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출국’…첩보물인 줄 알았던 미완성의 부성애 신파

각국의 알력다툼 잘 표현했지만…연출 밋밋해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11/12 [10:33]

[영화리뷰] ‘출국’…첩보물인 줄 알았던 미완성의 부성애 신파

각국의 알력다툼 잘 표현했지만…연출 밋밋해

문병곤 기자 | 입력 : 2018/11/12 [10:33]

영화 <출국>은 이범수의 안정된 연기력과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지만, 영화가 아닌 드라마를 보는 듯한 다소 밋밋하고 평범한 연출은 영화의 긴장도를 떨어뜨린다. 자극적이지 않은 연출이 최근 한국영화들처럼 가식적이지 않아서 좋지만 영화적인 연출을 많이 놓은 듯한 모습은 다소 힘이 약하다. 또한 부성애를 강조하는 영화의 메시지도 설득력이 약하다. 영화는 성장하는 부성애를 보여 주려하지만 관객들 입장에선 그 성장의 과정이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관객들보다 영화가 앞서 나가버리는 느낌이다. 


 

▲ 영화 <출국>의 포스터 <사진제공=디씨드> 

공 들인 폴란드 로케이션? 과도한 보여주기식 배경

‘화이트 리스트’ 논란 ‘시끌’…“영화자체로 봐 달라” 

 

지난 11월 14일 개봉한 영화 <출국>은 베를린에 유학 중이던 남한의 마르크스 경제학자 오영민이 자신과 가족을 위한다는 이유로 북한으로 가는 선택을 하지만 이내 실수임을 깨닫고 코펜하겐 공항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영민은 자신의 가족들과 흩어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남한, 미국, 북한의 정보국들에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이들은 오영민과 그의 가족의 생사에 대한 걱정은커녕 자신들의 목적에 따라 오영민을 감시하며 이용하려한다. 

 

미완성

배우 이범수가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 이후 2년 만에 복귀작으로 선택한 <출국>은 첩보물처럼 보이지만 부성애를 표현하는 것에 방점이 찍힌 영화였다. 영화는 혼란과 분란의 시대였던 1986년을 배경으로 각국의 정보요원들이 암약을 펼치고 있는 베를린을 무대로 삼았다. 실제로 1986년 있었던 납북 공작원 이야기를 모티브로 80년대의 시대상을 현실적으로 그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인지 각국의 정보국들의 관계설정은 꽤나 현실적이다. 영화 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것은 오영민과 그의 가족일 뿐 정보국들은 잠시 동안 그를 쫓다가 목적이 달성되면 당장 발을 빼버리는 모습들이 그렇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체 간의 보여주는 알력다툼은 잘 표현한 반면에 영화 속 개개인들의 심리적 변화는 관객들에게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했다는 인상이다. 관객들은 샌님 같았던 한 경제학자가 갑자기 영화 <아저씨>의 원빈처럼 총을 드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또한 무혁이 영민의 가족을 돕기 위해 자신이 일하던 안기부를 등지는 점도 의아하다. 그가 외치는 “그래도 도와줘야할 것 아니냐”라는 외침은 다소 공허하다.

 

<출국>은 최근 개봉했던 큰 예산의 한국영화들이 주로 보여줬던 오락적인 연출을 부정하듯이 잔잔한 연출을 택했다. 김범수도 "요즘 보기 드문 순수한 수필집 같은 작품“이라며 영화의 연출방법에 만족도를 보였다. 최근 영화들이 대중의 입맛에 맞는 연출을 택하는 것이 가식적으로 보였던 것과 달리 <출국>은 적어도 ‘솔직한’ 영화로 보인다.

 

또한 <출국>을 보다보면 영화가 아닌 TV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출국>의 노규엽 감독은 ‘아이리스’같은 TV드라마에서 연출을 해왔고 이번 작품이 그의 영화 데뷔작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밋밋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보통 영화들이 밀도 있는 편집과 화면구성을 갖춘 반면, <출국>은 그저 스토리의 전개만을 위해 화면이 사용되고 있는 인상이다. 화면이 비어있다는 느낌과 함께 미완성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때문에 영화가 공을 들인 대규모의 폴란드 로케이션은 빛을 보지 못한다. 오히려 폴란드의 배경을 보여주기 위한 듯 시야를 넓힌 카메라가 화면을 공허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배우들의 연기도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출국>에서 북한사람을 연기한 배우 박혁권과 이종혁의 북한 사투리는 북한 사투리로 들리지 않을 만큼 어색할 뿐 아니라, 짧게 나오는 조연들의 연기도 어눌하다. 여러모로 미완성의 느낌을 주는 영화.

 

▲ 영화 <출국>의 스틸 <사진제공=디씨드>


화이트리스트

영화 '출국'은 오길남 박사의 논픽션 '잃어버린 딸들 오 혜원 규원'이 원작으로, 극중에서는 주인공 영민이 재독 의사 강문환으로부터 월북을 권유받는다. 실제로 오길남 박사는 작곡가 고 윤이상과 월북 제의에 대한 진실 공방 논란이 있다. 더욱이 '사선에서'라는 가제로 먼저 알려졌던 '출국'은 지난해 제작비 중 상당 부분이 지난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돼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연출자 노규엽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아니다. 1985년 북으로 갔다가 본인의 잘못을 깨닫고 나오는 길에 코펜하겐 공항에서 탈출한 경제학자의 비극적인 사건을 가지고 재구성하고 새롭게 창작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길남 박사의 비극적인 탈출 사건을 영화화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부담감은 없었다. 제가 박사님의 전기 영화를 만든다고 했다면 부담이 있었겠지만 제가 만들고자 했던 이야기는 전기영화가 아니고 이 비극적인 탈출 사건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어떻게 영화적으로 접근할 것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노규엽 감독은 "이야기를 접했을 당시 1970, 80년대 아날로그 정서의 첩보물에 빠져 있었다. 요즘으로 따지면 최첨단 디지털 장비와 스마트폰이 없는 시대 첩보물에 가족을 잃은 아버지의 첩보물을 얹으면 차가운 스파이의 세계와 뜨거운 남자의 이야기가 충돌하면서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는 흥미가 생겼다. 그렇게 시작됐다"고 말했다. 노 감독은 "체제에 치인 개인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극중 강문환 캐릭터가 작곡가 윤이상을 떠오르게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실제 사건에서) 오 박사와 윤이상 선생님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았네 안 받았네 월북 제의에 대한 진실공방이 있었던 것을 알고 있다. 진실은 그 두 사람만 알고 있다. 진실이 드러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인물을 다룰 수 없었다"면서 "극중 지식인인 영민에 대한 안타고니스트가 필요했다. 윤이상 선생님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도 밝혔다. 

 

노규엽 감독은 간담회 말미 "마지막이니까 길게 말씀드리겠다"며 "작년에 저희 영화 출국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인 기사도 있었지만 많은 기사들이 합리적 의심이라는 근거아래 사실이 아닌 기사가 많았다"고 직접 '화이트리스트' 논란을 언급하기도 했다. 

 

노 감독은 "당시 촬영을 마치고 한창 후반 작업 중이었다. 어떤 날은 마음이 아팠고 어떤 날은 기운이 없었다. 어떤 날은 손 하나 까딱 하기 싫은 날이 부지기수였다. 그럴 때마다 이 영화에 참여한 스태프와 배우들의 노력, 그에 대한 보상은 지켜져야 하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면서 "하루 빨리 이 영화를 세상 밖에 내놓아야겠다 생각했다"면서 "영화를 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고 영화 자체로 대중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배우들은 영화를 찍은 진심을 강조하며 폴란드 로케이션 촬영 에피소드 등을 소개했다. 

이범수는 "시나리오가 가슴에 와 닿았다. 가슴이 먹먹하고 절절했다고 할까. 그 무렵 읽었던 자극적인 오락영화든 이런저런 시나리오들이 있었지만 이상하게 이 작품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고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범수는 "제가 한 가정의 가장이고 두 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가정을 이루고 실제 아이의 아빠, 아내의 남편이 되는 경험이 없다면 깊이 진하게 느끼지 못하지 않았을까 한다. 무척 가슴에 와 닿았고 이 시나리오가 잘 영상화 돼서 영화화되면 좋겠다, 꼭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이를 먹고 아빠가 되고 이런 것들이 저를 성숙하게 한다"면서 "수많은 아빠의 한 명이지만 저도 아빠니까 이 아빠의 고뇌를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오영민이라는 인물을 아빠로서, 저런 환경에 처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대해서도 응원해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penfree@hanmail.net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포토뉴스
9월 둘째주 주간현대 1111호 헤드라인 뉴스
1/2
광고
많이 본 기사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