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샛별·양지마을 등 수도권 노후 아파트 13곳을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선도지구’로 선정한 가운데 정부의 계획대로 오는 2027년 착공이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성남·고양·안양·부천·군포시 등은 지난 11월 27일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를 선정했다. 선도지구는 지난 8월 시행된 ‘노후 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다.
선도지구는 13개 구역, 3만5987가구로, 1기 신도시 전체 가구 약 39만2000가구의 9.2%다. 분당에선 ▲샛별마을(동성·라이프·우방·삼부·현대빌라) ▲양지마을(금호1·청구2·금호한양3·5·한양5·6·금호청구6) ▲시범단지(우성·현대·장안건영3) 등 3개 구역, 1만948가구가 선도지구로 지정됐다. 또 선도지구 수준의 지원을 받는 목련마을 빌라 단지까지 합치면 재건축 물량은 1만2055가구에 달한다.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선도지구 아파트 13개 구역 3만5987가구 재건축
치솟는 건축비, 추가 분담금, 이주대책···’1호 재건축‘ 입주까지 난제 산적
3만여 가구 이주 수요···주민 대다수 관내 지역 거주 희망···전월세 시장 불안
’공공기여 비중‘ 출혈경쟁 사업성 악영향···분담금 3~4억 낸다면 안 할 집 많아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성남·고양·안양·부천·군포시 등은 지난 11월 27일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를 선정했다.
일산에선 ▲백송마을(1·2·3·5단지) ▲후곡마을(3·4·10·15단지) ▲강촌마을(3·5·7·8단지) 등 3개 구역, 8912가구가 선도지구로 지정됐다. 또 연립주택 단지인 정발마을 2·3단지 262가구까지 포함하면 총 9174가구다.
평촌에선 ▲꿈마을(금호·한신·라이프·현대) ▲샘마을(임광·우방·쌍용·대우·한양) ▲꿈마을(우성·건영5·동아·건영3) 등 3개 구역, 5460가구가 선도지구가 됐다. 중동에선 ▲반달마을A(삼익·동아·선경·건영) ▲은하마을(대우동부·효성쌍용·주공1·2) 등 5957가구가, 산본에선 ▲자이백합·삼성장미·산본주공11(2758가구) ▲한양백두·동성백두·극동백두(1862가구) 등 4620가구가 각각 지정됐다.
▲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신도시 일대 아파트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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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착공, 2030년 입주?
선도지구로 선정된 구역은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노후계획도시특별법)에 따라 즉시 특별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해 내년에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된다. 정부는 오는 2026년 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 수립과 이주를 거쳐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추진한다. 최소 8~10년 넘게 걸리는 재건축 과정을 최대한 앞당겨 6년 안에 마무리 짓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재건축을 최대한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특별정비계획 수립 패스트트랙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지자체가 직접 계획을 수립하고, 주민 등 소유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아 계획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주민 과반 동의를 받아 예비사업시행자로 지정돼 사업 진행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대로 2030년 입주 계획을 맞추기 위한 실제 착공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용적률 상향에 따른 공공기여(기부채납)를 두고 지자체와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용적률 혜택을 늘리기 위해 추가 공공기여를 약속한 지구가 많다 보니,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사업성에 따라 추가 분담금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산과 산본, 중동에서 분양 수익이 적어 주민들이 내야 할 추가 분담금이 많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여러 단지가 함께 통합 재건축을 하는 만큼 단지별 이해관계가 다르고, 분단금 규모가 달라질 수 있고, 이에 따라 주민 간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분담금이 예상보다 많아지면 반대 주민이 늘어나고, 사업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변수가 많아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선도지구 지정으로 노후 신도시들의 재건축 물꼬를 텄지만, 재건축 과정에서 변수가 워낙 많아 계획대로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며 “사업성이 낮다면 재건축 추진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고, 단지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사업이 지연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선도지구 일부 단지는 용적률 혜택을 더 받기 위해 공공기여를 확대했는데,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며 “2027년 착공을 위해서는 이주대책과 추가 분담금 문제 등 다양한 변수를 최소화하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월세 시장 불안 ‘우려’
정부가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를 공개했지만, 주민들을 위한 이주대책은 ‘안갯속’이라 인근 지역 전·월세 시장 불안 우려가 여전하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27년부터 매년 2만~3만 가구의 이주 수요가 생기는데 구체적인 이주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인근 지역의 전월세 공급 부족으로 임대차 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11월 27일 1기 신도시 선도지구를 발표하면서 이주 단지를 짓는 대신 인근 주택 공급을 늘려 이주 수요를 흡수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휴부지를 활용하더라도 일반 분양이나 민간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이주 용도의 영속적인 임대공간으로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시장에 다양한 유형의 주택을 공급해 전월세 시장에서 흡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이달 중 유휴부지 개발, 영구임대주택 순환정비 등 이주대책과 광역교통 개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계획을 발표한 이후 이주대책에 대한 우려는 계속돼 왔다. 국토부의 계획대로면 2027년부터 10~15년간 매년 2~3만 가구의 이주 수요가 발생하는 데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 8월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재건축을 위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인 ‘노후계획도시정비기본방침(안)‘을 발표하면서 ▲신규 유휴부지 개발 ▲영구임대 재건축 ▲이주금융 지원 추진 등의 이주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공실 우려 등이 커지자 최대한 공급물량을 늘려 이주 수요를 흡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통상 재건축이 진행되면 기존 주민들이 직장과 학교 등 생활권 범위 내에서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만큼 대규모 이주 수요가 몰리면 주변 지역 전월세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실제 국토부가 지난 6~7월 1기 신도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기 신도시 주민 대다수(83.3%)가 이주 시 관내 지역에 거주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이주 대책과 교통개선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주민 생활 불편과 지역내 임대차 시장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이주가 시작되기 전 이주 대책을 구체화하고, 이주 지원 등을 강화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시 단지별 이주시기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주 대책과 광역교통 개선방안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는다면 주민의 생활 불편과 지역 내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주가 예상되는 시점에 수도권 신축 아파트 공급도 급감할 것으로 예상돼 비아파트 비선호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셋값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이주 대책을 구체화하고 임대주택 공급 및 이주비 지원 등을 강화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수도권 외 지역에도 정비사업을 병행 추진해 수도권 집중화를 완화하고 전국적인 균형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1기신도시 정비사업 선도지구로 지정된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 후곡마을3단지에 걸린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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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5억 추가 분담금에 성패
정부가 1기 신도시 노후 아파트 단지 13곳을 정비사업 선도지구로 선정한 가운데 ‘분담금’ 문제가 재건축 성패를 좌우할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단지들이 공공기여 비중을 높였기 때문으로, 사업성이 있는 지역을 제외하면 추가 분담금이 늘어 ‘승자의 저주’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도지구로 지정된 지역은 ▲분당(1만948가구) ▲일산(8912가구) ▲평촌(5460가구) ▲중동(5957가구) ▲산본(4620가구) 등 3만5987가구다.
정량평가로 이뤄진 선도지구 선정 과정에서 당락을 좌우한 것은 ‘주민 동의율’과 ‘공공기여’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주민 동의율의 경우 분당은 전체 34개 단지 중 10여 곳이 만점(95% 이상)을 받는 등 상향 평준화가 이뤄져, 사실상 공공기여가 변별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여 외에도 지역에 따라 장수명 주택 인증, 주차 대수 등이 선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해당 요소들이 사업성에 악영향을 줘 추가 분담금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자잿값 상승, 인건비 상승이 겹치며 늘어난 공사비도 분담금을 올리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집계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9월 130.4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4년 전(2020년 9월 100.64)과 비교하면 30% 이상 오른 수치다.
전문가들도 사업성 확보, 특히 추가 분담금 유무가 선도지구 재건축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현실적으로는 분담금 수준에 따라 구역별 사업 진행 속도가 차이가 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업성 개선 대책이 선행돼야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개별 조합원들의 자금 여력, 즉 추가 분담금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가 정비사업 추진의 관건”이라며 “부촌 중심으로 사업 추진 속도가 두드러질 여지가 크고, 이렇게 되면 지역적·국지적 양극화로 연결된다”고 전망했다.
더욱이 1기 신도시가 조성된 지 30년 이상 지난 만큼 초기에 입주해 고령층이 많이 살고 있는 단지의 경우 추가 분담금이 높아지면 주민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엎어질 수도 있다.
실제 일산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번 선도지구 주민 동의는 재건축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묻는 것이었으므로 만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소형 평수의 경우 분담금으로 3억~4억 원을 내라고 하면 안할 집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에 선도지구로 선정된 단지들도 분담금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다. 분당의 한 재건축추진협의회 관계자는 “장수명주택 인증은 하이엔드 아파트를 추구하면서 불가피한 면이 있다”며 “공공기여도 주민 커뮤니티시설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사업성을 확보해 분담금 부담을 낮추려는 시도도 있다. 일산 재건축 단지들이 기준 용적률 상향을 추진하는 게 대표적이다. 일산의 기준 용적률은 300%로 분당(326%), 평촌·산본(330%), 중동(350%) 등 선도지구를 통틀어 기준 용적률이 가장 낮다.
일산재건축추진위원회를 비롯한 주민들이 12월 9일 일산동구청 앞에서 기준 용적률 상향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고양시의회도 ‘고양시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용적률 상향 조정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용적률 상향 활동에 들어갔다.
정부도 분담금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선 산정된 추정 분담금의 공신력을 둘러싸고 주민 갈등이 발생하는 것을 줄이기 위해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분담금 산출 업무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12조 원 규모의 미래도시펀드를 조성해 2026년 정비사업 초기 사업비부터 지원하는 등 맞춤형 금융지원 방안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