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vs 노동계, ‘최저임금 개편안’ 놓고 전면전 양상

노동계 “최저임금 개편안은 개악…사업주 이윤만 보장해”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9/01/09 [14:23]

정부 vs 노동계, ‘최저임금 개편안’ 놓고 전면전 양상

노동계 “최저임금 개편안은 개악…사업주 이윤만 보장해”

문병곤 기자 | 입력 : 2019/01/09 [14:23]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은 결국 ‘최저임금 인상’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최저임금인상 문제만큼 지난 한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 기조를 흔드는 사안도 없었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라고 주장했고, 언론도 최저임금인상이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배제한 채 비난에 몰두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한 비난을 인식한 듯 지난 1월7일 최저임금 인상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노동계를 중심으로 개편안에 대해 비판이 일기 시작했다. 


 

▲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청와대 제공

 

민주노총 “최저임금 개편안, 사업주만 보장하는 누더기 법”

경실련 “최저임금 개편 논의, 공정 체계확립 차원서 해야”

 

전문가들이 최저임금 인상 상한과 하한선을 정하면, 이 범위 내에서 최저임금을 의결하는 방식인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지난 1월7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의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 초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은 최저임금위원회을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와 노동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하 노·사·정)으로 구성된 결정위원회로 나누는 방식이다. 구간설정위원회가 통계와 현장모니터링 등을 통해, 최저임금의 인상 구간을 결정하면, 결정위원회가 이 범위 내에서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참여하게 되는 전문가를 선정하는 방식에 대해 정부는 두 가지를 제시했다. 각각 ▲노·사·정에서 5명씩 모두 15명 추천을 받는 방식 ▲이중 6명을 노동자와 사용자 쪽 의견을 받아 배제하고 총 9명 위원을 선출하는 방식 등이다.

 

야당 "정부, 일방적 개편 중단해야"

 

정부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야당들은 반발했다. 먼저 정의당은 "정부의 일방적인 개편은 중단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노동자들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 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지난 7일 오후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논평을 통해 "정부 발표와 달리 지난 4일 양대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정부의 개편안 마련 과정에서 노동자와 충분한 사전협의가 없었고 노동자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일방적 주장이라며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 또한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이를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개편안이 현행 제도보다 진일보한 것은 분명하지만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혼란을 줄이고 합리성을 담보하겠다는 당초 취지와는 다르다"며 "제도만 복잡해져서 이해 당사자들 간 갈등을 심화시킬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 신중히 검토해야"

 

시민단체에서도 비판은 이어졌다. 시민단체 경실련은 지난 9일 “최저임금 중요성에 비추어 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는 신중하게 검토해야”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경실련은 “정부는 1988년 도입된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시대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변화하지 못 했다며 개선이 필요함을 밝혔지만, 실상은 경제여건 안팎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비판에 기인하고 있다”며 “이번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논의가 최저임금 인상률 비판에 매몰된 졸속적인 논의가 아닌, 공정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확립을 위한 논의의 시작이 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을 단일한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하던 방식에서 최저임금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대표 및 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로 나누어 결정하는 안에 대해 “상폭을 정하는 구간설정위원회가 당사자가 배제된 전문위원으로만 구성되는 것은 노사의 추천을 받은 전문위원이더라도 문제가 될 여지가 많다”며 “전문성이라는 미명하에 최저임금 논의 구조가 사전에 조정되어 편향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 논의가 제시하는 객관성과 효율성 기대효과도 있지만, 최저임금의 중요성에 비추어 사전적 최저임금 구간설정에서 이해당사자 배제가 가져올 대립 갈등의 증폭의 위험성 또한 존재한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여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이원화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은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야한다는 최저임금법 제4조를 언급하며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하여 임금수준, 사회보장급여 현황, 고용수준, 경제성장률 등의 예시를 추가하는 것은 적정한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데 필요하지만 최저임금의 목적을 형해화(형식만 있고 가치나 의미가 없게 되다)할 수 있는 기업지불능력 등과 같은 기준을 추가하는 데에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저임금에 대한 언론의 호도하는 식의 보도 또한 지적했다. 이들은 “모든 경제위기의 주범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것은 일부 언론과 여론에 의해 최저임금 논의 본질이 호도된 탓”이라며 “최저임금 결정이 나라 전체의 임금협상인양 노사의 대립적인 구도로만 인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실련은 임금체계 개편도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들은 “과거 급격한 성장시대에 경영자 측면에서든 노동자 측면에서든 기본금액이 중심이 되는 급여체계가 아닌 각종 수당과 상여금이 중심이 되는 복잡한 임금체계를 선호해 왔다”며 “기본급 중심의 임금항목 단순화, 직무중심의 직급체계 개편에 기초한 직무급 도입 등의 임금체계 개편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극렬하게 비판 "경영계 요구 모두 들어주는 것"

 

노동조합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또한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제 개편안에 대해 “최저임금 차등적용까지 개악하면 경영계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9일 민주노총은 ‘정부는 일방적인 최저임금 결정체계 및 결정기준 개악 추진 중단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민주노총은 “기재부장관이 기획하고 고용노동부장관이 발표한 최저임금법 개악 내용은 지난 2017년 ‘최저임금 제도개선 TF’보고서로 제출되어 이미 양대노총 노동자 위원이 반대의견을 밝혔던 ‘최저임금결정구조 이원화’내용을 더욱 누더기로 만든 개악 법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개악 법안의 핵심인 최저임금당사자를 제외한 구간설정위원회 위원들끼리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결정한다는 것은 노·사 당사자를 배제하겠다는 것”이라며 “‘전문가’들이 모두 결정위원회 위원으로도 참여하게 되면 전문가와 공익위원의 입지는 강화되는 반면 노·사 당사자는 거수기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의 지불능력’을 추가하는 것은 소위 경영권이란 미명하에 노동자 참여는 제한하면서 사업주의 무능력에 따른 경영손실은 노동자에게 전가하도록 법으로 최저임금을 억제하는 것”이라며 “결국 사업주 이윤만 보장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미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공익위원이 상·하한선을 제시하면서 운영을 해오고 있다”며 “정부는 ‘정부 추천 공익위원이 사실상의 결정권을 행사하는 심의구조’를 법개악 추진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에 대한 비판을 피하려면 공익위원 선출기준만 바꾸면 된다. 법을 개악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정부는 2017. 12월 ‘최저임금위원회 제도개선 TF’에서 논의된 사항이라고 하지만 노·사·정간 제대로 된 논의는 사실상 없었다”며 “노·사 위원들이 의견만 제출했지 실제 논의한 것은 6대 의제 중‘산입범위’1개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정부가 사회적 논의 없이 국회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민주주의 절차상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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