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외곽 임야 소유자 김모씨, 포항시·포스코 소송제기 속사정

“남의 땅에 멋대로 둘레길…이건 아니잖아요”

추광규(인터넷뉴스신문고 발행인) | 기사입력 2019/05/31 [11:20]

포항 외곽 임야 소유자 김모씨, 포항시·포스코 소송제기 속사정

“남의 땅에 멋대로 둘레길…이건 아니잖아요”

추광규(인터넷뉴스신문고 발행인) | 입력 : 2019/05/31 [11:20]

1992년 노후 대비용 임야 구입…2015년 그 땅에 갔다 ‘기함’
남의 땅에 둘레길용 목조계단 만들고 ‘포스코 주택단지’ 표지판

 

▲ 2015년 여름, 은퇴 후 표고버섯 재배를 계획하며 오랜만에 소유 임야에 당도한 김씨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산에는 둘레길로 올라가는 목조계단과 포스코 주택단지의 길안내 표지판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 7월1일부터 시행하는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적으로 서울시 면적의 절반 이상의 공원용지가 불과 1년 뒤 일몰제에 의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정부가 앞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공원용지를 사들일 때 지방채 이자를 최대 70%까지 지원책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경북 포항에서도 소유주의 동의를 받지 않고 사유지를 공원용지로 이용하면서 소송전으로 비화하는 사건이 있었다.

 

▲ 개인 소유 임야에 세워져 있는 포스코 주택단지 길안내 표지판.


경북 포항시와 포스코(POSCO)의 도덕적 불감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도시공원도 아닌 사유지를 수 년간 무단으로 사용했음에도 포항시도, 포스코도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나서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포항시는 “해당 사유지를 둘레길로 조성한 주체가 포스코로 추정된다”는 답변을 내놓았지만 포스코 측은 이를 부정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경북 포항시에 거주하는 김모(65)씨는 지난 1992년 포항시 외곽의 한 임야를 노후대비용으로 구입했다. 2006년 포항시에서는 신항만으로 가는 산업화 도로를 조성하기 위해 김씨의 임야 일부를 수용했다. 김씨는 그렇게 남은 임야를 자연 상태로 보존했다. 2015년 여름 무렵 은퇴 후 표고버섯 재배를 계획하며 오랜만에 소유 임야에 당도한 김씨는 깜짝 놀랐다.


김씨의 산에는 둘레길로 올라가는 목조계단과 포스코 주택단지의 길안내 표지판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많은 주민들이 자유로이 왕래하며 둘레길 산책을 하고 있었기에 산림 훼손은 심각했다. 김씨는 포항시청에 민원을 접수했다.


그러나 돌아온 포항시의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냥 두라’는 취지였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국민신문고에 계단 설치의 주체를 알아봐 달라는 민원을 접수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6년 11월경 약 두 달간의 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내왔다.


“이 민원 임야의 등산로는 불특정 다수인에 의해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된 것으로 목계단과 안내판 시설물은 포항시에서 설치한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 관리는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중략).”


국민권익위에 이어 포항시는 같은 해 12월경 김씨의 민원 제기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내놨다.


“민원인의 소유인 임야에 개설된 등산로 시설물 설치는 포스코에서 주민 편의를 위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포항시에서는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등산로 등을 유지 관리 하고 있음을 알려드리며, 아울러 민원이 발생한 등산로 시설물(목계단, 안내 표지판)에 대하여 이전 조치하도록 하겠으며…(생략).”

 

서로 책임 떠넘기기 급급


문제의 땅 소유자인 김씨가 산림훼손에 대해 따져 물었지만 포항시는 소극적인 답변만을 내놨다. 다시 말해 포항시가 둘레길의 목재 계단과 안내판을 설치한 것은 아니지만 철거는 해주겠다고 밝혔기 때문. 또 포스코는 자사에서 만든 문서가 없어서 책임을 질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씨는 포항시와 포스코가 이처럼 소극적인 태도를 나타내자 소송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포항시와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소송이다. 현재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피고인 측의 태도에 김씨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포항시는 포스코에서 설치했다는 답변의 근거가 된 증거자료 제출을 차일피일 미뤘다. 이뿐 아니다. 변호인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등의 사유로 약 1년여의 시간을 끌었다.


여기에 더해 포스코 측에서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태도만을 취하면서 김씨의 불만은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다.


김씨는 “해당 임야가 인접하고 있는 장소는 포스코의 대규모 사원주택으로 조성된 지곡단지와 바로 맞닿은 곳”이라면서 “지곡 사원주택단지는 처음 조성된 1970년대부터 2008년까지 포스코 임직원이 아니면 입주가 불가능한 자타 공인 포스코의 자치공화국이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이어 “더군다나 해당 임야와 맞닿은 지곡 스틸하우스 단지는 2001년 포스코에서 본격적으로 택지개발 후 분양한 관내의 부촌”이라면서 “해당 임야의 표지판과 같은 형태와 재질의 표지판이 포스코 재단 소유 임야와 토지, 지곡주택단지 곳곳에 연속성 있게 세워져 있다. 그럼에도 포스코는 사내에 남겨진 문서자료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또한 “해당 임야에서 직선거리로 약 500미터에 있는 방사광가속기 인근에서 2018년 1월경 촬영된 표지판과 해당 임야와 직선거리로 약 1.5km인 효자그린아파트 부근 둘레길에서 2018년 5월경 촬영된 표지판은 물론 이외에도 많은 표지판을 지곡단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포스코 측에서는 그럼에도 당시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젊은 변호인만을 내세워 해당 안내판을 자사에서 세웠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렇다면 이 같은 김씨의 주장은 얼마만큼 진실과 부합할까?


포스코 전 직원 출신으로 지곡단지에서 1980년대부터 거주했다는 A씨는 김씨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A씨는 “해당 표지판은 대규모 아파트와 제철고등학교 등을 짓던 1990년대 후반~2000년 초반에 흔히 지곡단지 내에서 사용되었던 안내 표지판이었다”면서 “현재도 단지 곳곳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사유지도 입맛대로 공원화?


문제는 포항시에는 김씨와 같은 사례가 이뿐 아닐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 소송 서류를 살펴보면 포항시 법률대리인은 ‘해당 임야처럼 포항시에서 임의로 사용 중인 사유지가 포항시 곳곳에 분포해 있으며, 해당 토지들을 모두 보상해주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이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구했기 때문이다.


또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두 차례 재판에서 연이어 주장했다는 점에서 포항시의 도덕적 불감성은 도드라진다. 포항시에서 개인 사유지의 무단점거와 사용을 이처럼 확고히 인지하고 있다면 이는 비단 도덕적 해이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타당성을 얻는다.


시민단체 부정부패추방실천시민회 박흥식 대표는 “시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힘써야 할 포항시가 오히려 시민의 사유재산을 임의로 훼손하고 이를 은폐하며, 반성도 하지 않는다면 거대권력의 횡포에 곧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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