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버블 패밀리’ 마민지 감독…부동산 투기 현상 안에서 욕망을 보다

부동산 투기 현상 대한 거시적·미시적 시선 모두 갖춘 영화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12/28 [23:25]

[인터뷰] ‘버블 패밀리’ 마민지 감독…부동산 투기 현상 안에서 욕망을 보다

부동산 투기 현상 대한 거시적·미시적 시선 모두 갖춘 영화

문병곤 기자 | 입력 : 2018/12/28 [23:25]

 

▲ 영화 '버블 패밀리'의 마민지 감독     © 김상문 기자

 

“부동산 문제, 관객과 어떻게 나눌 것인지 고민했다”

“촬영 싫어하셨던 부모님, 지금은 친척들 모시고 와” 

EBS 국제다큐영화제서 국내 작품 최초로 ‘대상’받아

사회사와 가족사, 개인사 모두를 관통하는 영화

 

딸은 부모님이 미웠다. 어렵사리 지원받은 영화 제작비를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아버지도. 대학등록금으로 썼으면 좋았을 돈을 땅 사는데 써버린 엄마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딸은 부모님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과거를 찾아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부모님이 거스를 수 없었던 '시대적 흐름'. 그리고 '개인의 욕망'이었다.

 

마민지 감독의 영화 <버블 패밀리>는 단순히 사적 다큐멘터리로서 자신 주변의 삶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부동산 투기라는 ‘사회’문제 뿐만 아니라 ‘가족’의 관계 회복. 그리고 ‘개인’의 욕망을 블랙코미디로 표현하면서 사회와 가족 그리고 개인을 모두 관통하는 문제의식을 던진다. 

 

마민지 감독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버블 패밀리>에 앞선 3편의 단편들에서부터 성실하게 쌓아져 온 것이다. 그는 입이 배설기관이 된 한 남자의 블랙코미디를 다뤘고, ‘아폴로 17호’라는 유명한 시대적 사건을 통해 엄마와 딸의 유대를 그리는가 하면, 성북동 북정마을의 한 주민의 삶에서 도시개발의 허점을 짚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두는 그의 장편 데뷔작 <버블 패밀리>에서 집대성된다. 이 영화가 데뷔작임에도 문제의식을 완숙하게 보여주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부동산 투기를 다룬 한국영화는 별로 없었다. 주제가 관객들에게 어려울 거란 생각을 안했나?

 

▲부동산이라서 어렵다기 보다는 이것을 대중들과 어떻게 나눌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원래는 구조적인 부분으로 정책적인 것까지 많이 건드리고 싶었다. 사전조사 작업도 많이 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이 가족이야기와는 잘 맞지 않을 것 같았고 관객들이 재미없어할 것 같았다. 그래서 직접 체험하고 느꼈던 부동산 투기를 ‘욕망’이라는 측면으로 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관련 정책들에 대한 연구는 연구자들이 하는 것이니까 "난 이쪽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구조적인 이유는 이렇고 자료조사 당시에 강남과 관련한 부동산 자료가 별로 없었던 것도 이유가 됐다. 혼자 자료조사를 하면서 이렇게까지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가 뜨거운 나라인데 이걸 정리해놓은 게 하나도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이슈를 표현해야한다는 갈급함이 있었다. 오히려 많은 것을 담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많이 거둬냈다. 

 

-영화 속에서 부모님은 과거에 머물려고만 한다.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먼저 부동산 투기에만 매달리는 부모님이 미웠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부모님의 과거를 알아보니 자연스럽게 사회 맥락을 찾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이를 개인의 잘못으로 다 치부할 수 없는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사회적이나 매스매디어나 딱지 붙이기 등 말이다. 하지만 사회적인 맥락만을 다루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부동산 투기 문제가 불거진 것은 개인의 욕망 때문이니까. 만약 첫 번째에 대해서만 얘기를 하면 결국 합리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촬영은 2016년도 쯤에 완료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완성은 2017년도 초에 했다. 거의 2년 만에 정식 개봉이다. 

 

▲일단은 <버블 패밀리>가 연말 가족영화 컨셉과 잘 맞는다는 판단이 있어서 기다린 것도 있다. 그 동안 다른 프로덕션 일도 하고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을 해서 자주 바쁘게 돌아다녔다. 그리고 일본 NHK WORLD에서 20분 정도 분량으로 편집해서 방영하거나 했다. 핀란드의 공영방송 YLE과 협업을 하기도 했다. 한 영화를 통해서 많은 일을 겪었다. 개봉을 하고 나니 마침표 하나를 찍은 느낌이다. 

 

-2017년 EBS 국제다큐영화제(이하 EIDF) 얘기를 해야 할 거 같다. 14년 만에 영화제 최초로 대상을 국내 영화가 받았는데 그게 <버블 패밀리>다. 

 

▲솔직히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어쩐지 받을 것 같았다.(웃음) 그런데 EIDF에서는 전혀 예상을 못했다. 한국경쟁부문이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니니까. 영화제에서 상영 당시에 화제작이 됐다는 느낌을 못받았다. 그래서 그리 기대를 안했다. 사실 시상식날 아파서 응급실에 실려 갔었다. 그리고 퇴원하고 별 기대없이 시상식에 갔는데 대상을 받아서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시상식 뒤에 많은 비평가 분들과 전문가 분들이 제 영화에 대해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셔서 힘이 났다.  

  

-<언어생활>(2009) <아폴로 17호>(2011)까지는 극영화를 찍었는데, <성북동 일기>(2014)년부터는 다큐멘터리를 찍기 시작했다. 

 

▲<아폴로 17호>는 대학교 3학년 때 찍었다. 당시 굉장히 추웠고, 밤새 찍고 스텝들을 괴롭히는 감독이었다. 그때 스텝들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때 감독으로서 기대했던 바에 비해 만족스럽지 않았다. 극영화로서 많이 부족함을 느꼈다. 심지어 영화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 후 배낭여행도 다니고 하면서 사회적인 것에 대한 공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학원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하면서 문화인류학이랑 문화를 관련 공부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성북동을 조사하게 될 계기가 있었는데, 영화를 배웠다보니 나도 모르게 촬영을 하게 되더라. 이게 자연스럽게 다큐멘터리가 됐다. 그렇게 <성북동 일기>를 만들었다.

 

-감독님의 전작인 <아폴로 17호>도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다. 이번 영화에도 그런 점이 반영됐는가. 

 

▲맞다. 그때부터 사실 가족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가족에 대한 감정들을 풀어 보려했다. 근데 감정만 푼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더라. 현실적인 문제를 좀 더 봐야하는데, 구조적인 사고가 잘 안 됐던 20대 초반의 시기여서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조금 더 집요하게 파헤쳐 보고 싶었고 그게 <버블 패밀리>에 반영된 것 같다. 마치 <아폴로 17호>를 다시 찍은 느낌이다. 

 

▲ 영화 '버블 패밀리'는 부동산 투기 현상을 다룬 블랙 코미디다.     © 김상문 기자


-<버블 패밀리>는 사회사와 가족사, 개인사 모두를 관통하는 영화였다. 그렇다면 이런 주제를 블랙코미디 장르로 표현한 이유는 무엇인가.

 

▲전주영화제에서 피칭(시나리오작가가 감독 혹은 제작자 혹은 투자자에게 자신의 작품을 말로써 프리젠테이션하는 것. 편집자 주)을 할 때 만해도 이 영화는 블랙코미디가 아니었다. 블랙코미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드라마에 가까웠다. 근데 제가 블랙코미디 장르를 좋아한다. 처음 영화인 <언어생활>도 그 장르였다. 영화 뿐만 아니라 말하는 것도 그렇다. 사적이고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게 하면 힘들지 않나.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선택한 것 같다. 그리고 부모님을 찍는 과정에서 그런 장면들이 많이 나오기도 했다. 영화 제작을 위해 지원받은 돈을 부동산에 투자하라고 하는 장면처럼 찍을 때는 짜증나고 말도 안 되는 일이었는데, 이걸 거리를 두고 보니 모두 재밌더라. 그렇게 블랙코미디적인 장면이 자주 나오면서 선택한 것 같다.

 

-영화에서 ‘가족’으로 등장하는 고양이 핑퐁도 재밌었다. 고양이의 관점으로 사람을 관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평소에 저의 태도가 핑퐁과 거의 같다. 핑퐁의 눈과 입을 빌려서 많이 말하고는 했다. 

 

-<버블 패밀리>가 블랙코미디가 되는 것도 관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중반부 들어서 감독이 직접 영화 안으로 들어가는 선택을 한다. 어떤 연출적인 의도가 있었던 것인가. 

 

▲고민 끝에 한 결정이었다. 처음에는 부모님을 많이 찍고 나는 카메라 밖으로 빠져 있었다.  근데 촬영이 진행될 수 록 "부모님은 변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적으로 보면 영화 속 캐릭터는 변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았다. 결국 변할 수 있는 사람은 나였다. 그래서 영화 속으로 들어갔다. 이와 동시에 감독은 자신의 감정과 태도에 변화가 없으면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카메라 안으로 들어가는 선택을 했다.

 

-사적 다큐임에도 영화적인 연출이 많이 보였던 것 같다. 의도한 것 인가.

 

▲섞여있다. 생활을 카메라로 찍고 동시에 가족 안에서 스스로를 촬영을 하다보니까 이게 범벅이 되더라. 영화 밖에서 감독으로 영화적인 연출을 한 것도. 영화 속에서 한 캐릭터로서 행동한 점도 분명히 있다. 이것은 영화촬영이 끝나고 한동안 계속됐다. 그러다가 이걸 EIDF때 보고 나서 사적인 이유로 부모님과 싸운 적이 있었다. 그때서야 현실을 보게 됐다. 영화 속 캐릭터에서 영화 밖으로 빠져나온 느낌을 받았다.

 

-부모님에 대한 풍자가 많았는데 부모님께선 싫어하지는 않으셨나.

 

▲두 분 다 처음에는 싫어하셨다. 어머니는 집에서 옷도 편하게 입고 있는 것도 찍혀서 부담스러워 하셨다. 어머니는 원래 가족 얘기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이라 가족 형편을 친척들에게도 솔직히 말하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원래 말수가 적으시고 고립되어 계신 분이시다. 근데 영화를 찍다보니 카메라 앞에서 하소연 비슷한 것을 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게 됐다. 심지어 어머니는 직접 촬영을 기획하기까지 했다. 코엑스 머니 쇼 장면이 그 장면이다. 그날 저는 영화제 일정 상 캐나다에 다녀와서 피곤해 쉬고 싶었는데, 어머니가 가자고 끌고 가셔서 찍게 됐다. 아버지도 촬영을 목적으로 같이 밖에 나가면 즐거워하셨다. 문제는 영화를 볼 때였는데, 어머니는 마음의 준비를 많이 하셨다. 우황청심환도 드셨다. 풍자적인 영화라는 것을 예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막상 영화제에서 상영을 끝내고 관객들과 영화제 사람들을 만나보고는 좋아하셨다. 이후 식사자리에서 당당해지고 속이 후련해지셨다는 말도 하셨다. 요즘은 친척들을 극장에 데려오신다. (웃음) 반면에 아버지는 영화를 보여드리기 힘들었다. 어머니와는 자주 통화도 하고 촬영 중에 수다를 떨면서 얘기를 많이 했는데, 아버지는 그게 너무 어려웠다. 영화를 상영회에서 처음 보시고는 우셨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GV(관객과의 만남) 자리에서는 잘 하시더라. 근데 이건 저와 아버지 둘이서만 GV를 할 때고, 나중에 어머니랑 셋이서 할 때는 화장실 간다고 하시고 도망가기도 하셨다. 본인의 감정을 마주하는 것도 힘든데, 자식과 부인 그리고 관객 앞에서 말하기 힘들어 하셨던 것 같다.

 

-영화 속에서 비디오 자료 중에 노래와 관련된 영상들이 많이 등장한다. 감독님이 어린 시절 직접 부른 '독수리 오형제' 주제가와 아버님이 부르신 주현미의 ‘월악산’이 압권이었다. 

 

▲먼저 소방차 노래는 1988년 방영된 ‘토토즐’의 코너 중에 나온 것인데, 유튜브에서 발견했다. 그 코너는 당시 유행하는 가수이 뉴스 내용을 가지고 개사해서 부르는 코너다. 여기서 소방차는 부동산 투기와 관련한 개사를 해 불렀는데 재밌어서 넣었다. 그리고 월악산 장면은 제가 사드린 음악 플레이어로 아버지가 노래를 듣는 장면인데, 아버지가 주현미를 좋아하시고 가사 내용도 신라의 공주가 아버지와 떠난 님을 그리는 내용이었다. 근데 이 장면이 앞서 나온 제가 집에 다시 들어가는 장면이랑 잘 어울리더라 그래서 넣었다. '독수리 오형제'는 영화의 흐름이 변하는 부분에서 환기를 위해 넣었다. 제가 가족 일에 개입하기 시작하는 부분이다. 가족을 수호하겠다는 비장함을 재밌게 표현하기 위해 넣었다.

 

-영화에서 ‘진 게임’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즉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이나 사회적 흐름이 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영화를 통해서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 많이 고민 중이다. 지금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은 어디서부터 비롯했는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답답해 여러 아카이브 자료와 부모님의 과거를 찾아봤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한 번 해보니까 그럼 앞으로 어떡하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이것에 대해 사실 비관적이다.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나. 그래서 어디선가 싸워나가는 사람들이나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했다. 그런 것을 다뤄 보고 싶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이니까. 

 

penfree@hanmail.net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포토뉴스
8월 둘째주 주간현대 주간현대 1254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