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음반]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정규 2집 ‘Aliens’…’또 음악에 술 탔네‘

유행 지난 ‘디스코’ 밴드…자신들만의 세계관 담은 앨범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11/10 [20:49]

[이 주의 음반]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정규 2집 ‘Aliens’…’또 음악에 술 탔네‘

유행 지난 ‘디스코’ 밴드…자신들만의 세계관 담은 앨범

문병곤 기자 | 입력 : 2018/11/10 [20:49]

▲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정규 2집 ‘Aliens’의 커버 <사진제공=붕가붕가레코드> 


지난 1집으로부터 장장 5년. 라이브와 댄스가 결합한 폭발적인 퍼포먼스로 한국은 물론 영국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을 비롯하여 미국, 일본, 러시아 등 10개국에서 100회가 넘는 공연을 진행하며 세계의 누구든 춤추게 만들 수 있음을 입증해 온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이하 술탄)가 정규 2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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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을 제외한 아프로-아메리칸 음악의 기반이 거의 없다시피 한 한국에서 이미 세계적으로도 전성기를 한참 지난 디스코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전체 대중음악 신에서는 물론 좁은 밴드 음악 신에서조차 주류와 거리가 멀었던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이렇게 이방인이었고 비주류였던 덕분에 술탄은 어느 누구와도 다른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 족보도 혈통도 없는 대신 자기만의 특별한 세계를 가진 외계의 존재인 이들을 요약할 수 있는 한 단어. 바로 술탄의 2집 제목인 ‘Aliens’다.

 

6-70년대 황금시대 디스코의 정수를 현재진행형으로 만들어냈던 1집 ‘The Golden Age’에서 진일보해 고전의 빈티지와 첨단의 트렌드. 디스코·펑크·소울부터 R&B·일렉트로닉·록에 이르는 다양한 스타일, 그리고 폭발적인 에너지와 깊숙한 서정성을 골고루 담아낸 11트랙이 담겨 있다.

 

가장 먼저 귀에 꽂히는 것은 앨범의 두 타이틀곡 ‘사라지는 꿈’과 ‘통배권 (feat. 뱃사공)’이다. 우선 ‘사라지는 꿈’은 한마디로 가장 술탄답지 않은 곡이면서 새로운 술탄을 대표하는 노래. 음악 하는 이유를 잃어버린 채 방황하던 시기의 리더 나잠수가 자기 얘기를 솔직하게 풀어낸 노랫말은 차분하면서도 착 감기는 곡과 어우러져 술탄에게서 볼 수 없었던 정서를 자아낸다.

 

‘사라지는 꿈’이 새로운 술탄이라면 반대로 또 다른 타이틀곡 ‘통배권 (feat. 뱃사공)’은 가장 술탄다운, 술탄스러운 신남이 가득한 곡이다. 90년대의 인기 소년만화에 등장했던 전설적인 권법을 소재로 삼은 것부터가 일단 술탄스럽다. 뭔가 얘기하는 듯 하지만 결국 별 뜻 없는 가사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역시 술탄인 것은 치밀하고 역동적인 구성으로 한층 진일보한 리듬의 서사. 여기다 MC 뱃사공의 랩이 가사 그대로 재키 찬과 임하룡처럼 좌우전후 능수능란한 그루브의 스텝을 밟으며 확실하게 한 몫 한다.

 

그리고 타투이스트 ‘화로’와 그래픽 아티스트 ‘NiNE-Ist’가 함께 만들어 낸 뮤직비디오는 멤버들의 개성을 절묘하게 포착한 캐릭터의 작화를 바탕으로 밀도와 탄탄한 서사를 보여준다.

 

물론 다른 트랙들도 빼놓을 수 없다. 딱 춤추기 좋은 노래들로 ‘구글이던 NASA던 잘 나가는 회사 다 필요 없고 오늘도 놀고 내일도 노는 게 짱’이라는 직장인 공감 만점의 가사와 함께 김아일의 절묘한 랩이 특히 매력적인 ‘Playaholic (feat. 김아일)’부터 조울증을 테마로 신남과 우울을 오가는 정서를 변칙적인 구성으로 절묘하게 담아낸 ‘Manic Depression’이 있다면 술탄 최초의 본격 일렉트로닉 넘버 ‘로켓맨’과 최근의 얼터너티브 음악에서 받은 영감을 호소력 있는 멜로디에 실어 만들어내는 술탄 식의 발라드 ‘어쩐지’는 낯설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느끼게 하는 곡.

 

그리고 프로그레시브 락부터 힙합·하우스·소울에 어덜트 컨템포러리를 말도 안 되게 섞어냈지만 신기하게도 아귀가 맞는 술탄만의 괴곡 ‘갤로퍼’와 라이브마다 관객들을 날뛰게 했던 그 곡을 드디어 앨범에 담아낸 ‘깍두기’가 만들어 내는 대단원은 실로 강렬하다. 여기다 싱글로 선공개된 ‘미끄럼틀 (feat. SUMIN)’과 ‘Super Disco’가 더해져 러닝타임 40분의 짜릿한 경험을 만들어낸다.

 

더불어 표지에 있는 정체불명의 형상은 술탄의 멤버들과 크리에이티브 팀 ‘two-five-ten’이 함께 만들어 낸 이번 앨범의 시각적 콘셉트를 대표하는 이미지다. 

 

발매는 지난 10월 30일. 붕가붕가레코드 대중음악 시리즈 37번째 작품으로 붕가붕가레코드와 CJ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제작했고 CJ문화재단의 뮤지션 창작지원사업인 튠업과 한국콘텐츠진흥원 2018 대중음악 앨범 제작 프로모션 지원사업의 후원을 받았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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