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피겨팬들이 김연아의 소치올림픽 메달을 찾기 위한 첫걸음으로 법적 대리인을 통한 청원에 나서 여론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는 제소를 준비해 온 빙상연맹이 정작 ‘금메달 되찾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법·규정에만 얽매이지 않고 세계적인 反러시아 여론 등을 이용한다면 공동 금메달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편집자주>
‘금메달 찾기 힘들다’ 입장만 반복하는 연맹…비판여론 피겨팬들…연맹 불신하며 법적대리인 통해 제소 ‘청원’ 국제협상전문가 ‘반러 국제정세 이용 공동금메달 가능’ [주간현대=조미진 기자] 지난 2월21일의 올림픽 판정 스캔들 후폭풍은 지금도 세계 피겨계와 국내 스포츠계를 뒤흔들고 있다. 올림픽에서 승부조작성 피해를 당한 세계적인 자국선수의 권익을 되찾기 위해 앞장서야 할 대한빙상연맹이 방관과 저자세를 일관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급기야 피겨팬들은 올림픽 판정에 대해 국제연맹에 제소하겠다는 빙상연맹을 믿지 못하고 법적 대리인을 통해 제소를 청원하고 집회를 하는 등 공식적 대응에 나섰다.
저자세 외교 ‘그만’ 지난 2월21일 소치올림픽 피겨 판정 스캔들에 대한 제소가 계속 늦춰지는 가운데 빙상연맹을 더 이상 믿지 못하는 피겨팬들이 변호사를 통한 청원과 거리 집회 등 공식적인 대응에까지 나섰다. 한국 스포츠 역사 전체로 봐도 막대한 자산을 도둑 맞았기에 금메달을 되찾고 대한민국의 ‘저항’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몇 년 전 러시아에 귀화한 쇼트트랙 스타 빅토르 안(안현수)은 최근 “김연아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운동선수 중 하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선수의 올림픽 2연패 달성은 아마추어 종목에서 이만한 스포츠적 성과를 이룰 기회를 앞으로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손실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우리 선수들을 위해 국제빙상연맹의 개혁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빼앗긴’ 여자 피겨 올림픽 2연패를 되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따라서 향후 대한체육회와 빙상연맹의 최우선 목표는 ‘최소한 공동 금메달’을 이뤄내는 것이어야 한다는 견해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공동 금메달이라도 이끌어낸다면 “한국선수는 부당하게 건드려도 한국 연맹·단체가 그들을 보호하지 않고 저자세로 일관하기에, 건드려도 괜찮다”는 이미지를 벗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인 최초 미국 주립대학 협상학 겸임교수이자 국제협상전문가인 박상기 BNE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는 앞서 칼럼을 통해 “미국·러시아 같은 강대국이 아니라도 어지간한 나라라면 이런 큰 사안에 대해 우리나라처럼 겁먹고 가만히 있지 않는다, 곧바로 강경하게 항의하고 바로 항소하는 게 기본이자 상식이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박 대표는 “이번 소치올림픽에 불만을 품은 나라와 세력이 많고, 자국 이익을 도모하려는 국가들·해외 유관단체들과 연대를 형성하기에 매우 용이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김연아의 IOC 선수위원 선출 건도 협상과정에서 반대급부로 더 유리해질 수 있으며, 국제 협상에서 강대국이 아닌 나라가 부당한 처사를 당해도 가만히 있다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금메달 애초에 포기? 지난달 말 대한체육회·빙상연맹은 국제빙상연맹에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최근까지 제소는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대한빙상연맹 관계자는 지난 4월10일 오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제소내용은 앞서 대한체육회와 보도문을 통해 밝힌 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 제소는 꼭 할 것이며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빙상연맹 관계자는 제소의 최종목표에 대해선 “판정에 책임져야 할 관련자들을 징계받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빙상연맹이 금메달을 되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식의 입장을 고수해오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관계자는 “금메달이든 공동 금메달이든 되찾으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지 않냐”며 “금메달을 되찾는 것이 최종 목표가 돼야 한다는 건 사견으로만 듣겠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의 입장은 일전에 '제소' 여론을 잠재우려고 김연아 연기 수행의 기술적 부분을 미묘하게 저평가하며 올림픽 경기가 끝난 직후 부터 ‘금메달을 되찾을 수 없다’고 인터뷰 해 온 국제빙상연맹 소속 한국인 국제심판의 관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심판은 수년 전부터 국제빙상연맹 내의 일본·러시아 등 해외유력인사들의 저자세로 일관하며 세계적인 자국선수와 한국 피겨의 권익보호에 소홀해왔다는 비판을 받아 오기도 했다. 아울러 대한빙상연맹 김재열 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맡고 있는 점이 빙상연맹의 이러한 태도의 배경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즈프롬의 플랜트 사업을 수주하고 있어 러시아와 껄끄러운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 '올림픽 판정 사태'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러한 의혹들 속에 국내 피겨팬들은 대한빙상연맹이 자국선수에 대한 권익보호를 등한시해왔다며 제소하겠다는 말을 믿지 않고 있다. 급기야 최근 피겨팬·김연아 팬 등은 연맹이 제소를 미루다 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 공식적인 제소 촉구에 들어갔다.
이미 몇 차례 제소를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던 피겨팬들은 최근 법적대리인을 통해 빙상연맹에 제소를 청원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청원의 법적 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에이디엘의 홍지숙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한빙상연맹에 제소를 촉구하고자 피겨팬 등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청원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청원에 동참한 시민, 피겨팬들은 이번 사태는 꼭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번 청원에 동참한 한모씨는 “자국선수의 막대한 피해에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연맹이 자국선수 권익보호에 소극적이고 오히려 국민이 이를 청원해야 하며 연맹을 설득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또한 “세계 피겨계도 분노하는 큰 사안을 그냥 넘기면, 우리 선수가 국제 피겨계·스포츠계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되는 일은 앞으로 자주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아울러 그는 “국제빙상연맹에 제소해야 하며, 제소가 기각된다면 스포츠중재재판소(CAS)까지 꼭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피겨팬 등은 최근 제소와 관련한 집회를 가지기도 했다. 지난 4월12일, 13일 피겨스케이팅 팬 연합은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집회를 열어 대한빙상연맹에 국제빙상연맹 제소를 촉구하며 제소 문건의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설령 제소를 했다고 하더라도 금메달을 되찾는데 미온적인 빙상연맹이기에 국제빙상연맹을 실질적으로 압박하는 제소를 했는지 덮어두고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대한빙상연맹은 4월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4월10일 저녁 국제빙상연맹에 E-메일, 팩스, DHL(국제특송) 3가지 방법으로 제소를 했다”고 밝혔다. 법·규정의 ‘틀’ 넘어서야 한편 연맹의 뒤늦은 제소에 대해 국제협상전문가 박상기 대표는 다소 아쉽지만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언론을 통해 “빙상연맹이 30일 이내에 재심(apeal)을 요구해야 했는데 시기를 놓친 감이 있지만, 김연아 사태의 심각성을 국내외 여론에 환기시켜 협상 분위기를 형성했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를 법·규정으로만 풀려고 해선 안 된다”며 “공동 금메달을 받아내려면 국제 여론전을 통해 결정권이 있는 푸틴·러시아 여론 주도층을 설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 대표는 최근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후 형성된 서구의 반(反)러 정서도 좋은 협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 대표는 “국제 여론전을 하더라도 우리가 직접 러시아·푸틴을 공격하는 모양새는 안 되며 러시아에 반감이 많은 서구·미국 언론 등이 이 사건의 부당함을 주장해 국제 여론이 환기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러시아는 현재 서구에서 반러 정서가 확산되는 것에 부담을 갖고 있어 김연아 사태가 반러 정서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러시아가 공동 금메달 수여에 협조하게 되면 러시아의 부정적 이미지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며 “서구에서의 여론전을 발판 삼아 김연아 사태를 해결하는 중재자 역할을 해 공동 금메달 수여를 이끌어내면 그만큼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한 언론 관계자는 “국제 여론전이 거창한 것이 아니다”며 “제소 사실이나 제소 내용, 국제빙상연맹에 요구하는 바를 기자회견과 보도문 전송 등을 통해 국내외 유력 매체들에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손놓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선 먼저, 대한빙상연맹의 발상 전환과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happiness@hyundaenews.com <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본 기사의 저작권은 <주간현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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