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흔든 지구촌 7대 뉴스

화려하게 돌아온 트럼프…전 세계 ‘트럼프 스톰’ 걱정

인터넷뉴스팀 | 기사입력 2024/12/27 [15:25]

2024년 흔든 지구촌 7대 뉴스

화려하게 돌아온 트럼프…전 세계 ‘트럼프 스톰’ 걱정

인터넷뉴스팀 | 입력 : 2024/12/27 [15:25]

21세기 차르 푸틴 ‘집권 5기’ 성공···2036년까지 종신집권의 길 열어

미 연준 금리인하 단행···2020년 이후 ‘코로나 경제’ 그림자 탈출 선포

 

4월 비트코인 반감기, 연준 금리 인하 겹쳐 2024년 내내 암호화폐 불장

AI 덕분에 ‘최고 영예’ 노벨상 받은 과학자들, 하나같이 AI 위험성 경고

 

1. 트럼프 세계무대 복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세계무대에 돌아온다. 2024년 11월 치른 미국 대선에서 그는 220만여 표 차이로 경쟁자인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제치고 백악관 복귀를 확정했다. 2020년 대선 불복과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이로 인한 임기말 두 번째 탄핵소추 등 잡음 속에 퇴임한 지 4년 만이다.

 

2024년 미국 대선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유력 대선 후보의 총기 피격과 초유의 현직 대통령 후보 사퇴, 부통령 구원투수 등판 등 일련의 극적인 사건이 선거 불과 몇 달을 앞두고 쉴 새 없이 펼쳐졌다. 드라마의 최종 승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취임 첫날’ 실행할 정책 목록을 열거한 상황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월 14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연구소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가장 먼저 손길이 닿을 분야로는 이민 정책이 꼽힌다. 트럼프는 2024년 선거 기간 동안 자신이 취임하면 첫날부터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는 등 강경 정책을 펼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멕시코와 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을 막을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관세 폭탄도 예고돼 있다. 트럼프는 이미 중국·캐나다·멕시코에 관세 포문을 열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관세가 전 세계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럼플레이션’이란 말까지 나왔다. 미국 내에서도 관세 인상이 단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출생 시민권 제도 폐기도 공언했다. 시민권을 목적으로 미국을 찾는 ‘원정 출산’을 막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아울러 자신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를 부른 의회 난입 사건 주동자들에 대한 사면, 석유 시추를 포함한 에너지 개발 분야에서의 규제 완화 등을 2기 임기 시작 직후 추진할 과제로 거론했다.

 

지난 4년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여러 정책 기조에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시선도 워싱턴을 향하고 있다. 특히 대선 승리 이후 트럼프가 내놓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시사 발언, 각종 정책수단으로의 관세 예고 등에 각국과 국제기구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거침없이 다가오는 ‘트럼프 스톰’은 특히 한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2만8500명의 주한미군 거취를 두고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는 1기 재임 당시는 물론 퇴임 이후에도 공공연히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해왔다. 이 밖에도 방위비 협상과 향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 재개 가능성, 이로 인한 한반도 안보지형 변화 등에 신속하고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2. 푸틴 집권 5기 개막

 

‘21세기 차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집권 5기’에 성공하면서 사실상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옛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연방에서 여덟 번째 치러진 대선이다.

 

선거 한 달 전 정적(政敵)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 급사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역대 가장 높은 87.3% 득표율로 당선됐다. 투표율은 74.2%로 역대 두 번째다.

 

푸틴은 보리스 옐친(1·2대)에 이어 2000년·2004년·2012년·2018년에 이어 다섯 번째 대통령에 당선됐다. 3연임을 금지한 헌법 규정에 따라 2008년엔 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 자리에 올리고 자신은 총리로 실권을 유지했다. 푸틴의 임기는 2030년까지로, 이오시프 스탈린 옛소련 공산당 서기 집권 기간 29년(1924~1953년)을 뛰어넘는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월 19일(현지 시각)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에서 연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나아가 현재 헌법상 6선에 도전해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6선 임기까지 채우면 84세까지 사실상 종권 집권할 수 있다. 이 경우 18세기 34년(1762~1796년)을 재위한 예카테리나 2세의 통치 기간도 넘어서게 된다.

 

푸틴은 북한과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19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신 북·러 조약)을 체결했다. 2019년에 이어 24년 만에 두 번째 방북이었다.

 

조약 4조엔 ‘어느 한쪽이 침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유엔헌장 51조와 국내법에 따라 즉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군사 및 기타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조약은 지난 12월 4일 양측이 비준서를 교환함으로써 즉시 발효됐다.

 

또 이번 선거는 우크라이나 전쟁 3년차에 치러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11월 19일로 개전 1000일이 지났으며 북한군 파병과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 제한 해제,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중대 변곡점을 맞고 있다. 러시아는 11월 핵 독트린(핵교리) 개정을 완료했고, 우크라이나에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오레시니크’도 처음으로 발사했다.

 

3. 美, 4년 6개월 만에 금리 인하

 

2024년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0년부터 이어온 ‘코로나19 경제’ 그림자에서 벗어났음을 선포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연준은 9월 18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5.25~5.50%에서 4.75~5.00%로 내렸다. 2020년 3월 이후 4년6개월 만에 금리 인하 조처이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긴급 금리인하 제외) 약 16년 만의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 단행이다.

 

앞서 연준은 2020년 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제로 금리’를 선언, 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을 지급했다.

 

이에 따라 붕괴 직전이던 경제가 상당 부분 회복됐으나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현금 가치가 하락하면서 물가가 폭등했다. 연준은 과열된 경기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2022년 3월부터 10차례 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이후 2023년 9월부터는 8회 연속 5.25~5.50% 수준으로 금리를 동결해 왔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2월 1일(현지 시각) 워싱턴 연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그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로 설정한 후, 이에 대한 진전이 지속 가능하게 이뤄진다는 확신을 아직 얻지 못했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그는 ‘노동시장 냉각’을 금리인하 조처의 선행 과제로 여기며, 매파적 통화정책을 고수했다. 

 

이후 일자리와 물가지표 둔화세가 안정 상태를 넘어 과도한 냉각 상태까지 이어지자, 파월 의장은 “고금리 정책을 장기간 유지할 경우 경제 성장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노동시장 둔화 조치 리스크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후 파월 의장은 9월 “미국 국민의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을 촉진하는 이중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 통화정책 선회를 결정했다. 4년여간 이어져온 코로나19 팬데믹 그림자와의 전쟁이 끝났음을 선포한 것이다.

한편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미국과 달리 지난 17년간 이어오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하는 결단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BOJ는 3월 단기 기준금리를 연 0~0.1%로 인상했다. 2007년 2월 이후 약 17년 만의 금리 인상이다. 이와 함께 장단기 금리조작(YCC)을 폐지해 금리 변동을 용인하기로 했다.

 

마이너스 금리라는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금융 정책을 고수하던 일본이 경제 정상화를 위해 대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4. 2024년 내내 암호화폐 ‘불장’

 

2024년 한 해 암호화폐 시장은 연초부터 연말까지 각종 호재로 가득했다.

 

먼저 2024년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11개를 승인했다. 기관과 개인 투자자의 비트코인 투자가 더 쉬워지게 된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현물 ETF 승인 직후에는 강세를 보이지 않았으나, 이후 흥행에 성공하면서 기존 3~4만 달러대에서 2월 5만 달러를 넘어 3월에는 7만 달러선도 뚫었다. 블랙록 등 비트코인 현물 ETF를 운용하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비트코인을 사들이면서 비트코인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다.

 

이후 4월에는 비트코인 반감기가 있었다. 비트코인은 창시자인 나카모토 사토시의 설계에 따라 약 4년 주기로 공급량이 줄어드는데, 이번에 네 번째 반감기가 찾아온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반감기 때마다 강세를 보여왔다. 첫 번째 반감기인 2011년 11월에는 약 87배, 두 번째 반감기인 2016년 7월에는 약 30배, 세 번째 반감기인 2020년 5월에는 약 8배 상승한 바 있다.

 

반감기 강세장이 400~500일 정도 이어지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반감기는 2025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연준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상했던 기준금리를 2024년 9월부터 내리기 시작했고,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이에 가세했다는 점도 암호화폐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돈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비트코인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긍정적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 2020년 11월 29일 독일에서 열린 ‘에센 모터쇼’에 인공지능(AI)을 상징하는 사람 머리 모양의 두상이 전시된 모습. <AP=뉴시스>  

 

트럼프가 11월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것도 암호화폐 시장에 큰 호재였다.

 

원래 트럼프는 가상자산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2023년 입장을 바꿨다. 이후 선거 유세 과정에선 미국을 “지구의 암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거나, 비트코인을 전략적 준비자산으로 비축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암호화폐에 대한 수많은 약속을 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차기 행정부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에 친(親) 암호화폐 성향의 폴 앳킨스 전 SEC 위원을 지명하고, 백악관에 ‘AI·암호화폐 차르’ 직책을 신설하는 등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트럼프 당선 이후 급등세를 탔고, 대선일 이후 불과 몇 주 만에 9만 달러를 돌파했다. 12월 들어서는 사상 처음으로 10만7000달러도 넘어섰다.

 

5. ‘AI 대부’ 노벨상 수상

 

2024년 한 해는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환희를 내보이기도, 두려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를 증명하듯 노벨상 과학 분야 3개 중 2개(물리학상과 화학상)가 AI 기술을 연구·개발한 이들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AI 연구 덕분에 ‘최고의 영예’를 얻은 수상자들은 하나같이 AI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서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였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야 의학연구원의 노벨상위원회는 지난 9월 9일(현지 시각)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존 점퍼 딥마인드 수석연구원 등 3명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어내고, 복잡한 3차원 단백질 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AI 모델(알파폴드2)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노벨물리학상은 AI 머신러닝(기계학습)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에게 돌아갔다. 홉필드 교수와 힌턴 교수는 인공신경망을 이용해 현대적 AI의 토대인 머신러닝 등 알고리즘을 처음으로 개발한 업적으로 해당 상을 품에 안았다.

 

생리의학상을 제외하고 노벨상 과학 분야 중 2개를 AI가 휩쓴 것이다. 그간 노벨상위원회가 융합학문보다 순수학문에 초점을 두는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런데 최고의 영예로 불리는 노벨상을 AI 덕분에 수상한 과학자들은 역설적이게도 수상과 동시에 ‘무분별한 AI 개발은 인간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성을 발언을 내놨다.

 

홉필드 교수는 수상소감 기자회견에서 인간의 이해 범위를 벗어난 AI 기술 발전은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힌턴 교수도 수상 소감으로 “AI가 통제에서 벗어나 생존 위협을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리는 역사적 분기점에 있다”고 우려했다. AI 통제에 더 많은 연구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4 노벨상 시상식 후 마련된 연회에서도 “인간보다 더욱 지능적인(intelligent) 디지털 존재를 만들 때 발생할 장기적인 실존적 위협도 있다”며 “이건 더 이상 공상과학소설(SF)이 아니다”고 직격했다. 아울러 “어떻게 (AI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사비스 CEO도 “(AI 기술이) 선한 목적을 위해 쓰일 훌륭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해를 끼치는 데에 사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6. 무너진 이란 ‘저항의 축’

 

가자지구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 분쟁은 1년 넘게 계속됐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직접 상대방 본토를 공격하기에 이르렀고,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이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이란 ‘저항의 축’을 하나씩 무너뜨렸다.

 

중동 힘의 균형이 재편되면서 시리아 알아사드 가문의 독재도 53년 만에 막을 내렸다. 혼란을 틈탄 이슬람국가(ISIS)가 재건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며 국제사회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4월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습했다. 공격으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고위 지휘관을 포함한 간부 7명이 사망했다. 12일 뒤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로 200기 넘는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한 건 처음으로, 유의미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일주일 뒤 다시 보복 공격을 가했다. 다만 일부 군사 시설만 타격하는 등 상징적 조치에 그쳤다. 확전은 피하되 언제는 본토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 차원이었다.

 

이란 역시 분쟁 확대를 피하기 위해 대응을 자제했다. 그 사이 5월 19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면서, 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대통령직에 올랐다.

 

이스라엘은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7월 31일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방문한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지도자를 암살했고, 8월 27일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를 공습으로 사살했다.

 

나아가 ‘삐삐 테러’를 포함한 대대적인 공격으로 헤즈볼라 해체에 나섰다. 지도부와 전력에 크게 손상을 입은 헤즈볼라는 결국 11월 26일 1년여에 걸친 공격을 멈추고 이스라엘과 휴전을 맺었다. ‘저항의 축’이 크게 흔들리자 이란은 10월 1일 이스라엘로 탄도미사일 181발을 발사했고, 이스라엘도 10월 26일 이란 주요 군사 시설을 정밀 타격했다.

 

이란은 대응을 예고했지만 별다른 행동에 나서진 않았다. 중동 내 ‘저항의 축’이 크게 위축된 데다 서방과 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기조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의 영향력 약화는 시리아 권력 구조도 바꿨다. 11월 27일 진격을 시작한 시리아 반군은 11일 만에 수도를 장악, 아사드 정권을 몰아냈다. 이란과 러시아를 등에 업고 권력을 유지해 온 아사드 대통령은 두 국가의 지원이 크게 줄자 결국 권좌에서 물러났다.

 

7. 영·프·독 리더십 ‘흔들’

 

2024년 유럽은 영국·프랑스·독일 등 서유럽을 중심으로 리더십 위기에 직면했다. 영국 노동당은 지난 7월 총선에서 보수당을 300석에 가까운 의석수 차이로 밀어내면서 14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변화를 열망하는 민심을 반영해 하원 의석 중 3분의 2가량을 노동당이 가져갔다.

 

영국 보수당은 리시 수낵 전 총리를 끝으로 내각 수상 자리를 키어 스타머 총리에게 넘겼다. 하지만 총리 취임 100일도 채 안 돼 스타머 총리는 ▲호감도 26% ▲비호감도 52% ▲정부 정책 지지율 18% ▲정부 정책 불지지율 59% 등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불만은 주로 이민, 공공의료, 조세, 복지 부문에서 나타났고 총리를 포함한 내각 고위 관료가 ‘선물 추문’에 휩싸이면서 민심은 노동당으로부터 이탈했다.

 

프랑스는 6~7월 총선에서 극좌·우 정당의 약진 속 여당 연합 앙상블(ENS)이 영향력을 크게 잃어 어떤 정당도 단독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헝 의회’ 정국을 맞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총리 후보 지명에 난항을 겪었다. 당시 마크롱은 신임 총리로 제4당인 공화당(LR) 소속 미셸 바르니에를 임명했다.

 

바르니에 정부는 야당과 다음 해 예산안을 두고 충돌했다. 그러던 중 12월 초 취임 90일께 만에 정부 불신임안이 국민의회(하원)에서 통과하면서 바르니에 총리는 제5공화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표결 열흘 만에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수아 바이루 민주운동당(MoDem) 대표를 새 총리로 임명했다.

 

독일도 지도력 상실이 현실화했다. 독일 연방의회는 사회민주당(SPD) 소속 올라프 숄츠 총리가 제출한 신임안을 표결한 끝에 찬성 207표, 반대 394표, 기권 116표로 부결 처리했다. 숄츠 총리 불신임이 현실화하면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의 의회 해산으로 다음 해 2월 23일 조기 총선을 치르게 됐다. 불신임안 부결이 없었다면 원래 총선은 다음 해 9월 치러질 예정이었다.

 

‘우클릭’ 기류가 감지되던 유럽은 지난 6월 유럽연합(EU) 입법기관 격인 유럽의회 선거로 이 같은 분위기를 정치제도 안에 불어넣었다. 좌파~중도로 분류되던 교섭단체(정치그룹)는 쇠퇴했고, 중도우파~극우 성향 교섭단체는 의석을 확대했다. 최다 의석 교섭단체인 중도 우파 유럽인민당(EPP)을 이끄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2월 2기 집행부 임기를 시작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포토뉴스
2월 둘째주 주간현대 1266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