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지’는 확고, ‘한반도 평화’는 더 간절했던 시정연설

“경제 불평등 키운 과거 방식 돌아갈 수 없어” 단언한 문재인 대통령

문혜현 기자 | 기사입력 2018/11/02 [15:51]

‘정책의지’는 확고, ‘한반도 평화’는 더 간절했던 시정연설

“경제 불평등 키운 과거 방식 돌아갈 수 없어” 단언한 문재인 대통령

문혜현 기자 | 입력 : 2018/11/02 [15:51]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그래도 포용국가’였다. 문 대통령은 어려운 경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연설 내내 공정한 사회와 차별받지 않는 국민을 강조했다. 또 사회 취약계층의 안전망을 확대하고 일자리, 결혼, 출산, 노후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연설의 중요한 부분마다 야당을 지그시 바라본 문 대통령은 특히 한반도 평화를 향해 달려가는 정부의 발걸음에 대한 협력과 동참을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에는 ‘소득주도’가 2번, ‘혁신성장’이 8번, ‘공정경제’가 3번, 평화가 8번 등장했다. 또 문 대통령은 직접 야당석에 찾아가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협치’ 의지를 보였다.     © 사진공동취재단

 

文 ‘포용국가’ 강조하며 전 생애 걸친 복지 정책 설명

한반도 평화엔 ‘기적같이 찾아온 기회’라며 간곡히 요청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내년도 예산안의 핵심 내용과 조속한 민생 법안 처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11월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49장에 달하는 프레젠테이션(PT)을 전광판에 띄워 충분한 이해를 도왔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의 국정운영에 대해 “지난 1년 6개월은 ‘함께 잘살기’ 위해 우리 경제와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자 했던 시간이었다”면서도 “구조적 전환은 시작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전통 주력산업인 제조업의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고용의 어려움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현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기존 정책기조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함께 잘살자’는 우리의 노력과 정책기조는 계속되어야 한다”며 “거시 경제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한편, 정책기조 전환 과정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보완적인 노력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조적인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면서 “경제 불평등을 키우는 과거의 방식으로 되돌아 갈수는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계속해서 문 대통령은 “국가가 국민의 삶을 전 생애에 걸쳐 책임지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개인이 일 속에서 행복을 찾을 때 우리는 함께 잘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포용국가’와 맥을 같이한다. 문 대통령은 “이미 세계은행, IMF, OECD 등 많은 국제기구와 나라들이 포용을 말한다. 성장의 열매가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포용적 성장’과 중·하위 소득자들의 소득증가, 복지, 공정경제를 주장한다”면서 설득력을 높였다. 

 

문 대통령은 예산안을 설명하기 위해 한 4인 가족의 사진을 띄워 놓고 한 명 한 명에게 주어질 복지를 꼼꼼하게 짚어나갔다. 그동안 고용보험 가입자에만 지원됐던 출산 급여를 비정규직,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등의 고용보험 미가입자 산모에게도 매달 50만 원씩 최대 90일간 지급한다. 산모는 이때 건강관리사에게 산후조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두 번째 육아휴직 하는 부모에 대한 혜택도 늘어났다. 이들은 첫 3개월간 상한액을 250만 원까지 올린 육아휴직 급여를 받는다. 이후 9개월의 급여도 통상임금의 50%를 받게 된다. 올해 9월부터 시행된 아동수당은 한 아이당 월 10만 원씩 지급되고 있다. 내년에 도입하는 신혼부부 임대주택과 신혼희망타운은 정부가 금리 차이를 지원해 최저 1.2%의 저금리로 사용하고 30년간 상환할 수 있게 된다. 이 외에도 문 대통령은 청년내일채움공제, 내일배움카드 제도, 노령기초연금과 사회서비스형 어르신 일자리 등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를 아우르는 복지 정책을 상세히 설명했다. 

 

늘어난 세수, 중점 정책은?

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의 특징과 주요내용에 대해서 네 가지 쟁점을 부각시켰다. 고용난을 해결하기 위한 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22% 증가시켰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기업에 제공하고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통해 중소·중견기업에 취직하는 청년들이 목돈을 만들 수 있게 한다. 장애인 일자리도 늘렸다. 중증장애인 현장훈련과 취업 연계 지원고용사업은 두 배 늘렸다. 

정부는 내년도에 연구개발 예산을 큰 폭으로 늘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미래 원천기술 선도투자와 국민생활과 밀접한 연구개발을 대폭 확대했다”면서 한국형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의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사회안전망 강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1조2천억 원에서 3조8천억 원으로 대폭 확대된 근로장려금은 연령 기준을 없애고 소득과 재산 기준을 완화해 지원 대상도 확대된다. 기초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예산은 1조7천억 원 증액된다.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의 인상도 추진된다. 

 

문 대통령은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도 제시했다. 특히 이번 사립유치원 비리로 인한 국민들의 우려를 위해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 확대 계획도 내세웠다. 내년부터 국공립 어린이집 450개를 충원하고 국공립 유치원 천 개 학급 확충도 내년으로 앞당겨 추진하기로 했다. 또 생활 SOC로 생활환경과 삶의 질을 높인다. 국민 체육센터와 도서관을 확충하는 한편 전통시장과 어촌 어항의 현대화사업을 지원한다. 

 

야당 향해 긴밀한 협조 요청

이 밖에 문 대통령이 특별히 절박하게 강조한 것은 ‘평화의 한반도’였다. 문 대통령은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이 눈앞에 와 있다. 조만간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과 시진핑 주석의 방북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열려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공동 번영을 향한 역사적인 출발선이 바로 눈앞에 와 있다. 기적같이 찾아온 기회다.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기회”라며 한국당 의원을 쳐다봤다. 여당 의원들과  장관들, 정의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이 외에도 ▲검·경 수사권 문제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법안 ▲국가균형발전과 자치분권 확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과 관련해 국회의 협력을 요청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와 미국 정부가 북한과 함께 노력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에 국회가 꼭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우리에게 기적같이 찾아온 이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간곡히 요청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기회를 놓친다면 한반도의 위기는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노심초사에 마음을 함께 해달라”고 말했다. 이는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안을 비롯해 남북국회회담을 요청하는 문 대통령의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약 37분간의 연설 동안 21차례의 박수가 이어졌다. 여당과 장관석에선 꾸준히 박수가 터져나왔고 정의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의원들도 함께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박수하지 않았고 오히려 옆이나 뒤의 의원과 잡담하기도 했다. 전년도 시정연설에서 보였던 피켓은 보이지 않았다. 본회의장 입장 시 여당 쪽 통로를 통해 여당 주요 인사들 및 진보 진영 야당과 인사를 나눈 문 대통령은 퇴장 시엔 한국당 쪽 의석이 자리한 통로를 이용해 인사를 나눴다. 한국당 인사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인사와 담소를 나눴고, 김성태 원내대표와도 환하게 웃으며 악수했다. 이는 국정운영과 법안 처리에 대한 ‘협치’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여야의 문 대통령의 연설 평가는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대통령이 미래비전을 제시했다고 봤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진영은 경제 정책 등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로 일관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시정연설은 실패한 경제정책을 강행하겠다는 독선적인 선언이었다”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penfree@hanmail.net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포토뉴스
3월 둘째주 주간현대 1244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