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주말 사장단 불러모은 내막

비상경영 고삐 죄고 ‘초격차 전략’ 재시동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6/07 [13:1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주말 사장단 불러모은 내막

비상경영 고삐 죄고 ‘초격차 전략’ 재시동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6/07 [13:12]

사장급 경영인과 긴급회의 “위기에도 미래투자 흔들리지 말라”
“단기적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 첫째주 주말 전자 계열사 사장들을 불러모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사장급 경영인과의 긴급회의에서 “단기적 성과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라”고 주문하며 ‘초격차’를 강조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위기관리 방식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하락세와 스마트폰 시장 위축 등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말라는 주문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까지 2년 연속으로 최대 실적을 거두며 ‘나 홀로 호황’을 구가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들어서는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무려 10분기 만에 최저 실적을 기록하는 등 경영 전반에 ‘위기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 같은 실적부진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쌍끌이 악재로 작용했다.


사정이 이쯤 되자 이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위기관리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그는 위기를 타개할 해법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주문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말인 6월1일 사장급 경영인과의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단기적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라”고 주문하며 ‘초격차’를 강조하고 나섰다.    


최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6월1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글로벌 경영환경 점검·대책 회의를 열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는 것.


이 부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 50년간 지속적 혁신을 가능케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삼성전자가 발표한 대규모 투자계획의 차질 없는 집행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발표한 3년간 180조 원 투자와 4만 명 채용 계획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삼성은 4차 산업혁명의 ‘엔진’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2030년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이를 위해 마련한 133조 원 투자 계획의 집행에도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이 최근 연이어 발표했던 중장기 투자와 고용 방안의 시기와 규모를 언급하면서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또한 이 부회장은 최근 미국의 화웨이 제재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글로벌 경제 상황 등을 염두에 둔 듯 ‘초격차 전략’의 추진을 당부했다. 그는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면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4시간에 걸쳐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 사업부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 삼성전자의 반도체 및 전자 계열사 수뇌부가 총출동했다. 이들 사장급 경영인은 대내외적으로 확산하는 경영 불확실성 대응 플랜 마련을 위해 내부 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책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댄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 부회장이 지난해 2월 경영 복귀 이후 1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사장단 회의를 소집한 것을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역대 최고 실적을 이어가며 호황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2018년 말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 가격 내림세가 빠른 속도로 확산한 데다 디스플레이 패널 적자까지 더해지며 지난 1분기 영업이익 6조2333억 원을 기록,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0%에 달하는 감소율을 기록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렇듯 각 사업부 사장들을 모아 투자와 고용계획의 차질 없는 이행을 주문한 것을 두고 삼성전자가 각종 대내외 불확실성에 부닥친 상황에서 ‘총수’로서 강한 실천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욱이 삼성그룹의 계열사 간 사업조정과 투자일정을 조율하는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 소속 임원 두 명이 최근 구속된 데 이어 또 다른 임원 한 명도 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여러 계열사를 아우르는 컨트롤타워가 비상 상황인 만큼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기남 부회장은 주말에 회의가 소집된 배경과 관련해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방향을 정하고, 동시에 수백 조 원대의 대규모 투자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사장들도 (위기에) 공감하며 각오를 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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