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물적 분할,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가까스로 법인 쪼갰지만…‘지주사’ 서울? 울산? 논란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19/06/07 [11:47]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가까스로 법인 쪼갰지만…‘지주사’ 서울? 울산? 논란

송경 기자 | 입력 : 2019/06/07 [11:47]

현대중공업→존속회사 한국조선해양과 사업회사 현대중공업 분할
한국조선해양 본사 서울로 옮기고 현대중공업 본사 울산에 두기로
현중 노조, 주총 무효 주장하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

 

▲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31일 울산시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분할계획서 승인 △사내이사 선임 등 총 2개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난 6월3일 현대중공업이 물적 분할됨에 따라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KOSE)이 출범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을 위한 주주총회가 노조의 반대로 험난한 과정을 겪는 등 후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6월3일 오전 서울 계동 현대빌딩에서 이사회를 열고 권오갑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본점 소재지 등의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 현대중공업은 6월3일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존속회사·사업회사 딴 살림


지난 5월31일 주주총회에서 분할계획서가 승인됨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존속회사)과 사업회사인 현대중공업(분할 신설회사)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존속법인이 신설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물적 분할 방식으로 한국조선해양은 상장법인을 유지하고 신설회사는 비상장 법인이 된다. 기존 현대중공업 주식은 한국조선해양으로 이름이 바뀌며, 거래 중지 없이 정상적인 거래가 가능하다.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 지원 및 투자, 미래기술 연구개발(R&D) 등을 수행하는 기술 중심 회사의 역할을 수행하며, 현대중공업은 조선과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등 각 사업부문의 전문화를 통해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조선해양 본사는 서울로 옮기고 신설 현대중공업의 본사는 울산에 두기로 했다.


한국조선해양의 출범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도 일부 변경됐다.


그룹의 정점에 있는 현대중공업지주 아래에는 조선·해양 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에너지부문 중간지주사인 현대오일뱅크, 산업기계 부문, 기타 서비스 부문 자회사들로 재편됐다.


한국조선해양은 일단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3개 자회사를 두게 됐다. 분할 이후 한국조선해양이 국내외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면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출자하고 대신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취득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하면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는 조선 4개사로 늘어난다.

 

경영권 승계 종잣돈 마련?


그간 재계에서는 현대중공업 경영권 승계의 핵심으로 ‘현대글로벌서비스’를 꼽아왔다. 그러나 조선부문 서비스 회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이번 분할과 관련이 없어 현대중공업지주의 자회사로 남게 됐다. 현대글로벌서비스가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편입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아직은 변동이 없다.


다만 향후 현대중공업지주가 보유 중인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지분(100%)을 한국조선해양에 매각한다면 손자회사가 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5월29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 시스템을 보면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선박 애프터서비스(AS)와 친환경 선박 개조사업 등을 하는 회사로 경영권 승계의 중요한 축이 된다. 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 발생한 이익이 고스란히 현대중공업지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총수 일가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대표이사는 현대중공업지주의 최대 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맡고 있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주도로 설립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매출액 상당 부분이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에서 발생한다. 2017년 기준 내부거래 비중은 전체 매출액의 39.5%에 달한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매출액은 안정적인 내부거래에 힘입어 2017년 2381억 원에서 1년 만에 4132억 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600억 원에서 766억 원으로 늘었다.


현대글로벌서비스 등 자회사의 성장으로 지난해 현대중공업지주는 고액의 배당 잔치를 벌였다. 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 부사장이 받은 배당금만 800억여 원에 달했다. 때문에 정 부사장이 받은 배당금은 향후 경영권 승계의 종잣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노조, 물적 분할 반대 파업


현대중공업이 논란 끝에 물적 분할을 마쳤지만 이 회사 노조는 물적 분할(법인분할)은 원천무효라며 보름 넘게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6월5일 오후 1시부터 전체 조합원 1만여 명에게 4시간 부분파업 지침을 내렸다. 노조는 지난 5월16일 4시간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15일 연속(주말 제외) 파업을 했다. 주주총회가 열린 5월31일 전후 5일 동안은 8시간 전면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그간 물적 분할 반대파업을 벌여온 현대중공업 노조는 6월3일을 기점으로 주주총회 무효파업으로 전환하고 지난 6월7일에도 2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한국조선해양에 대부분의 자산이 가고 현대중공업은 생산공장으로 전락해 향후 구조조정과 근로조건 악화, 단체협약 미승계 등이 우려된다며 회사의 물적 분할에 극렬하게 반대를 해왔다.


노조는 물적 분할 주주총회를 저지하기 위해 주총장이었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5일간 점거하면서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측은 주총 당일인 6월3일 노조의 반발로 주총장 진입이 불가하자 장소를 울산 남구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해 주총을 열었다.


이에 노조는 변경된 주총 장소와 시간이 충분히 고지되지 않은 점, 바뀐 장소로 이동할 시간이 부족했던 점, 이동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주총 무효를 주장하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키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법원이 선임한 검사인이 한마음회관에서 주주총회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없다고 판단해 시간과 장소를 변경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최근 발행한 사내소식지 <인사저널>을 통해 “지난 3일 파업 참가자들은 사내 주요도로에 오토바이를 세워 물류 이동을 막았다”며 “공장 난입 자제를 요청하는 임원에게 물을 퍼붓고 생산팀장을  넘어뜨려 대퇴부 골절상을 입히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파업 참가자 10여 명은 동료를 집단폭행하기도 했으며 앞서 본관 진입 시도를 하며 사우 10여 명에게 부상을 입혔다”며 “5일간 한마음회관을 불법점거하면서 기물을 파손하고 영업을 방해해 10억 원의 손실도 입혔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은 “폭력과 불법행위 당사자의 신원 확인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인사조치와 함께 민·형사상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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