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해외 게임사는 ‘블리자드’다.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는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개발사 블리자드는 한국을 향한 애정을 드러내며 여러 게임의 완벽한 한글화 및 e스포츠 리그 개최 등 투자를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블리자드의 행보는 국내뿐만 아닌 해외에서도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이해할 수 없는 운영을 이어가며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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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업계의 혁신을 이끌었던 블리자드가 최근 방만한 운영을 이어가며 많은 유저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의 성공과 함께 국내외에서 많은 인기를 누렸다. 당시 블리자드는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이어갔으며 유저들은 ‘블리자드의 게임이라면 믿고 즐길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많은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최근 블리자드의 연이은 졸속 운영에 유저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넘어 더 이상 과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유저들의 불안함은 블리자드와 액티비전의 합병부터 시작됐다. 2008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의 모기업 비방디 게임즈와 액티비전이 합병을 선언한 것. 이 때 액티비전이 블리자드를 자회사로 인수했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결국 두 기업 간의 합병일 뿐 액티비전과 블리자드는 각각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자회사로 활동을 이어갔다.
이후 2012년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지분 매각 선언과 함께 업계에선 큰 논란이 이어졌다. 지분 약 61%를 매각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매각에 미국의 마이크로 소프트, 중국의 텐센트, 한국의 넥슨이 차례대로 접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이후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자사주를 매입해 독립회사로 거듭나 매각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졌다.
자회사로 거듭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성장세는 모든 사람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 꾸준한 성장세와 함께 2015년 캔디 크러쉬 시리즈를 개발한 모바일 게임 회사 킹닷컴을 인수하고 다음해인 2016년 미국의 프로 게임 단체 MLG를 인수해 e스포츠 사업 수완을 넓히기도 했다.
2017년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라는 울타리 안에서 별개 회사로 활동하던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은 상호 협력을 통해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또 디지털 중심 게임 판매 판도 변화를 이뤄내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 지난해 블리즈컨에서 공개된 모바일 게임 ‘디아블로 임모탈’.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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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원하지 않은 모바일 게임
긴 시간 걱정을 이어간 유저들은 2018년 들어 의심을 지우고 블리자드의 도약을 바라고 있었다.
특히 블리자드의 성장을 견인한 ‘디아블로 시리즈’의 후속작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첫 공개가 이뤄지는 무대가 2018년 11월 ‘블리즈컨’이 될 것이라는 공공연한 소문은 많은 블리자드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또 2018년 8월 블리즈컨을 앞두고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개발팀은 영상을 통해 “블리자드의 제련소가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다양한 디아블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라며 “이 중 일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말에는 보여드릴게 있을 것”이라는 말을 남겨 유저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큰 역할을 했다.
이후 많은 예측이 이어졌다. “지금의 인기를 만들어 낸 ‘디아블로 2’의 리마스터 버전이 공개될 것이다”, “디아블로 시리즈의 신 작품인 ‘디아블로 4’가 등장할 것이다”라는 두 가지 예측이 가장 큰 지지를 받았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집중화 현상을 비꼬기 위해 “모바일 게임으로 ‘디아블로M’이 나오는 것 아니냐”라는 장난 섞인 예측이 등장하기도 했다.
장난 섞인 예측은 현실이 됐다. 2018년 11월 블리즈컨 현장에서 공개된 것은 중국 회사인 ‘넷이즈’가 제작한 ‘디아블로 모바일 버전’이었다. 공개 직후 블리즈컨 현장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로 정적만 감돌았다. 블리자드의 오랜 팬들이 모인 현장임에도 아무도 환호하지 않았다.
발표가 끝나고 난 후 야유가 이어졌다. 현장에 참석한 팬은 질의응답 시간에 “모바일, 혹시 철 지난 만우절 거짓말인가?”라는 질문을 남겼고 그가 들은 대답은 “스마트폰도 없습니까?”라는 존중은 찾아볼 수 없는 말이었다.
모바일 게임 발매 또한 기존 유저들에 대한 존중을 잃은 행위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기존 블리자드의 모든 게임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기 적합한 PC게임이었고 대다수 팬들은 PC게임 팬인 상황에서 PC, 콘솔 유저들 모두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모바일 게임’의 등장은 환영받지 못할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오로지 수익에 눈이 멀어 기존 팬을 무시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 자체 IP를 중국 회사 ‘넷이즈’에 외주를 맡긴 것과 ‘넷이즈’가 과거 디아블로 시리즈의 표절 게임을 제작했던 과거를 그저 없던 일 취급하는 것 또한 큰 비난의 대상이 됐다.
블리즈컨 공개 직후 업로드 된 유튜브 영상의 반응은 유저들이 얼마나 상처 입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디아블로 임모탈’ 트레일러 영상은 ‘싫어요’ 71만개를 기록했다. 반대로 ‘좋아요’는 2.7만에 머물러있다.
블리즈컨 직후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주가는 폭락했다. 당시 경제 상황에 어쩔 수 없이 하락했다는 반론이 이어졌지만 다른 게임사들의 하락폭보다 더욱 큰 것을 보면 블리자드의 ‘돈’을 쫓은 운영이 결국 ‘돈’을 날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 개인방송을 통해 리그 폐지에 대해 착잡한 마음을 드러낸 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프로게이머 ‘리치’ 이재원 선수. © 리치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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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리그 일방적 폐지
블리자드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는 주가 폭락을 가져온 블리즈컨 이후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게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어로즈)’의 e스포츠 리그를 폐지하겠다는 공지를 게시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우리의 재능 있는 개발자들 중 일부와 그들의 능력을 다른 프로젝트로 이전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며 “이런 이유로 몇몇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개발 인원을 다른 팀으로 이동시키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으며 그들의 열정, 지식, 경험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더해지는 것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히어로즈 e스포츠에 대한 계획도 다시 점검했다. 게임에 있을 변화에 따른 우선순위와 선택지들을 들여다보았고 ‘히어로즈 글로벌 챔피언십’과 ‘학교의 영웅이 2019년에는 돌아오지 않게 됐다”며 “이 프로그램들을 향한 커뮤니티의 사랑을 익히 알고 있지만, 선수들과 팬들이 바라는 기준에 미치지 못한 채 강행하는 것보다 이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공지는 e스포츠 리그 해설진, 프로게임단, 소속 선수들 또한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한 상황에서 일방적인 통보 형식으로 이뤄진 것이다. 모든 관계자들은 공지 게시 글 하나에 직업을 잃게 됐다.
이 사건은 갑자기 알려진 만큼 e스포츠 팬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게임사가 일방적으로 e스포츠 리그를 폐지했다는 것은 언제든 팬들이 응원하고 있는 e스포츠 리그, 팀, 소속 프로게이머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선정되며 가장 큰 이슈는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게임이 전 세계인이 즐기는 스포츠 축제의 공식 종목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였다.
결국 이번 블리자드의 리그 폐지는 제기됐던 질문에 대한 답을 최악의 방식으로 내놓은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부 팬들 사이에선 “이래서 e스포츠가 공식 스포츠가 될 수 없는 것”이라며 자조적인 글을 남기기도 했다.
심지어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리그’라는 지역 연고제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이 리그는 e스포츠가 공식 종목이 된다면 가장 높은 확률로 채택될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앞길을 자신이 막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왔다. 또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버워치 리그’마저도 ‘수틀리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가장 큰 불안감으로 자리 잡았다.
폐지 공지가 게시된 후 ‘히어로즈’ 프로게이머를 제외한 다른 블리자드사 게임의 프로게이머들 또한 불안감을 나타냈다. 특히 ‘히어로즈’ 다음으로 낮은 인기를 보여주는 ‘스타크래프트 2’의 팬들은 “다음은 우리”라며 프로게이머들에게 미리 다른 길을 찾아보자는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 공식 글임에도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찾아볼 수 없다. © 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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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해 찾을 수 없는 패치 공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리그 폐지의 아픔이 가시기도 전 ‘스타크래프트 2’에서 다시 한 번 국내 팬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21일 ‘스타크래프트 2’ 공식 커뮤니티 업데이트 공지 게시 글이 작성됐다. 각 종족별로 정리되는 전략을 찾아간 유저들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분명히 공식 게시 글임에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문장 중 언급된 2018년은 ‘18년’이 비속어로 적용돼 ‘!@#’로 표시되는 등 글 작성 후 확인조차 하지 않은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게시 글은 가독성 하락을 만들어냈다. ‘전진 사신’은 ‘강습병 프록시’, ‘속도 업 밴시(속업 밴시)’는 ‘고속 밴시’, ‘불사조 미러 전’은 ‘불사조 거울 전략’ 등 분명히 한글로 써진 글임에도 다시 한 번 해석이 필요한 상황을 만들어 냈다.
또 공지 글의 조사가 이상하게 사용되거나 문맥이 일치하지 않는 등 오류도 찾을 수 있었다. 공지를 확인한 유저들은 “번역기를 돌렸거나 번역 외주를 맡기고 확인도 하지 않을 정도로 관심이 떨어진 건 잘 알겠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스타크래프트 2’는 한국인들이 항상 강세를 보였던 게임이다. 블리자드가 주관하는 공식 리그에서도 매번 한국인들이 상위권에 대거 이름을 올렸으며 우승자도 대부분 한국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한국 스타크래프트 2에 철저한 냉소만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진행된 블리즈컨 공식 e스포츠 경기에서도 중계진 편성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전문 중계진을 편성하기는커녕 한 스트리머의 방송으로 단일 송출을 요구하고 심지어 해설마저도 무보수로 요청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큰 이슈가 됐다.
이 당시 중국은 자국 선수가 한 명도 본선 리그에 진출하지 못했음에도 전문 중계진과 스튜디오를 마련해 중계를 진행했다. 본선 리그에는 대부분 한국 선수들이 진출해 있는 상황, 유저들의 비난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큰 축을 이루고 있는 한국 e스포츠 시장에 대한 대우도 축소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북미 및 유럽 지역은 공식 대회인 WCS의 온라인 대회를 신설하고 있는 중인데도 국내는 지역 락, 외국 선수 숙소 지원, 국내 중계진 ‘노 채널 노 페이’, 공지 오역 등 차별 정책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랜 시간 블리자드의 게임을 즐겨왔다는 한 유저는 “게임을 주로 즐기는 유저들이 한국인이고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는 중인데도 해외 유저들과의 차별이 느껴질 정도”라며 “왜 이런 행보를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블리자드 게임을 즐기면 바보가 되는 것 같아 더 이상 관련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penfr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