않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사내근로복지기금은 근로복지기본법에 따라 기업의 세전 순이익 일부를 재원으로 설립되어 근로자 재산형성 지원, 장학금 등 생활원조 등 지출용도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휘슬링락CC가 제조한 김치는 10kg 단위로 포장한 후 임직원 주소로 택배로 배송되었다. 또한 20157월부터는 계열사 운영 온라인 쇼핑몰 내에 직원전용 사이트(태광몰)를 구축하여, 김치 구매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구체적으로 임직원에게 김치 구매에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19만 점)를 제공한 후 임직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주소를 취합하여 휘슬링락CC에 제공하고, 휘슬링락CC가 김치를 모두 배송하고 나면 김치 포인트 19만 점을 일괄 차감했다. 김치 구매 포인트 상당의 금원은 각 계열사가 복리후생비 또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이용하여 휘슬링락CC에 일괄 지급했다.

 

20169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휘슬링락CC는 경영기획실의 지시에 따라 김치생산을 중단했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법 위반 기간(2014. 상반기~2016. 상반기) 동안 휘슬링락CC로부터 구매한 김치는 총 512.6, 거래금액으로는 955000만 원에 달했다.

 

특히, 휘슬링락CC가 제조한 김치는 투입재료, 생산방식, 유통방식 등을 고려하면 시중우가정용 김치 거래가격에 비해 현저히 고가로 판매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 덕분에 휘슬링락CC의 김치 영업이익률(43.4%~56.2%)2016~2017년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3%~5%)11.2~14.4배에 달했다.

 

 

와인 회사 메르뱅은 2008년 총수일가가 100% 출자하여 설립한 회사로 와인 소매 유통사업을 영위해왔다. 20147월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소위 그룹 시너지제고를 위해 계열사 간 내부거래 확대를 도모하면서 그 일환으로 계열사 선물 제공사안 발생 시 메르뱅 와인을 적극 활용하도록 했고, 더 나아가 20148월에는 메르뱅 와인을 임직원 명절(·추석) 선물로 지급할 것을 각 계열사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들은 일사불란하게 계열사별 임직원 선물지급 기준을 개정한 뒤 복리후생비 등 회사비용으로 메르뱅 와인을 구매하여 임직원 등에게 지급했다.

 

특히 세광패션과 같은 일부 계열사는 김치 구매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하여 와인을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태광 전 계열사들은 와인 가격 등 거래조건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와인 유통시장에는 500여 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어 선택 대안이 매우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계열사들은 경영기획실 지시라는 점 때문에 메르뱅이 제시하는 가격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20169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태광그룹 계열사와 메르뱅 간의 와인거래는 중단되었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법 위반기간(20147~20169) 동안 메르뱅으로부터 구매한 와인은 총 46억 원에 달한다.

 

 

▲ 티알엔을 중심으로 한 태광의 주력 계열사 지분도     

 

기업집단 태광 소속 전 계열사들이 2년 반 동안 김치와 와인 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 제공한 이익 규모는 최소 33억 원에 달한다. 김치 고가 매입을 통해 휘슬링락CC(총수일가 100% 소유)에 제공된 이익은 최소 255000만 원(휘슬링락CC 자본금 229000만 원의 111.4%)이며 이는 대부분 이호진 전 회장과 가족들에게 배당 등으로 지급되었다.

 

또한 와인 대량 매입을 통해 메르뱅(총수일가 100% 소유)에 제공된 이익은 75000만 원(메르뱅 자본금 1억 원의 7.5)이며 이호전 전 회장의 아내 등에게 현금배당·급여 등으로 제공되었다.

 

공정위는 태광 소속 계열사들은 20169월 공정위의 조사가 개시되기 전까지 구매물량을 대폭 증가시켜오고 있었으며 거래 객체인 티시스(휘슬링락CC)와 메르뱅 모두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후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우려가 상당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메르뱅의 경우 2008년 설립 시 자본금은 1억 원에 불과했으나 20177월 상증세법상 평가방식에 따른 지분가치가 무려 55억 원에 달했다. 티시스가 인적분할(20184)하여 설립된 티알엔(이호진 51.8%, 239.4%)은 현재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하며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티시스와 메르뱅은 각각 일감 몰아주기에 힘입어 사업기반을 확대하는 등 골프장 시장과 와인 유통시장에서 경쟁까지 저해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태광그룹 소속 알엔, 태광산업, 대한화섬, 세광패션, 흥국화재해상보험, 흥국생명보험,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고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티브로드, 티브로드동대문방송, 티브로드노원방송, 한국디지털케이블미디어센터, 티캐스트, 이채널, 한국케이블텔레콤 등 19개 회사에 대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218000만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태광그룹 사건은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이 동일인을 정점으로 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하에서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데 동원된 사례를 적발하여 이를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하면서 앞으로도 대기업집단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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