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장편 ‘죽음’ 들고 한국 찾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죽음에 대한 깊은 질문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19/06/14 [11:09]

새 장편 ‘죽음’ 들고 한국 찾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죽음에 대한 깊은 질문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19/06/14 [11:09]

가보지 못한 나라 개척하듯 ‘죽음’이란 주제 담담하게 풀어내
“좋아하는 사람과 작별하며 나무 옆에서 이상적으로 죽고 싶다”

 

▲ 새 장편소설 ‘죽음’을 한국에 공개한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뉴시스>    

 

“프랑스어 원제는 ‘저승에서부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죽음은 신비롭거나 미신에 가깝다는 주제라는 생각이 있지만, 나는 평이하게 풀어나가려고 노력했다. 우리 조상들이 살고 있는, 그저 보이지 않을 뿐인 그런 세계인 것이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58)가 장편소설 <죽음>(전2권)을 들고 왔다. 베르베르의 방한은 1994년 이후 여덟 번째다. <제3인류> 한국어판 완간 이후 3년 만이다.

 

누가 날 죽였지?


<죽음>은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작중 추리작가 ‘가브리엘 웰즈’는 베르베르의 분신 같은 인물이다. 죽음에 관한 장편소설 출간을 앞두고 있다. ‘누가 날 죽였지?’라는 문장을 떠올리며 눈을 뜬다. 평소에 작업하는 비스트로로 향하는데, 갑자기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알고 보니 그는 죽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영매 ‘뤼시 필리피니’를 만나고 자기 죽음의 진실을 파헤친다.


섬세한 필치와 빠른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베르베르 작가는 “첫 문장에서 주인공이 죽는다. 일단 주인공이 죽고 나서부터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오프닝 파트”라고 돌아봤다.


“주인공의 죽음을 둘러싼 일종의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데, 재미있는 것은 수사를 진행하는 주체가 사망한 자신이다. 경찰 수사에서는 전통 경찰 수사 형식의 구조를 따라가도록 노력했다. 처음에 증인들을 신문하는 내용이 나온다.”


죽음은 터부시되는 주제이지만,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차분하고 담담한 문체로 촘촘하게 이야기를 완성했다. 그는 “사실 죽음이란 것은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미신과 직결되는 주제로 간주된다. 그렇지만 죽음이란 주제를 우리 삶의 마지막 챕터 정도로 차분하게 풀어가도록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작가가 되기 전에 과학 기자를 했다. 어떤 것이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가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죽은 사람들이 유령의 형태로 존재한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죽은 후에는 아무것도 남게 되지 않고 그저 육신, 살덩어리만 남는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 이 ‘죽음’이라는 주제를 마치 가보지 않는 새로운 나라를 개척하고 발견한다는 심정으로 담담하게 풀어나갔다.”


베르베르는 개미, 고양이, 천사, 신 등 인간이 아닌 존재의 시선으로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설정을 자주 사용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영혼을 내세웠다. 또다시 인간 이외의 존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는 무엇인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인간 세상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체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체계 밖으로 나와야 한다’는 유명한 수학자의 말이 있다. 우리가 인간 세계에 대해 계속 인간의 시선으로만 바라보면 계속 똑같은 이야기만 하고 새로운 게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라는 우리의 종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좀 더 객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는 왜 태어났는가’라는 질문을 반드시 해봐야 한다.”


베르베르는 “요즘 지구촌이 굉장히 위험에 처해 있다. 갈등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서 인류를 구원해 줄 수 있는 건 ‘우리는 진정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인간과 다른 존재인 동물, 신, 영혼이라든지 이런 존재들을 주인공을 내세워서 인간이 아닌 주체들의 시각으로서 인간의 세계를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한다. 같은 인간인 경제학자 정치인들이 차마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항상 이야기하지만, 거대하고 중요한 모험은 우리 의식의 모험이다.”


그는 이번 작품을 집필하기 위해 많은 영매들을 만났다고.


“영매들에게 당신들의 일상생활은 어떤지에 대해 많이 질문했다. 영매들이 해주는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관성, 논리가 있는지 잘 살펴봤다. 전반적으로 매우 논리적이었던 영매가 가장 큰 충격을 안겼다. 소설 안에 여러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전부 영매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주인공과도 만남을 가졌다. 이것은 내가 잘 다룰 수 있고 정확하게 아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작가’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외부에 드러내기 꺼려하고 이야기하기 싫어하는 부분까지 말하려고 했다.”

 

이상적인 죽음이란?


베르베르의 작품에는 삶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담겼다. 소설을 집필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됐다.


“소설이라는 장르를 빌려서 사람들이 죽어도 얼마 동안 이곳에 머무른다는 가정하에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던 게 흥미로웠다. 사람이 죽고 나서 바로 떠나지 않고 영혼이 이승에 머문다면, 그 영혼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증을 가져야 한다.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고 잠을 잘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일상에서 하던 것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더 이상 아픔도 느끼지도 않는다. 살아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해서 우리의 삶을 뭔가를 하는 데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죽음은 어떤 것인가.


“‘나의 죽음은 어떨까’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첫 번째로 이상적인 죽음은 나무 바로 옆에서 죽는 것이다. 주변 친구들과 가족들이 둘러싸고 있는 상황이다. 연꽃 모양 가부좌 자세로 앉아서 ‘이것이 내 삶의 끝이구나’라는 걸 온전히 느끼면서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눈을 감고 고통 없이 죽는 것이 이상적인 죽음이다. 그 다음에는 내 시체를 관에 넣지 않고 그 상태로 땅에 묻어주는 것이다. 아무런 옷도 걸치지 않은 상태로 말이다. 그래서 지렁이들이 나의 시신을 먹을 수 있었으면 한다. 수직 상태로 땅에 묻어서 그 위에 똑같이 수직 상태로 나무를 심어서 내 시신이 나무의 양분이 되어주는 것이다. 벌레나 지렁이들도 와서 양분을 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사실 살아 있는 동안 땅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서 먹고 했기 때문에 돌아갈 때는 내가 반대로 땅에게 양분을 주는 그런 상황이었으면 좋겠다.”


<개미> <나무> <뇌> 등으로 유명한 베르베르는 국내 독자들이 꼽는 최고 인기 작가다. 그의 작품은 국내에서 총 1200만 부 판매됐다. 베르베르는 “한국 독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지적인 독자들이라고 생각한다”며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내 책이 한국 독자들에 의해 가장 잘 이해된다고 생각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이 모든 과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드러내는 걸로 나타났더라. 한국 열성적인 교육 제도 덕분에 한국인들의 전반적 지적 능력 수준이 다른 국가에 비해 뛰어나고 한국이 이뤄낸 기적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면 쓸수록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감사하게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죽고 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항상 살아 있다는 사실을 감사히 여기길 바란다. 우리가 살아 있음으로서 물질성을 이용할 수 있다는 건, 우리가 살아 있을 때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육신이라는 물질 속에 우리가 갇혀 있기 때문에 때론 몸이 아프기도 하고 늙기도 하고 먹고 잠을 자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경험들이 정말 경이로운 것이다.”


베르베르는 지난 6월4일부터 13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한국 독자들과의 소통에 집중했다. 6월6일 오후 7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상상력과 소통’을 주제로 강연을 했으며 6월7일 오후 3시 네이버 브이 라이브로 베르베르의 인터뷰가 생중계되기도 했다. 또한 6월8~9일 교보문고 광화문점과 강남점에서 팬사인회를 펼쳤고, 6월11일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장르문학의 가능성과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도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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