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3분기 확정 실적으로 매출 79조1000억 원, 영업이익 9조1800억 원을 달성했다고 10월 31일 발표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맡은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29조2700억 원, 영업이익 3조8600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메모리 사업의 경우 AI 및 서버용 수요에 적극 대응해 HBM(고대역폭 메모리), DDR5(더블 데이터 레이트5), 서버용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다만 전 분기 대비 재고평가손 환입 규모가 축소되고, 1~2분기에 쌓지 않았던 인센티브(성과급)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이 늘어 영업이익에 영향을 줬다. 여기에 달러 약세에 따른 환율 영향도 영업이익 감소의 또 다른 배경이다.
올해 연간 매출 300조 훌쩍 넘기며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
삼성 위기론 한번에 불식시키는 수치···저력의 삼성 다시 뛴다는 방증
3분기 시설투자 3000억 늘어난 12조4000억···착실히 미래 수확 준비
반도체연구소 키우고 연구인력 확보해 글로벌 반도체 리더십 더 확고히
삼성전자가 올 3분기(7~9월) 확정 실적 발표를 통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반도체(DS) 부문에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의 수요가 탄탄하고, 디바이스 경험(DX) 부문에서도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가 호조세를 보이며 역대급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단순히 분기 매출뿐 아니라 올해 연간 매출에서도 300조 원을 훌쩍 넘기며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지금까지 확대됐던 삼성 위기론을 한번에 불식시킬 수 있는 수치로, 저력의 삼성이 다시 뛰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연 매출 300조 원으로 일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된 삼성전자는 ‘이익의 질’을 높이며 위기 돌파에 전력투구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31일 올 3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79조1000억 원, 영업이익 9조1800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35%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77.37% 늘었다.
이번 3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로도 7% 증가하며 역대 최대 수준의 분기 매출이다. 기존 최대 매출은 2022년 1분기 77조7800억 원이었다.
이 같은 역대 최대 매출은 최근 제기되고 있는 삼성 위기론을 일정 부분 불식시킬 수 있는 것으로 삼성전자의 연간 300조 원 매출이 유력시 된다.
세부적으로 반도체 부문의 경우 인공지능(AI) 및 서버용 수요를 위한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DDR5, 서버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등 고부가 제품 판매가 고르게 늘었다.
디바이스 경험 부문에서도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신제품 출시로 전 분기 대비 매출이 더 성장했다. 생활가전 부문도 비스포크 AI 신제품 중심으로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해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삼성전자가 올해 사상 최대 연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의 컨센서스(평균 전망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매출 평균치는 306조 원이며 최대 전망치는 317조 원에 달한다. 기존 최대 매출은 2022년 302조 원인 만큼 4분기에 증권사 평균 매출 전망치인 81조 원을 넘기면 연간 최대 매출을 새로 쓰는 것이다. 현재 3분기 누적 매출은 225조 원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반도체 부문에서 사상 최초로 매출 100조 원을 넘길 것으로 내다본다. 결과적으로 HBM에서 촉발된 최근 삼성전자 위기론의 실체가 반도체 부문의 위기로 볼 수 있는데, 역으로 삼성전자를 위기에서 살릴 수 있는 사업 부문도 결국 반도체 부문인 것이다.
“미래 준비 흔들림 없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4분기 실적을 기대할 만하고, 연 실적도 예상 밖으로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단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은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이어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분기 최대 매출은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2년 1분기에 올린 77조7800억 원이었다.
특히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과 내년 실적을 밝게 하는 장면은 ‘시설투자’ 항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시설투자는 전 분기 대비 3000억 원이 늘어난 12조4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가 전 사업부문에서 착실히 미래 수확을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선 눈에 띄는 시설투자 금액은 반도체(DS) 부문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만 반도체에 10조7000억 원, 디스플레이에 1조 원을 투자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계로는 시설투자 금액이 35조8000억 원으로 더 늘어나는데 반도체에 30조3000억 원, 디스플레이에 3조9000억 원을 쏟아부었다. 특히 반도체 투자가 여전히 견조한 모습으로 4분기 이후 이 부문에서 성과를 기대할 만하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시설투자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흔들림이 없다.
삼성전자의 올해 총 시설투자는 전년 대비 3조6000억 원 증가한 56조7000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반도체가 47조9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할 수 있지만 큰 감소는 아니라는 진단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반도체 투자는 HBM과 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시황 및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투자 규모를 축소할 예정이다.
또 한편으로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 확대를 위해 눈에 띄는 장면은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다. 삼성전자는 3분기 연구개발 투자금액이 분기 사상 최대인 8조8700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7년간(2017~2023년)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를 분석하면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은 ‘증가와 감소’를 오갔지만 R&D 투자만큼은 단 한 번도 줄지 않고 매년 늘었다.
특히 전체 영업이익이 6조5700억 원에 그쳤던 2023년에도 삼성전자는 R&D 부문에서 역대 최대인 28조3400억 원을 투자했다. 이는 영업이익의 4배가 넘는 금액으로 사상 처음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두자릿수(10.9%)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R&D 비용은 지난 1분기 7조8200억 원, 2분기 8조500억 원에 이어 3분기에도 역대 최대인 8조87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R&D 중심 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와 고성능 메모리, 서버 제품 등 미래 지향적 기술 개발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며 “기흥사업장에 건설 중인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에 2030년까지 20조 원을 투입하는 것이 삼성의 미래 투자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향후 반도체연구소를 질적·양적 측면에서 2배로 키우고, 연구 인력을 대거 확보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리더십을 더 확고히 할 방침이다.
적자 커지는 파운드리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는 파운드리 사업이 적자 폭을 키우고 있다.
AI 관련 수요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회복세가 더딘 모바일, PC 등 전통적인 반도체 수요 산업의 부진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당분간 파운드리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아 수익성이 높은 2나노미터(㎚·10억 분의 1m) 등 선단 공정에서 일감 확대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확정 실적에서 3분기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매출은 29조2700억 원, 영업이익은 3조86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개선세를 보였다.
하지만 시장 기대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실적으로 여기에는 파운드리 사업의 부진이 한몫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반도체 부문(DS) 사업은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로 매출이 전년 같은 분기 대비 112% 증가하는 등 개선 폭이 컸지만 파운드리 실적은 여전히 부진했다.
삼성전자는 DS 부문의 사업부별 실적을 따로 공개하지 않지만, 파운드리(시스템LSI 포함) 부문의 3분기 매출은 7조 원 수준으로 전년 5조9000억 원 대비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반해 영업손실은 1조 원 이상으로 전년(9300억 원·추정)에 이어 조 단위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극과 극’ 양면성을 띤 것으로 알려졌다.
AI와 HPC(고성능 컴퓨팅) 응용처 시장에서는 수주 성과가 뚜렷한 편이다. AI·HPC 고객 수가 전년 대비 2배로 증가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쟁사인 대만 TSMC의 시장 지배력이 60%로 육박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더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TSMC에 과도하게 일감이 쏠리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아 삼성전자에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무엇보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제품으로 파운드리에서 승부를 본다는 방침이다.
당장 5나노 이하 첨단 노드 중심으로 수주 강화에 나선다. 또 2나노 GAA(Gate All Around) PDK(Process Design Kit)를 고객사에 배포해 제품 설계를 진행 중이다.
내년 하반기 양산 예정인 HBM4(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도 신규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근본적인 고민이 모바일·PC 등 전통 수요 시장의 회복세가 더딘 데 있다”며 “이 같은 전통 수요 감소를 AI 산업의 수요 증가가 상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메모리 관건은 ‘HBM4’
삼성전자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판매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HBM 시장을 이끌 HBM4의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HBM3E‘의 엔비디아 퀄테스트(품질검증) 통과는 하지 못했지만 궁긍적으로 차세대 반도체로 꼽히는 HBM4 시장에선 호락호락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첫 선을 보일 6세대 제품 ‘HBM4’를 반전 카드로 삼고, SK하이닉스를 맹추격할 것으로 보인다. HBM4는 높은 집적도로 성능이 크게 개선돼, 빅테크의 주문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당초 올 3분기부터 HBM3E 8단 제품의 양산 공급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HBM3E 퀄테스트 통과가 지연돼 3분기 실적까지 영향을 받았다.
현재 HBM3E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을 하는 만큼 삼성전자는 HBM4로 초점을 옮겨 HBM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HBM4는 기존 HBM3E보다 집적도가 크게 높아져 성능도 대폭 개선된다. 거의 같은 크기 칩에 2배 더 많은 단자가 들어가는 만큼 데이터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전력 효율도 좋아지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내년에 출시할 차세대 그래픽 처리장치(GPU) ‘루빈’에 HBM4 8개를 탑재한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4를 본격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HBM3E 시장에서 못 다 이룬 실적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최근 HBM 개발팀을 신설하고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HBM4 공정에 도입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대세인 HBM4에 집중하는 것이 삼성에 더 유리할 수 있다”며 “발열과 휘어짐 문제 등 과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