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 집중탐구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진짜 열릴까? 그런데 한국은 패싱?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5/01/10 [15:09]

트럼프 2.0 시대 집중탐구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진짜 열릴까? 그런데 한국은 패싱?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5/01/10 [15:0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외교 고립’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을 건너뛰고 북한과 직거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와중에 12·3 내란 사태와 ‘윤석열 탄핵’ 국면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이런 우려는 커지고 있다. 대형 정치 이벤트를 즐기는 성향의 트럼프는 선거 운동 때부터 수차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목을 언급해 왔다. 물론 북미 정상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시작된 밀월 관계를 당장 재현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섣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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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중동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두 가지 현안이 시급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노딜(결렬) 이후 핵무력을 강화하고, 러시아와 중국을 외교 우선순위로 삼겠다는 기조를 굳혀왔다.

 

하지만 트럼프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 스타일을 감안하면 속도감 있는 북미 정상외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충성파’ 일색인 2기 내각 외교·안보 라인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정상이 결정하고 밀어붙이는 트럼프식 톱다운(Top down·하향식) 외교에 제동을 걸 이가 없다는 점에서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당시 북미 정상회담 실무자인 알렉스 웡 전 국무부 대북특별 부대표를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발탁했고, 최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대사를 북한 업무 등을 담당할 ‘대통령 특사’에 지명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 참석 하에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연말 전원회의를 열고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을 천명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의식한 듯 직접적인 대미 비난은 하지 않았다.

 

한국에 가장 악몽이 되는 시나리오는 낮은 수준의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인 ‘스몰 딜(Small Deal)’을 넘어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핵무기 감축이나 동결 협상이 현실화 하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이 핵 감축·동결과 제재 완화를 주고받으면 ‘북한 비핵화’ 목표는 사실상 폐기된다.

 

1990년대 북핵문제가 본격화한 이후 한국과 미국은 일관되게 북한의 비핵화를 공동의 목표로 삼아왔는데 이것이 흔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북한이 트럼프와 직거래를 한다면 북미관계에서 남한을 배제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이 발생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이미 지난해 말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하고 남한에 의도적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패싱(배제)하고 북한과 직접 소통하는 ‘통북봉남(通北封南)’ 외교가 고착화하면 한국은 북한 핵문제에서 소외될 수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 트럼프 진영에서 회의론이 팽배하고, 탄핵 사태로 한국·미국 조율을 할 여지도 상당히 적어졌다”며 “북한은 가뜩이나 한국을 배제하려고 해왔는데 한국이 자체적으로 기회를 만들어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각국은 역량과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트럼프와 접촉하려고 애쓰고 있다. 일본은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가 2024년 12월 15일(현지 시각) 트럼프를 만났으며 2024년 10월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회담을 조율 중이다.

 

반면 한국은 올 상반기까지는 국정 공백이 예상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마저 탄핵을 당하고,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어 정상 외교에 나설 주체가 부재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장 180일이 걸리는 헌법재판소 탄핵 심리 결과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이 치러지든, 기각이 되어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든 혼란은 불가피하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지도자가 공백 상태인 권한대행 체제에서 외교 역량은 평시의 20% 정도만 발휘된다고 본다”며 “정치적 혼란이 조속히 종료돼야 한다는 것 외에 대안을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2기 인선 윤곽이 잡힌 만큼 소통 라인 확보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와 김정은 간 소통 채널이 복원된다면 국무부 시스템보다 본인 직속을 통하는 트럼프의 특성상 웡 부보좌관과 그리넬 특사를 거치게 된다”며 “트럼프 2기 정부와의 소통 라인을 시급하게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취임 맞춰 7차 핵실험

 

북한이 트럼프 취임에 맞춰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할지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북한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실제로 1월 6일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1월 7일 밝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상 감시체계로 시험발사를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신형 극초음속 미싸일(미사일)의 발동기(엔진) 동체 제작에는 새로운 탄소섬유 복합재료가 사용되였(었)으며 비행 및 유도조종 체계에도 이미 축적된 기술들에 토대한 새로운 종합적이며 효과적인 방식이 도입되였(었)다”고 밝혔다.

 

▲ 북한 조선중앙TV가 1월 3일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를 장착한 새형의 중장거리 고체탄도미사일 ‘화성포-16’ 형의 시험발사 장면을 보도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평양시 교외의 발사장에서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미싸일(미사일)의 극초음속 활공비행 전투부(탄두)는 음속의 12배에 달하는 속도로 1차 정점고도 99.8㎞, 2차 정점고도 42.5㎞를 찍으며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비행하여 1500㎞ 계선의 공해상 목표 가상수역에 정확히 탄착되였(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북한이 트럼프 취임식을 2주 앞두고 수위 조절을 위해 의도적으로 미사일 사거리를 줄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통상 IRBM은 사거리가 3000~5000㎞로, 정상 비행 시 약 3500㎞ 떨어진 미국 괌 기지까지 사정권에 들어온다. 다만 우리 군이 전날 확인한 비행거리는 1100여㎞였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무기체계를 보유한 나라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될 것”이라며 “오늘의 시험결과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예상한 전투적 성능을 완벽하게 갖춘 미싸일(미사일) 체계의 실효성이 확인되였(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극초음속 미싸일(미사일) 체계는 국가의 안전에 영향을 줄수 있는 태평양 지역의 임의의 적수들을 믿음직하게 견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이 미사일 개발의 기본 목적이 “우리도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수단, 즉 누구도 대응할 수 없는 무기체계를 전략적 억제의 핵심축에 세워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계속 고도화하자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시험발사한 것에 대해 “미국에 대해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1월 7일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2주 앞둔 시점”이라며 “이 무기 체계가 완성된 것이 아니고 본인들도 오늘 ‘시험발사’라고 했기 때문에 군사 기술적인 수요도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어쨌거나 트럼프는 1월 20일 미국 제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된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5일 실시된 미 대선에서 선거인단 312명을 확보하며 226명에 그친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을 꺾고 최종 당선됐다.

 

트럼프가 또 한번 대통령직에 오르면서 미국의 대북정책도 기존과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강경한 대북정책을 펼쳐온 바이든 정부와 달리 트럼프는 북한과 대화에 나서는 등 핵억제를 위한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7차 핵실험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문가들은 북한 핵실험 실행 가능성을 두고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우선 북한이 러시아 파병과 중국과의 관계,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 등을 고려할 때 수개월 내 핵실험을 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핵탄두 소형화 기술 완성을 위해 연내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이 핵실험 가능성을 희박하게 본 첫 번째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 여지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1차 집권 기간인 지난 2018~2019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총 3차례 만남을 가졌다. 이에 따라 취임 이후 북미 정상회담을 조기에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트럼프로서는 김 위원장과 대화할 명분이 사라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북한 핵실험 강행에 앞서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곧 출범하는데 현재 미국의 적극적인 태도를 볼 때 국무부 라인을 통하지 않고 고위급 특사로 북한과의 접촉이 이뤄질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어떤 내용을 가지고 올지 모르는데,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그나마 전향적으로 가졌던 태도가 상당히 위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 위원은 그러면서 “북한으로서는 굳이 그런 모험을 감행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소원한 관계를 이어가는 북한이 또 한 번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중국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러시아와 조약을 맺은 이후 북한군을 러시아에 파병하는 등 북러 관계 친밀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가까워지면서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올해 중으로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 2021년 전술핵이 포함된 국방력발전 5개년 계획을 만들었다”며 “2025년이 북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이 끝나는 해라 소형화 기술을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이어 “소형화에 대한 기술적 제한과 한계를 북러 협력을 통해 북한이 풀 수도 있다”며 “러시아의 조언 한마디로 풀지 못한 퍼즐을 풀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2025년에는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방위비 압박 현실화 우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월 20일 출범하면 방위비 압박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새 정책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안보 무임승차론’을 꾸준히 제기해온 만큼 한국과 미국 간에 조기 체결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2월 28일(현지 시각)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AP=뉴시스>  

 

양국 협상단이 최종 서명한 SMA 협정은 2026년 분담금을 전년보다 8.3% 올린 1조5192억 원으로 정하고 2030년까지 4년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연동시키되 연간 인상율이 최대 5%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게 골자다.

 

한국으로선 5년의 다년으로 체결해 안정성을 확보한 데다 물가보다 높은 인상률을 보장하는 기존의 국방비 연동 원칙을 폐지하고 상한선까지 뒀다는 점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협상 결과다.

 

그러나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현금 인출기)이라고 지칭하며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지출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연간 100억 달러는 한국이 2026년 지불하기로 한국과 미국 간에 합의한 액수의 9배 가까운 금액이다.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 엘브리지 콜비 정책차관 지명자 등 트럼프의 새 외교안보 라인이 주한미군 철수 또는 역할 조정론을 언급했던 인물이라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더한다. SMA 협정은 이론적으로 미국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폐기될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주한미군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고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하는 내용의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국방예산법)이 최근 발효됐지만 법적 강제성은 없다.

 

현재로선 굳건한 한미 동맹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무위로 돌리거나 주한미군을 철수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SMA 협정 결과를 백지화하고 증액 청구서를 들이밀 가능성은 있다. 주한미군 주둔의 성격을 북한 방어가 아닌 전면적인 중국 견제로 재조정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원하는 수준으로 분담금이 인상되지 않으면 관세를 활용해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국가 사령탑 공백’ 상태인 한국으로서는 트럼프 측과 교감마저 부족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SMA 협정 재협상 요구 시 이미 마무리 지은 협상 결과를 토대로 논의가 이뤄지게 돼 ‘협상의 우위‘에 있으며, 한국이 키를 쥐고 있는 방산·조선업의 강점을 활용해 유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계엄·탄핵 정국 상황에서 이처럼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미국 의회 산하 싱크탱크인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한국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응하는 데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공세적으로 나와도 한국은 제한적 권한과 임시적 위상만 지닌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트럼프는 ‘거래주의’ 동맹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만큼 방위비 분담금이 취임 후 흥정의 대상이 되겠지만 주한미군의 실질적 철수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통령 부재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외교는 이뤄질 수 없기에 빠른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속히 트럼프 측과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거래 비용적으로 대하는 트럼프 입장에서 권한대행을 실질적 파트너로 생각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여러 청구서를 내밀 경우 가치 판단을 앞세우기보단 그에 따른 확실한 반대급부를 어떻게 챙길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트럼프는 SMA 협정과 함께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에 한국이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해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문제는 우리나라의 사령탑이 공백이라는 것인데 가능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미국 파트너들에게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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