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대표의 평양 발언 독해법

자유한국당, 판문점선언 국회비준 협조하고, 보안법 재검토와 함께 새로운 비전 제시하기 바란다

이계홍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10/09 [01:19]

이해찬 대표의 평양 발언 독해법

자유한국당, 판문점선언 국회비준 협조하고, 보안법 재검토와 함께 새로운 비전 제시하기 바란다

이계홍 칼럼니스트 | 입력 : 2018/10/09 [01:19]

 

▲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찾은 여야 3당 대표가 지난 9월 19일 오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왼쪽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국가보안법 재검토 '평양 발언'을 놓고 여야가 부딪치고 있다. 이는 이해찬 대표가 바라는 바일지도 모른다. 남북간 긴장과 대결 국면이라면 모르지만, 한반도 평화가 상수로 가는 추세에보안법 문제로 충돌하는 것은 거론될수록 자유한국당을 냉전 대결의 틀 속에 가두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한 방문을 87%의 국민이 지지(조사기관: 한국리서치, 대상: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 기간: 2018921~22, 조사방법: ·무선 전화면접(유선 10.4%, 무선 89.6%), 응답률: 14.4%, 표본오차: ±3.1%p, 95% 신뢰수준)하는 현 상황에서 보면 한국당의 태도를 낡고, 시대에 맞지 않는 구닥다리로 몰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을 상대로 재미를 볼 수 있는 장사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해찬 대표의 평양 발언은 남북이 종전에서 평화체제로 가려면 국가보안법 등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자유한국당은 '조공 외교' '평양 보고'라고 공격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한국 땅도 아닌 북한 땅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말하는 이해찬 대표는 집권당의 대표가 맞느냐""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김영우 의원은 "이 대표의 발언은 망언 중의 망언"이라며 "과거 남로당을 이끌던 박헌영이 남쪽에는 50만명의 공산당 조직이 있으니 밀고 내려가면 공산혁명이 가능하다고 했던 말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이 대표는 남로당 박헌영인가"라고 공격했다.

 

한국 땅도 아닌 북한 땅에서 한 발언이 사려깊지 못하다는 비판은 내용을 깊이 알고 말했으면 수가 얕고, 모르고 말했으면 바보다. ‘이해찬=박헌영발언도 지나친 견강부회다. 이 대표가 평양에서 한 발언은 남한에 대고 한 발언도 되지만 북한을 향해서도 한 발언이다.

 

평화체제로 가는 마당에 우리가 국가보안법을 손질할 상황에 왔으니 북한도 그에 준한 형법을 개정하라는 주문이 그 발언 안에 담겨있다. 평화의 옷을 입고 있는데 서로 위협적인 시대에 덜 떨어진 옷을 입고 있을 수 있느냐는 발언이다. 그렇다면 이 발언은 평양에서 해야지, 미국이나 일본, 특히 우리나라에서 할 필요가 있는가.

 

국보법은 이미 1990년대부터 유엔 등이 수차례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지금평화로 가는 마당에 법 제도 개편을 논의해보자는 의견은 진작에 나왔어야 했다. 그래서 국가보안법 등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한다는 이 대표의 발언은 시의에 맞고, 장소 선택도 절묘하다.

 

보다시피 1년전만 해도 한반도 상공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그런데 불과 10개월 사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세 차례 만나고, 문대통령은 트럼프 미 대통령과도 두차례 만났다. 트럼프는 가까운 시일내 김정은을 두 번 째 만나게 된다. 문대통령은 김정은을 금년내 한국에서 네 번째 만나고, 김정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고, 아베 일본 수상으로부터 만나자는 제안을 받았다.

 

 

▲ 이계홍 칼럼니스트  

이렇게 한반도 평화, 동북아 안정을 위해 국제정치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세계 마지막 냉전지대인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동북아시아 냉전질서를 해체할 그림을 완성해가는 도정에 있다. 그렇다면 그 이후 한반도 그랜드 디자인을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지 남북한 8천만 국민이 고민할 때다.

 

그런데 갈라파고스의 동물들처럼 진화하지 못한 정치집단이 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고, 여전히 냉전과 대결, 반북 타령으로 동굴속에 갇혀있다. 바로 자유한국당이다. 한국당이 한반도 평화의 장애물이 된다면 결국 고립되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 평화를 제도화하는 데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면서 대안을 내야 살 길이 열린다. 주구장창 낡은 확성기를 틀어놓고 다리걸기만 하고 있으니 대다수 국민은 지금이 어느 시댄데? 하고 피로감을 느끼고, 결국은 외면하고 만다. 그래서 답답하다.

 

대결적 자세로 김정은을 까대는 상황, 문재인을 평양 대변인이라고 비난하는 상황에서 무슨 협치가 가능하겠는가. 미국 중국 러시아, 나아가 일본까지도 문 대통령의 담대한 평화 행보를 지지하고, 뒷받침하는 행동들을 보이고 있는데, 한국의 보수야당만은 물고 늘어지는 상황에서 어떤 대화와 협치의 담론화가 이루어질 것인가. 대화하겠다고 나서면 또 몇몇 이유를 걸어 배배꼬고 비틀 것이다. 그럴 바엔 직접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하겠다는 것 아닌가.

 

평화 이슈는 민주당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초당적으로 나서야 평화의 지속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낡은 사고로 까칠하게 돌아서는 보수야당의 태도 때문에 평화 이슈가 집권당의 전유물이 되어가는 구조다.

 

국보법 가지고 충돌하면 할수록 한국당은 그들의 지지 세력을 결집시킬지 모른다. 그러나 확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자기 주머니 속의 새알만 부지런히 세고 있으면 무슨 진화와 발전이 있는가. 시대의 트렌드상 냉전세력은 소멸해가고 있다. 그래서 보안법 유지를 가지고 나오면 나올수록 한국당의 지지세는 좁아들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은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분수령이 될 것이 자명하다. 그리고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 흐름은 그렇게 가고 있다.한국당은 이런 시대변화를 보고 판문점선언 국회비준 등 협조할 것은 과감히 협조하고, 보안법 재검토와 함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바란다. 시대를 선도하는 데 앞장서면 대안정당이 될 수 있다.한반도 평화의 장애물, 소모적 논쟁의 장본인이란 평판은 평화를 제도화하는 데 짐이 된다는 점에서 국민적 지지는 멀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khlee0543@naver.com

 

*필자/이계홍. 소설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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