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 밥 먹고 직원과 찰칵…재벌총수들의 소통법 탐구

'근엄한 총수' 옛말! 신동빈·구광모에서 이재용·정의선·최태원까지 "회장님이 달라졌어요~"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3/11 [10:41]

구내식당 밥 먹고 직원과 찰칵…재벌총수들의 소통법 탐구

'근엄한 총수' 옛말! 신동빈·구광모에서 이재용·정의선·최태원까지 "회장님이 달라졌어요~"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3/11 [10:41]

신동빈, 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 후 직원들 촬영 요청 기꺼이

이재용, 짬뽕 먹고 직원들과 ~정의선도 최태원도 소통

    

대기업 총수들이 직원들과의 셀카에 빠졌다. 지난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필두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경쟁이라도 하듯 탈권위·소탈 행보에 합류해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


▲ 가장 최근 직원들과 ‘셀카’를 찍은 총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신 회장이 지난 3월4일 점심시간에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구내식당을 찾아 ‘소통 리더십’을 펼쳐 보인 것이다.     © 사진출처=SNS

 

신동빈, 직원과 구내식당 셀카

가장 최근 직원들과 셀카를 찍은 총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신 회장이 지난 34일 점심시간에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구내식당을 찾아 소통 리더십을 펼쳐 보인 것이다.

 

롯데지주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이날 롯데월드타워 지하에 위치한 사내식당에서 임직원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사진도 촬영했다는 것. 흰색 줄무늬 와이셔츠에 짙은 색깔의 정장을 입은 신 회장은 이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을 찾았다가 롯데지주 직원들의 사진촬영 요청을 받자 기꺼이 응하며 소탈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롯데월드타워 구내식당 점심 메뉴는 김치찌개와 메밀국수였다.

 

회장님과 함께 셀카를 찍은 직원은 소셜 미디어에 신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신 회장은 평상시 특별한 약속이 없는 경우 구내식당에서 주로 식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78월 집무실을 소공동에서 잠실로 옮긴 뒤부터는 구내식당을 자주 찾는 등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지주 측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직접 줄을 서서 음식을 받은 뒤, 별도로 마련된 임원 전용공간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원들이 쓰는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곤 한다는 것. 실제로 롯데월드타워 지하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롯데지주,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임직원이라면 신 회장이 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

 

몇 년 전만 해도 신 회장은 비교적 가벼운 차림으로 주말에도 개인적으로 유통 현장을 둘러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2015년부터 일어난 경영권 분쟁,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수사 등 어려움을 겪은 이후로는 자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것.

 

신동빈 회장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LG 등 다른 국내 주요 기업들의 총수들도 소통 문화 전파에 방점을 찍고 이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의도는 같다. 수직적 조직문화를 타파하고 소통이 자유로운 새로운 형태의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신년벽두부터 직원들과의 ‘셀카 소통’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 사진출처=SNS

 

이재용 셀카, 최태원 토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신년벽두부터 직원들과의 셀카 소통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 13일 첫 사내 일정인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하기 위해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은 이 부회장은 점심시간에 지하 1층 구내식당으로 내려갔다가 임직원과 마주쳤다. 이날 짬뽕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한 이 부회장은 직원들의 스마트폰 카메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고 새해 덕담을 건네는 등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과 셀카를 찍은 직원들은 이날 촬영한 사진을 개인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제히 올리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국내 경영 활동 재개 및 임직원과의 소통 강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해 9월부터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도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격의 없이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 2월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내부 소통을 위해 직접 동영상에 출연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영상에서 캐주얼 차림으로 나타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수소전기차 넥쏘 운전석에 앉아 자율주행을 직접 시연하고 친한 회사 선배입장에서 2011, 2012년 신입사원 연수회 때 만난 직원들에게 과장으로 승진한 것을 축하하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역시 소통과 파격의 행보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중순 보름 동안 제주에서 진행된 현대기아차 신임과장 및 책임연구원 세미나에 셀프 카메라 형식으로 제작된 2개의 동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정 부회장은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일정이 빠듯해서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여러분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동영상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안을 자율주행 수소전기차 넥쏘를 타고 다니며 여러 가지 기능과 장점을 소개했다.

 

▲ 최태원 SK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19년 임직원을 100회 이상 만날 것”이라고 밝힌 뒤 꾸준히 ‘행복토크’를 진행하며 구성원과 사회의 행복을 함께 키워 나가기 위한 소통 행보를 펼치고 있다.     © 사진제공=SK

 

최태원 SK그룹은 직원들과의 소통에 가장 공을 들이는 총수라고 할 만하다. 재계에서는 미스터 소통으로 불릴 정도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19년 임직원을 100회 이상 만날 것이라고 밝힌 뒤 꾸준히 행복토크를 진행하며 구성원과 사회의 행복을 함께 키워 나가기 위한 소통 행보를 펼치고 있다.

 

최 회장은 이후 서울 종로구 서린사옥에서 점심시간을 이용, 구성원들과 행복토크시간을 가졌는데 형식과 내용 모두 기존 틀을 깨는 파격적 행사였다. 모바일 앱을 이용, 현장에서 구성원들이 질문이나 의견을 즉석에서 올리면 이에 최 회장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때로는 최 회장이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되묻기도 했다.

 

최 회장 스스로 컬러풀한 줄무니 양말을 선보이며 이렇게 양말 하나만 변화를 줘도 주변에서 뭐라 할 수는 있겠으나, 본인 스스로 행복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추진해달라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날 행사는 근무시간이 아닌 점심시간에 열려 참여도가 높았다. 임원들도 자리가 부족해 계단이나 바닥에 앉아 제공된 김밥과 샌드위치를 먹으며 토론에 참여했다. 최 회장은 여러분 업무에 방해되지 않도록 일부러 점심시간을 잡은 것이니 양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사전 각본 없이 진행된 행사 성격대로, 최 회장과 구성원들 간의 솔직하고 격의 없는 토론이 때로는 웃음 속에, 때로는 박수 속에 1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예컨대 회장님의 워라밸은 어떻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저의 워라밸은 꽝이라고 답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최 회장은 여러분보다는 출퇴근 시간을 조금 더 편하게 조절할 수 있겠지만,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업무가 이어지기 때문에 솔직히 제게 워라밸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그렇다고 여러분도 저처럼 하시라고 말하면 제가 꼰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말미, 최 회장은 행사장 바닥에 앉아 있던 구성원들 옆에 같이 앉아 기념촬영도 했다.

 

▲ 고(故)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LG그룹 경영을 맡은 구광모 회장 역시 구내식당을 자주 찾는 총수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 사진출처=SNS

 

구광모, ‘회장말고 대표

()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LG그룹 경영을 맡은 구광모 회장 역시 구내식당을 자주 찾는 총수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구 회장은 지난 2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테크 콘퍼런스에 참석해 인공지능(AI)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소재,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기술 분야에 몸담고 있는 전국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 350여 명을 만나는 등 소통 행보를 이어갔다. LG 테크 콘퍼런스는 그룹 임직원이 자사의 기술혁신 현황과 비전을 설명하는 행사로 2012년 시작해 올해로 8번째를 맞았다.

 

구 회장은 참석한 이날 만찬 자리를 끝까지 지키며 인재 확보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40여 개 테이블을 돌면서 대학원생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네고 “LGR&D 공간에서 최고 인재들이 미래 기술을 선도하며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구광모 회장도 일반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구내식당을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타이와 정장 차림에서 탈피해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구 회장은 그룹 내에서도 자신을 회장이란 호칭 대신 대표로 불러 달라고 하는 등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gracelotus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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