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풀려나자 ‘박근혜 석방론’ 심상찮은 내막

“이명박도 보석으로 나왔는데…” 한국당 섣부른 ‘박근혜 사면’ 띄우기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9/03/08 [10:34]

MB 풀려나자 ‘박근혜 석방론’ 심상찮은 내막

“이명박도 보석으로 나왔는데…” 한국당 섣부른 ‘박근혜 사면’ 띄우기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9/03/08 [10:34]

재판부 MB 조건부 석방에 ‘황제보석’ ‘특혜보석’ 비판 목소리 솔솔
MB 보석 결정에 대한 여당과 야3당 해석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월6일 법원에서 보석 허가를 받고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자동차 부품 회사 다스의 회삿돈 349억여 원을 횡령하고 뇌물 111억여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지난해 3월22일 구속 수감된 지 349일 만이다. 이로써 MB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으로 주거가 엄격히 제한되긴 하지만 향후 불구속 상태에서 남은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심에서 ‘15년형’의 중형이 선고된 '피고인 이명박'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눈길은 곱지 않다. 재판부가 MB를 보석으로 풀어준 것을 두고 ‘특혜’라는 주장도 나온다. MB의 보석을 계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보석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구치소 독방에 갇혀 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예 풀려났다. 지난 3월6일 보증금 10억 원의 1%인 1000만 원을 내고 ‘영어의 몸’이 된 지 1년도 안 채우고 보석으로 석방된 것이다. 사진은 MB가 재판을 받으려고 법정에 들어서는 모습. <김상문 기자>  


구치소 독방에 갇혀 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이 그예 풀려났다. 지난 3월6일 보증금 10억 원의 1%인 1000만 원을 내고 ‘영어의 몸’이 된 지 1년도 안 채우고 보석으로 석방된 것이다.


다스 비자금 횡령 및 삼성 뇌물 등의 혐의로 1심에서 15년형의 중형을 선고받은 MB는 앞으로 불구속 상태로 항소심 재판을 받게 됐다. 지난해 3월22일 구속된 지 349일 만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3월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MB의 보석 청구를 허가했다. 재판부는 MB의 항소심 구속 기간이 4월9일 자정을 기준으로 만료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전까지 심리를 마무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듯하다.

 

MB, 10억의 1%만 내고 석방
재판부는 이날 MB의 보석을 허가하면서 “최근 항소심 재판부가 새로 구성돼 구속 만기 날에 판결을 선고한다고 가정해도 저희 재판부에게는 고작 43일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며 “종전 재판부가 증인신문을 마치지 못한 증인 숫자를 감안할 때 항소심 구속 만기인 4월8일까지 충실한 항소심 심리를 끝내고 판결을 선고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MB 측은 1심과 달리 측근들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출석하지 않아 증인신문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보석을 허가하기 위해 △보증금 10억 원 납입 △주거지를 자택으로 제한 △피고인 배우자와 직계혈족, 혈족배우자, 변호인 이외의 접견 및 통신 제한 △매주 화요일 오후 2시까지 지난주의 시간활동내역 보고 등을 조건으로 걸었다.


건강 문제를 이유로 서울대병원을 주거지로 해달라는 MB 측의 병보석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거지는 주소지로만 제한하고 주거지 밖으로 외출도 제한한다”며 “만일 피고인이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으면 그때마다 사유와 진료할 병을 기재해 법원 허가를 받고 진료받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보석 후에는 법원, 검찰, 관할 경찰서장 등 이중삼중의 엄격한 감시와 감독을 받게 된다”고 환기시키며 “특히 법원에서 주심 판사 주재로 정기적으로 검찰, 변호사, 관할 경찰서 담당자 등이 참석하는 보석 조건 준수 여부 점검회의를 통해 피고인의 보석 조건 준수 여부를 엄정하게 감독하겠다”고 강조했다.


MB 측은 ‘보증금 10억 원 납입’이라는 재판부의 보석 조건을 받아들였다. 다만 10억 원을 다 내지는 않고 보석보증보험 보증서로 보증금을 대체할 수 있다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아들 이시형씨가 서울보증보험에서 10억 원의 1%인 1000만 원을 내고 보증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해 실제로는 10억 원이 아닌 1000만 원만 내고 풀려난 것.


그래서인지 MB의 보석을 두고 ‘황제보석’ ‘특혜보석’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물론 우리 형법에 보석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고, 수감자라면 누구나 보석으로 풀려날 수는 있다. 그러나 법조 사정에 밝은 이들은 제도로는 보석이 보장돼 있지만 실제로 보석으로 풀려나는 수감자는 별로 없다고 귀띔한다. 결국 보석은 권력이 있거나 돈이 있는 수감자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특혜라고 할 만하다는 것. 그래서 ‘유권무죄 무권유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낳기도 했단다. 그런 만큼 MB 보석 결정이 ‘유권무죄 무권유죄’의 잘못된 메시지로 읽히지 않도록 엄정 재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여당과 야3당, MB 보석 비판
MB의 조건부 보석에 대한 여야의 해석은 극명하게 갈린다. MB를 대통령으로 배출한 자유한국당은 재판부의 보석 허가에 대해 두 손을 들고 환영하는 입장인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MB 보석이 결정된 직후인 3월6일 오후 “국민적 실망이 큰 것 또한 사실”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MB 측이 1심 당시부터 무더기 증인 신청 등으로 재판을 고의 지연시킨 바 있음에도 법원이 신속하게 항소심 재판을 진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항간의 실소를 자아냈던 탈모, 수면무호흡증, 위염, 피부병 등의 질환을 보석의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향후 재판 진행에 있어서는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더욱 엄정하고 단호하게 재판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MB 보석에 대해) 내가 판단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통상 이런 경우 재판이 2~3년 또는 무한정으로 길어질 수 있다.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고 지연 등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이야기만 하겠다”고 우려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사법부의 보석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건강을 회복하되 단지 보석을 나왔다는 것이 아니라 재판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이날 오후 논평을 내어 “구치소에서 석방됐다고 기뻐하지 마라. 국민의 눈에는 보석제도가 불공정하게 운영된다는 비판이 있다”고 힐난하면서 “증거 인멸은 꿈도 꾸지 마라. 법원의 허가 없이 자택에서 한 발짝도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경고했다.


민주평화당은 “이명박의 돌연사 위험은 제거되는 대신 국민들의 울화병 지수는 더 높아졌다”면서 “자택과 통신제한이 붙은 조건부지만 이명박 석방이 국민들에게 주는 충격은 작지 않다”고 힐난했다.


문정선 평화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현재까지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조차 보이지 않았다”며 “유전무죄를 넘어 유권석방의 결과에 국민들의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며 재판부를 비난했다.


문 대변인은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다만 그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는 판사의 법리적 판단이었길 바라며 항소심 재판을 통해 MB가 다시 법정 구속, 남은 형기를 채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이날 오후 YTN <노종면의 더뉴스>에 출연, “이번 사법부의 결정을 보면 병보석도 아니고, 구속만기가 가까워 오니까 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국민은 MB 보석 (결정을) 굉장히 싫어할 것”이라고 비판을 가한 후 “국민의 사법부 불신 하나를 더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조건부 보석은 말장난에 불과한 국민 기만”이라며 “이명박 측의 꼼수에 놀아난 재판부의 무능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호진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연 브리핑에서 “재판부는 기일까지 충실한 심리와 선고가 불가능하고, 구속만료일이 43일밖에 남지 않아 석방되면 오히려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가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면 타당한 듯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한 뒤 “그러나 재판부가 증인을 심문하지 못한 것은 이명박 측 증인들의 의도적인 불출석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정 대변인은 “항소심 재판부 변경 이전에 신속한 재판을 진행했어야 했다”며 “‘봉숭아 학당’급의 재판부로 인해 중범죄인의 석방이라는 기만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핏대를 세웠다.


정 대변인은 “더군다나 수면무호흡증과 탈모 등 말도 안 되는 갖은 핑계로 보석을 시도했고 이런 와중에 조건부 보석은 봐주기 석방”이라며 “재판부와 보석제도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정 대변인은 “MB의 죗값은 결코 가볍지 않다”면서 “항소심 재판부가 새롭게 구성된 만큼 더 엄정하고 지체 없이 재판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율사 출신’ 황교안·나경원 투톱, 대놓고 ‘박근혜 사면’ 입에 올려

탄핵부정 관련 교통정리 못한 채 ‘태극기 세력’ 코드 맞추기 발언
박근혜 형 확정 전에 ‘석방’ 꺼내자 여론 역풍 맞을 것이란 지적도

 

▲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MB 석방 환영에 이어 섣부른 박근혜 석방설까지 불거지면서 향후 정국에 미묘한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재판을 받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사면론 불 지피는 속내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반응은 여야 4당과 180도 달랐다. “법적 절차에 따른 결정”이라며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입장을 넘어 섣부른 ‘박근혜 석방론’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황교안 대표는 3월6일 오후 MB의 보석이 허가된 데 대해 “몸이 편찮으셨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정말 마음이 아팠다”면서 “지금이라도 (보석이 허가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3월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끝낸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이) 오래 구속돼 있는데 건강이 나쁘다는 말씀도 있다”며 “구속돼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것에 관해 국민들의 여러 의견들이 감안된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박근혜 보석’을 공개적으로 입에 올렸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MB의 보석 허가와 관련해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고 반색을 하면서 “법적 절차에 따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허가 사유가 있었기 때문에 허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 원내대표는 MB 석방 다음날인 3월7일 오전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의 형이 지나치게 높다는 부분은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며 “결국 사면 문제는 우리가 먼저 이야기하는 것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할 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렇게 해주는 게 맞다”고 ‘박근혜 사면’을 주문했다.


나 원내대표는 “다만 그 시기에 대해 ‘지금 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겠다”며 대법원 확정 판결 후 사면을 희망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많은 사안들이 소위 정치적으로 과하게 포장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며 “현 권력이 전 정권을 비판하던 잣대로 들이대면 현 권력이 더하면 더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 안팎에서는 지도부의 이 같은 ‘석방 이슈 띄우기’에 대해 두 전직 대통령을 고리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인사들의 바람대로 MB 석방에 이어 박 전 대통령까지 석방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미 형이 확정된 ‘기결수’인 박 전 대통령은 미결수인 MB와는 신분이 달라 석방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구속 기간은 오는 4월16일 만료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은 피고인을 항소심과 상소심에서도 2개월씩 3차례까지 구속할 수 있다. 하지만 구속 만기일이 지나도 박 전 대통령은 출소할 수 없다. 2016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불법 개입해 2018년 11월 징역 2년형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4월16일 구속기간이 만료되면 확정된 형을 집행할 수 있다. 


이렇듯 구속기간 연장을 두고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법원 판단이 달랐던 또 하나의 이유로는 여러 차례 추가 기소된 박 전 대통령과 달리 MB는 16개 혐의로 기소된 이후 추가된 혐의가 없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각 심급마다 제한된 구속기간을 추가로 연장하려면 첫 구속영장 발부 당시와 다른 혐의로 검찰이 새롭게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이 1차 구속영장 발부 당시 적용하지 않은 롯데·SK 제3자 뇌물 관련 혐의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의 정점에 있는 점, 불구속 상태가 될 경우 재판에 제대로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점, 증인 회유 등 증거 조작 우려 등을 근거로 구속영장 재발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당시 1심 재판부는 검찰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탄핵을 부정하는 쪽과 탄핵은 불가피했다는 쪽으로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이 같은 탄핵 부정에 대한 당내 교통정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게다가 박 전 대통령의 형이 확정되기도 전에 율사 출신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대놓고 사면과 석방 얘기를 꺼내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여의도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이 중도 외연확장을 포기한 채 태극기 세력에 코드 맞추기를 하자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연이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하여 2심에서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사면을 언급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월7일 브리핑을 통해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재판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법률가 출신 두 지도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주장하는 것은 대한민국 사법질서에 대한 ‘무지’이자 ‘부정’”이라고 힐난하면서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촛불정부 스스로 사면을 결단하라는 주장은 촛불정부를 만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들에 대한 모욕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대변인은 또한 “친박 일색으로 신임 지도부를 꾸린 자유한국당의 ‘박근혜를 사면하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은 ‘태극기 부대에 대한 끝없는 구애’와 ‘극단적 우경화의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gracelotus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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