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11월 6일(현지 시각) 확정되면서 차기 행정부 주요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언론들은 그간 트럼프의 공약, 발언 등을 토대로 국경과 이민, 관세, 감세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트럼프의 정책공약 일부는 다소 허무맹랑하게 들리지만, 1기 행정부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공약 상당수가 실현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경과 불법 이민자 문제는 트럼프가 백악관 복귀에 성공할 수 있었던 주요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트럼프는 집권 1기 공약했던 국경장벽을 세우는 대신 이민 장벽을 높였다. 이번에는 좀 더 강화된 조치가 예상된다.
트럼프 승리 이어 상·하원도 공화당 석권···더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 출현
불법 이민자 추방, 수입품 보편관세 예고···바이든 소득세 인상, IRA도 폐지
이스라엘도, 하마스도, 레바논도 ‘트럼프 환영’···흑인 남성 트럼프 승리 한몫
▲ 11월 6일(현지 시각)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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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6일 승리했다. 같이 실시된 상·하원 선거도 모두 공화당의 승리로 끝났다. 트럼프는 이로써 미국 역사상 (취임 시점 기준) 최고령이자 재선 실패 후 재기해 다시 백악관에 입성한 두 번째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굳히면서 트럼프는 2기 출범(2025년 1월)과 동시에 행정·입법권을 장악하며 견제 없는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그런 만큼 트럼프는 더욱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워싱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Politico)>는 “트럼프 는 대규모 구금 수용수를 건설하고 전례없는 규모의 대규모 추방을 시행하며, 수천명의 국격요원을 고용하고 국경안보에 국방비를 투입하며 마약 및 범죄 조직 구성원으로 의심되는 사람은 법원 심리 없이 추방하는 1789년의 적대국 외국인법(Alien Enemies Act)을 부활하겠다고 공언했다”고 전했다.
또한 <AP통신>은 “트럼프는 이민자에 대한 ‘사상 심사’를 도입하고, 출생시민권 제도를 폐지하며 특정 무슬림 국가에서 오는 사람들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힌 적 있다”고 전했다.
관세 역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평가된다.
집권 1기 당시에도 다양한 관세 정책으로 무역장벽을 높였는데, 이번 대선 과정에서는 아예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60%의 추가관세를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 캠프는 구체적인 실현방안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통상전문가들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동맹국과의 통상분쟁이 불가피하다. 유럽과 캐나다, 멕시코 등은 물론이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과도 분쟁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감세 정책도 주목된다. 집권 1기 시행한 4조6000억 달러 규모의 감세정책은 내년에 일몰이 도래하는데, 트럼프는 후보 시절 해당 감세를 영구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팁에 대한 과세 폐지 등 새로운 감세안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AP>는 “조 바이든의 부유층 소득세 증가를 철회하고,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에너지 방안에 자금을 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폐지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외교정책에서는 당면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사태 종식이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 과정에서 두 개의 전쟁을 바이든 행정부의 무능을 증명하는 사례로 자주 공격해왔다.
바이든 행정부와 마찰을 빚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분을 언급하며 “취임 첫날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했다.
트럼프의 테스토스테론
‘트럼프 당선’이 확정되자 <뉴욕타임스(NYT)>는 “민주주의가 덜 발달한 지역에서는 트럼프의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에 의한 접근 방식이 어느 정도 희망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11월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중동에서 미국은 분쟁의 사이클을 끝내거나 견고한 휴전을 맺지 못하는 등 대체로 비효율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지만, 트럼프는 일부 사람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갈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트럼프 당선’은 일부에게는 환영할 만한 변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극우 진영에서는 미국 대선 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트럼프의 승리를 예단하며,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끝내고 이 지역에서 이란의 대리세력에 맞서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편에 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의 승리가 개표 초반부터 기울어지자, 극우 성향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부 장관은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7월에 올린 “신이시여 트럼프를 축복하소서”라는 글 위에 “예스(Yesssss)”라는 글을 덧붙였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비난하며,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가져올 것에 대한 두려움과 절박한 꿈이 혼재돼 있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우리 국민에 대한 침략이 즉시 중단되기를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레바논과 일부 아랍 이웃 국가에서는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조심스럽게 환영받는 듯하다”고 <NYT>가 전했다. 레바논 일간지 <엘 오리엔트 르 주르> 편집장은 “그는 미쳤지만 적어도 그는 강하다”고 말하며 중동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배적인 사고방식을 요약했다.
흑인 남성 선택이 큰 영향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한 트럼프의 승리엔 흑인 남성들의 선택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는 11월 6일(현지 시각)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남부 선벨트 조지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예상치 못한 인구통계학적 집단인 흑인 남성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전국 단위 출구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트럼프 는 조지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흑인 남성들로부터 약 20%의 지지율을 얻었고, 흑인 유권자 전체에서는 두 자릿수의 지지를 받았다.
트럼프는 4년 전 대선에서 흑인 남성 표가 조지아 11%, 노스캐롤라이나 7%에 불과했다. 이 영향으로 트럼프는 조 바이든에 밀려 재선에 실패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도 흑인 표심은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향할 수 있다는 분석이 연일 나오며 초박빙 접전을 이어왔다. 해리스가 승리할 경우 미국의 첫 흑인 여성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쓰는 것이기에, 흑인 유권자들의 표심이 해리스를 향할 것이란 예상이었다.
그러나 출구조사에서 흑인 남성 5명 중 1명, 흑인 전체로 따지면 최소 10명 중 1명은 트럼프를 찍은 것으로 나타나며 기존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아울러 라틴계 남성 유권자의 표심도 트럼프의 승리에 한몫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구조사에 참여한 NBC 뉴스는 “트럼프가 라틴계 남성들 사이에서 전국적으로 해리스보다 앞섰다”고 전했다. 다만 여기에는 라틴계 유권자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애리조나와 네바다의 조사 결과는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지지 연사로 나선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의 ‘푸에르토리코 쓰레기’ 발언이 예상보다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힌치클리프는 지난 10월 27일 트럼프의 뉴욕 유세장에서 연단에 올라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캠프는 해당 발언의 여파를 무마하려고 성명을 발표했으나, 푸에르토리코계 또는 라틴계 민심이 이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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