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가 국내외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다양한 국내 기업이 화장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신성장동력으로 뷰티 사업을 콕 찍은 하이트진로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화장품 기업 ’비앤비코리아‘를 인수했다. 현대백화점 패션 계열사 한섬은 화장품 제조 자회사를 흡수·합병하며 사업 효율화에 나섰다.
국내 유통기업도 ’K뷰티 전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뷰티 시장 강자로 군림하는 CJ올리브영부터 편의점까지 각각의 전략으로 고객 끌어모으기에 나선 모습이다. 새로운 플랫폼이 앞다퉈 뷰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시장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K뷰티 수출의 주역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바뀌고 있는 점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배경에는 국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의 기술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너도 나도 ‘K뷰티 러시’ 실상을 따라가봤다.
국내외에서 K뷰티 무섭게 성장하자 다양한 국내 기업들 화장품 사업 강화
하이트진로 신성장동력으로 뷰티 ‘콕’···현대백화점 화장품 자회사 흡수합병
GS25/스킨케어 브랜드와 화장품 개발···CU/코스매틱 브랜드와 화장품 출시
한국콜마/비건·할랄 인증 대응 인력···코스맥스/해외 규제·인증 전담조직 운영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 ‘서영이앤티’가 지난 10월 화장품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기업인 비앤비코리아를 인수했다.
서영이앤티는 가공식품 도소매업 및 맥주 냉각기를 제조하는 종합식품 기업이다. 그간 식품과 생맥주 기자재 관련 사업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 미래 시장의 불투명성을 극복하기 위해 신사업을 모색해 왔다.
비앤비코리아는 달바·메디큐브·더마팩토리·닥터 펩티 등 100여 개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화장품 제조업계 국내 매출 15위권(올해 예상 매출 730억 원 기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주요 고객사의 글로벌 시장 확대를 기반으로 톱(TOP) 5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하이트진로부터 한섬·한세까지
하이트진로 계열사인 하이트진로음료는 이후 신기술사업투자조합 ‘티피-에스비피 뷰티 제1호’ 지분 57.12%를 150억 원에 취득했다. 하이트진로의 또 다른 계열사 진로소주 역시 같은 날 티피-에스비피 뷰티 제1호의 지분 38.1%를 100억 원에 매입했다.
업계에선 하이트진로그룹이 뷰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투자의 일환으로 지분을 취득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현대백화점그룹 패션 계열사 한섬 역시 지난 10월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를 운영하는 자회사 한섬라이프앤을 흡수·합병하며 사업 효율화에 나섰다.
당시 한섬 측은 뷰티 사업에 대한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한섬라이프앤과 합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향후 뷰티 사업에 대한 신속한 의사결정과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다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패션 전문 한세예스24그룹 역시 캐주얼·유아동복 계열사 한세엠케이를 통해 화장품 사업에 나설 전망이다.
한세엠케이는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화장품 및 주류 판매 등을 신사업으로 등록했다.
한세엠케이는 현재 창업주 김동녕 회장의 막내딸인 김지원 대표와 전문경영인 임동환 대표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스킨케어 제품을 중심으로 뷰티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임동환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브랜드 콘셉트에 맞는 브랜드를 한세엠케이 매장에 편집 형태로 구매하는 방식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세엠케이는 위탁생산 업체와 손을 잡고, 스킨케어 제품을 중심으로 한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 전문 기업 케이티앤지(KT&G) 역시 뷰티 계열사 코스모코스를 통해 올해 중순 바디 브랜드 ‘리노이아‘를 론칭하는 등 관련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선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 중인 건강기능식품(홍삼) 계열사 KGC인삼공사와 시너지를 키워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지난 4월 취임한 안빈 KGC인삼공사 대표이사가 KGC인삼공사 화장품 사업 실장과 KT&G 화장품 계열사 코스모코스 대표이사로 근무했던 만큼 이런 전망에 힘이 실린다.
국내 대표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 역시 지난해 4월 뷰티 PB(자체 브랜드) ‘오드타입’을 론칭해 운영 중이다. 특히 ‘언씬 블러 틴트’와 ‘언씬 미러 틴트’ 등 립 제품을 중심으로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편의점도 이제 화장품 플랫폼
국내 유통기업들도 치열한 ‘K뷰티’ 전쟁을 펼치고 있다. 뷰티 시장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CJ올리브영부터 편의점까지 각각의 전략으로 고객 끌어모으기에 나선 모습이다.
이처럼 새로운 플랫폼들이 앞다퉈 뷰티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시장 경쟁이 점차 치열해질 전망이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 만한 뚜렷한 차별화 전략을 갖추었는지 여부가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GS25는 듀이트리와 메디힐 등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와 손잡고 화장품 개발에 나섰다. 특히 전국 매장으로 본격 도입한 신제품 ‘듀이트리 스킨더마아쿠아마스크팩’ 등 4종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소비자 공략에 나선 상태다.
▲ 편의점 GS25는 듀이트리와 메디힐 등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와 손잡고 화장품 개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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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팩 700원, 토너·멀티크림 5000원, 세럼은 7000원으로 모두 1만 원 이하 가격으로 구성됐다. 듀이트리 신상품의 경우 시중 판매 가격 대비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BGF리테일의 편의점 CU 역시 소규격 가성비 화장품 라인업을 확대해 잘파세대 공략에 나섰다.
CU는 라이프스타일 코스매틱 브랜드 엔젤루카와 손잡고 ‘콜라겐 랩핑 물광팩’, ‘순수 비타민C 세럼’, ‘글루타치온 수분크림’ 3종을 출시한다. 가격은 모두 3000원이다.
각 상품은 본품과 동일한 성분으로 용량을 본품 대비 3분의 1 이상 줄이는 대신 가격은 3000원으로 고정했다. 각 상품 1㎖당 가격은 본품 대비 최대 80% 이상 저렴하다.
K뷰티 시장이 활기를 보이는 가운데 컬리·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도 뷰티 카테고리 확장에 힘쓰고 있다.
컬리는 지난 10월 10일부터 13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국내외 90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컬리 뷰티 페스타 2024’를 개최했다. 컬리가 뷰티를 주제로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컬리는 2022년 11월 뷰티 전문관인 ‘뷰티컬리’를 론칭하고 새벽배송 사업영역을 신선식품에서 화장품 등 뷰티 제품으로 확대했다.
뷰티컬리 거래액이 컬리 전체 거래액(GMV)에서 10%의 비중을 차지하며 주요 사업군으로 자리매김하자 오프라인 행사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럭셔리 뷰티 후발주자 쿠팡은 10월 초 알럭스(R.LUX) 서비스를 출시했다. 알럭스는 주문 시 당일 또는 다음날 배송받을 수 있는 ‘로켓배송(Rocket)’과 ‘럭셔리(Luxury)’의 합성어다.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직매입해 빠르게 배송하는 점을 살려 일반적인 명품 버티컬 서비스와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알럭스에는 SK-II와 르네휘테르를 비롯해 에스티로더, 설화수, 비오템, 더 후 등 20개 이상 럭셔리 뷰티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최근에는 알럭스 입점 브랜드의 뷰티 제품을 특별한 혜택으로 만나볼 수 있는 ‘R.LUX 뷰티 페스타’를 열기도 했다.
또 무신사는 2021년 ‘무신사 뷰티’를 론칭한 이후 자체 뷰티 브랜드(PB) ‘오드타입(ODDTYPE)’을 출시하는 등 뷰티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는 추세다. 지난 9월과 10월에는 오프라인 ‘뷰티 페스타’를 연달아 개최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다이소는 저가 화장품를 판매하는 오프라인 채널로서의 입지를 확대해 가는 모습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뷰티 신장세가 높아지면서 국내 유통업계가 저마다 시장에 뛰어드는 모양새”라며 “최대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플랫폼이 차별화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소비자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K-뷰티 엑스포 코리아에서 바이어와 참관객들이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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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화장품계 TSMC
K뷰티 수출의 주역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배경에는 국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의 기술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소기업 수출 1위 품목인 화장품 수출액은 작년보다 26.7% 늘어난 17억 달러(약 2조3000억 원)를 기록했다. K뷰티 최대 수출국인 미국으로 수출한 규모가 작년보다 43.6% 늘었고 유럽·중동 등으로 수출국이 다변화했기 때문이다.
최근 잇따라 개최한 컬리와 무신사의 뷰티 페스타에서도 인디 뷰티 브랜드의 매출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중소·인디 뷰티 브랜드의 약진에는 화장품 제조자 개발·생산 업계의 TSMC(글로벌 1위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라 불리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기술력이 꼽힌다.
두 회사는 탄탄한 연구개발(R&D) 능력을 바탕으로 제조부터 해외 진출까지 인디 브랜드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먼저, 한국콜마는 매년 매출의 7%를 R&D에 투입하고 있다. 특히, 직원의 30%는 연구직으로 뽑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연구소 6개, 연구센터 2개, 1개의 실에 소속된 600여 명의 연구원이 상주하고 있다. 콜마그룹의 누적 특허건수는 지난 8월 기준 출원 1108건, 등록 661건으로 집계됐다.
코스맥스는 올해 경영 키워드를 ‘인디 브랜드와 동반성장’으로 설정한 후 소규모 기업이 더 쉽게 화장품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대표적인 정책이 최소주문수량(MOQ, Minimum Order Quantity) 유연화다. 인디 브랜드 특성상, 주문 수량이 적기 때문에 3000개 이하 주문 건에 대해서도 제품 생산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신제품 출시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점 역시 고려해, AI(인공지능) 조색 시스템을 도입하고 공장 내 자동화 설비 도입을 확대하는 등 다품종 소량 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
두 회사는 글로벌 시장이 요구하는 다양한 규제·인증에 대응하며 인디 브랜드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에도 나섰다.
한국콜마는 비건 및 할랄 인증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인력 및 설비를 갖췄을 뿐 아니라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Amazon)’에 고객사가 입점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인디 브랜드를 지원하고 있다.
실제 아마존은 지난 6월 한국콜마와 뷰티 브랜드의 성공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을 위해 협업 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또, 지난 4월에 동반성장 세미나를 개최하고 소규모 기업들이 한번에 파악하기 어려운 ▲사업화 자금 ▲R&D 자금 ▲바우처 자금 ▲고용지원금 등 정부 지원사업 등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외에도 지난해 미국 뉴저지에 북미기술영업센터를 개관해 북미 현지 고객사 맞춤형 원료와 제형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스맥스는 해외 각국의 규제 및 인증에 대응하는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인디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미국·아세안 지역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현지 전담 영업 인력을 구성해 국가별 선호 제형 및 컬러를 제안한다.
아울러 미국 시장을 겨냥한 OTC(Over The Counter, 일반의약품) 랩을 비롯해 해외 각국의 규제나 인증에 대응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을 운영 중이다.
한편 두 회사는 올해 상반기 나란히 1조 원대 매출을 올리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올해 상반기 한국콜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난 1조2351억 원, 영업이익은 54% 증가한 1042억 원이다. 코스맥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1조783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922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3.9% 증가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한국콜마는 올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227억 원, 571억 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전년 대비 20.58%, 84.19% 증가한 수치다. 코스맥스는 매출 5287억 원, 영업이익 431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5.36%, 29.43%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