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성이 10대 청소년을 성폭행한 뒤 합의를 해주지 않는다며 살해하고 검거 위기에 몰리자 자살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청소년은 범인에게 납치를 당하는 등 신변에 위험을 느껴 경찰에 보호요청을 했는데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피살돼 안이한 해당경찰의 피해자 보호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주> 멋모르는 여학생 꼬드겨 잠시 만나…원치 않는 성폭행도 다시 안 만나겠다는데 집 찾아가 괴롭혀…결국 경찰신고 합의 요구하며 납치…또 찾아 대화 거부하자 흉기 찔러 [주간현대=조미진 기자] 전북의 한 대학병원에서 조직폭력배 출신 30대 남성이 10대 여학생을 흉기로 찔러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인근의 19층 높이의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대학병원에서 피살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월27일 오후 9시 25분께 전주 전북대학병원 1층 로비에서 A(15)양이 박모(32)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박씨는 범행 후 승용차로 달아나다 3km 정도 떨어진 도로에서 택시를 들이받은 뒤 근처 아파트로 도주했고, 경찰이 포위망을 좁혀오자 19층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A양은 피살 40시간 전인 지난 2월26일 새벽 5시 30분쯤 박씨의 승용차로 납치됐다가 2시간여만에 도망친 뒤 경찰에 이를 신고했다. A양은 박씨로부터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진술했고 2월27일 오후 전북대병원에 입원, 피해 상담과 진료를 받고 있었다. 박씨는 2월26일 이후 경찰 추적을 받으며 수차례 A양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양이 이를 무시하자 박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A양의 병실 사진 등을 통해 병원을 추적, 대학병원으로 찾아갔다. 병원을 찾아간 박씨는 우연히 병원 로비에서 친구와 함께 있던 A양을 발견, 대화를 시도했다. 놀란 A양은 대화를 거부했고, 박씨는 미리 준비한 식칼로 A양의 복부를 수차례 찔렀다. 철없는 아이 꼬드겨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월8일 지인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2월12일부터 2주간 같이 지냈지만 원치 않는 성폭행을 당하는 등 신뢰가 깨지며 A양은 박씨에게 다시 만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헤어졌다. 그러나 박씨는 헤어진 후에도 A양을 만나기 위해 집을 찾아가는 등 끊임없이 괴롭혔다. 박씨는 지난 2월26일 새벽 2시쯤 A양의 집을 찾아가 만나달라며 괴롭혔고, 이를 참지 못한 A양은 경찰에 “박씨가 집 앞에 찾아오는 등 나를 괴롭히고 성폭행까지 했다”고 처음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관이 피해자 진술을 받는 사이 박씨는 현장을 떠났다. A양은 곧바로 전북대병원 성폭행 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로 옮겨졌으나, 상담 중 ‘피곤해 친구 집에 가 쉬겠다’며 택시를 타고 나섰다. 신고 사실을 안 박씨는 합의를 위해 2월26일 오전 5시 30분께 전주시 덕진동 한 노상에서 A양을 지인의 차에 태워 납치해 2시간여 동안 자신의 집에 감금했다. A양은 박씨를 설득해 잠을 재운 뒤, 몇 시간 만에 박씨의 집을 몰래 빠져나와 경찰에 다시 신고했다. 그리고 A양은 곧바로 전북대학병원 내 성폭력 원스톱상담센터를 찾아 피해사실을 진술했다. 조사를 마친 A양은 평소 앓고 있던 골반염 치료를 위해 해당 병원의 산부인과에 입원했다. A양이 사라진 것을 안 박씨는 2월26일 이후 경찰추적을 받으며 수차례 합의를 종용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A양이 이를 무시하자 박씨는 A양의 친구가 SNS에 올린 병실 사진과 위치추적 기능을 토대로 다시 A양을 찾아 나섰다. 결국, 박씨는 A양이 입원한 병원을 알아내 다시 합의를 위해 해당 병원까지 찾아갔다. 병원 로비에서 친구와 함께 있던 A양을 발견하고 대화를 시도했지만 놀란 A양은 대화를 거부했다. 화가 난 박씨는 미리 준비한 식칼로 A양의 복부를 수차례 찌르고 달아나버린 것이다. A양은 곧바로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과다출혈로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박씨는 A양을 살해한 후 차를 타고 도주했고 3km쯤 떨어진 도로에서 택시와 부딪혀 교통사고를 일으켰던 것. 교통사고를 내고 그대로 도주하는 박씨를 사고피해 택시 기사가 경찰에 신고했다. 인근 아파트에 숨어 있던 박씨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19층 높이의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난받는 ‘피해자 보호’ 경찰 측은 “A양과의 합의를 원하는 박씨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확인했다”며 “박씨가 SNS를 이용해 A양의 위치를 파악하고 찾아갔지만 합의가 원활치 못하자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사망해 정확한 사인을 알기 위해선 주변인들과 목격자 등을 상대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범인 박씨는 전과 40범으로, 조직폭력배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0월 교도소 출소 후 생계를 위해 노래방 도우미들을 알선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박씨가 범죄전력이 40회에 달한 점, 피해자의 나이가 어리고 최근 납치까지 당했다는 점을 고려해 경찰이 A양 보호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1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이번 사건을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보복 살해로 추정하고 현재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이와 관련 해당 경찰관계자는 “현재로선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3월1일엔 이 사건의 진상 파악을 위해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전북 원스톱지원센터를 방문했다. 조 장관은 전북대병원에 있는 원스톱지원센터를 찾아 전주 덕진경찰서 사건 담당자로부터 사건 수사 과정과 피해 여성에 대한 경찰 조치 여부 등을 보고받았다. 조 장관은 비공개 브리핑에 이어 숨진 A양의 아버지를 만나 위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양은 이미 숨졌기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경찰의 이번 성폭행·납치 피해자의 ‘안일한 보호’에 대한 비판은 계속될 전망이다. happiness@hyundaenews.com <무단전재 및 배포금지. 본 기사의 저작권은 <주간현대>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 주간현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