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티나는 에어프라이어, 소비자 불만 폭주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5/17 [11:22]

불티나는 에어프라이어, 소비자 불만 폭주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5/17 [11:22]

소비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불량 제품과 저질 서비스의 실태를 고발하는 ‘똑부러진’ 소비자들이 늘면서 기업들도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 이제 소비자 문제는 정부나 소비자 보호기관의 노력으로 그치던 단계를 넘어서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소비자 정보제공 창구인  <컨슈머 리포트>까지 등장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정보로 무장하고,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지켜나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본지에서도 독자들이 보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실용적인 소비자 정보와 자료를 전달하는 생활환경 감시 페이지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판매량 700%↑ 돌풍 속 피해접수 22건→205건→716건?
사용 중 코팅 벗겨지고 녹 생기고…품질·안전 불만 급증
기능은 비슷한데 필립스 39만9000원, 매직쉐프 7만9420원

 

▲ 한국소비자연맹 조사결과 에어프라이어를 처음 고안해낸 필립스전자의 ‘필립스 터보스타 에어프라이어’는 39만9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주방가전 시장에서 ‘에어프라이어 돌풍’이 거세다. 기름 없이 고온의 공기로 바삭한 튀김요리를 할 수 있는 에어프라이어는 최근 1~2년 사이 가장 불티나게 팔린 전자제품으로 꼽힌다. 지난해 100만 대가 팔려나간 데 이어 올해는 150만 대 판매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2020년까지 연간 판매량이 220만 대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에어프라이어 시장규모는 전년 대비 700% 이상 폭증한 1000억 원대를 넘어섰다. 그야말로 에어프라이어가 전자레인지를 제치고 필수가전·실속가전 자리를 꿰찰 기세다. 일부 온라인 마켓에서는 4대 주방가전 품목(전자레인지·전기오븐·전기그릴·에어프라이어) 중 에어프라이어의 옥션 판매비중은 2014년 2%에서 2018년 38%로 치솟았다.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하면 기름으로 튀길 때보다 주방 내 미세먼지 발생량이 줄어들고 환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마케팅 전략이 소비자들에게 먹혀 에어프라이어는 이제 주방 보조가전에서 집집마다 한 대씩 구비한 필수가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에어프라이어는 과연 건강에 좋고 안전하기만 한 가전제품인가? 한국소비자연맹 조사결과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에어프라이어를 장만하는 가정이 급격히 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도 그만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용 중에 코팅이 벗겨지거나 녹이 발생하는 등 품질 및 안전 관련 소비자 불만이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40대 남성 소비자는 2018년 3월 롯데홈쇼핑에서 에어프라이어를 구매했다. 고기를 구우려고 작동을 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전선 타는 냄새가 나고 하얀 연기가 피어 올랐다. 이 소비자는 화재가 날 것 같아 작동을 멈추고 롯데홈쇼핑에 문의했다. 그러자 상담사는 코일에 이물질 묻어 있을 수 있으니 분해해서 닦으라고만 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제조상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제조사에서 실제 제품에 이상은 없는지 확인해주길 원했다.


#전라남도에 사는 40대 남성 소비자는 올해 2월, 위메프를 통해 라헨느코리아 에어프라이기를 구매했다. 그러나 에어프라이어를 싱크대 대리석 위에 놓고 통닭을 요리하던 중 폭발음과 함께 주방 대리석 상판이 40cm 정도 금이 가는 피해를 입었다. 이 소비자가 제조업체에 이야기하니 제품에는 이상 없다며 대리석 상판 수리비용 39만 원 중 20만 원만 보상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제조사 측에서는 대리석 위에서 조리하는 사진으로 광고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아파트 주방 싱크대 상판이 대리석인데도 제품을 대리석 위에 올려놓고 사용하지 말라는 표시내용은 없었다. 이 소비자는 해당 제품 반품 및 수리비 전액 배상을 원했다.


한국소비자연맹(강정화 회장)이 2017년 1월에서 2019년 3월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에어프라이어 관련 소비자 피해 406건을 분석한 조사결과를 5월14일 공개했다. 이 단체는 오픈마켓·소셜커머스 등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에어프라이어(용량 5~6L 기준) 25개 제품을 대상으로 가격실태 조사도 함께 진행했다.


1372에 접수된 에어프라이어 관련 소비자 피해를 분석한 결과, 2019년 1분기(1~3월)에만 179건에 이르렀다. 이 추세대로라면 2019년 피해접수는 700건을 넘어설 것이라는 추산도 가능하다. 2018년 한 해 동안 205건, 2017년 22건 접수된 것과 비교했을 때, 에어프라이어 피해 접수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


피해 유형별로 살펴보면, 품질 관련 피해가 매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분기에는 101건, 2018년엔 109건, 2017년엔 14건으로 확인됐다. 뒤이어 계약 관련 피해가 많았는데, 2019년 1분기 43건, 2018년 53건, 2017년 3건이었다. 서비스·부당행위의 경우, 2019년 1분기 32건, 2018년 28건, 2017년 5건으로 나타났다.


제품 관련 피해를 세부 유형별로 살펴보면, 품질 문제가 80% 이상을 차지했다. 2019년 1분기 91건, 2018년 89건으로 집계됐다. 품질 관련 피해는 제품의 코팅이 벗겨지거나 사용 후 바스켓이 틀어지는 등 외형 하자가 많았고, 연기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코팅이 벗겨지거나 녹이 생겨 소비자가 환불을 요구할 경우, 업체에서는 제품 특성상이라는 이유로 교환환불을 거부한 사례가 많았다.


에어프라이어 발열로 인해 주방 싱크대 대리석이 파손되거나 화재가 발생하는 등 안전 문제와 관련된 피해도 접수됐다. 2019년 1분기에는 10건, 2018년에는 17건으로 확인됐다.


계약 관련 피해를 세부 유형별로 살펴보면, 청약철회 문제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19년 1분기 기준으로 청약철회는 51.2%(22건), 계약해제·해지·위약금은 25.6%(11건), 계약 불이행은 23.3%(10건)으로 확인됐다.


특히 에어프라이어는 가전제품이란 이유를 들어 소비자가 단순변심 혹은 제품 하자를 이유로 교환 및 환불을 요구할 경우 ‘박스 개봉’을 이유로 교환·환불을 거부하거나 위약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비스·부당행위 관련 피해를 세부 유형별로 살펴보면, A/S 불만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19년 1분기를 기준으로 A/S 불만은 90.6%(29건)에 이르렀고, 그 다음은 표시·광고 6.3%(2건), 부당행위는 3.1%(1건)으로 확인됐다. 특히 A/S 불만은 업체 고객센터 연결이 어렵거나 제품 생산중단으로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오픈마켓·백화점몰·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쇼핑몰 판매량을 기준으로 상위 25개 제품을 선정해 제조국을 조사한 결과 중국 제조가 23개, 한국 제조가 1개, 미기재 1개로 나타났다. 제조사를 통한 직접적인 수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판매원이 대부분 중소업체로 고객지원 창구가 미비한 것이 AS 불만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 한국소비자연맹 조사결과 ‘매직쉐프 에어프라이어’는 7만9420원으로 가격이 가장 저렴했다.    


용량 5~6L의 에어프라이어 제품 총 25개 제품에 대한 가격을 조사한 결과, 최저 7만9420원에서 최고 39만9000까지 차이가 나타나는 등 5배 가까이 가격 격차가 벌어졌고, 평균 가격은 15만1188원으로 조사됐다. 가격이 가장 비싼 제품은 에어프라이어를 처음 고안해낸 필립스전자의 ‘필립스 터보스타 에어프라이어’로 39만9000원에 팔리고 있었고, ‘매직쉐프 에어프라이어’는 7만9420원으로 25개 제품 중 가격이 가장 저렴했다.


따라서 한국소비자연맹은 “에어프라이어 기능은 비슷한데 제품별로 가격 편차가 매우 크다”면서 “에어프라이어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기능과 가격을 꼼꼼히 비교하고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앞으로 에어프라이어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품질 및 안전 문제에 대해 소비자 관점에서 성, 안전성 점검 등 상품 테스트를 진행해 소비자가 에어프라이어 구매와 이용에 있어 참고할 수 있는 비교정보도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유사한 기능에 제품의 가격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어 소비자가 주로 이용하는 목적에 맞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구매가이드도 만들 계획이다. gracelotus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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