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두 번 울리는 ‘성 자원봉사’ 실태

봉사 뒤에 가려진 욕망…“누굴 위한 자원봉사인가?”

김지희 기자 | 기사입력 2012/03/05 [15:03]

장애인 두 번 울리는 ‘성 자원봉사’ 실태

봉사 뒤에 가려진 욕망…“누굴 위한 자원봉사인가?”

김지희 기자 | 입력 : 2012/03/05 [15:03]


스스로 성욕을 해결할 수 없는 일부 중증 장애인에게 성욕해소를 지원해 주는 이른바 ‘성 자원봉사’가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성 자원봉사가 합법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일부 장애인들도 “장애인도 성 욕구를 해소할 권리가 있다”며 성 자원봉사 제도를 합법화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장애인 친목 도모를 주제로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성 자원봉사자’를 구하는 글과 제공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으며 일부에서 암암리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성 자원봉사’는 사회적인 시선과 안전망 구축이 미미한 가운데 장애인을 두 번 울리는 변종 성매매로 전락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편집자 주> 



[주간현대=김지희 기자] 한 모텔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성매매 현장 급습이었다. 침대 위에는 반나체의 장애인 남성과 20대 여성이 누워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성매매가 아닌 ‘성 자원봉사’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영화 ‘섹스 볼란티어’의 한 장면이다.
 
암암리에 이뤄져

지난 2010년 4월 말 개최된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에는 장애인에 대한 일반인의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영화 한 편이 출품됐다. 한국장편경쟁 본선 진출작인 영화 ‘섹스 볼란티어: 공공연한 비밀 첫 번째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는 중증 장애인과 성관계를 하는 여대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 여대생은 “성매매가 아니라 자원봉사”라고 말한다. 이른바 ‘장애인 성 자원봉사’라는 것이다. 장애인 성 자원봉사는 보통 결혼하지 못한 중증 장애인의 성 욕구 해소를 돕거나, 타인의 도움 없이 부부관계를 갖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들을 돕는 사람을 말한다.

해외에는 ‘장애인 성 자원봉사’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네덜란드의 플렉조그라는 기관이 대표적인 예다. 플렉조그는 전문적으로 장애인을 상대로 매춘을 시행하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기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이런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일각에서 논의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국민 정서상 도입이 요원한 상태다. 그렇다고 ‘성 자원봉사’가 아예 이뤄지지 않는 건 아니다. 성인사이트나 친목도모, 성 자원봉사 카페 등을 통해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다. 성 자원봉사 관련 카페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몸이 불편하다고 욕구를 숨기지 말고 당당하게 성생활을 갖자는 게 이들 카페의 설립 취지다.
 
은밀한 제안

한 성 자원봉사 카페의 성 자원봉사 구인 게시판에는 성 제공자를 구하는 장애인들의 글이 넘쳐났다. 대부분 남성으로, 자신을 뇌성마비 1급의 중증 장애인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성 자원봉사자를 만나고 싶다”며 자신의 연락처를 남기기도 했다. 또 다른 장애 남성은 “장애가 있다 보니 마흔이 넘었는데도 아직 여성과 성관계를 가져보지 못했다”며 “제발 도와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은 성 자원봉사자를 찾지 못했다. 제공자 중에 여성을 찾아보기 어려워서다. 성 자원봉사 제공자는 대부분은 남성들이다. 이들은 이 카페에서 자신의 프로필과 연락처를 올리고 여성 장애인들의 연락을 기다린다. 이들이 올린 글에는 ‘섹스’라는 단어나 ‘성관계’라는 단어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자원봉사’라는 단어만 있었다. 그러나 이 남성들의 의도는 순수하지 않다. 장애인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려는 이들이 태반이었고 ‘장애인과의 성관계’에 대한 호기심을 담은 글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자신을 35살의 비장애인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외로운 여성 장애인을 위해 성 봉사나 친구해 주겠다”며 “차가 있어서 수도권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으니 성심성의껏 돕겠다”고 전했다. 자신의 전력을 내세우며 홍보를 하는 이도 있었다. 한 남성은 “5명의 장애인 여성을 만났고 그 중 1명과는 실제로 성관계를 가졌다”며 “나를 만난 장애여성들은 모두 만족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한 남성은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하루 종일 밖에서 데이트하고 마지막에는 모텔이나 집으로 가서 관계를 갖는다”며 “모든 데이트 비용은 여성측에서 내고, 마지막에는 수고비로 5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 지역은 5만원, 기타 지역은 출장비를 더 줘야 한다며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심지어 장애인들을 자신들의 성적 도구로 이용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자신들을 30대 부부라고 밝힌 한 가입자는 “장애우 부부들과의 스와핑(교환섹스)을 원한다”며 “좀 더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고 제안하는 글도 찾아볼 수 있었다.
 
봉사는 ‘핑계’

이처럼 현재 성 자원봉사 대부분은 선의의 탈을 쓰고 뒤로는 자신의 성욕을 채우는 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더 큰 문제는 성 자원봉사 카페가 장애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려를 넘어 현실이 되기도 했다. 실제 카페에는 성 제공자로부터 장애여성의 가족이 성추행을 당했다든가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는 피해 사례들이 적지 않으며 성 자원봉사를 핑계로 변태행각을 일삼는 이들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성 자원봉사는 근절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게 번지고 있다. 그러나 음지에서 ‘자원봉사’ 혹은 ‘도우미’라는 이름으로 성관계를 갖는 것은 돈을 주고받지 않는다는 범위에서 ‘성매매’의 범위로는 볼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으로 처벌할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사회적인 시선과 안전망 구축이 미미한 가운데, 일부 장애인들은 ‘장애인도 성 욕구를 해소할 권리가 있다’며 성 자원봉사 제도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뇌성마비 1급의 장애인 남성 A(38)씨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성경험을 안해 보고 산다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며 “성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신마비인 B(44)씨도 “장애인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고 성적 판타지와 기대, 욕망, 좌절을 갖고 있다”고 말하며 성 자원봉사자 도입에 찬성했다.
 
현실적 대안 마련 시급

성 자원봉사가 ‘봉사’인지 ‘매춘’인지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장애인의 성교육과 상담 활동을 벌이고 한 관계자는 “장애인들에 대한 성적인 도움이 흔히 잘못 이해되고 있다”며 “일반인들에게 인식시켜야 할 것들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성 자원봉사같이 일회성으로 장애인의 성 욕구를 풀어줄 게 아니라 장애인이 나와서 사랑하고 연애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반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립재활원 재활병원부 관계자도 “미혼 장애인의 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장애인들이 이성 교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장애인이 결혼해 건강한 성 파트너를 만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서는 장애인 성 자원봉사자와 관련해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장애여성의 성 재활이나 출산, 임신에 대해서는 다뤄지고 있지만 장애인 성 도우미는 생소하다”고 밝혔다.

한편 성 자원봉사가 합법화된 유럽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성 자원봉사’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 자원봉사가 합법화된 지 8년이 넘은 스위스에서도 아직 성 자원봉사는 일반인들에게 금기시되는 주제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에 유럽에서는 장애인 성 자원봉사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장애인 자기 결정 상담소(ISBB)’에서는 장애인이 자신의 성적 권리에 대해 인식하고 심리적 치유를 목적으로 탄트라 마사지를 진행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성관계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장애인의 성을 금기시하는 인식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몸과 성을 긍정적으로 느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luvwang@hyundaenews.com

골든마스터 16/04/15 [23:18] 수정 삭제  
  01049339910사십대여성분중대구거주자저는신천동에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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