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홀짝 게임’, 도박의 늪에 빠진 ‘청소년’

한동인 기자 | 기사입력 2017/11/29 [16:21]

‘사다리·홀짝 게임’, 도박의 늪에 빠진 ‘청소년’

한동인 기자 | 입력 : 2017/11/29 [16:21]

일명 사다리 게임·홀짝게임·달팽이 게임 등은 온라인 도박으로 그 범주가 청소년에게도 미치고 있다. 또래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청소년들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이러한 ‘온라인 도박’에 쉽게 빠져들고 있다. 또 온라인 도박은 금전적 문제를 불러 일으켜 2차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정치계와 시민사회 등 전문가들은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예방하고 제도적 규제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2017 청소년 도박 심포지엄’을 토대로 청소년 도박의 실태와 대안에 대해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경찰 사이버도박 특별단속, 청소년 검거 5.7%

도박 시작의 계기, 또래문화에 젖어드는 청소년 

 

물리적 차단 어려운 ‘사이버 도박’…예방법 필요‘

청소년 도박’ 실효성 있는 법적·제도적 규제 시급

 

▲ 네이버 웹툰 '외모지상주의'에서 드러난 청소년 도박의 실태     © 네이버 웹툰 '외모지상주의' 갈무리

 

지난 8월 21일부터 10월 말까지 경찰은 전국적으로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벌여 3218건을 적발, 4033명을 검거하고 64명을 구속했다. 검거된 인원 4033명 가운데 도박행위자는 3676명(91.1%)로 가장 많았으며, 사이트 운영자 205명(5.1%), 서버 제공 등 협력자 152명(3.8%)순이었다. 도박행위자들이 행한 도박의 유형 중 가장 흔했던 것은 스포츠 도박으로 2890명(78.6%)이 이에 해당 됐으며 일명 ‘사다리 타기’, ‘홀짝 게임’ 등의 미니게임이 407명(11.1)으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지금의 불법도박 문제는 온라인 도박을 통해 가장 성행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불법도박 4160건 가운데 온라인도박은 3347건을 차지할 정도로 그 심각성이 높다. 그런데 최근 성행하고 있는 온라인 도박의 문제는 더 이상 성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찰의 전국적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에서 20대가 1525명(41.5%)로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10대 피의자도 210명(5.7%)이나 검거됐다. 

 

마찬가지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청소년 도박문제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도박위험에 처한 재학 중 청소년이 5.1%인 약 14만 명 정도로 나타났다. 또 불법 인터넷도박으로 인해 형사입건 된 10대 청소년 숫자는 2014년 110명에서 2016년 347명을 3배 이상 급증했다. 결국 2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 도박 검거율의 일정부분은 10대 청소년 시기부터 이어진다고 볼 수 있는 근거다. 

 

▲ 청소년 도박의 문제는 최근 또래문화화 현상으로 인해 더욱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한동인 기자

 

문화가 된 ‘청소년 도박’

“넌 설거지 5시간 해서 2~3만원 받고 왔지? 나 봐봐. 자고 일어났는데 50만원 벌었다. 나는 너희와 다르다” 서울에 거주하는 A군(18세)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와의 심층 인터뷰(한국도박관리센터에서 5회 이상 상담이 진행된 도박문제를 가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함)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뱉은 말이다.

 

SNS와 인터넷이 발달한 현재의 상황에서 청소년들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인터넷 이용률이 매우 높고, 사이버 공간에 대한 익숙함 역시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현실 공간에서 도박장을 찾아가는 것보다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대한 접근이 훨씬 쉽고 비용도 적게 든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도박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해 지면서 도박에 중독될 가능성 역시 높다. 

 

이와 더불어 청소년들은 또래 문화에 젖어들기 쉬운데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선 인터넷 도박이 문화처럼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2017 청소년 도박문제 심포지엄’을 통해 밝힌 사례(2015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등록된 청소년 10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인터뷰)에 따르면 해당 청소년들이 도박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또래의 도박행동이다.

 

친구들이 도박하는 모습을 보고 관심을 보이던 청소년들은 처음에는 게임이라고 인식했지만 돈을 따는 모습을 보면서 도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자신의 계좌에 기록이 남거나 불법 사이트 이용 등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에 처음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친구들에게 돈을 주면서 대신 베팅해달라고 부탁하거나 친구 ID와 친구 명의 통장을 이용해 도박을 시작한다. 자신의 돈을 친구에게 맡기면서 결과에 대해 통제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부턴, 차라리 자신이 하면 더 낫겠다는 생각을 어느 시점부터 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자신이 직접 사이트에 가입해 도박하는 과정에 다다른다.  

 

도박에 빠지게 된 청소년들은 점차 빠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명 미니게임(사다리 게임, 홀짝 게임)등으로 이동하게 된다. 적은 돈을 걸어 큰 돈을 따는 경험을 하게된 청소년들은 도박에 점차 몰입을 하게 되고 통장에 입금되는 모습을 보면서 또래 친구들에 비해 우월하다는 심리를 가지게 된다. 결국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친구들에 대해 한심하다고 생각한다(A군의 발언). 

 

하지만 청소년들의 이러한 도박이 계속해서 이익을 볼 순 없게 된다. 결국 도박으로 돈을 잃기 시작하면서 2차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B군의 증언에 따르면 도박만이 아니라면 평소에 돈을 빌린 이유가 전혀 없었다. 돈을 잃기 시작하면서 이자를 많이 쳐준다는 말을 먼저 하면서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또 적은 돈으로는 큰돈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돈을 빌리기도 했다. 이러한 행동은 이자놀이까지 이어지게 됐고 B군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요구하는 데 있어서 합의를 하고 결정했다면 합법이 아닌가요”라는 생각을 한다. 불법의 경계를 쉽게 넘나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례에 따라 빚을 갚을 방법으로 범죄와 도박 사이에서 갈등을 하다가 도박을 선택한 청소년도 있지만 사기 중고거래로 인해 문제가 되어 법적 처벌을 받는 일도 있다. 이들은 도박 행동이 불법인 것은 알지만 불법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았으며 한 반에 상당수가 도박을 하는 학교의 경우에는 도박이 하나의 문화처럼 받아들여져 도박 행동이 이상할 것도, 창피할 일이 전혀 아니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못 잡는다. 재수 없는 경우만 걸리는 거다”라는 C군의 말은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 원인이라 설명할 수 있다.

 

수치적 실태를 보면 2016년 강도죄 소년범(대검찰청 자료) 중 ‘유흥·도박비 마련’으로 인한 범행은 27.0%(110명)으로 성인범죄자 7.9%보다 3배나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제주도의 한 청소년은 3년 간 쌓인 도박 빚이 1억5000만원에 달해 부모의 재산을 저당 잡아 빚을 갚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전북의 한 청소년은 3년 간 3억원의 도박 빚을 진 것으로 보도됐다(연합뉴스, 2016년 9월8일 기사).

 

해당 사례들을 통해 보면 성인에 비해 제한된 공간에서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는 학령기 청소년에게 있어 도박 문화의 확산은 성인에 비해 더 빠르게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의 욕구가 늘어나는 청소년기에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수단’의 인식은 노동의 가치나 금전적 가치의 훼손 위험성이 큰 만큼 도박 문제를 안고 있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 28일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청소년 도박문제에 대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한동인 기자

 

대책은 어디에?

조사와 통계, 사례에서도 드러나듯 청소년 도박 문제는 2차 범죄까지 이어질 만큼 그 심각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여가부, 과기정통부, 교육부 등에서 청소년 정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지만 청소년 도박, 사행성 관련된 내용은 미미한 수준이다. 청소년 도박은 인터넷, 스마트폰 과몰입 등에 연관해 인터넷, 스마트폰 중독의 일부로 다루고 있을 뿐이다. 또한 청소년 유해시설에 사행산업체를 포함시켜 출입을 제한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적으로 많은 청소년 관련 정책이 추진되고는 있지만 청소년의 도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청소년 정책 및 전략의 거의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 11월28일 이철규 자유한국당 의원,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2017 청소년 도박문제 심포지엄 ‘청소년 도박 문제! 이대로 좋은가’를 공동주최하고 그 대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문종탁 서울지방경찰청 사어비 안전과 팀장은 경찰체계에서 바라보는 청소년 도박문제에 대해 설파했다. 문 팀장은 청소년 도박문제에 대해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교육이 부재하다고 강조했다.

 

문 팀장은 “학교에서는 정규 교육 외에도 안전교육, 양성평등교육, 보건교육, 실종·유괴 예방교육, 성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도박 예방 교육은 별도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교육시간을 편성하는 경우가 있으나, 각급 학교에서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교육들을 학사일정에서 소화해야하기 때문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나 경찰, 또는 다른 유관기관이나 전문가의 예방교육을 편성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학교전담경찰관들도 대부분 의무 교육화 되어있는 안전교육 시간을 이용해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심포지엄을 통해 밝힌 토론문에 따르면 정부에서는 도박문제 근절을 위해 주관부처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산하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두고 있으며, 센터에서는 예방콘텐츠를 제작하고, 예방강사를 육성해 강의를 확대하는 한편, 도박문제 치유·재활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센터의 교육을 받은 학생은 전체 학생의 3.7%에 불과한 수준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경찰역시 사이버범죄 예방을 위해 사이버범죄 예방 전문 강사를 육성해 교육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별도의 인력 없이 기존 경찰관들이 겸임하기 때문에 다수의 학생을 상대로 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문 팀장은 “교육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2월 학교 내 보건교육에 도박 중독 예방교육을 포함하도록 하는 ‘학교보건법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최 의원은 당시 개정안을 발의하며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해 청소년들이 도박을 쉽게 접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예방교육을 실시해 도박중독을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과 대안의 부재 외에도 청소년 도박을 예방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사이버도박을 근절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매년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버도박은 홈페이지 또는 앱을 만들거나 구매해서 운영하면 수개월 만에 수백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지속적 단속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해외에서 도박 사이트를 운영할 경우, 해당국과 우리나라 간 국제 공조를 통해서만 수사·검거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사가 장기화되거나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또 경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연계해 불법·유해사이트를 적극 차단해 왔으나, 최근에는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차단 기술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https 프로토콜을 사용하면서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범행이 쉽고,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을 수 있으며, 수사·차단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된다면, 사이버도박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김동일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청소년 도박 심포지엄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김 교수는 사법기관에 의한 사이버 도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물리적 방법으로 청소년 도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일시적이거나 제한적이라 판단했다. 이에 김 교수는 3단계의 예방적 접근을 제시하고 나섰다.

 

이날 김 교수는 토론자로 나서 청소년 도박의 유해환경 대응방안으로 법적, 제도적, 시민사회적 참여와 교육적 접근을 이야기 했다. 그는 우선 1단계 예방으로 “도박성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이 도박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미리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대중매체의 공익광고나 청소년 대상의 예방교육을 통해 불법 인터넷 도박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이다. 1단계 예방의 경우 아동 및 청소년들에게는 가장 적절하며 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소책자나 동양상 등의 자료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지도가 높은 포털 사이트나 도박 게임을 제공하는 사이트 배너 광고에 이러한 자료를 개시하고 링크를 걸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2단계 예방법은 문제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도박자를 더 심각한 도박문제로 진전되지 않도록 막고 이미 발생한 문제를 그 수준에 머물게 하는 전략이다. 그는 “이때는 어떤 유형의 도박문제보다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접근법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사이버 공간에서의 개입 시스템을 구축해 인터넷 도박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였을 때 도박 중독 문제를 다룰 수 있는 ‘환경’에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3단계 예방법은 치료적 접근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다행히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서는 도박 예방과 치유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그 심각성이 증가하고 있는 초·중·고 학생들을 위해서 생애발달주기별 대상에 따라 특화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이를 통해 도박 및 도박문제의 이해, 도박 중독의 원인, 폐해 및 대처방법 등을 교육하고 이를 통해 도박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며, 도박문제 예방 및 폐해 최소화, 도박문제 조기발견에 힘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예방을 떠나서 도박 중독 감소를 위해선 법적·제도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즉 중독 감소를 위해선 모든 종류의 인터넷 불법 도박을 감시하고 대응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가진 권한이 부여된 조직을 설립·운영하거나, 불법 도박 운영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위한 법적 조치가 마련되어야한다는 것.

 

결국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청소년 도박’에 대해 해소하기 위해선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또래문화로 깊숙이 자리 잡은 ‘청소년 도박’은 사전 예방도 중요하지만 2차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마땅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하다.

 

bbhan@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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