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더리 보이콧’ 주식시장 크게 흔든 내막

찌라시가 흔든 경제 “뉴스 보면 나라 망한 줄 알겠다”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8/11/06 [09:29]

‘세컨더리 보이콧’ 주식시장 크게 흔든 내막

찌라시가 흔든 경제 “뉴스 보면 나라 망한 줄 알겠다”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8/11/06 [09:29]

10월 말에 코스피·코스닥을 덮친 주가 폭락은 우리나라 경제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좋은 수단으로 거의 대다수의 언론에서 보도를 쏟아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이 우리나라 은행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한다는 소문이 돌자,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앞 다투어 기사를 써서 올렸다. 이로인해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져 증시는 또다시 요동쳐버렸다. 이후 가짜뉴스라는 것이 밝혀졌으나, 여전히 반성없이 ‘한국경제가 위험하다는 증거’라는 어조의 보도들만 나왔다. 언론이 우리나라 경제 불안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뜬소문이었던 ‘세컨더리 보이콧’ 우려에 주식시장 휘청
한국경제 대한 불안감 반영…금융시장 신뢰 얻지 못해
세계적 추세 따른 주식 폭락…언론은 ‘부정 어조’ 일색
근거없는 허위사실 풍문 유포행위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 10월말 벌어진 주가 폭락으로 인한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사진출처=Pixabay>

 

지난 10월30일 미국 정부가 북한 송금과 연관된 국내 은행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경제적 제재)을 추진했다는 풍문이 돌았다. 코스피가 20% 가까이 폭락했음에도 연기금이 투입되지 않고,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이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오후에는 구체적 은행 이름이 돌았다.


이에 정부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지만, 국민들의 우려는 그칠 줄 몰랐다. 악화된 국내 경제 상황과 맞물리며 불안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세컨더리 보이콧 낭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월31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미국 정부가 북한 송금과 연관된 은행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추진하며 미국 재무부에서 지난 10월12일 한국의 은행들에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는 풍문과 관련, 국내 은행들에 문의한 결과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 정부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방안이다. 제재 국가인 북한과 거래를 하는 우리나라의 금융기관까지 제재할 수 있는 조치다.


가뜩이나 주가 폭락으로 우울했던 경제 상황에 세컨더리 보이콧 풍문까지 더해지자 국민들의 우려는 폭발했다. 금융당국이 이날 오전부터 부랴부랴 보도 참고자료를 낸 이유다.


그러나 정부의 명확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경제 불안은 가시질 않았다.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행하는 주체는 미국인데 왜 국내 은행에만 확인을 한 것인지, 정부가 세컨더리 보이콧을 받지 않았다고 선만 그어선 될 일인지, 가능성에 대한 대비를 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은 꼬리를 물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 9월 미국 재무부로부터 대북 사업에 대한 문의 전화가 와서 자금 세탁 방지 쪽 임원이 통화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개별 은행들이 잘 대응해주면 좋겠다는 내용으로 각 은행마다 15~20분 동안 컨퍼런스콜(전화 회의)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개별 은행들이 대북 관련 이슈들에 대해 좀 더 신경써주길 바란다, 당부의 톤이었다”면서 “세컨더리 보이콧 경고까진 아니고 ‘경각심’ 정도의 수준으로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사실 세컨더리 보이콧과 관련해선 지난 10월15일 VOA(미국의 소리)가 미국 내 경제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 재무부가 국내 은행들과 전화 회의를 연 것이 대북 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31일 미 재무부가 VOA측에 보낸 e메일 내용을 살펴보면 “민간부문과의 접촉을 향후 (한국에 대한) 제재 조치로 확대해선 안된다”며 “우리는 해외자산통제(OFAC) 규제에 대한 일반적 지침을 제공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민간부문과 정기적인 접촉을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5.24 대북 제재 해제를 검토한다는 의견이 풀리고, 여러 측면에서의 경제 협력을 모색하면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풀려는 데 대해 미리 경고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연히 통보받고 알고 있었고 그 문제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 재무부와 기재부 간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며 “세컨더리 보이콧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불안 심리 반영


정부가 두 차례나 입장을 밝혔지만,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한 우려는 그칠 줄 몰랐다. 조치를 받게되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망에서 퇴출돼 기업이 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사실상 ‘경제적 사형선고’인데 정부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그러나 금융위 관계자는 “9월 미국 재무부 컨퍼런스 콜 이후 국내 은행에 대북 관련 연락은 없는 것으로 보고 받았다”며 “당시 컨퍼런스 콜에서도 미국 재무부는 우리 기업들이 북한 사업을 진행한 것처럼 보도했다는 국내 언론의 기사 내용들이 맞는지 확인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컨더리보이콧 제재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볼 순 없지만, 과거 경험을 비춰봐도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는 고의적이고 컨트롤이 불가능할 때 실시된다”며 “북한의 비자금을 관리했던 금융사인 방코델타아시아가 2005년 폐점했다는 사례를 들며 우려하고 있는 건데, 우리는 현재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상황이 나빠지면서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가 커지자, 이에 대한 우려가 세컨더리 보이콧 뜬소문과 합쳐지며 확산되고 있다고 짚었다.


한 경제학자는 “정부가 세컨더리보이콧 풍문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는데도 계속해서 우려가 확산되는 것은 우리 금융당국이 현재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많이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한국 경제의 장기적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번져 있는 것과 합쳐지며 폭발력을 가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대다수의 언론, 특히 경제 매체에서는 주식시장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높이는 상황이다.

 

▲ 주식이 6거래일 만에 상승마감한 모습. <사진출처=KBS 뉴스 캡처>     © 주간현대

 

최악의 경제 상황?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의 위험도는 어느 정도일까? 일각에서는 위험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세계적 추세에 따른 유동성이라는 지적도 있다. 즉, 언론들의 호들갑으로 인한 ‘위험성 조장’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벌어진 주식시장 폭락 이후 늘 그렇듯이 경제지를 필두로 언론들이 앞다투어 ‘약세장’, ‘패닉’, ‘검은 목요일’, ‘위기’, ‘투매’ 등의 말초적인 단어들로 장식된 기사들을 쏟아 냈다. 심지어는 ‘한국 증시가 외국인들의 현금인출기’라는 기사도 존재했다. 이는 한국 증시가 외국인들의 ‘봉’ 혹은 대한민국 개인 투자자들의 ‘무덤’인 듯한 인상을 주는 기사로서, 이런 분위기 속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져갔다.


다만 이번 증시 폭락은 어느정도의 착시효과 측면도 존재한다. 실제 시가 총액으로만 따지자면 미국 증시에서 빠진 돈이 훨씬 규모가 크고, 유럽이나 일본, 중국의 증시에서 빠진 돈이 훨씬 더 많다.


물론 한국 증시만을 놓고 보았을 때 하락폭이 다른 외국 증시에 비해 커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만 돌아보면 우리처럼 진폭이 커 보이는 외국 자본에 개방된 신흥시장이나 준 선진 자본 시장들이 수두룩하다. 대표적으로 홍콩 주가 지수의 하락 폭도 매우 크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외국자본을 외국자본에게 문을 활짝열었기 때문에, 주식 시장의 진폭이 규모가 큰 유럽 증시나 미국 증시보다 더 출렁거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무엇보다 개인투자자들의 매매 비중이 매우 높아 현금 유동성이 좋으니, 외국의 큰 손들, 헤지펀드나 기관 투자가들은 투자 입출금이 쉬워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한국 주식 시장은 매우 매력적이고 다루기 쉬운 시장이다.
더구나 세계 제일의 반도체 산업을 필두로 제조업이 아직은 든든히 실물 시장을 받치고 있으니 외국인 입장에서는 안정성도 담보한다.


이에대해 한 경제전문가는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의 세월을 복기해 보면 지금의 증시 조정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만약 이런 조정 혹은 추락의 과정이 없다면 그게 더 놀랄 일이다. 누구나 말하듯 경기는 늘 등락을 거듭한다. 시시각각 인구가 늘고, 매 분초를 다투며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현대 사회에선 무조건 경제는 커지기 마련이고, 커진다는 것을 경제학적 전문용어로 ‘성장’라고 한다”라며 “그 성장의 과정은 크고 작은 등락을 거듭하는 움직임이 축적되어 이루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무딘 것보다는 예민한 것이 모든 생물들의 기본적인 본성이니, 그런 등락에 인간들이 호들갑을 떠는 것도 어색한 일은 아니다. 한 번은 차분히 생각을 해야 하고 흥분하지 말라고 다독여야 하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독이는 일은 사회의 대변자, 온갖 권력의 감시자를 자처하는 언론과 지식인들이 해야 하는 일인데. 요즘 언론과 지식인들을 보면 너무 몰아가기에만 열심이다”라고 지적했다.

 

악성 찌라시 피해


결국 경제상황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근거없는 ‘세컨더리 보이콧’ 낭설을 언론이 받아적으면서 주식시장을 크게 흔든 것과 다름없게 되어 버렸다.


금융위는 이에대해 “이와 같이 근거없는 허위사실이나 풍문을 유포하는 행위는 자본시장법상 금지되어 있는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며 “자본시장조사단은 문제의 풍문 유포과정을 즉각 조사하여 위법행위 적발시 관련 절차를 거쳐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12년에도 유사한 소문으로 주식시장이 급락해 해당 소문을 퍼트린 세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해 1월6일 증권가에는 북한 영변 핵시설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고농도 방사성물질이 누출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 결과 코스피가 장중 2% 이상 급락해 1820선까지 떨어졌고 소문이 가짜로 파악되자 다시 반등해 1843.14에 장을 마쳤다. 이와 관련해 당시 시세차익을 챙긴 일당들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주식시장에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방법으로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며 “공정한 거래가 이뤄져야 하는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끼쳐 죄질이 무겁다”고 밝혔다.


최근 연예인에 대한 찌라시는 더욱 악성으로 치닫고 있다. 과거와 달리 ‘실명’과 ‘가족’ 부분까지 등장한다. 지난 3월 일반인 남성과 비공개로 결혼한 한 여배우는 어쩔 수 없이 남편의 신상을 공개해야 했다. 남편에 대한 악성 찌라시가 난무하면서 남편 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여배우는 지난 8월 출산 당시 사망설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이처럼 멀쩡한 사람을 ‘죽은 사람’으로 만들거나, 기업을 ‘위기’로 모는 증권가 정보지는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모임에서 시작된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과거에는 정보수집 역할만 하는 전담맨이 따로 있었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참여한다. 모임은 통상 직급별로 만들어진다. 금융업권과 당국, 대기업 대관 업무 관계자 등이 함께한다. 언론사 동향을 비롯해 청와대 및 관가 소식, 향후 추진될 정책 방향, 인수·합병 등 다양한 정보가 교환된다. 모임의 개수는 현재 추산이 불가능하다. 다만 중요한 정보일수록 소수가 모이며 비대면으로 은밀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모임에서 만들어진 ‘○○동향’이라는 이름의 보고서는 증권가 정보지로 수렴된다. 정보지에 실리지 못하는 자투리 정보는 ‘받은 글’이라는 형식으로 SNS를 통해 퍼진다. 정보지 생산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팩트 여부와 상관없이 희소성 있는 정보를 남보다 빨리 아는 것에 대한 우월감 혹은 쾌감이 있다”고 전했다. 가장 인기 있는 정보는 관가 및 기업 인사, 정부와 기업의 향후 정책 방향이다.


전·현직 기자와 국회 보좌관, 검경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고급모임은 아무에게나 개방되지 않는다. 이들 모임은 비밀리에 이뤄져 추적 자체가 쉽지 않다.


정보는 텔레그램이나 카톡을 통해 주로 유통되고 있다. 진짜 고급정보는 구두로 해당 조직의 상부에 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기업이나 사람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 허위 정보나 악의적인 정보를 확산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로 증권가 작전세력들이 이런 방식을 쓴다.


금융계 관계자는 “정치인이나 관료 등이 찌라시의 피해자라고 하지만 사실은 찌라시에 이름이 오르내리며 회자되는 걸 바라는 이들도 있다”며 “이런 수요가 지속되는 한 찌라시는 확대·재생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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