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왜’ 코이카만 봐줬을까

의원 해외출장, 코이카에서만 23번 지원
전관예우·비리 의심되는데 국감에선 ‘칭찬’

문혜현 기자 | 기사입력 2018/08/17 [15:32]

국회는 ‘왜’ 코이카만 봐줬을까

의원 해외출장, 코이카에서만 23번 지원
전관예우·비리 의심되는데 국감에선 ‘칭찬’

문혜현 기자 | 입력 : 2018/08/17 [15:32]

이번엔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쌈짓돈이라고 불렸던 특활비 문제가 해결되자마자 국민권익위원회가 피감기관 지원으로 해외 출장을 떠난 38명의 의원들이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또 피감기관 중 특히 코이카를 통한 출장이 가장 많이 추진된 것으로 드러났다. 코이카는 경쟁 입찰이 없는 점과 조직운영상태 문제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선 코이카의 업무집행을 격려하고 예산과 인력충원을 추진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두 기관의 관계가 의심되고 있다. 


 

 

▲ 국회의원들의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이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코이카가 가장 많은 횟수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고 국회는 해당 기관 감사에 눈을 감고 있었다.     ©주간현대

 

“관광이라는 프레임으로 상황을 본다는 것은 조금 본 말,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전도한 것 아닌가. 국회는 이것에 대해서 조사할 권한이 없다. 또 명단을 공개하거나 밝히는 것은 관련법에 위반된다...”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내역을 공개하라는 자료청구에 이계성 국회 대변인이 답한 내용이다. 국회 특활비 문제 이후 국회의원들의 해외출장을 두고 ‘외유성 출장’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해외 출장을 나가는 의원들이 주로 찾는 기관이 밝혀졌다. 

 

17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지난 3월까지 국회의원 해외출장을 빈번히 보내온 공공기관 17곳 중 가장 횟수가 많은 기관은 코이카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이카는 6년 동안 다수 의원들이 동행하는 출장 일정을 23회나 진행해왔다. 한국국제협력단. 코이카(KOICA)는 외교부 산하에 있는 기관으로 주로 저개발국가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한다.

 

최근 ‘갑질 해외출장’으로 논란이 된 국회의원 해외출장 문제는 국회가 명단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 청와대 비서실장인 임종석 전 의원과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공식 석상에서 코이카를 두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임 전 의원은 2017년 10월 “현장에 나가 보면 똑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대우가 너무 차이가 나 코이카 직원들이 일하기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다. 그런 부분들을 우리가 예산 당국에 그동안 누차 이야기했는데도 불구하고 개선이 안 되고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지난 2010년 9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수석전문위원들이 의원들의 지적사항을 정리한 내용에는 “김영우, 김충환, 문희상, 신낙균, 김동철, 최병국 의원이 한국국제협력단 인력 및 조직 확충 필요성을 제기해 주셨다. 시정 요구사항으로는 한국국제협력단의 인력과 조직을 확충하고 충분한 인건비를 확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국정감사에선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인 정부 부처의 비대화를 지적하고 꼬집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위의 내용에선 이례적으로 코이카에 대한 예산과 인력을 확충할 것을 독려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문희상 현 국회의장도 코이카를 통해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문 의장은 이후 2016년과 2017년에도 코이카의 처우개선과 인력충원을 주장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는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민권익위로부터 받은 해외출장 의원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비판과 논란의 확산 배경에는 코이카가 의원들의 지원을 받는 만큼 직무 수행을 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이카에 대해 “지원체제를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현지 원조 중심이라기보다 너무 중앙정부에서 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사업이 효과적인 것인가 (의문이 든다)”라고 말한 바 있다. 

 

감사원 또한 코이카가 어느 나라에서는 70억 원을 들여 식수공급 시설을 마련했지만 정작 찾는 이가 없어 가동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에 따르면 코이카가 또 다른 나라에선 고추 농가를 조성했지만 지정된 토지가 재배에 적절치 않아 생산량이 목표량의 2.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쪽이 넘는 감사 결과 보고서에서도 ‘사업 타당성 조사가 부족했다’, ‘사후 관리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에 파견된 코이카 직원들에 따르면 의원들의 현지 방문이 실제로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고 대부분 코이카의 사업을 소개하는 것에 그친다. 이어 예산과 코이카 사업이 잘 될 수 있도록 요청할 뿐 현장의 고충과 애로사항은 보고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회의원들의 코이카 출장보고서는 감사원의 지적과는 확연히 다른 반응이었다. 대부분 보고서엔 구체적인 일정이 없었고 주로 ‘현지 사업의 성과를 높이 평가함’, ‘KOICA 단원들을 격려하고 그 중요성을 인식함’이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뿐만 아니라 조직운영상의 허점도 드러났다. 코이카는 2014년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경쟁 입찰 없는 수의계약 비중이 높아 비리 의혹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도 국내 수의계약 비중은 70%이상이었는데, 이 업체 상당수는 코이카 출신의 퇴사자가 재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알려진 내부 전언에 따르면 코이카 퇴직 관료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만든 기관이 대학 내 국제개발협력센터다. 센터장과 직원 한명 정도로 이루어진 이 기관은 사업비가 없다. 여기에 지원되는 코이카 예산의 70~80%는 센터장 월급으로 지출된다. 이를 두고 전형적인 전관예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감사원은 이미 시정을 요구한 상태다.   

 

또한 코이카 내에서 연이은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직원이 다시 주요 직책에 임명되는가 하면 해외주재원 사무소장이 운영비를 빼돌려 형사처벌을 받는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지적과 비판을 이어가야할 국회는 뒷짐을 진 상태다. 

 

실제로 코이카는 그동안 감사원과 국회의 감시망을 피해 있었다. 코이카는 2016년 기타 공공기관에서 준정부기관으로 바뀐 뒤 경영평가 등 외부기관의 감시를 받게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새로 코이카에 부임한 이미경 현 사장은 이러한 상황을 ‘코이카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 다중의 위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사장은 혁신위원회를 운영하며 조직 개혁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중론이다. 즉 정부나 국회의 틀을 벗어나 자율적인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 8일 국민권익위원회가 2016년 9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피감기관으로부터 부당한 해외 출장지원을 받았다고 발표한 국회의원 38명을 포함한 공직자 261명의 명단과 내역을 즉각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내용이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된 부당한 해외 출장인만큼 국민들에게 전부 공개해 그것이 공무상 성격인지 외유성 성격인지 또는 김영란법 위반인지 납세자가 직접 파악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납세자연맹은 “선진국 공무원들이 부패하지 않는 것은 그들이 한국 공무원보다 도덕성이 높기 때문이 아니라 부패의 여지를 주지 않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한국 공무원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윤리규정을 상세히 정비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투명성 강화는 자연스럽게 정부신뢰 향상으로 이어져 국민들의 세금 도덕성이 올라가게된다”며 “민주국가에서 성실납세의 전제는 예산집행의 투명한 공개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권익위 요청에 따라 자체 조사 중인 피감기관에서 결과를 통보하면 문희상 국회의장이 (해당 의원들을)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가 대안으로 밝힌 윤리특위는 처벌 사례가 사실상 없는 데다 문 의장이 의원 명단에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국회의 대응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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