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책 변호사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에서 해촉된 뒤 자유한국당이 시끌벅적하다. 이때를 노린 듯이 우파재건회의에서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전 변호사 해촉을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비대위원장은 전 변호사의 해촉을 두고 이견이 있어 어쩔 수 없었다며 “팔을 잘라내는 심정”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전 변호사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하다. 그는 “비대위원장이 실수를 하신 것 같다”며 보수 논객으로 돌아와 한국당을 비판했다.
▲ 11월14일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있다가 해촉된 전원책 변호사가 입장을 밝혔다. © 김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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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정면 비판 전원책 “계파만으로 작동하는 정당”
친박 사퇴 요구에 김병준 “비대위 마무리 지을 것”
‘문자 해촉’을 당한 전원책 변호사가 반기를 들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어 김병준 위원장을 비롯한 자유한국당을 향한 입장을 밝혔다. 11월14일 전 변호사는 김병준 위원장이 자신을 해촉한 것을 두고 ‘팔을 자르는 기분이다’라고 말한 데 대해 “그분이 대통령이고 제가 비서실장이라면 팔 자르는 기분을 이해하겠지만 내가 그분의 수족이 아니지 않느냐”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현대 정당 민주주의를 오해한 게 아니냐”면서 “저를 수족으로 안 것이라면 모르겠는데 보통 사람들은 그런 표현을 자주 쓰지만 이 자리에 있는 분들 중에 그런 기분을 아는 분은 단 한 분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전 변호사는 “김 위원장이 ‘당 기강을 바로 잡겠다’고 말하는 것도 군사정권에서 획일적으로 움직이는 군사정당이면 모르겠는데 오늘날 어떻게 기강을 이야기하느냐”면서 “그분이 실수한 워딩이라고 생각한다. 저에게 복종을 요구할 것이라면 진작 말을 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힐난했다.
전원책 “비난할 자격 있어”
그는 특히 40여 일간 자유한국당에서 느낀 한계점을 묻는 질문에 김병준 위원장을 거세게 비판했다. 전 변호사는 “저는 당원이 아니지만 노무현 정부에 관여했던 사람도 아니고 특별히 진영논리에 빠져있었던 사람도 아니다”라며 김 위원장의 출신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이어 “전 보수 논객으로 변하지 않고 살아왔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당을 얼마든지 비판하고 애정 어린 질타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당에 저보다 더 이런 비난을 할 자격 있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전 변호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수 논객으로서 보수층을 대변하는 사람으로서 한국당을 꾸짖을 것은 꾸짖고 들을 말은 들을 수 있는 작은 권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반대 진영에 한 번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당내 인적 쇄신과 관련해서 전 변호사는 “인적 쇄신은 말처럼 쉽지 않다. 적어도 절반은 물갈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보스 흉내를 냈던 분들은 정말 이 자리를 빌어서 감히 말씀드린다. 정말 자중하시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자중하지 않으면 한국당 미래가 없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보수의 미래가 없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는 것이다”라며 “국민을 진짜 사랑한다면 한국당에서 지금까지 폼잡고 살았던 분들 이제 좀 물러나시라. 새로운 신진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전 변호사는 한국당에 제일 밑에서부터 도려내야 할 조직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당은 정파가 있는 정당이 아니라 계파가 있는 정당이다. 일종의 사조직인 것”이라면서 “정당의 정파는 얼마든지 있어도 된다.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다. 정당 내 민주주의가 작동된다면 그런 정파가 있는 게 아니라 계파만으로 작동하는 정당인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당은 그런 정파가 있는 게 아니라 계파만으로 작동하는 정당이다. 정당의 계파는 사조직이라고 볼 수 있고 드러내야 할 조직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자유한국당을 떠났지만 한국당에 대해 끝까지 “지금이야말로 인사를 바꿔야 할 때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 변호사는 보수재건운동에 대해서도 “보수대통합을 위해 밖에 있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면서 다시 활동을 시작할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해촉 후폭풍 시달리는 김병준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수세에 몰린 모양새다. 한국당 내에서는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 전 변호사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발언한 것부터 시작해 해촉 이후의 상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우파재건회의라는 친박 모임에서는 ‘당의 위상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실추시켰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같은 날 오전 김 비대위원장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지금 가진 책무의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 비대위를 제대로 마무리하는 것”이라며 “마무리하기 위해 지금 힘든 결정을 한 것이다. 이해해달라고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제 (우파재건회의에) 서셨던 분들 중 몇 분은 비대위 자체의 구성을 반대한 분들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나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이야기에 어떻게 제가 일일이 답을 하겠나. 제 갈 길을 묵묵히 가는 것밖에 도리가 없다”고 사퇴 거부 입장을 밝혔다. 또 자신을 반대하는 당내 인사들에 대해 “밖에서 자꾸 이야기하지 말고 저한테 직접 이야기해 달라. 그다음에 공개적으로 이야기해 달라. 민주정당이 그런 게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인적 쇄신에 대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어제도 조강특위가 발표했다. 마무리 단계에 있고, 그다음 여론조사도 이번 주에 끝이 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내 일각에서 ‘김병준 비대위가 사실상 동력을 상실했다’는 말이 나오는 데 대해 “동력을 왜 상실하는가. 동력을 상실할 이유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동력을 상실해서 253명의 당협위원장의 사퇴를 다 받아내고 지금과 같이 80명이 저렇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비대위 회의가 제대로 진행이 되겠는가.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김 비대위원장 사퇴요구의 발단이 된 전 변호사 해촉에 대해선 의견불일치를 이유로 들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그야말로 비대위 차원에서의 정무적 판단으로서 여러 가지 일들을 계획하고 있었다. 지도 체제의 변경 문제라든지, 선거구제 문제라든지 전당대회 일정은 하루아침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여러 가지 진통 속에 합의를 통해 처음 (조강특위) 들어가는 날부터 (전당대회를) 2월 말이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 변호사는 4, 5월, 6, 7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고 이것이 당내 의구심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월권 논란에 관해 김 비대위원장은 “그뿐 아니라 중요한 사안에 대해 과연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활동 범위가 어디냐를 놓고서 의원들 사이에 큰 논란이 일어났다. 어쩔 수가 없었다.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당내에서 전 변호사가 월권 행위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개인 차원에서 조언하는 걸로 들어 달라”고 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전권 논란’에 대해 “‘조강특위의 전례 없는 권한을 준다’고 했다”며 조강특위 밖의 일, 특히 전당대회의 시기에 대해 전제를 하고 가야 한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전원책 변호사의 해촉은 한국당에 적지 않은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십고초려’해서 영입한 전 변호사는 해촉 이후 김 비대위원장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해촉된 전 변호사가 여전히 한국당에 날 선 비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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